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이 생전 자신의 공덕을 닦는 의식인 ‘생전예수재’를 전통방식(동참자가 철야정진을 할 수 있도록 야간 재로 봉행하는 것)으로 재현했다.
천태종(총무원장 문덕 스님)은 10월 1일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단양 구인사 설법보전과 앞마당에서 천태종생전예수재보존회 스님들과 불자 등 사부대중 2,000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천태종 생전예수재’를 봉행했다.
영산재ㆍ수륙재와 함께 불교 3대 재의식 중 하나인 생전예수재는 49재 등의 천도재와 달리 본인 및 가족이 살아있을 당시에 죽은 뒤 지내게 될 재를 미리 치르는 재의식이다. 명부의 시왕을 초청해 예참하는 게 예수재의 핵심이며, 명부에 진 빚을 물적 빚(금ㆍ은전)과 정신적 빚(경전)으로 나누어 갚은 후 의례에 따라 의식승이 범패ㆍ의식무 등으로 의례를 진행하게 된다.
천태종은 1970년대부터 범음ㆍ범패ㆍ장엄을 중심으로 불교 전통의 재의식을 재현해 왔고, 80년대 이후 윤달이 드는 해마다 5~7일 동안 신도들이 철야정진하며 동참하는 영산재와 수룍재ㆍ생전예수재를 봉행했다. 생전예수재의 경우 2000년대부터 구인사 조사전 건립을 계기로 동참자 모두 불편함 없이 철야정진 할 수 있도록 전통 방식 그대로 야간 재로 봉행해 오고 있다.
이후 종단의 적극적인 지원에 의례연구소를 설립해 한국불교 전통적인 재 의식을 발굴해 현시대에 부합하도록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원형 모습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날 생전예수재 중 총무원장 문덕 스님은 법문을 통해 “천태종은 한국불교 고유의 전통의례인 생전예수재를 온전히 계승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권수근ㆍ호봉ㆍ박송암 스님,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신 춘광 스님 등이 후학을 양성하며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쳐 종단 의식발전을 위해 부단히 정진해 오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덕 스님은 “오늘 설행되는 생전예수재가 이 땅에 평화와 화해 그리고 민족의 통일과 번영을 가져오는 무량대복의 기틀이 되길 간절히 염원한다.”면서 “동참하시는 모든 불자님들이 구경성불의 만다라화를 피우시길 축원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날 생전예수재는 △조전이운작법 △건립작법 △사자단작법 △증명단영청작법 △명부단영처작법 △헌공작법 △고사판관단작법 △시식작법 △회향작법 △회향사 등으로 진행됐다.
생전예수재가 모둔 끝난 후 교무부장 경혜 스님은 회향사를 통해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불자님들 덕분에 행사가 원만히 끝난 것 같다. 모든 불자님들의 가정에 부처님의 가피가 내리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천태종은 1967년 당대 불교의식의 거장이었던 권수근(權守根) 스님을 구인사로 초빙, 범패와 불교의식의 전반에 대해 전수 받은 바 있다. 권수근 스님은 구인사에서 상주하면서 춘광 스님 등에게 각종 불교의식을 전수했고, 천태종은 범음범패보존회를 통해 전승의 맥을 이어왔다. 현재는 천태종 생전예수재보존회를 중심으로 생전예수재 시연과 학술대회, 생전예수재 지화장엄전시회(석용 스님)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오고 있다.
이날 천태종생전예수재보존회 소속 어산스님들이 봉행한 생전예수재의 순서와 담긴 의미는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