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선언문]
한국사 국정화 반대 ․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 설치 촉구
교사 선언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불채택, 학교와 국민의 상식이 승리한 결과다.
지난해 교육부는 특혜‧부실 검정을 통해 친일독재 미화, 오류투성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비호해왔다. 하지만 교학사 교과서는 학교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는 학교와 국민의 상식이 승리한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이 불투명해지자, 돌연 집권 여당과 정부는 아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 중심에 당시 여당의 대표였던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있었다. 역사편찬 및 역사연구 관련 정부 주요 기구에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권희영 한국학대학원장, 박효종 방통위원장, 이인호 KBS 이사장 등 뉴라이트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사 국정교과서가 현 정권의 입맛대로 만들어질 것이고 친일독재 미화 교학사 교과서를 능가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정권의 입맛 따라 바뀔 것이다.
문이과통합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의 국정화는 한국사 국정화를 추진하려는 전략적 꼼수에 불과하다. 국정교과서는 시대를 거스르는 퇴행적이고 후진적인 제도이다. 국정화는 학문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특정 세력의 입맛에 맞는 획일적 교육을 강요할 것이며, 학교와 교사의 교육적 자율성을 질식시킬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 북한, 베트남만이 국정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역사교육을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시킬 것이다. 우리는 유신시절과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을 통해 한국사 국정교과서가 독재정권 찬양의 도구로 활용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입맛 따라 교과서가 개정되면서 교사와 학생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우리는 박근혜 정권이 국정화를 추진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대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사 국정화를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친일과 독재의 부끄러운 역사를 반성하는 대신 이를 정당화하고 나아가 미화시킴으로써 영구적인 집권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부정시키고, 반공주의, 국가주의, 성장주의를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친일독재 미화 교육에 맞서 민주시민교육에 앞장설 것이다.
우리는 절대로 학생들에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옹호하는 교육을 할 수 없다. 민주주의를 폄훼하고 인권을 경시하는 내용을 가르칠 수 없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다짐했던 것처럼, 모든 학생들이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민주시민교육에 더욱 매진할 것이다. 한국사 국정화 저지는 이 시대 모든 교사들의 기본적인 책무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을 두려움 없이 실천할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양심적 세력과 굳건하게 연대하여 한국사 국정화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교육과정 개정도 정권 입맛 따라, 이제 그만 멈춰라!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또 전면 개정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2011개정교육과정이 2013년부터 초등 1,2학년 적용을 시작으로 2016년 고3까지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는 와중이다. 우리 교사들은 새 교육과정 적용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교육과정 바꾸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그동안 교사와 학생들은 2007년, 2009년, 2011년의 연이은 교육과정개정으로 혼란과 피로감에 시달려 왔다. 매번 반복되는 교육과정 실패에도 불구하고, 반성도 없이 바꾸기만 하는 교육과정!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전면 개정하는 교육과정! 이제는 멈춰야 한다.
2015 통합형 교육과정, 단언컨대 실패로 귀결될 것
교육부는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겠다고 한다. 고등학교 문·이과 칸막이 교육의 진짜 원인은 고등학교 공통교육과정의 붕괴, 필수이수단위 축소, 수능에서 수학과 탐구영역 분리 선택과 국·영·수 교과 비중 과다이다. 따라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위해서는 필수이수단위의 대폭확대, 국영수 비중 대폭 축소 등 근본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대입에 종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수능 자격고사화 등 획기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고교교육과정이 정상화될 수 있다.
학습부담 늘리는 짜깁기 교육과정 중단하라!
이번 개정시안은 짜깁기 교육과정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일관된 철학 없이 각종 외부 요구를 짜깁기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교육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일방적인 요구, 대통령의 지시를 여과 없이 교육과정에 반영한 것이다. 또한 초등에서 수업시수증가와 안전교과 신설, 통합교과 해체, 한자교육 활성화 등의 계획은 학생들의 학습부담과 교사들의 수업부담만 늘리는 개악이다. 초등 1, 2학년 수업시수증가는 수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준비 안 된 교육과정이 꿈과 끼를 꺾는다.
다른 한편, 중학교 스포츠클럽과 자유학기제를 교육과정에 전면 도입하는 것 또한 섣부른 정책이다. 2016년 전면도입 예정인 자유학기제는 인프라 구축 미흡, 프로그램 구성의 어려움, 진로직업체험활동에 편중된 프로그램 운영, 주당 총 수업시수 증가 등이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고 도입될 중학교 스포츠클럽과 자유학기제의 전면도입은 중학교교육과정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아주 높다.
정권에 독립된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를 설치하라!
한국사 국정화 문제, 교육과정 개정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은 교육부가 교육주체와의 소통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며, 전 국민의 이해의 걸린 사안이다. 더 이상 집권세력의 단기적 이해에 관계에 따라 교육정책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교육부에 독점화 되어 있는 교육과정개정 권한을 사회적 합의기구 성격의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로 위임해야 하며,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는 교육과정 개발, 교과서 발행제도와 개발심의, 대입평가정책기능 등을 함께 갖추어 정권에 독립적인 사회적 합의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14. 9. 25
교사선언 참여자 김정훈 외 8,081명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