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의 일부를 떼어 놓은 것 같다하여 쌍곡 소금강이라 불리는 속리산 국립 공원 내 쌍곡계곡에 도착하니 칠보산 산행을 위해 도착해있는 버스들과 등산객들로 휴게소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정신 하나 없었다.
화우들 모두는 인접해있는 민박집인 ‘큰 소나무집’에 우선 여장을 풀었다. 저녁식사는 일곱 시부터라 하니 그 동안 내일 스케치할 장소나 미리 둘러보리라 숙소를 나섰다. 휴게소에서 등산로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계곡이 나타났다. 전형적인 그림 구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아니나 다를까 사생대회 당일 날 이곳은 전국에서 몰려온 김홍도의 후예들로 그득하여 그 자체가 사람들의 계곡으로 장관을 이루었다.
여기서 등산로를 타고 ‘조금’ 가면 폭포하나가 나타난다하니 눈이라도 시원스레 딱아볼 요량으로 또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런데 그 ‘조금’이라는 정도가 어느 만큼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인지라 산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을 잡고 길을 물으니 “다 왔어유! 조금난 가면 금방이어유!”하는 대답이다. 옳다! 하고 쾌재를 불렀더니만 곁에서 충청도 출신인 김원중 회장님께서 “글쎄, 충정도 사람의 ‘조금’은?.”하며 걱정하더니만 회장님의 우려는 곧바로 현실이 되어 버렸다. 목적지까지 오르는 동안 우리는 “다 왔어요. 조금만 가면…….”을 서너 차례 반복해 들어야 했다.
저녁식사는 아래 휴게소 식당에서 하였다. 돼지고기 김칫국에 산나물, 소태 김치, 고추 멸치볶음 등이 반찬으로 나왔는데 보기보단 꽤 맛이 있어 회식이 이어 진행될 예정임을 뻔히 알면서도 과식을 하였다.
배도 꺼지기 전, 곧이어 벌어진 2차 회식 자리. 닭볶음탕에 능이버섯이 안주로 나왔지만 배가 부른 이 상태에서 산해진미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만 미래를 읽을 줄 아는 신선영 누님 같은 분들이나 그 무렵에 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막 도착한 강박사님 내외같이 저녁 식사를 하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예외였으리라. 평소보다 늦게까지 문을 열어준 주인장의 배려로 늦은 회식을 즐겼지만, 그 정도론 결코 만족될 수 없는 화우들 몇몇은 숙소앞 개천 다리위에 모여 앉아 촛불까지 켜놓고 야외 노래방 행사까지 벌이는 집념을 과시했다.
다음 날 아침식사에는 이곳의 명물인 올갱이국이 나와, 지난밤의 숙취를 그 한방에 날려 보내기에 충분하였다. 이곳 식당 마당에 나란히 붙어 다니던 의젓한 견공 두 마리. 하도 찰싹 달라붙어 다니기에 혹시 부부인가 싶어 녀석들의 성별을 확인해 보니 둘 다 수놈이 아닌가! 표를 받고 있는 이 집 중3 아들에게 물으니 둘은 부자지간이라는 것이다. 흰둥이가 아들이고 얼룩이가 애비였다. 이걸 효심이 높은 견공이라 칭찬해 주어야 하는 건지.
아침을 먹고 주최 측의 캔버스 확인 도장을 받은 뒤 나는 다시 동네 마실 나섰다. 사실 마음에 탁 드는 것은 소나무인데 여기까지 와서 소나무 하나 그려가는 것도 좀 우스운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고 계곡을 그리자니 계곡도 따악 마음에 들어와 앉는 그 무엇이 있는 게 아니었다. 산을 그리자니 그도 북한산 마냥 장쾌하게 멋진 맛이 나는 것도 아니다. 그리긴 그려야겠는데 무엇을 그리나 배회하며 동네 구경을 하던 중 영화 ‘나 홀로 집에’ 쯤에나 나올 법한 다 쓰러져가는 집에 할머니 한 분이 나와 계시기에 노인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그 집 마당에 떨어진 오디나 몇 알 주워 먹고는 숙소를 돌아와 이젤을 들고 목적지도 없이 또 길을 나섰다. 안되겠다. 오늘은 해 피해 시원한 장소에 그냥 자리 잡는 게 장땡이겠다. 이렇게 해서 이젤을 내려놓은 곳이 밥 먹었던 식당이고 그 안에서 칠보산을 그렸다.
나야 시원하게 그림을 그렸지만, 밖으로 내다보이는 스케치 대회 참가들은 무척이나 뜨거운 태양으로 고통스러워 보였다. 쉽고 편하게 그린 그림이 상을 타면 그건 좀 미안한 일이다. 보기 좋게 낙선되었다. 대상 상금 200만원으로 귀경길에 한우를 먹어보잔 꿈은 사라지고 이은미씨와 이남순씨가 우수상 탄 20만원이 다였다. “이럴수록 우린 한우를 먹어야 한다!”는 회장님의 방침에 동조하여 찬조금이 또 들어왔고 결국은 우린 98만원어치 한우를 먹어치우는 기염을 토해내고야 말았다. “내년에 두고 보자. 오늘 먹은 한우 값을 그 때 반드시 받아내고야 말겠다!” 화우들의 각오는 영양 충만으로 기세등등하였으나 금방 어제 오늘의 피로감으로 모두 쓰러져 자기에 바빴다.
2011.6.12
언제나 그러했듯이 그녀는 또 자고, 또 자고, 또 자고, 또 자더라!
이것이 힘들여 올라간 폭포.
칠보산
식사를 기다리며 벌어진 팔씨름 한 판. 옥윤희씨가 3승후 류춘엽씨에게 패배. 와! 마른 장작이.... 아무리 옥윤희씨가 지쳐서이기도 했지만, 다시 봐야할 류춘엽씨의 괴력!
이 차를 타고 나타나셔서 이 차를 타고 먼저 서울로 가신 강박사님.
마을을 배회하다가
꼭 들러붙어 다니던 부자견.
이 밥 한 그릇 먹고 싶었습니다.
이 집에서 자고 놀았습니다. 우리 거시기도 여기서 만들었는데, 거시기는 그냥 거시기 되었습니다.
첫댓글 개 두마리 다음에 가마솥 사진이 나와서 깜짝 놀랐네..........
계곡에서 장작 불 피우는 모습 무서워요.....( 父子 犬公 생각)
역시 콜롬보 답습니다. ㅋㅋㅋ
헐~ 버스안의 굴욕!!!!
이크~ 동춘형! 지울까요?
굴욕!!!난 맘에 가득한감~~~요???
역시~~~난 실물이낫다닌까~~~요
원디박님 ㅡㅡㅡ풍경 사진들이 다 마음에들어요~~~두어장 복사햇어요
허숙씨는 차에서 자는데 도가 통한 사람이라 밉게 나올 리가 없지요.
그래서 내공이라는 게 무서운 겁니다. 동춘형도 숙이씨에게 한 수 배워야겠어요.
눈을 뜨나 감으나 별 차이가 없는 경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