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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tion’
영어의 이 단어는 어떤 position(상태, 상황, 위치)에서 다른 position으로
옮겨감, 전환, 환승 (Trans)을 의미한다.
그런데 옮겨 갈 때는 한번 폭풍우가 몰아친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는 장마를 거쳐야 하고
여름에서 가을로 갈 때도 마찬가지다.
세찬 비가 한번 온 후에는 대기가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다.
어디 계절뿐일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성장통도 있고, 사춘기도 있고 또한 나이가 들었음을 의미하는 갱년기라는 폭풍이 있다.
비행기 환승도 마찬가지다. 비행기 한번 바꾸어 타려면 진이 다 빠진다.
터미널도 확인해야 하고 어떤 때는 옆 공항으로 전차나 버스를 타고 이동도 해야 한다.
보안 검색도 새롭게 받아야 될 때도 있다.
평안하고 변화 없던 조용한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에너지의 이동과 교환이 발생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비로서 다른 상태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갑자기 일어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보이지 않게 코딩 되어 있는 내부프로그램이 작동하게 된다.
그리고 상태가 어떤 임계점을 넘게 되면 그 때부터 화산처럼 분출을 시작한다.
이런 현상은 자연의 모든 과정, 사람의 삶, 인간 관계, 조직 등 전 분야에 작동된다.
슬기롭게 전환의 과정을 견뎌낸다면, 한층 성숙된 실체가 될 수 있다.
이즈음의 길목, 그래서 봄은 그냥 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쩌면 이선희의 ‘한바탕 웃음’처럼, ‘한바탕 눈’이나 비를 겪은 후에야
비로서 우리가 애타게 기다리는 따스한 봄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봄의 불청객인 ‘황사’ 일지도..
사람이 가장 불안할 때는 눈앞이 캄캄해서 보이지 않을 때라고 한다.
시각, 그리고 미래 등.
그런데 0%의 불확실성도 없이 ‘봄이 온다는 사실’ 아래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한 기다림인가?
그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있기 때문에
그 다음 꿈을 꿀 수 있는 것이다. 서울 둘레길 100인 원정대든, 평화 누리길 답사 등
이런 “잡스러운” 생각을 하며 걷던 어제였다.
그리고 난 현재 튜닝 중이다.
이것은 마치 매일 집에서 샤워는 하지만 가끔씩은 대중탕에서 뜨거운 물로
지지면서 목욕을 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차도 마찬가지다. 얼마 정도 되면 튜닝이 필요하다.
시간이 갈수록 4개, 6개, 8개의 점화 플러그들의 폭발 타이밍에 변형이 생긴다.
그러면 바퀴에 힘이 제대로 전달 될 수 없다.
그리고 튜닝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제 각각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걷기, 일 뒤의 오래간만의 휴식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게는
고속도로에서 엑셀 한번 밟아서 차의 성능 한번 확인해보기 차원이 아닌가 싶다.
이왕 시작한 김에 또 한번 튜닝하자는 차원에서
지난 사흘 전 “마트 가는 길”에 이어 두 번째 탐방 길을 나섰다.
코스
사흘 전 길나섬을 통해, 서울의 정서에 가까운 가양에서 출발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남서쪽으로 훑으면서 서울의 정남에 가까운 양재까지 도착했다.
환형 구조인 서울 둘레길을 그냥 길 따라 걷는 것도 재미 있지만
전체 모양에 의미를 부여하여 걷는 것도 더욱 흥미롭게 한다.
일례로 서울 둘레길을 불교의 윤회사상처럼 계속 빙글빙글 도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마치 탑돌이 하듯이 계속 빙글빙글…
그리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순례자는 가리비 껍대기를 지니게 되는데
가리비의 무늬는 모두 하나의 점으로 모이고 있다.
그 점은 다름 아닌 산티아고 디 콤포스텔라 성당이다.
이와 마찬 가지로,
서울 둘레길을 어딘가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는 방식으로 생각해도 좋을 듯싶다.
예를 들면 가양에서 출발해서, 하나는 시계 방향으로
또 다른 하나는 반 시계 방향으로 진행하여 하나의 점에 모이는 방식.
출발 포인트는 사람마다 달리 설정할 수 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코스별로 서울 둘레길의 순방향과 역방향 모두를 경험할 수 있다.
나는 왠지 이 방식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 수렴되는 포인트를 “창포원”으로 생각한다.^^
왜냐면 완주 인증서를 받는 곳이며 또한 본부 격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려한 북한산과 수락산이 가장 지근 거리에서 만나는 포인트이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작년 11월 서울 둘레길 3주년 기념식도 역시 창포원 뒷마당에서 진행이 되었다..
