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금오도 베틀 / 김준태
두모리 직포 해송림으로 밤 마중 가면
까막눈이 까매진다
손을 맞잡고
체온의 윤곽선을 느낀다
먹줄 놓은 수평선 멀리 밀어 두고
너울과 파랑은 큰 자라 등이 업고 간다
물색흔 어지러운 물그림자 빈집으로
물새들이 불어온다
어린이 비치는
만선의 적요
모래 발자국은 물성을 기울인다
빈 배는 용골을 들어 항로를 고친다
격정을 밀고 온 등고선을 주머니에 넣고
격랑과 너울은 서랍에 두고
모래의 전생을 두드리는 소리
모래알 통각을 만져본다
은빛 파랑 볏밥 위로
달빛 베틀이 씨실 날실 엮는다
열도를 바투 죈 밧줄이
가파른 생활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수상] 썰물 / 노수옥
썰물이 빠지면 출근이고
밀물 들면 퇴근이다
내 어머니는 이 두 개의 시차를 모시고 살았다
좋은 때도 아쉬운 때도
모두 물때에 있었지만, 그 물때가
모든 때를 가져갔다
그렇게 달의 시간표를 줄줄 외고 있었지만
달을 타고 섬 밖으로 여행 한 번 못 갔다
어느 섬에 자생하는 문주란은
꼭 썰물을 빌려 씨앗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이 좁은 섬에 살지 말고 더 크고 넓은
육지를 찾아가라는 뜻이라고 한다
내 어머니도 틈만 나면
나더러 썰물을 따르라 했다
작은 돌을 들추면 흩어지는 칠게 말고
그 돌에 다닥다닥 붙는 따개비들 더더욱 말고
물때를 놓치지 말고 쓸려나가
큰 육지가 되라고 했지만
육지의 시간차란
상현달도 하현달도 만들지 못했다
어느 물길이든 터놓으면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
고집 센 물길을 달래 내 몸으로 튼다
이내 말랐던 뻘밭에 밀물이 들고
썰물 빠져나간다
내 어머니의 낡고 늙은 어구를 챙기면
쓸만한 물때의 시간 차가
나를 들뜨게 한다
[가작] 파도를 수선하는 섬 / 김정희
엉킨 파도를 잇고 푸는
사람의 손에선 잔잔한 물결이 묻어있거나
말끔하게 수선된 파도 소리가 난다
파도는 물의 기분이지만
사나워지면 물의 감정이 된다
어설픈 어부의 시절엔
헐렁한 파도 속을 몇 번 빠져나온
경험이 있지만
그물의 방식에는 건져 올려지는 것들과
빠져나가야 할 간격 들이 있다
어선이나 어부들에겐 거센 파도지만
고래와 물고기들에겐
파닥이는 넓은 숨인 것처럼
밤하늘 반짝이는 은하수도 어쩌면
누군가 우주로 던져 놓은 그물이 아닐까 싶다
그물의 좁은 간격으로 작은 물고기를
넓은 간격으론 큰 물고기를 잡아들이는
어부는 이미 뼈마디 굳은
파도의 간격에 익숙해져 있다
잔잔한 바다에선 윤슬의 매듭으로
파도를 수선하는 섬이 있다
오동도나 거문도에
저 촘촘한 별 무리의 그늘을 던져 놓으면
해 뜨는 아침과 해지는 저녁이
파닥거림 걸려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