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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흔히들 우리가 '고어텍스'라고 부르는 하드쉘 자켓과 그와는 조금 다른 개념의 소프트쉘 자켓에 관해
간단하게 다뤄보겠습니다.
1. 하드쉘이란?
하드쉘 자켓은 탁월한 방수성능과 수증기를 통과시키는 통기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기능성 자켓입니다. 하드쉘
자켓에 사용되는 특수 필름(맴브레인이라고 부릅니다.)은 현미경으로 확대했을때 수억개의 미새한 구멍을 가지고
있고 이 구멍의 크기가 수증기 분자보다는 크지만 물 분자보다는 훨씬 작기 때문에 우리가 몸에서 수증기 형태로
배출하는 땀은 그대로 자켓을 통과해서 공기중으로 날아가고 반대로 외부에서 유입되는 빗물은 막아주는 것이
기본 원리입니다. 이 하드쉘 소재중에서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것은 '고어텍스'입니다. 단순히 고어텍스라는
명칭의 유래는 그 개발자인 고어(Gore) 박사의 이름을 따서 고어텍스라고 불리는 것 뿐이지만, 국내에서는 모든
기능성 하드쉘 소재의 대명사 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2008년에 구매한 제 고어텍스 자켓입니다. 그때 18만원인가 19만원 정도를 주고 구입했던것 같네요.
이 고어택스가 개발이 되고 난 후 미군에서 군인들에게 지급되는 침낭커버, 야전상의 등에 활용하기 시작했고
주한미군의 PX 등에서 반출된 군용 기능성 자켓이 국내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면서 이를 통칭 '고어텍스 자켓'
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유래가 되어 이 명칭이 기능성소재를 대변하는 명칭이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제가 소대장으로 생활하던 당시에도 이 미군용 고어텍스 자켓은 간부들 사이에서 상당히 인기를 끌었고 어느정도
연차가 쌓여야 입을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짬의 상징' 이었죠, 물론 이것을 구할 수 있는 루트가 제한적이어서
미군부대에 연고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정품을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등을 통해 구매를 시도했다가
사기를 당해 정품이 아닌 레플리카(영:replica, 복제품) 제품을 정품가격을 주고 구하는 일도 흔했고요.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국내에서 기능성 소재 자체를 고어텍스라고 부르게 되었고, 여타 다른 제조사에서
개발한 이벤트, 엔트란트 DT 등등의 여러 소재들을 싸잡아 '유사 고어텍스' 라고 불리며 마치 짝퉁처럼
인식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하였죠.
2. 소프트쉘이란?
하드쉘에서 방수기능을 제거하고 방풍과 보온기능을 강화한 제품들을 흔히 통칭해서 소프트쉘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윈드스토퍼'라고 해서 방풍필름을 내부에 삽입한 제품을 이야기하지만 최근 윈드스토퍼 류의 소재들이
다운자켓에도 활용되는 등 그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단순히 방풍필름의 삽입여부만 놓고 소프트쉘을 구분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내피용이나 간절기 보온용으로도 활용하는 플리스 자켓 등 충전재를 사용하지 않는 보온자켓도
전부 이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윈드스토퍼도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바람막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고어텍스를 개발한 고어(Gore)社 의 방풍필름 소재 이름입니다.
방수기능을 제거한 대신 방풍과 보온기능에 충실하며 가격도 하드쉘에 비해서 매우 저렴합니다. 같은 계열의
기능성 소재로는 폴라텍이나 쉘러 계열의 소재들이 있는데요 기능성에 있어서는 어느것 하나 뒤지는 소재들이
아니니 구매하실때 굳이 윈드스토퍼를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 이건 땡처리하는거 6만원인가 주고산 폴라텍 윈드블록 자켓입니다. 소프트쉘 자켓종류로 방풍필름이
삽입된 제품입니다.(방수안됨)
- 폴라텍 윈드블록 멤브레인은 고어사의 윈드스토퍼와 마찬가지로 방풍기능을 가지는 특수소재입니다.
3. 고어텍스는 만능인가?
