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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회개요
1)명칭: 2005 대한민국 종단 622km 울트라마라톤대회(해남땅끝~강원도고성 통일전망대)
(2005 Trans R.O.K. 622km : South to North)
2)출발지 및 시간: 전라남도 해남 땅끝 / 2005. 7. 10(일) 06:00
3)도착지 및 시간: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 2005. 7. 16(토) 12:00
4)주행거리 및 제한시간: 622km / 150시간(무박, 무지원 지속주)
2. 대회결과
1)참가자 현황: 신청자 96명중 93명 참가
2)완주자 현황: 43명(완주율 46.2%)
3)대회기록
배번 성명 CP1 CP2 CP3 CP4 CP5 CP6 FINISH 순위
644 손우현 16:00 41:36 68:36 95:34 119:45 144:32 148:36 36
(각 CP는 매 100km마다 설치)
3. 완주기
1)도전결심 및 훈련
2004년 추석 연휴에 열렸던 2004 한반도횡단 311km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 완주 후 몸이 회복
되자, 다음 목표로는 2005년 3월 13일 서울 동아국제 마라톤대회에서 3시간10분대(종전 최고
기록: 3시간29분41초) 진입과 2005 대한민국 종단 622km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하는
것으로 정하고, 2004년 가을과 겨울을 스피드 훈련과 울트라 마라톤 훈련을 병행하여 월 평균
350km내외의 거리를 달렸다. 하지만 겨울 동안의 힘든 훈련에도 불구하고 3월의 서울 동아국
제 마라톤 대회에서 기록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초반 오바 페이스로 목표달성에 실패하고, 3시
간45분01초라는 첫 풀코스 도전(2002년 경주 동아오픈 마라톤대회: 3시간43분22초)때 보다 더
못한 참담한 기록으로 완주 후 "아! 나는 역시 스피드는 안돼!" 하면서 하나 남은 목표인 종단 완
주를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 3.7kg정도의 울트라 마라톤용 배낭을 메고서 제 3회 포항호미곶
100km 울트라 마라톤대회에 참가, 제 1회 부산 썸머비치 울트라 마라톤대회 연습주 2회
(100km, 80km) 참가 등 80km이상 장거리 훈련을 4월 중순부터 6월 18일까지 격주 간격으로
5회 실시한 것을 포함하여 주당 5~6일을 4월 450km, 5월 513km, 6월 408km를 달렸고, 이후
테이퍼링에 들어가 7월 7일 5km 달리는 것을 끝으로 종단 대비훈련을 마무리지었다.
원래는 작년 횡단 동지인 런너스 클럽의 공동식, 공천식 형제분과 신영우님 네명이서 함께 종단
여행을 하기로 하였으나 3분 모두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가를 할 수 없게 되어 오랜 망설임 끝에
"그래! 이왕 마음먹은 것 가는데 까지 한번 가보자!" 하며 도전에 나서기로 결심을 했다. 마음을
정했지만 아내에게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가, 6월 비가 많이 오는 어느 날 저녁 분위기 좋은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종단도전 의사를 밝히니 아내 왈, "당신이 내가 못가게
말린다고 안 갈 사람이 아니잖아요?" 하면서 억지 승인을 해준다. 이리하여 종단도전의 1차
관문을 비교적 쉽게 통과했고 부모님들께는 괜히 걱정을 시켜드릴까봐 다녀와서 말씀을 드리기
로 아내와 의논하였다.
동아 마라톤대비 스피드 훈련 시 입은 우측 고관절의 부상과 혹시 훈련도중 입을 다른 부상에 대
한 염려로 섣불리 참가신청을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 마감일인 6월 27일 참가비 거금 60만원을
송금하고서 대회참가를 신청하였다.
2)대회준비 및 해남 땅끝으로 출발
6월 중순경부터 필요한 물품을 정리하여 구입을 하였고 마라톤화는 아식스 2090 280mm 두켤
레와 아식스 GEL-DS Trainer VII 290mm 한켤레 등 총 3켤레를 준비하여 50~100km 정도 달려
발에 익숙하도록 적응을 시켰고, 이전의 종단 주자들이 중간에 신발을 교체한 후 발의 부상으로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단 아식스 2090 280mm 한켤레로 끝까지 가기로 하고, 중간에
상황을 보아가며 신발 교체를 결정하기로 했다.
