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봄날, 당일치기 춘천 여행 이야기이다. 춘천은 음식 먹기, 경치 즐기기, 휴식하며 멍때리기, 볼거리 찾아다니기, 그리고 다시 먹기로 돌아가 반복할 수 있는 곳이다.
춘천에서 유명한 닭갈비집을 수소문하여 찾아온 곳은 '통나무집 닭갈비'이다. 번호표를 뽑았는데 50번이다. 기대감으로 감수하기로 했다. '통나무집 닭갈비'는 철판과 숯불 닭갈비집으로 나뉜다. 내가 방문한 곳은 아래의 원조 통나무집은 철판 닭갈비집이다.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봄의 꽃인 진달래와 철쭉이 어우러져 있는 장독대 주변을 거닐었다. 분홍색이 좋은지, 주홍색이 좋은지는 순전히 취향이 아니겠는가. 뭐가 더 좋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우열을 가리고, 나래비를 세우려고 끊임없이 기준을 만든다.
드뎌 식당에 입장했다. 닭갈비 먹은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배우자가 닭을 안 먹기 때문이었다. 하긴 세상에 먹을 것도 많은데, 꼭 닭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 나도 거의 안 먹었드랬다. 그래서 닭을 먹는 지인과 춘천을 방문한 김에 오랜만에 닭을 먹기로 한 것이다.
냄새가 좋다. 요리를 해 주시는 분 왈, 닭은 완전히 익혀서 먹어야 하므로, 일단은 고구마와 야채를 먼으라고 한다. 이후 그분이 닭을 먹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먹기 시작했다.
닭갈비를 먹고 난 후의 볶음밥이다. 사실 이곳에서 감자전이나 막국수로 먹어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항상 억울한 것은 더 먹고 싶어도 배가 불러 멈춰야 한다는 사실이다. 1인분에 11,000원이고 볶음밥 2,000원을 합해 2인이 먹으면 24,000원이다.
통나무집 닭갈비를 먹으면 그 뒤쪽에 위치한 Cafe Sosorok의 음료 30% 할인을 받는다. 그런데 오늘은 소양강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과감히 할인을 포기하고 건너편으로 건너갔다.
'통나무집 닭갈비' 옆으로 'CAFE 789'가 길가에 있다. 아래 건물도 예뻤으나, 우리의 목적지는 길 건너였다.
아래 사진의 왼쪽 길가에서 '통나무집 닭갈비'를 먹고, 길을 건너 오른쪽 'Earth 17' 카페로 향했다. 그 오른쪽이 소양강이기 때문이었다.
'소양강 바라보며 멍때리기'에는 '어스17' 카페가 적격이다.
좌석은 내부에도 있고, 야외에도 있고, 내부와 야외의 중간 지점의 테라스에도 있고, 2층에도 널찍이 마련되어 있다.
배부르게 닭갈비를 먹고 커피를 주문한 후, 우선 바깥으로 나와 둘러보기 시작한다. 잔디위에 의자들이 2개씩 나란히 놓여 있고, 그 앞으로 소양강이 흐른다.
소양강 쪽에서 바라본 '어스17'이다. 플라스틱 음료수 박스가 커피를 올려 놓는 테이블 역할을 한다. 바닥의 잔디는 자세히 보니 인조 잔디인데, 오히려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자칫 벌레들이 많을 수 있는 것을 방지해 주기 때문이다.
2층으로 올라가 보자. Music Hall 음악감상실이라고 적혀 있어 궁금증을 자아냈다. 'No Kid Zone'이다.
올라오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좌석은 한 쪽 방향, 즉 소양강을 바라보는 곳으로 향해 있다. 끝에 커다른 스피커와 앰프, 그리고 내부에 왕왕 울리는 사운드에서 음악감상실이구나 했다.
음악감상실 답게 한 켠에 LP판이 수두룩하게 꽂혀 있고, DJ실이 있다.