저도 6개월의 짧은 시간이지만 인터넷 아웃도어 쇼핑몰에서 잠시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입사했을때는
수습기간동안 매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요. 항상 자켓을 구매하러 오시는 분들은 고어텍스를 찾으시더군요.
제품을 보여주면 비싸다 하고 그렇다고 다른 소재를 사용한 하드쉘 제품을 추천하면 고어텍스가 아니라서
믿음이 안간다고 하니 뭐라 할 말이 없는.... 그리고 고어텍스가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을때 보다는 상당히 많이
발전한 상태였지만 고어텍스에 관한 근거없는 믿음을 가지신 분들이 여전히 너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물론 저도 고어텍스 자켓을 한벌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우리가 기능성 하드쉘 소재에 대해서 하고 있는
오해들과 잘못된 사용방법을 한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네요.
3-1. 고어텍스 자켓은 따뜻하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유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잡지등의 매체에서 다루면서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비싼돈 주고 고어텍스 구입했는데 이게뭐냐?
산에 가서 입었는데 추워서 얼어죽는줄 알았다' 라고 하며 에먼 업체에 클레임 거는 무식한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알고 있는데요. 사실 하드쉘 자켓의 보온능력은 '0'에 가깝습니다. 땀을 배출하는 능력만 빼놓고는
비닐 우의 하나 걸치고 있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죠. 원레 목적이 비나 눈, 혹은 바람을 막아주는 용도이니까요.
보통 보온용을 입는 소프트쉘 자켓이 방풍 혹은 방수능력이 떨어지니 그걸 보호해주기 위해 입는 것이 고어텍스
같은 기능성 자켓입니다. 보온을 위해서는 당연히 보온의류를 먼저 입어야죠.
그런데 '왜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되었을까?'를 궁금하게 여기며 이리저리 궁리를 해보니 이 또한 원인이 군용
고어텍스 자켓에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처음 고어텍스의 국내인지도를 높인
일등공신 '미군용 고어텍스 자켓'에는 제 기억으로 추운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탈부착이 가능한 보온용
내피가 있었거든요 겉감이나 안감 자체의 두께도 민수용보다 훨씬 두꺼웠고요. 그러니 실제 미군용 고어텍스를
구해서 입었던 사람들은 비교적 양호한 보온성능을 체감했을 것이고 고어텍스는 따뜻하다 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제 군생활 당시 고어텍스를 구해서 입고다니던 선배들도 '겨울에 이거 하나 입는게
더 낫다.'라는 말을 자주 했었죠.
- 고어텍스는 보온용이 아닙니다. 방수와 방풍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반적인 우레탄코팅 나일론이나 비닐보다
조금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소재일 뿐이지요. 그것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 만약 물이 흐르거나 비가오지 않는 상황이라면 소프트쉘 자켓이 훨씬 따뜻하고 낫습니다.
3-2. 기능성 소재의 땀 배출능력에 대한 잘못된 믿음
이게 고어텍스를 포함한 기능성 소재들의 가장 큰 장점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람이 등산을 하면서
배출하는 땀의 양을 전부 소화해낼 정도의 기능성 소재는 없습니다... 고어텍스는 물론이고 모든 기능성 소재의
근본적인 한계입니다. 고어텍스의 땀배출 기능만을 믿고 자켓을 입은채로 운행하는 것은 작은 개인용 사우나를
입고 운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나 눈이 오거나 강풍이 몰아치는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입고
산행을 해야 하지만 이때도 지퍼를 열어서 환기를 자주 시켜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간단한 상식도 미리 공부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얼굴이 벌게진채로 매장에 달려가 멀쩡한 제품을
매장직원 눈앞에 흔들어대면서 땀 배출도 안되는 불량품을 팔았다고 목에 핏줄 세운다음 직원들에게 진상고객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만약 활동중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린다면 기능성 소재의 수증기 배출은 무용지물입니다. 그럴때는 적절하게
환기를 시켜줘야만 합니다
3-3. 기능성 소재의 사용여부와는 무관한 발수성능.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기능성 자켓을 판매할때 자켓의 방수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분무기나 컵으로
자켓에 물을 뿌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내수압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사실 고어텍스 소재의
내수압과 자켓 표면에 물이 뭉쳐서 또르를 떨어지는 현상은 사실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기능성 소재가
대부분 10,000mm가 넘는 높은 내수압의 방수성능을 가진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옷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나일론 원단 사이에 부착하여 사용하는데 겉면에 사용되는 원단 표면에 물이 스미지
않도록 DWR(Durable Water Repellency) 이라고 하는 발수코팅 처리를 합니다. 결과적으로 물이 제품에
스미지 않고 또르르 굴러 떨어지는것은 고어텍스이기 때문이 아니라 원단 표면에 발수코팅을 했기 때문이죠.