배낭은 가지고 있는 네가지 중 어느 것을 가지고 갈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다가 통풍은 잘 안되지
만 몸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좋고, 작년 횡단시 사용한 Oasis Summit 12L 베낭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간식으로는 홍삼절편, 사탕, 스니커즈, 건포도, 육포 등을, 에너지 보충 식품으로는 카보샷과 파
워바를 준비하였다.
A4용지 53장의 코스지도를 다운받아 필요한 부분만 잘라 100km 단위로 정리하였고, 코스맵도
다운을 받아 장마철이라 비에 대비하여 한장 한장 코팅을 하였고, 완주 후의 정리를 위하여 보이
스 레코드도 준비하였다.(250km까지는 비교적 자세히 녹음하였으나 이후로는 꺼내는 것조차
귀찮아 그냥 스톱워치에 구간 랩타임만 찍고 지나감.)
6박 7일간 필요한 물품을 정리해 보니 대형 스포츠 가방 두개 분량이나 된다.
토요일 오후 진료 후 해남으로 가려 하니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고심을 하고 있던 차에 고등학교
동기인 철우와 정복이가 기꺼이 차로 출발지인 땅끝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마침내 7월 9일 오후 4시까지 진료 후 병원에서 바로 친구의 차를 타고 땅끝으로 내달렸다.
저녁 9시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하니 먼저 오신 신영우님이 반가이 맞아주신다. 서약서에 서명
을 하고 배번을 받고서 식당에서 친구가 사주는 회정식을 배불리 맛있게 먹고, 숙소로 돌아와 새
벽에는 바쁠 것 같아 긴장되는 마음으로 상의와 배낭에 배번을 붙이고, 발가락과 무릎에 테이핑
하여 새벽에 밥만 먹고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후 잠을 설칠 것을 대비하여 수면보
조제를 한알 먹고 곯아 떨어졌다.
3)출발 - 100km
7월 10일 새벽 4시10분경 윤장웅님의 기상 사이렌 소리에 잠을 깨 된장찌개로 식사를 하고 각
CP에서 교체할 물품이 들은 대형 백을 주최측에 맡기고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배낭을 메고서
땅끝 전망대로 걸어서 이동한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농담을 하고 웃고 하면서 언덕을 오르지만
622km라는 상상도 잘 안되는 먼거리를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7일 후 토요일 오전에 과연 내
가 고성 통일전망대의 피니쉬 라인에 설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반, 설레임 반에 마음은 마냥 착
잡하기만 하다. 땅끝 전망대에 올라서니 사방의 짙은 해무 사이로 바다와 섬들이 띄엄띄엄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한폭의 동양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친구들, 부산 출전선수 8명과 사진 촬영을 하고 이어 모든 출전선수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서
다섯, 넷, 셋, 둘, 하나, 출발 구령과 함께 10일 오전 6시 정각에 출발. 내리막의 계단 끝에서
친구들과 힘! 을 외치고서 이별을 하고 달리기 시작. 간밤의 숙소였던 1.1km지점의 푸른모텔을
지나서 77번 국도로 들어서니 이미 선두는 시야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고 항상 그랬듯이 후미그
룹에서 천천히 북으로, 북으로 달려간다.
10일 오전 6시31분경 3.1km지점의 송호 학생수련장을 지나면서부터 보슬비가 내려 몸의 열기
를 식혀주지만, 높은 습도로 땀이 비오듯 흘러 이미 상의는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다.
10.7km지점의 송지면 신평리 삼거리의 가게에 들러 울트라 마라톤을 할 때마다 즐겨 먹는 멜론
바와 콜라를 사서 마시고 힘을 내어 다시 달린다.
22.9km지점의 삼거리에 가니 이번 대회 조직위원장이시며 제 1회 부산 썸머비치 울트라 마라톤
대회 조직위원장이신 최수철님께서 주자들을 응원하고 계신다.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13번
국도를 따라 해남, 진도방향으로 진입. 이제 겨우 20km를 조금 넘어왔는데 벌써 몸은 천근만근
무거운 것이 남은 거리를 어떻게 달릴 것인가를 생각하니 마냥 아득하기만 하고 걱정이 된다.
