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에서 1년 반만에 브론즈볼... 캡틴 이승원이 쓴 반전 드라마 - U-20 월드컵 브론즈볼 캡틴 이승원 인터뷰

[정승남세기영어교육연구회장]

무명에서 1년 반만에 브론즈볼... 캡틴 이승원이 쓴 반전 드라마

U-20 월드컵 브론즈볼 캡틴 이승원 인터뷰

라플라타(아르헨티나)=서유근 특파원 입력 2023.06.13. 00:00 조선일보

3골 4도움. 이승원(20·강원)은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에서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린 한국 남자 선수가 됐다. 12일(한국 시각) 막을 내린 2023 FIFA U-20 월드컵에서 7개 공격포인트(3골 4도움)를 올린 것. 4년 전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대회 MVP)을 수상한 이강인 기록(2골 4도움)을 넘어섰다. 그는 골든볼과 실버볼에 이어 세 번째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브론즈볼 주인공이 됐다.

브론즈볼 수상 직후 대표팀 숙소인 라플라타 그랜드브리조 호텔에서 이승원을 만났다. 잠시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그의 휴대전화는 한국에서 쏟아지는 축하 메시지로 알림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이룬 성과를 내가 대표해서 받는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원은 지난해 초 U-20 월드컵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을 때만 해도 단국대 소속으로 무명에 가까웠다. 김은중(44) 감독이 부임해 처음 받아든 100여 명 후보군 목록에도 없었다고 한다. 연령별 대표팀 경험이나 고교 시절 눈에 띄는 수상 경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통영에서 열렸던 한 대학 대회에서 그를 발견했다.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한 공격 전개’라는 자신의 축구 스타일에 적합한 미드필더라고 봤다. 이승원은 처음 대표팀에 뽑혔을 때만 해도 개인 플레이를 앞세워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데 주력했다. 그는 그 시기를 “내 장점을 모르고 방황하던 시간”이라 해석했다.

12일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이승원. / 연합뉴스

이승원은 대표팀 합류 초반 뜻대로 플레이가 되지 않자 김 감독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는 김 감독에게 왜 자신을 대표팀에 뽑았고 또 주장으로 선임했는지를 물었다. 김 감독은 “누구보다 책임감을 갖고 팀에 헌신하기 때문에 팀의 중추가 될 것이라 봤다”고 설명했다 한다. 이승원은 “그때 감독님 말씀을 듣고 튀기보다는 묵묵히 팀을 위해 뛰는 것이 내 강점이란 것을 깨달았고, 어떤 스타일로 축구를 해야 할지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린 것에 대해서 “다른 선수들을 어떻게 도울까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온 결과”라고 했다.

이승원은 수비수 최석현(20·단국대)과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최석현은 에콰도르와 16강전과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 잇달아 이승원의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해 결승골을 터뜨렸다. 둘은 지난해 단국대를 함께 다닌 사이로 이승원이 올해 강원에 입단하며 헤어졌지만, 대표팀에서 다시 만났다. 이승원은 “석현이가 대학 다닐 때 밥을 자주 사주긴 했다”며 “그래서인지 석현이에게 공이 잘 간 것 같다”며 웃었다.

김은중(오른쪽) 감독과 이승원. / 대한축구협회

대표팀에서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캐릭터’로 유명한 이승원은 동료들을 모아놓고 사기를 북돋는 말을 자주 한다. 3위 결정전을 앞두곤 “1년 6개월 동안 고생했어.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려보자!”고 했다. 너무 진지한 모습에 동갑내기 친구들은 “귀엽다”며 키득댔다.

이승원은 “세계엔 좋은 선수가 정말 많다는 걸 이번 기회에 몸으로 부딪치며 깨달았다”며 “우선 K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유럽 무대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소속팀 사령탑인 최용수(50) 강원 감독은 “상대 박스 지역에서 움직임이 정말 좋더라”며 “돌아온 승원이를 안 쓰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귀국을 앞둔 그의 소원은 단순하다. “출국 이후 브라질 캠프부터 긴장 상태라 알람 없이도 아침에 눈이 떠졌어요. 한국에 가선 당분간 아무 걱정 없이 푹 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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