이렇게 원단 표면에 발수코팅을 하는 이유는 기능성 원단의 땀배출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인데요. 만약
발수코팅이 벗겨져서 물이 원단에 스며들어 원단 표면을 덮어버리게 되면 내부에 맴브레인을 통과한 땀이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안에서 응결됩니다. 그렇게 되면 꼭 비라도 맞은것처럼 땀에 푹 젖어버리는거죠.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원단 겉감의 발수성능을 체크하고 시중에 판매하는 의류용
방수 스프레이등을 활용해서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 원인을 모르고 비싼 고어텍스자켓이 물이 샌다며
항의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 자켓을 험한 환경에서 자주 사용하다보면 발수능력이 금방 떨어집니다. 방수스프레이를 사서 뿌려주고
가끔 세탁도 해주는 등 관리가 필요합니다.
3-4. 고어텍스가 아니면 다 유사품이나 짝퉁?
미국의 고어사를 제외하고도 기능성 원단을 제조하는 업체는 수도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어지간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이라면 거의 다 자체적으로 방수와 투습성능을 보유한 기능성소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고어텍스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물론 고어텍스의 성공 이후로 많은 업체가 이를
따라서 내놓은 제품들이 유사품이 아니다라고 할 수 는 없을것 같지만, 실제 그 기능의 차이는 장담하건데
사용자가 절대로 체감할 수 없습니다. 시작하며 이야기 했듯 그냥 개발자 이름이 고어(Gore)라서 고어텍스일뿐
구매를 할때 더 큰 의미는 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잘 못하면 똑같은 성능의 제품을 2배 3배 더 비싸게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 고어텍스에 대한 환상을 버리세요. 그냥 만든사람 이름일 뿐입니다.
4.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고를것인가?
기능성 자켓은 그냥 본인께서 필요여부를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고어텍스는 커녕 나일론도 발명되지 않았던
19세기에 모직물로 만든 무거운 옷을 입고 알프스를 올랐던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비싼 기능성 소재는 별로
필요없으니 합리적인 구매를 하겠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보온이 잘되는 소프트쉘 자켓에 돈을 투자하고
발수가공과 폴리우레탄 방수코팅이 되어있는 저렴한 우의종류를 구비하신다면, 비싼 고어텍스의 절반 이하 혹은
1/3이하의 가격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구성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좀더 좋은 성능을 가진 기능성자켓을 하나
구비해서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기능성 자켓을 구비하시되 몇가지만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1. 비싸봐야 거기서 거기 : 어지간한 곳에 원정가는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사용하는데 블렉라벨이니 프리미엄이니
별 쓸모 없습니다. 실상 별 쓸모도 없는 옵션 몇가지 붙여놓고 백만원 이상 받는거 보면 솔직히...
2. 심실링이 잘되어 있는지? : 겉을 보는게 아니라 속을 봐야 합니다. 제봉선 사이로 물이 스며들수 있기때문에
심테잎이나 실링으로 꼼꼼하게 제봉선이 잘 마무리 되어있는지를 살펴 봐야합니다. 어지간한 소재들은 전부
내수압이 필요이상으로 높기 때문에 소재의 종류보다는 박음질이 튼튼한지, 마무리는 잘되어 있는지 등등
의류의 기본사항에 충실한지를 확인하세요.