그래서 두 번째 코스는
서울의 남동쪽에서 출발하여 계속 반 시계 방향으로 진행하여
동쪽으로 훑고 가는 길로 결정했다.
창포원으로 향하는 동쪽 편 길.
이 길은 서울 둘레길 3코스, 2코스 그리고 1코스 등으로 이루어진 길이다.
그런데 이 길은 강원도 정동진 급은 아니지만
서울 둘레길 중 해를 가장 일찍 볼 수 있는 지역들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서울에서 가장 뜨는 해를 가장 일찍 볼 수 있는 “장소”는
아마도 서울에서 가장 높은 백운대 또는 그 근처
그리고 인공물인 남산 타워, 롯데 월드 타워가 아닌가 싶지만
우리의 주 관심사인 둘레길 차원에서는 동편에 있는 코스가 그 후보 군이다.
그래서 이 코스의 표제는
강화도의 “낙조 보러 가는 길”과 유사하게
“해 뜨는 것 보러 가는 길” 즉 “일출 보러 가는 길”로 나름 정했다.
구체적으로 “일출 보러 가는 길”은
수서 전철역 부근인 대모산 입구에서 출발하여
서울 둘레의 3코스인 “고덕-일자산”과 2코스인 “용마-아차산”를 거쳐
1코스 중 하나인 불암산 구간을 통과하여 당고개역까지 이르는 코스이다.
서울 둘레길 거리 참조표에 의하면
이 코스의 총 길이는 45.8 km로 약 46km 정도이다.
마무리 지점인 창포원까지 포함시키는 것도 생각해보았는데,
북한산 둘레길을 포함한 시계 방향의 코스를 마무리 포인트로 두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클라이막스는 딱 하나면 족하다.
그리고 또 가까운 미래에 창포원에 가게 되지 않을까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의 워킹 시간표에 의하면
수서역 출발 시에는 해가 뜨지 않아 어둠 속을 걷게 되겠지만
일자산, 고덕산에 도착 할 때 즈음이면
하남 남쪽의 산들 부근에서 해돋이 또는 그 전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만일 더 확실한 해돋이를 보고 싶다면
시간에 맞추어서 “일출 보러 가는 길” 에 있는 길 중의 하나인
아차산의 “해맞이 광장”으로 직접 접근을 하면
장엄하게 해가 뜨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투어 개요
서울 둘레길 1코스와 2코스는
야구의 1번 타자, 2번 타자처럼 전체 코스에 대한 table setter 역할을 하며
3코스를 통해 본격적인 중장거리 둘레길 맛을 보여줄 수 있도록 길이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어제의 탐방길에서는
“기본적”인 서울 둘레길 코스 테두리 안에서 두 군데의 변화 포인트를 주었다.
첫째는 아차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서울 둘레길 코스에서는
아차산 안내센터에서 인증 도장을 찍고서
계곡 오른편을 따라 오르다가 본격적으로 계단을 통해서 아차산으로 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등산객들은 이와는 달리 계곡 왼편의 바위를 따라 올라가고 있다.
둘 간의 거리는 엇비슷하며 고구려정 뒤쪽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
난 기존에는 주로 둘레길을 따라 이동하는 방식으로 하였으나
어제는 바위 길을 통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산행 시 계단보다는 아무래도 발이 편하고
또한 둘레길에서는 잘 보이지 않은 고구려정 앞의 수려한 바위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어제는 고구려정 앞 바위 틈새에서 RC 자동차로 경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누가 자그마한 바위들을 잘 넘어가는가 하는 게임인 것 같았다.
또 다른 변화 포인트는 암사 생태 공원이다.
서울 둘레길에서는
고덕산 정상에서 하산하면 수자원공사 건물 입구 바리케이드를 지나게 되고
88도로 입구쯤에서 도로 왼편의 자그마한 언덕을 올라 암사동 방향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
보통 이 언덕 위에서 한강 넘어 구리시와 곡선미 짱인 한강 암사대교를 감상할 수 있는데
특히 유채꽃 피는 5월과 코스모스가 피는 9월에는 정면의 구리 한강시민 공원을 조망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겨울.
한강 넘어 볼 것도 마땅치 않고, 또한 그 뒤로 이어지는 황량한 굴다리를 지나
일반 도로와 횡단보도, 또한 입장하지 않을
서울 암사동 유적지 등에 특이 포인트가 없을 것 같아 코스에 살짝 변형을 주었다.
수자원 공사 앞의 88도 하단에는 건너편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토끼굴이 있다.
