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식 국과수 원장 "아직도 유병언이 살아있다고 믿으시나요?" / 2018.11. 27.
"혹시 아직도 유병언이 살아있다고 믿는 분이 계신가요?"
최영식 국립과학수사연구소(행정안전부 산하)원장이 미소를 지으며 취재진에게 물었다.
최 원장은 27일 강원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과수 정책설명회'에서 "기사를 쓸 때 용어를 잘 써야 한다"면서 "맨 처음에 (유병언의)백골 시신이 발견됐다고 알려졌다. 상식적으로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백골이 될 수가 없다. 부검을 했던 사람으로서 이야기 하자면 부분적으로 목 등이 백골화 되어가고 있는 시신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_ 최영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27일 강원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책설명회에서 취재진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 News1
최 원장은 201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월호' 관련 '유병언 변사사건'을 부검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최 원장은 비교적 상세하게 2014년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순천에서 한 분이 변사자를 발견했다는 신고를 했고, 경찰 1명이 가서 사진을 찍고 했다. 제대로 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사람도 쉽지 않은데 경찰이 현장에서 감식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 원장은 "지역 병원의 한 공의(일반 의사)가 해부를 했고, 그 샘플이 원주 국과수로 왔다. 나를 비롯해 연구원들이 깜짝 놀랐다. 유병언과 정확히 매치가 돼서 우리 직원들이 더 놀랐다"고 돌아봤다.
최 원장은 또 "순천에서 서울로 시신을 가져왔고, 다양한 장비를 통해 CT 등을 촬영했다. 국과수에는 치아 부분으로 시신을 확인하는 전문가들이 3명 있었고, 세부 검진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부검 당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당시 (유병언의)구원파에서 믿지 못하겠다고 9명이 와서 봤는데, 여러 증거를 들이 밀어도 믿지 않더라. 결국 마지막에 머리만 맞다고 인정했다"고 웃었다.
_ 최영식 행정안전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이 2일 강원 원주시 국과수 본원 부지 내에서 열린 국과수 법의학센터 개청식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2018.11.2.
최 원장은 "지금까지 5000구 이상의 시신을 해부했는데, (유병언의 경우) 시신이 정상적으로 부패된 것이 아니고, 구더기가 맹렬하게 갉아 먹은 것이었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1955년 3월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발족(내무부 소속기관)되면서 처음 창설됐다. 이어 1993년 3월부터 2005년까지 지방분소가 개소됐다. 부산(1993), 전남 장성(1997), 대전(2000), 원주 문막(2005)에 차례로 생겼다.
2006년 1월1일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된 국과수는 2010년 8월1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승격했고, 2013년 11월18일 현재 본원이 강원 원주로 이전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현재 원주 본원을 포함해 전국에 6곳(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이 있다.
지난 2일 해부를 전담할 수 있는 국과수 법의학센터가 강원 원주시 국과수 본원 부지 내에 개청하면서 더 정밀한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국과수는 단순 해부나 DNA 분석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첨단 감정기법 개발 등에도 집중하고 있다. 실제 '디지털분석과'에서는 11월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위조지폐를 원격 감정·수사정보 시스템을 정식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병역판정 약물검사(법독성학과), 지능형 음주 범죄(법화학과), 실종자 수색수사(법유전자과), 거짓말 탐지 장비 등 한국형 심리생기검사 장비 개발(법심리과)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
최영식 원장은 "빠르게 지능화 되고 있는 범죄환경에서 신속·정확한 감정을 통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세계 법과학 시장에서 선도 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라며 "세계 일류 감정기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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