- 고어텍스 자켓도 옷입니다. 소재를 따지기 보다 바느질은 잘 되어 있는지 심실링은 빠짐없이 꼼꼼하게
마무리 되었는지를 먼저 봐야 후회를 안합니다.
3. 옵션의 필요여부를 잘 고민할것 : 방수지퍼를 사용했다거나 겨드랑이 부분을 개방할 수 있다거나 하는
이런저런 옵션들은 가격이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므로 필요여부를 잘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방수지퍼 사용의 경우 일반 지퍼에 지퍼덮게를 포함하는것 보다 편리하지만 가격이 높아질 수 있고
겨드랑이 부분을 개방해서 환기 시킬 수 있는 제품들인 가격은 물론이고 오히려 방풍성능등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이런 옵션들은 개인의 취향, 예산, 활동영역(워킹이냐 암벽등반이냐 등등)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이렇게 전면이 우레탄으로 코팅되어 있어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만든것이 방수지퍼입니다. 일반지퍼는
물이 들어가지 않게 지퍼위에 덮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방수지퍼 등의 옵션은 가격인상의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4. 2L이냐 3L이냐 : 2L은 겉감을 구성하는 원단에 멤브레인을 부착시킨 기능성 원단을 2L이라고 합니다. 3L은
2L에 안감을 구성하는 원단까지 한세트로 부착시킨것을 3L 이라고 하고요. 2L은 자켓을 제작할때 내부에
다시 메쉬나 나일론 안감을 별도로 적용하기 때문에 3L 원단보다 조금 무겁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3L은
안감없이 바로 옷을 만들기 때문에 가볍지만 가격이 조금 비쌉니다. 최근에는 3L제품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지만 의외로 찾아보면 2L 제품들도 있고 또 마이너라는 점에서 가격에 확실하게 장점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니 이런점들을 고려해서 제품을 구매하시면 됩니다.
5. 무얼 사느냐 보다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 전용세제를 이용해서1년에 1~2회정도 권장
세탁법을 준수해서 세탁을 해주고 세탁후에는 방수스프레이 등을 뿌려 발수기능을 유지해주며 잘 관리를
해주면 깨끗한 상태로 오랫동안 입을 수 있습니다.
5. 기능성 자켓의 올바른 사용
하드쉘 자켓은 잘 접은다음 배낭속에 곱게 모셔두는것이 가장 잘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는 비상식량을
챙겨가서 먹지않고 그대로 집으로 들고와야 하는 것과 똑같은 의미인데요. 출발전 일기예보와 이동로, 예상
소요시간을 잘 파악해서 악천후를 만나지 않고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는 것이 가장 최선입니다.
'손자병법'에서 손자는 '적과 싸우지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좋다.' 라고 이야기했는데 역시 산행에서 악천후는
만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만약 잘 준비를 하고도 산에서 비나 눈을 만났다면 그때가 바로 배낭에
준비해둔 자켓을 꺼내 입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산에서는 기후가 어떻게 급변할지
알수없고 한여름에도 비가 오고 강풍이 불면 자칫 잘못하면 저체온증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 대부분 전용 수납주머니가 함께 나오는데요. 이렇게 잘 접어서 산행 내내 꺼내입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오는것이 가장 좋습니다. 한여름에는 일반적인 플리스자켓이 덥다면 대신 이걸 입어도 되고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군복무를 하던 당시 휴가를 받아 혼자서 한여름에 속리산 문장대로
산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요. 그날 날씨가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상주까지 올라가서 보니 날이 우중충하고 비라도
한바탕 내릴것 같은 날씨더군요. 날씨가 안좋다 안좋다 했는데 결국 문장대 정상으로 올라가니 안개가 가득낀
능선에 바람이 세게 불고 있었습니다. 물론 보온용 소프트쉘 자켓과 하드쉘 자켓을 미리 준비해온 저는 그
자리에서 옷을 꺼내 입고는 오히려 문장대 밑으로 구름이 자욱하게 끼어있는 속리산 능선을 아주 즐겁게 감상을
하고 내려왔는데요. 계단을 내려올때 제 앞을 먼저 내려가는 젊은 대학생 커플을 발견했습니다. MT를 왔는지
아무튼 스니커즈에 일반 면바지, 거기다 중요한건 커플티인지 모르겠지만 흰색 반팔티셔츠(!)를 맞춰입고 수분을
가득 머금은 세찬 바람을 그대로 맨살에 맞고 있었습니다. 물론 배낭도 있을리가 만무하고, 작은 악세사리나
넣어다닐만한 작은 크로스백 하나 매고 올라왔던데...
