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문화 68호: 2023 겨울호)
득량역에서 그 녀석을 타고 외 1편
이민숙
놀았다 타고 타고 달렸다 코흘리개의 불알은 커서 그 때 먹었던 아이스께끼는 팥빙수가 되어 부드럽다 못해 실실 녹아내렸다 그대가 가지고 놀던 성냥개비처럼 그 녀석 코에선 구름과자의 구름방울이 똥그랗게 동그랗게 구름 속으로 날아갔다 그 녀석은 장난스럽게 기찻길 위에서 작두를 태우고 시간을 거슬러 패대기쳤다 살아있음의 지금을 노래하던 시인나부랭이들여! 그녀석의 꼬드김에 갈팡질팡, 목놓아 광야를 노래하기는커녕 눈꺼풀마저 게슴츠레 뒷발질로 헛발질로 초원을 내달리겠다는 몽골 망아지처럼 여러 시간동안 그 녀석에게 뒷덜미를 물린 채, 히히힝 힝힝 옛날다방에 앉아 성공 마담의 청춘이나 핥으며 동동 떠내려가는 노른자 쌍화탕에, 고급스런 달달커피에 이미자의 레코드판을 돌렸다 동백아가씨! 그 녀석은 힘이 쎄다 시인나부랭이들 쯤이야 한 팔로 열이라도 쓰러트릴 괴력의 소유자 괴력이 별거드냐? 투표나 잘 하렴 피박들! 군국주의자들은, 친일파들은, 검찰주의자가 되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지 정신차렷! 득량만 꼬막들이 헤헤 웃는다니까? 쫄깃쫄깃한 인류세를 비웃는지 모르지? 뭐 개펄 풍경 좋다구? 개뿔!
기차는 왜 슬프지 않을까
모두 떠나간 종착역에서 꿀도 바르지 않은 캔맥주를 마시는 그대를 바라보는 무궁화호, 웃지도 못하는 듯 아니 울지도 못 하는 듯 뻐꾸기 한 마리를 스케치하고 있다 아카시아 피어오르는 바다를 그리워하고 있을까 위 수술 후 다시 한 살부터 살고 있는 지천명의 여자, 역사의 지붕 기왓장은 무진장 배고팠던 걸 아는 것처럼 찐 옥수수 노랑 그림자를 휘두르더니 쩝 입맛을 찾으라고 운동화를 찾아 신겨준다 발의 혀가 최고인 거야 미각세포를 책임지는 발이 생명의 근원인 거지, 기차에 달린 발들이 일제히 마라톤 포즈를 취한다 아하 슬플 겨를은 저 틈 사이로 도망친 거구나! 종착역은 첫 출발역! 달려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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