10일 오전 9시14분경 23.5km지점의 고담 삼거리를 통과. 날이 흐려 햇볕은 없지만 너무 더워
소나기라도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고 대형차가 지나갈 때는 시원한 바람이 일어 좀 더
큰 차가 더 빨리 지나가 주었으면 하는 이상한 바램도 가져보기도 한다.
10일 오전 9시55분경 30km지점의 화산 삼거리에 도착하여 식사하려 하였으나 김복근님이
37km지점에 가서 식사를 하자 하시는데, 박희준님이 쓰레기통에서 6000원을 주워와서 콜라와
참외를 사서 맛있게 먹으면서 7분30초간 휴식 후 다시 출발.
출발 이후 약 10분간 소나기가 와서 시원하게 더위를 식혀 주지만 그것도 잠시뿐
"야! 덥다! 정말 죽이는구만!"
10일 오전 10시44분경 34.7km지점의 삼산면 SK주유소 휴게소에 도착하여 찬물로 더위를 식히
고, 물냉면을 먹고난 뒤 양이 좀 모자라는 것 같아 공기밥을 추가로 시켜 얼음이 둥둥 떠 있는
냉면육수에 말아서 먹으니 "야! 이것도 참 별미네!"
커피 한잔을 마시고 출발하여 39km지점 백야 삼거리를 10일 오전 11시49분에 통과하여 이어
해남 교차로에서 우회전하여 나주, 장흥방향으로 진입한다. 여기서부터 직선으로 뻗어있는 고속
화국도의 갓길을 따라 달리는데 중간 중간 구름 사이로 태양이 내리쬐니 덥기도 하고 몇 km 앞
까지 미리 훤히 보이는 도로가 정말 지겹다.
50km 첫 A/S 지점에 예정보다 조금 늦은 10일 오후 1시19분에(예정도착시간; 10일 오후 1시)
도착하여 수박화채를 먹으며 15분간 휴식 후 오후 1시34분에 출발하여 강진군으로 들어가니,
16년전 아버님께 처음 낚시를 배워 부산에서 강진군 마량까지 5시간 이상 차를 몰고서 낚시를
왔던 기억이 나고 당시 명선장으로 이름이 높았던 우선장님도 잘 계신지 궁금해진다.
10일 오후 4시20분경 68.8km지점의 경포대 휴게소에 도착하여 김복근님과 신현일님은 식사를
하고 박희준님과 나는 좀더 가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9분간 휴식후 다시 출발하는데 이제 제법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한다.
10일 오후 4시58분경 70.4km지점의 SK 남양 휴게소에 도착하여 기사식당에서 된장찌개로
세번째 식사 후 오후 5시18분경 출발. 비가 점점 세차게 내려 윈드자켓을 꺼내 입고 더위는 많이
가셨지만 이제는 발이 불어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제 강진군을 벗어나 좌측에 구름에 싸인 월출산을 보고 달리면서 영암군으로 진입하여 10일
오후 6시경 82.6km지점의 덕진초등학교 사거리를 통과.
83.7km 금강휴계소 조금 지난 지점에서 2003년 제 1회 광주 빛고을 100km 울트라 마라톤대회
장이신 - 처음 도전한 울트라 마라톤대회이고, 토요일 오후 진료마치고 참가시간에 쫓겨 부산-
김포-광주로 비행기로 이동하여 광주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출발 40분전에 도착하여 허겁지겁
준비하여 달렸고, 울트라 마라톤 사부이신 김진묵님이 페이스메이커 해주신 터라 기억에 오래
남는 대회다 - 박종권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동반주하면서 제 1회 부산 썸머비치 울트
라 마라톤대회 이야기를 드리니 업무 때문에 참가는 못하고 클럽에서 8분이 참가한다고 하신다.
10일 저녁 8시24분 92.1km지점의 오장성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려 하였으나 식사준비가 안되어
콜라 한캔을 마시고서 다시 출발하여 배산지로 유명한 나주로 진입.