그 다음 그림이 머릿속에서 그려지시죠? 남자애가 미안해 죽을것 같은 표정으로 여자애 손을 슬그머니 잡으려고
하는데 아주 죽일듯한 표정으로 손을 확 뿌려치는게 안쓰러우면서도 그 상황이 재밌어서 저도 모르게 '풉!'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습니다. 당시 그 여학생은 얼마나 자기 남자친구가 미웠을까요? 가뜩이나 날씨도 흐린데다
고도도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곳에서 분무기로 뿌린듯한 미세한 물입자가 강풍과 함께 맨살에 닿았으니 아마
이가 딱딱 부딪힐정도로 추웠을 겁니다. 아마도 집에 돌아갈때까지 그 냉랭한 분위기가 유지되었겠죠? 학생들의
옷차림으로 보아 분명 산 밑은 더웠던 것이 확실하지만 산에서 날씨가 얼마나 급변할 수 있는지 미리 알았다면
그런 차림으로 대첵없이 올라오지는 않았을텐데. 그 남학생 그냥 백팩 하나에 산위에서 껴입을 자켓 두 벌만
챙겨왔어도 오히려 믿음직한 남친으로 점수 좀 땄을텐데 말이죠.^^; 아무튼 앞으로 닥칠 수 있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이렇게 곤란한 경우를 당할 수 있으니 항상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 날씨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라도 준비를 잘 한다면 좀더 즐겁게 산행을 마칠 수 있겠죠?
(2010년 남해 주흘산)
마지막으로 기능성 자켓을 구매를 할때 방수능력이나 통기성은 별로 고려하지 마세요.
만약 고어텍스 자켓이 내수압이 20,000mm 라고 하고 다른 소재의 방수자켓이 내수압 15,000mm 라고 하면
과연 우리가 그 5,000mm 의 성능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까요? 결론은 '절대 구분못한다.' 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폭우라고 부르는 비의 강도를 내수압으로 환산하면 대략 1,500mm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 폭우에
산행을 할리도 없거니와 설사 그런 빗속에서 산행을 무리하게 한다고 한들 1,500mm의 비를 가지고 2만과
1만 5천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나요? 절대 없습니다. 통기성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람이 시간당 흘리는 땀의
양을 계산했을때 통기성 수치가 높다고 한들 절대 땀을 쾌적하게 배출할 수 있을 정도의 수치가 안나옵니다.
아예 통과가 안되는 비닐옷보다 좀 낫다 뿐이지 스팩이 조금다른 두 제품을 놔두고 어느게 더 좋다는 구분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내수압이니 통기성이니 도표로 만들어놓고 뭐가 더 나은지 비교해보는 시간낭비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의류 특히 기능성 자켓의 경우 최근에는 하나의 트랜드로 이미 자리를 잡았고 기능성보다는 페션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 아웃도어에서는 의류도
'장비'입니다. 방금 전 말과는 조금 다른것 같지만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일단 샀으면 아끼지 말고 마구
쓰라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활동하는 수준에 맞는 적절한 기능의 의류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한 다음에는
아끼지 말고 마음 껏 써야 흥도 나고 재미가 있는 법입니다. 애기들 걸음마 떼고 나가서 뛰어놀때쯤 되면
막굴러서 해어져도 되는 낡은 옷을 입혀야 흙장난을 하던 물장구를 치던 안심이 되는것 처럼요. 가끔가다
비싼 명품 브랜드라고 하는 등산복이나 자켓을 입고와서 옷이 어디 긁혀서 찢어지기 라도 할까 전전긍긍
하는 분들 보면 조금 안쓰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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