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질 전도
Qualia Inversion 感质反转
감각질(感覺質) 전도(轉倒)는 동일 대상을 다르게 지각할 가능성에 관한 사고실험이다. 문제의 핵심은 ‘①대상 또는 현상 – ②시신경이 대상 감지(정보생성) - ③두뇌 신경세포와 전달 시냅스의 입력과 출력(정보전달) – ④감각적 경험과 감각적 특질 형성(정보해석)’의 관계에서 ‘대상에 대한 감각적 특질이 입력된 정보와 다른가, 다르지 않은가?’라는 점이다. 이것은 물리상태(physical state)와 정신상태(mental state)로 바꾸어 물을 수 있다. 물리주의자들은 동일 대상에 대하여 같은 감각적 특질을 가진다고 주장하고, 비물리주의자들은 동일 대상에 대하여 다른 감각적 특질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감각적 특질은 대상 인지, 정보생성, 정보입력과 동시에 형성된다. 이때 형성되는 감각적 특질과 느낌은 두뇌의 신경세포에서 생성하는 감각질을 말한다. 감각질(qualia)은 감각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주관적인 특질이다.
감각질의 어원은 라틴어 ‘~와 같은(what kind of)’인 quālis다. 감각은 경험을 통해서 의식에 주어진다. 그런데 감각질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통한 주관적 느낌이기 때문에 설명하기 어렵다. 그리고 감각질은 객관적인 대상이 주관적인 느낌으로 바뀌면서 생기는 미묘한 의식이어서 파악하기도 힘들다. 감각질 전도 사고실험은 감각의 체계가 바뀌는 것을 실험하는 것이다. 가령, 빨강 장미를 본 A는 빨강을 경험하는데 빨강 장미를 본 B는 초록을 경험하는 것이 감각질 전도다. 이것을 색채 전도라고 한다. 실제는 빨강이지만 A와 B의 내적 지각은 다르다. 하지만 A가 빨강 신호등을 빨강으로 인식하여 멈출 때 B도 빨강 신호등을 빨강으로 인식하여 멈춘다. 왜냐하면 B의 지각은 초록이지만 두뇌에는 빨강으로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감각질 전도 또는 역전된 감각질(Inverted qualia)은 심리철학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감각질 전도가 중요한 주제로 떠오른 이유는, 심신동일론과 유형물리주의에서 물리상태와 정신상태를 같은 것으로 보고 (정신상태의 일종인) 감각적 특질 역시 물리상태와 같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한편 기능주의에서 볼 때, 인간의 뇌신경이 아닌 컴퓨터나 실리콘으로 인간의 감각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울러 물리적으로 감각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면 감각의 상태와 감각의 작용도 통제할 수 있다. 처음 등장한 기능주의적 기계 개념은 튜링머신이다. 튜링(A. Turing) 이후 신경과학자들은 유물론적 기능주의(Materialistic Functionalism)의 관점에서 기계가 신경세포 뉴런(neuron)과 전달 시냅스(synapse)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인간의 마음, 감정, 욕망, 느낌, 기분, 의지, 판단을 포함한 모든 정신을 물리적인 것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과학자가 인간의 마음을 기계로 구현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기능주의, 행동주의, 심리철학, 신경과학, 뇌과학, 전기공학, 로봇공학 등이 발전하여 (인간의 두뇌를 재현하는) 초기 단계의 인공지능(AI)을 만들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AEI)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계로 감각질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발전한 튜링머신인 인공지능이 과연 인간과 같은 정신과 감정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즉 인간과 같이 감각질을 가진 인공지능)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은데 이에 대하여 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들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 그 이유는 기계로 인간의 마음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머스(D.J. Chalmers)가 의식의 어려운 문제로 규정한, 의식의 주관적 경험과 감각적 특질이 어떻게 하여 생기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서 비물리적이고 주관적인 감각질이 생기는 것이 특히 어렵다.
감각질 전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고안된 사고실험이다. 빨강 장미를 본 A는 빨강으로 인식하고 B는 초록으로 인식한다면 감각질이 바뀐 것이다. 감각질 전도는, ③두뇌 신경세포와 전달 시냅스의 입력과 출력(정보전달)과 ④감각적 경험과 감각적 특질 형성(정보해석) 사이에서 일어난다. 두뇌 신경세포와 전달 시냅스의 기호와 감각 경험의 기호가 바뀌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상상한 감각질 전도의 원인은 B의 신경조직이 전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각질 역전도 과정에서 기호를 역전도(Re-inversion)하므로 B의 인지 체계에는 문제가 없다. B는 빨강 신호등에서 서고, 초록으로 인식되는 장미를 빨강이라고 말한다. 감각질 전도 사고실험은, 인간은 신경세포의 기능에 따라 인식한다는 기능주의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고안되었다. 따라서 감각질 전도 과정과 감각질 역전도의 과정을 함께 실험해야 한다.★(김승환)
*참고문헌 Joseph Levine, “Materialism and Qualia: The Explanatory Gap,” Pacific Philosophical Quarterly, 64(4), October 1983. pp.354–361.
*참조 <감각질>, <감각질 역전도 과정>, <경험의 주관적 특징[네이글]>, <기능주의[철학]>, <메리의 방>, <물리주의>, <박쥐가 된다는 것[네이글]>, <상상가능성>, <설명적 간극[심리철학]>, <심신동일론>, <유형물리주의>, <의식의 어려운 문제>, <이원론>, <인공지능>, <일원론>, <유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