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9일 부연동 계곡
아침부터 예보에 없던 비가 내렸다. 여정이 평안하지는 않으리라는 굳은 각오로 시작했다. 비 비 물 물. 물의 날이었다.
맨 앞서 걷다가 문득 뒤돌아보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 마치 효도여행 나온 것 같은 면면들. 우리가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아이들 눈으로 볼 땐 할아부지 할무니로 보이지 않겠는가.
효도관광 온 어르신들을 잘 모셔야 하거늘 그날 여행은 지나치게 빡셌다고 하겠다. ‘노인학대의 날’이었다.
8월 2일 경포 야유회
경매장면. 사진으로 보기엔 죄다 웃고 있어 즐거워 보이지만 저 웃음 뒤에는 물욕을 향한 처절한 전쟁이 있었다.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본 날이었다. 그러고 보면 사진은 죄다 구라다. 그 담주 울트라바우길에서도 모두들 힘들어서 고통스러워 했었다는데 사진은 전부다 이쁜 표정한 것들만 올라 왔다.
여름 바캉스의 절정인 그 주말이었다. 경포 해변을 지날 때 혹 비키니 여인들을 구경할 수 있을까 기대했건만 예년에 비해 관광객 수도 훨 적고 어째 좀 시들한 모양새였다. 음 좋지 않군. 그나마 송림에서의 식사시간이 나름 풍요로웠다.
8월 4일 심스테파노길
올해 가장 무더웠던 날. 날도 뜨겁고 분위기도 끈적끈적했다.
2014년 영화 <인간중독>에서 송승헌이 도대체 여자들을 모아서 뭘 한 거야? 하며 춤 선생 유해진을 나무라자 유해진이 대사를 읊는다.
- 월요일 아침이니까요. 월요일은 모든 사람들이 새로 시작하잖아요. 남편은 직장에 애들은 학교에... 근데 여자들은 똑같거든요. 쓸쓸해요. 자기만 버려진 것 같고.
그리고 여기 모여 춤을 춥니다. 왈츠를... 일상을 잊어버리는 거죠...
그날은 화요일이었다. 버려진 사람, 쓸쓸한 아주머니들이 나들이를 나왔다. 총각들을 꼬여내 짝을 맞춰서는.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난 그날을 ‘불화’라 명명한다. ‘불타는 화요일’이요 ‘가정의 불화’
그러는 사이 맹렬하게 불타던 여름이 지나갔다. 하늘은 파랗게 높아지고 있었다.
8월 9일 아침가리
간단없이 계곡에 밀려드는 사람들. 이건 내 스타일 아니야. 인파만 아니라면 이곳은 참말 명승지였다. ‘아침가리’가 왜 그토록 유명세를 타는지 알겠더라.
첫댓글 사춘기 소년의 뾰족한 심사가 묻어나는 듯한 글이지만 사진속에는 명주행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 있네요. ㅎ~~
다음 사진도 어여 올려주세요.^^
넵 애정이 담뿍...
근데 카페 게시판의 사진들이 죄다 세로로 길게 왜곡돼 있는지요? 제 컴퓨터만 그런건지...
쉬다 오시더니 다발장전 하셨나봐요 ??
톡톡 쏴주시니 오신걸 실감 하겠어요 ㅋㅋ^^
글고 ..불쌍한 총각 둘의 하루를 구제 했더니.. ㅉㅉ..
건 그렇고..
벌써 가을이 조금씩 다가 오네여
변화는 느린것 같지만 확실하고 철저하네요
올해도 어김없이 ...
글고.. 나중에 올리는거 나쁘지 않아요~
다시 돌아가 봅니다 ^^
떠나려는 여름을 잠시 더 붙잡아두고 싱그런 계곡수에 온몽 던져 이몸에 범벅된 땀을 씻어냅니다~ 시원시원~
사진과 글 잘보고 갑니다
숲에서님 글솜씨는 과히.....ㅎㅎㅎㅎ 최고에요.ㅎㅎ 중독된 일인임다.
나쁜 길에 좋은 사람들을 약간어거지(?) 로 끼어 맞춘티는 나지만. ㅎㅎ
좋은 사람들과 다닌 마음을 반어적으로 해석해서 읽었슴다.
함께한 도보들을 두루 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