다음 글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글쓴이의 주장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2007년 입법고시 29번)
메를로퐁티가 몸을‘예술작품’이라 말한 것은 니체를 떠올리게 한다. 문명의‘내과 의사’라고 자처한 니체가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내 몸은 나의 전부이며 그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영혼이란 몸의 어떤 면을 말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는 관조적인‘테오리아(theoria)’에 도전하여 벗어나는 한편, 그 자리에‘아이스테시스(aisthesis)’를 대치시켰던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니체는‘마음의 눈’을 통해 영원한 천상의 이데아(eidos)를 추구하고, 지상의 덧없는 순간들을 포기해 버리는 플라톤주의를 전복하려 했다.
니체의 몸의 정치는 플라톤 이래 아주 오래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론적 관조의 전통에 대한 대항이다. 청년 니체는 첫 저서인 『비극의 탄생』에서 음악을, 고대 희랍적인 음악(공연 예술)을 지고의 미학으로 평가했다. 고대 희랍의‘무지케(mousike)’는 낭송시, 무용, 극 그리고 음악을 포괄하는 것이다. 니체에 따르면 오직 미적 현상으로서만 존재와 세계가 영원히 정당화되며, 오직 음악만이 미적 현상으로서의 세계를 정당화한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인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줄 수 있다. 요컨대 니체에게서 세계는 음악적 미에 의해‘측정’-‘메트론(metron)’이라는 음악적 의미에서 - 되며, 이러한 음악의 일차적 존재조건은 인간의 세계와 인간 바깥의 세계 모두에 우리를 조율시키는 것이다.
몸은 늘 철학의 담론에서 고아였다. 주류 서양사상은 신체를 어두운 석굴 혹은 어두운 대륙이라고 주장했고, 신체를 벗어난 불멸을 옹호하면서 신체를 덧없고 소멸하는 상품이라고 매질하고, 심지어‘십자가에 못 박았던’것이다. 희랍 사상만이 아니라 기독교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엄격하고 금욕적인 기독교인이자 신학자였으며 스스로 자신의 성기를 거세했던 오리게네스(Origenes)는 - 거세는 그 당시 흔한 일이었다 - 신체를, 더욱 구체적으로는 성을 순간적인 현상으로 묘사했으며, 육으로부터 영혼을 정화시킨다는 종말적인 희망을 암시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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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유기체로서 정신은 다른 정신들과 관련되어 있다. 정신은 우주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몸은 오직 하나의 신체에만 관련되어 있다. 몸은 세계, 다른 신체들, 다른 정신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다. ② 몸은‘존재’의 질서가 아니라,‘소유’의 질서에 속해 있다. 살아가는 몸은 대상들 속의 한 가지 대상일 뿐이다. 몸을 느끼는 주체가 아니라 타성적인 것이다. ③ 우리는 몸으로, 살로 존재한다. 하나의 존재자인 살로서의 몸은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이다. 인간존재가 관념이 아닌 것은 곧 몸이 구체적 실재이기 때문이다 ④ 종래의 서양철학에서는 몸의 형태로 된 사상과 지식, 즉 몸의 지혜를 매우 중시하였다. ⑤ 생각하는 실체로서의 정신은 몸, 즉, 연장자(res extensa)에서 독립해 있으며, 존재하기 위해 자신 이외의 그 어떤 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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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생님, 정답이 뭐죠? 혹시... 3번인가요?^^;;
3번 맞습니다 ^^* 왜 그런지도 써보세요 답글 달아드릴께여 ~~!! ^^
답변 감사합니다. 음... 니체는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영혼의 중요성을 부정하고 육체의 정신에 대한 우월성을 주장해서 그런 것 아닌가합니다.^^: 저도 나이가 들면서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란 아식스 광고 문구가 맞을 때가 많구나 생각이 되요. 물론, 전 영혼의 육체에 대한 지배력이 좀 더 크다고 믿고는 있습니다^^; 정신과 육체가 상호 밀접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데카르트의 완전한 이원론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육신과 영혼의 상호 연관성을 긍정하는 것을 일원론이라고 할 수 있나요? 정신, 즉 사고라는 것도 일종의 호르몬의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말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데카르트적 이원론 즉 마음과 몸은 별개의 것이라고 주장하였던 것에 대해서는 수많은 논쟁이 있어왔지요 데카르트의 문제점은 마음과 몸의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마음과 몸은 분명히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지요. 현대에 이르러 신경과학의 발달로 정신의 많은 부분이 사실은 뇌의 활동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어 뇌도 몸의 하나이므로, 마음과 몸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일원론이 큰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안토니우 다마지우의 '데카르트의 오류', 크릭의 '놀라운 가설' 등의 책에 이러한 내용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답변을 보니까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데카르트가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고 하죠? 그럼 니체를 현대 철학의 시조 내지 중요한 인물로 평가하는 이유가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뒤집은 것 때문이에요? ^^;
꼭 그렇지만은 않겠지요. 니체가 비판한 것은 단순히 데카르트만은 아니니까요 그보다는 더 원류인 플라톤주의를 전복시키려 했으며 그러한 니체의 사상에 푸코, 데리다 등의 포스트구조주의 내지는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이 지대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차후 관련 글을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