그 이후에는 서울 둘레길과 평행하게 한강을 따라 걷고 암사동 한강 접근 지점에서
다시 서울 둘레길을 따라 가면 된다..
둘 간의 거리는 거의 엇비슷하다
이 방식은 암사대교를 포함하여 한강을 훨씬 잘 조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 방식을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암사 생태공원을 통과하게 되어 있다.
암사 생태공원은 한강과 나란하게 좌우로 긴 형태로 되어 있는데
공원의 동쪽으로 입문하여 생태 공원 전체를 관통하여 서쪽으로 출문할 수 있게 된다.
출문하면 바로 서울 둘레길과 만나게 된다.
이 “일출 보러 가는 길”의 장점은 해를 일찍 볼 수 있는 것과 더불어
발바닥에 무리가 가지 않아 오랫동안 걷는 것이 가능한 코스이다.
발바닥은 동일한 자극 보다는 뭔가 변화를 주어야 덜 피곤하다.
이 코스는 평지와 산지가 적절하게 조화롭게 연결되고 있다.
탄천-성내천 등 평지 이후, 야트막한 일자산/고덕산,
그리고 그 이후 다시 한강변 평지, 또한 이와 연결되는 그리 터프 하지 않은 아차산/용마산.
그리고 평지와 다름없는 망우산 하산길, 그 이후에 다시 연결되는 불암산 등
발바닥에 골고루 편안하게 마사지가 되어 비교적 긴 거리로 이동이 가능하다.
나의 워킹은 아침 4시 45분에 수서역을 출발하여
오후 12시55분에 당고개역에 도착하여
전체적으로 8시간 10분 동안 탐방하였고, 총 10개의 스탬프 도장을 얻었다.
거리상으로는 서울 둘레길 전체 구간 157km 중 45.8km로 약 29%에 해당되며,
스탬프 측면에서는 전체 28개 스탬프 중 약 36%에 해당되는 스탬프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구간 역시 가성비가 조금 높은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지난 수요일에 이어 이 코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구간은
가성비가 높지 않은 구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왜냐면 북한산 둘레길 때문이다.
그 구간은 서울 둘레길 이전에 설계된 구간이며
또한 북한산에는 시설물 설치가 자유롭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고 유추해본다.
워킹은 매우 편하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설날에 떡국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걷는 내내 시장하지 않아서, 아침 식사 없이 간단한 중간 간식 한번으로
전체 구간을 근근하게 걸을 수 있었다.
떡국은 쌀을 응축 시킨 것,
역시 밥이던 떡이던 쌀에는 에너지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날씨가 조금 서늘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탐방인을 볼 수 있었다.
그 둘 중에는 설날 이후 아마도 먹은 것을 소화 시키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한 설 때문에 친지 집에 방문하였다가 영화관 대신
근처의 둘레길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특히 역시나 로얄 코스 중 하나인 불암산 구간에는
여러 가족 탐방인들을 볼 수 있었는데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날씨
청아한 날씨이지만, 조금 쌀쌀한 날씨였다.
잠실에서 새벽 출발 당시 서울 영하 5도, 체감온도 영하 10도였는데
해가 뜨기 전까지는 계속 기온이 하강하므로 최저점은 얼마인지 모르겠다.
지난 수요일에 너무 헐렁하게 입고 온 것 같아
날씨가 서늘한 만큼 복장을 너무 빨리 경량화하지는 말자고 다짐하여
보통의 강화 나들길 복장을 유지하였다.
탐방 환경
이 구간 역시 지난 수요일의 “마트 가는 길”과 유사하게
잔설이나 땅이 얼어 있는 구간은 극히 적었다.
일자산, 고덕산은 특히 계곡도 거의 없는 산이기 때문에
계곡의 얼어 붙은 물도 볼 수 없었다. 물이라면 약수터 부근 정도일까?
불암산은 사실 계곡이 많은 산인데
겨울 가뭄 때문에 거의 물을 볼 수 없었고
다만 몇 군데의 계곡에는 얼음이 얼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길은 전반적으로 정말 평탄하였고, 낙엽의 바스라짐으로 인하여 뽀얀 먼지만 일었다.
그래도 한군데 정도 미끈덩 구간을 꼽으라면
당고개 뒤쪽의 철쭉광장 부근이다.
스탬프통과 아래 마을 사이의 짧은 구간이다.
한 칠팔 미터 정도 되는데 길 옆으로 가면 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되지는 않는다.
배낭
서울 둘레길이 걷기에 매우 양호하다는 확신 때문에
짐은 더 단촐 해졌다. 어젠 아이젠도 지참하지 않았다.