여기에서 큰 사운드로 음악을 들으며 소양강도 보고, 푸르른 녹원도 즐기면서 룰루랄라 하면 된다. 책을 읽어도 된다. 공부를 해도 되고, 일을 해도 될 듯한 분위기였다.
대화하고 싶으면 1층으로 내려가라는 문구가 써 있다^^
음악감상실에서 바라본 아래층과 소양강이다. 요즘은 뭐 할 때마다 힐링, 힐링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힐링을 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겼을까. 수십년 전에는 토요일에도 출근을 했고, 일요일에도 출근하기도 했다. 이제 주 4일 근무체제가 일반화 될 것 같기도 하다. 소득이 늘어나고, 복지가 늘어나고, 세금이 늘어나고, 그래도 여전히 수십년 전 금액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소양강에서 잠시 자연을 느끼며 휴식을 취한 후에, 1시간의 드라이브를 하여 아래 달아실, 달의 계곡에 도착했다. 이곳은 산 속이다. 오는 길도 구불구불 국도를 따라 들어왔다. 아래 달아실 박물관 앞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은 작가 지용호의 <광부상>(2017)이다.
이곳의 역사를 잠시 뒤짚어보자. 1974년 대일광업은 춘천 연옥(백옥) 광산을 6개 광구로 개발했다. 이곳은 옥 광산이었던 곳이다. 420만평의 넓이에 약 30만톤의 풍부한 매장량을 지닌 곳으로 수십년간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지금은 폐광되었고, 그 자리에 박물관과 식당, 카페테리아 등의 휴양지로 탈바꿈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태권브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동 박물관에 내가 방문한 4월의 어느날 문을 안 열었다... 그래서 내부 관람은 하지 못했다. 여행은 사전 조사가 필요하지만, 모든 것을 계획대로 할 수 없다. 차질이 생기면 Plan B로 가야 한다. 다행히 주변은 먹을 거리와 산책할 곳들이 산재해 있어 내부 관람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달아실'이라고 했을 때는 무엇인지 몰랐는데, 영어로 'Moon Valley, 달의 계곡'이다. 과거 조각가 권진규 미술관이었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피규어 박물관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 건물을 포함, 주변 야외에 빈티지 자동차들과 세계 각국 탈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옥광산으로 돈을 벌어들여 차들을 구입하는 취미를 가진 것이 분명하다^^
달아실 박물관 입장에 실패한 우리는 맞은편에 '그림같은 빵집' 건물에 들어가기로 했다.
빵집 정문에 유연한 고양이가 꼬리를 바짝 들고 서 있다. 부럽다. 저렇게 몸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문 양쪽에 각각 1마리씩 두 마리의 고양이 동상이 세워져 있다.
닭갈비 먹고 커피까지 마셨으나, 이미 수다와 산책과 드라이브로 몇 시간이 흘렀으니, 다시 빵을 먹을 수 있다고 자부했다~ 초현실주의 작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패러디로 보였는데, I'm ... the law! 라고 써 있다. "내가 ... 바로 법이다!" 그래 맞아 법도 그때그때 달라. 사람 마음이 그때그때 다른 것처럼, 그래서 계속해서 수정보완이 필요한 거지~
이곳이 과거 권진규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었던 곳이라는 흔적은 아래의 점토 조각으로만 알 수 있었다.
커피와 빵을 시켰다. 버터 덩어리와 팥고물이 들어 있는 앙버터에 또한 버터가 왕창 들어간 패스츄리까지. 먹고 싶은 것을 먹기 위해 운동한다는 것을 나는 절절이 느끼고 있다.
2층 테라스에 재미있는 조각이 한 점 있었다. 작가 백윤기의 청동 조각 <소녀와 강아지>(2001)이다. 앞 쪽에서 봤을 때는 특이점을 보지 못했는데, 옆으로 보니 재미있다.
소녀의 묶은 포니테일, 머리 꼬랑지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가 얼마나 무거울까 하며.
'그림같은 빵집' 옆으로 있는 건물은 본래 식당이었는데 2021년 3월 폐점을 했다고 써 있다. 아마 코로나19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