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눈의 하꼬
김 영 숙
어느 날, 하꼬가 선물처럼 우리 집에 왔다. 비숑 프리제인 흰색 강아지는 애교가 많고 사람을 잘 따른다. 장난친다고 거실을 뛰어가면 공격하는 자세로 엉덩이를 들고 얼굴을 아래로 해서 짖는다. 그러다 나를 쳐다보는 녀석의 눈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비숑 프리제(Bichon Frise)는 프랑스와 벨기에가 원산지로 인형 같은 외모가 특징이다. 크기는 오십 센티미터 정도이며, 하얀색 솜사탕 같은 털은 웨이브로 동글동글하게 자라고 잘 빠지지 않는다. 독립심이 강하며 세심하고 친밀하다. 명랑한 성격은 물론 작고 단단한 외관을 가졌다. 특히 우수에 젖은 동그란 눈은 쳐다보기만 해도 사랑에 빠지게 하는 스타일이다.
처음 만났을 때는 약간 설렘도 있었고 비싼 강아지와 함께 생활을 해본다는 것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른 나를 따라다니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기특했다. 심심할 땐 말동무도 되어주면서 즐거움을 주었다.
두어 달 지나자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따라다니니 부담스러웠다. 끼니때마다 사료를 챙겨주는 것도 그렇고 대, 소변 때문에 신경을 쓰게 되니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문을 열면 강아지가 앉아 있어 깜짝 놀라 헉!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많았다.
하꼬는 친구가 키우던 강아지였다. 애들 교육 때문에 충청도로 이사하면서 집이 너무 작아 데리고 갈 수 없다고 했다. 형편이 되면 다시 데리러 온다 하고 맡기고 간 것이다. 친구 아들은 8살인데 개와 헤어지기 싫어 우리 집 현관 앞에서 펑펑 울었다. 강아지는 슬픈 눈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아이는 한참 동안 울다가 포기하고 하꼬랑 헤어졌다. 아이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니 괜히 내가 눈물이 났다.
친구는 개를 키우자는 아들 성화에 못 이겨 암컷인 하꼬를 150만에 사 왔다고 한다. 암컷을 산 이유는 새끼를 낳으면 판매도 하고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때문이었다. 그렇게 인연이 되었으나 1년도 못 되어 헤어지게 되었다.
어느 날 거실에서 하꼬가 그만 일을 내고 말았다. 대변 패드에 변을 보지 않고 소파 위에 일을 치른 것이다. 온 식구가 난리 났다. 며느리는 교육을 한다며 종이 회초리로 큰소리로 야단을 쳤다. 우리말을 알아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다음 날부터 밖으로 산책을 데리고 나갔다. 정원에 들어가더니 냄새를 맡으면서 변을 보았다. 조금 있다 또 다른 곳에서도 그랬다. 매일 반복해서 산책시키는 일도 귀찮은 일이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산책을 하러 나가야 했다. 내가 힘들어하니 남편이 강아지 산책을 맡게 되었다. 한 달이 지나니 언제 자기 집에 가느냐고 남편이 물었다. 주인한테 연락해보니 내년에 데리고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내년 3월까지 동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식구들은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맡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동고동락을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불편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강아지가 불쌍하다. 좋아하는 주인과 함께였다면 사랑받고 지낼 텐데 생각하니 측은해졌다. 하꼬는 오늘도 슬픈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운다. 공원에는 요즘 부쩍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어떤 사람은 유모차에 아기 대신강아지를 태우고 다니기도 하고, 등산할 때 띠로 안고 다니는 이도 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다만 어릴 때는 귀여워서 기르다가 힘들어지면 내다 버리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반려동물은 장난감이 아니라 생명이 있는 동물인데도 불구하고 싫증나면 버려지니 안타까운 일이다.
집으로 들어가니 하꼬가 반갑다고 펄쩍 뛴다. 외출할 동안 나를 기다린 모양이다. 손에 든 물건들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얼른 안아서 토닥토닥해준다. 새근새근 숨소리가 다 들린다. 가만히 눈을 들여다본다. 동그란 눈이 호수처럼 깊고 맑다. 이런 게 사랑일까?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니 헤어질 때는 친구의 아이처럼 나도 슬퍼지지 않을까 싶다. 슬픈 눈을 가진 하꼬와 오랫동안 눈을 맞춘다.
첫댓글 이렇게 최종정리하겠습니다. 영숙님이 쓴 글과 비교하면서 어떤 게 빠졌고 어떻게 구도가 바뀌었는지 자세하게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글이 늘게 됩니다. 비문인 문장들과 조사가 생략된 것, 중복되는 말들 이런 것들을 빨리 고쳐야할 것입니다. 다음 작품 쓰시면 되겠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김영식 선생님께서 글을 명작으로 만드셨네요
주제도 좋고 글의 완성도가 높아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영숙님 글솜씨가 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