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런 하고 싶었는데, 전날까지 정신없는 한주를 보내서(회사가 잘못했습니다)—수면 보충 후 오후 2시반 정도에 방문했습니다.
명찰 만드는 모습을 본 반려인이 왠지 귀여워했습니다. 하긴, 별명이 적힌 이름표 참 오랜만이네요.
늦게 도착해서 마음을 비웠어요. 여러 데스크컨펌글에서 눈여겨봤던 만년필들은 역시나 이미 인연을 찾아 떠난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두시간 정도 알차게 즐겁게 둘러보고 왔습니다. 아침부터 부스 준비하셨던 분들 피곤하셨을텐데—너무나 친절하게 맞이+상담+설명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빈티지 필기구에 관심이 많다보니 특히 아래 부스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가나다순).
1. 룰루님 부스에서 처음 빈티지 쉐퍼 레버 필러를 작동해보았습니다. 레버를 배럴에 수직으로 세우고 고무 잉크 주머니를 수축시켰을 때의 촉감이 궁금했었는데, 생각보다 절도 있고(?!) 멋졌습니다. 아직은 레버 필러 만년필을 입양할 자신이 없지만—한번 sac 교체하면 잘 관리할 경우 10년 정도 사용할 수도 있다는+만일에 대비해 여분 sac을 여럿 구비하는 게 좋다는 상세한 조언 감사드립니다.
2. 봉새님 부스에서 처음 파이롯트 뮤직닙 & BB보다 굵은 C닙을 시필해보았습니다. 후자는 잉크 테가 참 아름다웠어요.
가장 인상적인 건 봉새님의 필적에 맞게 소장님께서 촉을 다듬으신 만년필이었습니다. 한사람의 필적을 이해하고 오로지 그 감각을 최적화하기 위해 팁을 갈아내는, 비가역적이고 조심스러운 정성이 빚은 만년필. 그런 특별한 만년필을 제가 시필해도 되는 걸까 잠시 망설였습니다. 봉새님 조언대로 필각을 낮춰봤는데. 형언하기 어려운, 매력적인 탄성과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저도 커스텀 닙 만년필을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경도별로 깎아두신 팥죽색의 하이 유니 연필도, 연필심을 길게 연마해주는 빈티지 엘카스코 연필깎이도 기억에 남습니다.
3. 쓰기님 부스에서 빈티지 마스 루모그라프 연필과 빈티지 블랙윙 연필을 시필했습니다. 최근 영풍문고 문구 편집샵 afterglow(애프터글로우)에서 빈티지 연필을 구입하고 관심를 가지게 되었는데, 다양한 빈티지 연필 시필은 처음이었어요. 값진 경험 감사했습니다. 1920년대까지 연필 제작에 주로 사용되던 붉은 삼나무(Red Cedar)가 보호종으로 지정되고 벌목이 금지되어 이제 연필 삼나무(Pencil Cedar)가 주로 사용된다니, 흥미롭습니다. 추천하신 헨리 페트로스키의 <연필> 꼭 읽어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컴퓨터 화면이나 책으로만 접했던 멋진 만년필들 실물을 보게 되어 감동이었습니다. 아끼시는 소장품들 데려오시고, 전시하시고, 다시 데려가시려면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갈텐데. 귀한 시간 마련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포근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저도 처음 다녀왔는데 그냥 그 자리에 다녀온것만으로도 기뻤어요!
분위기도 에너지도 참 좋았죠! 다녀오길 잘한 것 같아요 ☺️
다음 펜쇼에도 부담 없이 오세요. 언제나 환영입니다ㅎㅎ 감사합니다~!
다음 펜쇼도 고대됩니다~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