“길” 변화
지난 번의 “마트 가는 길”과 달리 이번에는 대대적인 코스 변화가 눈에 뜨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2코스인 용마산-아차산 구간으로
길에 변경이 생긴 곳은 망우산과 양원역 사이의 구간이다.
변화 지점에 대해서 역방향으로 설명하면
예전에는 망우산에서 하산시
묘지 앞 주차장 입구쯤에서 왼쪽으로 나있는 돌층계를 내려가
구리와 서울을 잇는 6번 도로 앞 동부 제일 병원 앞쯤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청소년 캠핑장으로 향하는 것이 기본 루트였다.
그런데 변경된 방식은 망우산 주차장에서 돌층계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도로를 따라 계속 내려가는 것이다.
그러면 차량이 망우산 묘지로 올라오는 입구에 다다르게 되고,
길을 건너면 이곳에서 청소년 캠핑장 뒤쪽으로 연결되는 산으로 연결된다.
이 곳은 망우산으로만 향하는 길이기 때문에 차량이 거의 없는 막힌 길이고
신호등도 없다.
길을 건너면 고즈넉한 산길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서 캠핑장으로 접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본래의 서울 둘레길과 만나는 지점은
반원형 모양으로 앞쪽에 연못이 있는 캠핑장 관리소 뒤쪽이다.
순방향 입장에서 보면 바로 이 캠핑장 관리소 뒤쪽에서
복숭아밭을 따라 계속 산 쪽으로 가면 된다.
무엇보다도 예전에는 구리 방향에서 언덕을 넘어 오는 차들 때문에
6번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매우 불안 했고
특히 100인 원정대처럼 대규모의 사람들이 건널 때 불편한 지점이었는데
새롭게 변경되어서 매우 기쁘다.
안내리본, 안내목 등 모든 것이 최근 새롭게 바뀌었음을 볼 수 있었다.
모두 다 신삥으로~
양원역에서 신내역으로 가는 길 양쪽은 거대한 재개발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기존의 주택들은 모두 허물어지고 대신 거대한 공사 펜스는 쳐지고..
그렇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재개발 반대 플래카드가 붙은 컨테이너 등
이곳은 원래 인도가 매우 좁은 길이다.
그리고 그 길에는 나름 이끼를 잔뜩 머금은 세콰이어가 심어져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공사 때문에 모두 싹둑 잘려 나가고,
잘려나간 밑둥이에는 덩그러니 안전 삼각뿔이 얹혀져 있었다.
모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이곳에도 변화의 물결이 한참인 것이다.
묘미
짧지 않은 구간이기도 하고
또한 각 코스별로 지루하거나 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구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일단 평지 구간은 편안 하지만 일단 재미가 덜하다.
길에 신경 써야 할 일도 없어 알바의 위험성이 없는 이런 구간에서는
명상이 딱 이다. 또는 다른 잡스러운 생각을 해도 좋고, 아니면 소위 멍때리기도 좋다.
나는 잘 듣지 않지만 음악을 들어도 좋다. 그러면 시간이 잘 간다.
그런데 산 오르기는 좀 다르다.
서울 둘레길 3코스의 긴 거리를 걷고 온 이후
아차산 5보루쯤 오르고 나면
그 이후 멀리 보이는 용마산 방향으로의 층계 오름길이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
그런데 어제 아차산의 첫째 보루에 오르는 순간 왠 남자가 뒤에 붙는다.
그런데 딱 보아도 이 동네에서 꽤나 다녀본 선수다.
길 위의 미세한 길도 다 알고 있는 듯 하다.
나도 살짝 속도를 내었는데, 바로 뒤에 잘도 붙어 계속 따라온다. 토란님급 이상이다…^^
그렇게 한동안, 나도 살짝 버거워진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척하며 의도적으로 앞 뒤의 순서를 바꾸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그의 뒤를 따르고.
이제 역전이 되어 쫓아가는 형상이 되었다.
이번에는 내가 붙여서 살짝 속도를 내 보았다.
그러니 이 사람도 속도를 낸다.
그렇게 사람들을 헤치며 지나가고
그렇게 몇 개의 보를 거치고 층계를 올라가다 보니 얼떨결에 용마산 꼭대기까지 와 버렸다.
정상까지 와 버린 것이다. 정말 순식간에 편안하게 올랐다.^^
불암산 구간은 여러 가지 형상의 바위도 있고
계곡도 있어 매우 흥미로운 구간이지만
원자력 병원 앞의 백세문에서 본격적인 불암산까지 오르는 길 까지가 나름 지루하다.
그런데 어제 이 구간…
백세문에 다다르니 왠 남자가 그 앞의 종합 안내 지도를 보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바로 출발 한다.