94.6km지점의 월출농공단지 삼거리 근처의 식당에 들어가 일행과 함께 식사를 주문하는데,
김복근님이 양탕을 먹어보자 하시길래 "저는 개는 안먹는데요." 하니까 식당 주인이 염소탕이라
하여 시켰지만, 구미에 별로 맞지 않아 밥만 두그릇 물에 말아 반찬과 함께 넘기고 다시 출발하
여 10일 저녁 10시에 첫 CP인 자연농업 나주배 판매장에 도착 (예정도착시간: 10일 저녁 9시)
(수면시간: 0)
4)100 - 200km
약간씩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교환용 물품을 챙기고 수박화채와 간식을 먹고서 10일 저녁 11시8
분에 200km를 향해 출발.
밤은 깊어가고 비가 제법 많이 내려 윈드자켓을 입었지만 달리다 걸으면 조금씩 한기를 느낄 정
도이고 졸음이 와 누울 곳을 찾아 보지만 비가 와서 마땅한 곳을 찾기가 쉽지않다. 11일 오전 0
시49분경 111km지점의 금성중학교 조금 못미쳐 배 판매장 처마아래의 판매대에 배를 담는 골
판지 상자를 하나 뜯어 고단한 몸을 눕히는데, 신영우님께서 조금 더 가면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화를 주셨지만, 다시 일어나기도 귀찮고 먹는 것보다 잠이 우선이라 생
각이 되어 그냥 누워 잠을 청하는데 모기들의 공격에 자는 둥 마는 둥, 그래도 한 30분가량 그런
대로 눈을 좀 붙인 것 같다.
광주시로 진입하여 11일 오전 3시40분경 125km지점의 송정초등학교 입구를 지나 LG25시 편
의점에 들어가 음료수와 간식을 먹고서 출발. 이제 비는 장마비처럼 아주 세차게 내려 인도아래
의 갓길로 물이 콸콸 흐르고 이따금 천둥 번개도 친다. 비에 젖은 몸이라 그런지 피로가 몰려와
다시 잠잘 곳을 찾는데, 11일 오전 4시48분경 128.5km지점의 우산사거리를 조금 지나서 앞서
가던 김복근님 일행이 버스정류장에서 비를 피해 눈을 좀 붙이고 가자 하시지만 좌석이 5개로 1
칸씩 띄워 앉으니 3명 밖에 앉지를 못해, 조금 더 가다 육교아래 기둥을 받치는 기초 콘크리트위
가 비도 피할 수 있고 누워 잠을 자기에도 안성맞춤이라 배낭을 베개삼아 20분간 수면을 취한
후 다시 출발. 비오는 날 어슴프레한 새벽에 육교 아래에서 잠자는 내 모습이 아마 노숙자 그 자
체였으리라.
잠시 눈을 붙이고 나니 비는 그쳤고 몸도 가벼워진것 같아 상쾌한 기분으로 출발을 하여
136.3km 광산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1번 국도를 타고 장성으로 들어간다. 장성이라! 광주 빛고
을 울트라 마라톤대회와 겹치는 구간이라는데 2003년 대회참가시 오밤중에 통과한 구간이라 전
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월산교차로, 장성 보해공장입구를 지나 150km A/S 지점인 장성 소방서에 11일 오전 9시16분에
도착(예정도착시간: 11일 오전 7시30분)
샤워장으로 가서 간단한 샤워와 따가와지기 시작하는 항문주위를 깨끗이 씻고 바셀린을 바른 후
화장지로 항문을 틀어 막아둔다. - 작년 횡단때는 바셀린만 발랐더니 항문에서 분비되는 점액과
땀이 섞여 생긴 항문주위 염증으로 고생을 하였는데 이번 종단에서는 이 방법으로 항문주위 염
증을 피할 수 있었다. 자원 봉사자들이 준비한 음료수와 오이를 한개 먹고는, 대구에서 올라와
종단기간 내내 자원봉사하신 이태재님이 3km 정도 더 가면 올갱이국(다슬기탕)을 맛있게 하는
집이 있고 그기서 잠을 잘 수도 있다하여 김복근님, 신현일님등 일행과 식당으로 가니 먼저 온
주자들이 6명 정도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원한 물에 몸을 씻고서 올갱이국에 밥을 말아 맛
있게 먹은 후 1시간30분정도 수면을 취한 후 11일 오후 0시20분경 다시 출발.
