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2부
구멍 : 양말, 장갑... 온통 구멍 난 소품들로 가득한 가난한 삶, 선택한 가난을 통해 얻어지는
영혼의 자유와 무소유, 그리고 가난한 이웃들에 대한 자비의 마음.
육신 : 인간이기에 피할 수 없는 육신의 노쇠와 질병, 그것에 대하는 수도사들의 자세.
파리 : 파리 한 마리를 통해 퍼즐처럼 완성되는 고통과 결핍에 대한 통찰 내용으로 방송을 했다.
두봉(杜峰) 주교, 90세, 1954년 프랑스 파리외방선교회에서 한국 파견, 1969~1990년 천주교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
두봉 주교는 20년 전, 수도원 설립을 준비하던 때부터 조력자의 역할을 해왔다.
수사들은 한 달에 한 번 두봉 주교와 자유로운 주제로 토론을 한다.
자, 오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까요?
제가 제의를 하겠습니다. 가난에 대해서 제의를 하겠습니다.
예, 그래요? 얼마나 가난하게 살아야 되는가, 답이 잘 없을 것입니다.
자, 어디 얘기를 들어볼까요?
[구멍(foramen)]
식사는 하루에 한 번 제공된다.
‘수도승들은 매주 금요일 한 번의 극기를 행한다. 그날 그들은 빵과 물로 만족한다.’
(카르투시오회 헌장 7-2)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에서 더 엄격하게 가난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그리스도의 풍요로움을 나누기 원한다면 그분의 가난을 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카르투시오회 헌장 3-3)
방송 중에 카메라에 잡힌 구멍이 난 양말과 테이프로 붙인 밀짚모자를 보면 수사들의 삶이 얼마나 청빈한지 알 수 있다. 한 외국인 수사는 산책 중에 모든 한국인이 이렇게 모두 아껴서 생활한다면 소비가 안되어서 국가 디폴트가 날것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내 구두는 35년 됐어. 모든 사람들이 카르투시오 수도자 같이 살면 한국은 파산할 거야.
소비를 안 하니 공장들도 다 멈출 테고...
예수님을 따라 가난하게 산다는 것
그분과 모든 것을 함께 나누는 것
말없이 그분께 머물러 있는 것
빛 속에 이르는 길이다.
가난은 우리를 비우고 겸손하고 초연케 하며
기도 중에 하느님을 점점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
‘사람의 아들(예수님)은 머리 둘 곳조차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가난과 단순성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카르투시오회 헌장 28-5)
<두봉 주교님과 자유 토론>
‘성녀 마더 데레사는 우리가 가난한 이들을 실제로 이해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도 가난한 이들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우리가 불필요한 욕망들을 극복하고 거기에서 해방되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되고 가난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드봉 주교님 : ‘네, 세상이 그렇지요. 물질적인 가난보다 우선 정신적인 가난,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거든요. 그것을 배웠다고 하니까 고마워요.’
‘의지적으로 수용된 가난일수록 더욱 더 하느님께 받아들여진다. 찬양할만한 것은 궁핍이 아니라, 세상의 재물에 대한 자유로운 포기이다.
(카르투시오회 헌장 28-10)
<신부님과 한국어 시간>
‘처음에 저 같은 경우에도 쌀밥을 그냥 먹을 때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바나나를 먹었어요. 밥을 반 정도 먹었을 때 바나나를 먹었더니 바나나가 어땠는지 알아요? 짜, 바나나가 짜다고 막 웃었어요. 그렇게 두 세 숟가락 더 먹었어요. 그랬더니 짠맛이 조금씩 없어졌어요. 맨밥이랑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바나나랑 같이 먹는데도 그리고 바나나에 자꾸만 제가 의지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아예 바나나를 먹지 않았어요. 그냥 밥만 먹는 게 더 편해요. 정신적으로도 더 편하고 육체적으로도 더 편하고 실제적으로도 더 편하고 그래서 그냥 완벽하게 끊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지만 어찌 보면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기뻐요. 지금은 껴안을 수 있어요. 금식과 타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런데 아마 북한에서 인구가 대부분으로 선택할 여지가 전혀 없어요. 그래서 그들이 맨쌀밥이라도 있으면 아주 행복해 할 것입니다.’
‘맞아요. 기도하세요? 북한 사람들을 위해서’
‘네, 제 기도에 온 세상을 포함합니다.’
‘아버지 당신께서 가난한 이들을 특별히 사랑하심을 성자께서 드러내 보여주셨으니 천국에서 당신을 직접 바라뵙는 행복에 이르도록 저희로 하여금 가난의 정신으로 그분을 따르게 도와주소서. 성령의 일치 안에서 성부와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가난은 우리를 비우고 겸손하고 초연케하며 기도 중에 하느님을 더 깊게 이해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