나를 보고 도망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그렇다.
왜 마치 그런 경우?
식사하려는데 바로 일어나는 사람.. 마치 그런 기분이었다.
가는 방향도 동일하니 나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사람 역시 범상치 않다. 앞서 가는 사람들을 마구 앞지르고…
점심 때 즘 산에 오르니 조금 속도를 내는 듯 싶었다.
나도 덩달아 속도를 내고
뒤에서 보는 사람은 틀림 없이 둘을 동행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태릉 사격장 옆 대공포 진지를 지나, 나무 데크도 훌쩍 지나고
또 다시 시작되는 오르막길도 성큼성큼
앞서서 잘도 간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잘만 가고.
어느덧 태릉, 공릉 지역이 훤히 보이는 전망대도 훌쩍 지나치고
드디어 불암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과 둘레길 방향으로 나뉘는 지역까지 도달했다.
내심 끝까지 한번 같이 가보자 싶었지만
그 사람은 정상으로 향하고 나는 둘레길로 향하면서 둘 간의 주행(?)은 막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조금 지리한 이 구간을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칠 수 있었다.
오히려 그 사람에게 고마워 했다.
사실 둘이 가면 이런 묘미가 있다.
앞선 사람은 계속 속도를 내고 뒤에 선 사람은 계속 따라가고.
가끔씩은 순서를 바꾸어 다른 입장이 되어 보고…
Vista Point
내게 서울 둘레길은 눈에 워낙 익숙한 곳이고
강화 나들길은 바다, 갯벌, 얼려 있는 바다, 바람 등 거의 신천지에 가까우므로
둘 간에 상대적 비교는 절대적으로 무리다.
다만 지난번 안양천-한강의 합수부 부근의
추운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얼어터진” 바다처럼
동계에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광진교에서 볼 수 있었던 “얼어버린 한강”이었다.
요즘이 완전 강추위는 아니기 때문에 한강 전체적으로 꽁꽁 얼은 것은 아니었고
부분적으로 얼어 있는 상황인데
이 광진교를 중심으로 동쪽은 비교적 많이 얼어 있는 상태이고
서쪽은 얼음과 녹음이 혼합되어 있는 존이 시작된다. 경계가 되는 광진교
그리고 다리 위에서 얼려진 강을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얼음 위의 금… 자연스러운 모양이 참으로 예쁘다.
Epilog
그렇게 두 번째의 서울 둘레길인 “일출 보러 가는 길”의 탐방을 즐겁게 마무리 했다.
실제로 일자산에서 해뜨기 전의 어렴풋한 광경과 해 뜨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번 “마트 가는 길”에서 우면산 266계단을 오를 때
장단지 뒤가 살짝 땡겨짐을 느꼈는데 어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마 지난번 길나섬을 통해 어느덧 근육에도 학습이 된 듯싶기도 하고
또한 한동안 잊혀졌던 긴 계단도 힘들이지 않게 오를 수 있는
나름의 “몸 노하우”도 다시 발현되는 듯싶었다.
Transition…
현재의 강화 나들길에서 그 어떤 길이 되든 다음 길로의 변화가 있을 때는
분명 한차례의 Transition Period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기로 했다.
왜냐면 그 과정은 한층 성숙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시간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훌쩍 봄이 훌쩍 다가와 있지 않을까?……..….###
첫댓글 제8기 100인 원정대에 앞서 소그미 님, 서울둘레길의 봄을 알리는 "싱글 틈새 걷기"가 시작되었군요. 카페가 이제 활성화되었으면 합니다. 게시판 마다 서울둘레길을 사랑하는 많은 회원들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긴 글과 그림들을 올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넵 이제 100인 원정대 후기도 올라오겠지만, 개별적인 후기 들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둘레길을 걷다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탐방 중이고, 스탬프를 찍으면 다니시는 분들도 많은 것을 보았습니다. 카페가 모자이크 처럼 알록달록 활성화 되었으면 싶습니다... 저는 조금 일조할 뿐입니다. 간빙기 동안요...^^
대단한 체력과 끈기를 가지신 분이군요...저도 언젠가는 소그미님처럼 은근과 끈기를 가지게 되는 그날까지 가급적이면 365일 매일 걷겠습니다.
에그 별말씀입니다. 자주 걷다 보니, 길을 잘 알게 되고 또한 계절별 변화, 자신의 워킹 컨디션 등을 제대로 파악이 가능하여 최적으로 길나섬을 알 수 있는것 같습니다. 초행길에는 저렇지는 못했습니다.. 방랑거사님도 곧 더 나은 길나섬이 되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