153.1km 야은 삼거리에서 고창방향으로 좌회전하여 898번 지방도로를 타고 장성댐 밑을 통과
하여 달리다 북일면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다시 1번 국도로 올라와, 갈재 정상을 향해 올라간
다.
11일 오후 3시37분경 갈재 정상 조금 못 미쳐 오르막의 넓은 갓길의 그늘 아래에서 6명이 대
(大)자로 누워 15분간 오수를 취한 후 출발.
11일 오후 4시7분경 171.5km지점 전라남북도의 경계인 갈재 정상에 도착하니 굉장히 낯 익은
사람이 반겨주는데 아내와 박정선님이다. 걱정도 되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아침 일찍 부산서 출
발하여 왔다고 한다. 온다는 전화도 없이 올라와, 객지에서 이렇게 예상치 못햇던 만남에 반갑고
정말 힘이 솟아 오른다.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라북도 정읍으로 진입하여 갈재 내리막이 끝
나는 부근의 식당에 들어가 출발 후 처음으로 전신 샤워를 하고, 박정선님이 정성스레 준비해오
신 사골곰탕에 밥을 말아 식당에서 주문한 오리 불고기와 - 이 오리 불고기가 화근이 될 줄이야!
이후로 거의 17시간 동안을 위장장애와 이로인한 졸음으로 고생을 하게 된다. 울트라 마라톤시
에는 소화가 잘 되는 된장찌개등과 탄수화물을 위주로 식사를 해야지 위에 부담이 되는 육류는
섭취해서는 안된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게 되었다. 이후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동반주를
하던 김복근님, 전성준님과의 거리를 끝까지 좁히지 못한다 - 맛있게 먹고는 1시간10분정도 코
를 골면서 단잠을 자고 난뒤 아내와 작별을 하고서 11일 오후 6시57분경 몸을 추스려 출발.
185.1km 호남중고교 앞을 지나 정읍시의 24시간 편의점에 도착하여 불편한 속을 달래기 위해
콜라를 마셔 보지만, 평소와는 달리 트림도 나오지 않고 계속 속이 불편하다. 얼음과자를 물고서
출발하여 긴 오르막의 갓길을 올라가는데 타이탄 트럭이 길옆에 서더니 기사분이 오르막이라 힘
들텐데 타라고 하시길래, 차를 타서는 안되는 이유를 간단히 설명드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는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새벽만큼 많은 비는 아니지만 밤늦게 부터 다시 비가 내리는 가운데 태
인으로 들어가 200km CP인 태인초등학교에 11일 저녁 11시36분, 예정도착시간(11일 저녁 7시)
을 무려 4시간36분을 초과하여 도착.(수면시간: 3시간45분)
5)200 -300km
물품 보관용 백을 찾아 손전등의 밧데리를 교환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발바닥을 보니 아직 물
집은 생기지 않아 비교적 양호한 편이나 연습주때 생긴 좌측 2번, 4번 발가락의 물집으로 발톱이
들떠 걸리적거리며 불편하기에 손으로 잡아 당겨 뽑아 버렸다. 발가락 테이핑을 다시 손보고 CP
에서 제공하는 국밥을 먹으려하니 위장장애가 해결되지 않고 속이 거북스러워 몇 숟가락 떠다
그만 둔다. 어쨌던지 많이 먹어야 하는데...
비를 피하기 위해 쳐놓은 천막아래에서 침낭속으로 들어가 1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12일 오전
1시25분경 200km CP를 출발하는데 출발후 약 10분간은 근육과 관절이 굳어 걷는것 조차도 불
편하다.
조금씩 이지만 비는 계속 내리고 몸이 무겁고 졸음이 몰려와 뛰기는 커녕 걷기도 힘들어 얼마 못
가 207.2km 현대오일 원평주유소 약간 못 미쳐 과일가게 좌판에 누워 13분간 수면을 취하고 어
둠속을 다시 달려 보지만, 쏟아지는 잠을 주체할 수 없어 채 5km를 못가 다시 버스 정류장에 들
어가 40분간 수면 후 12일 새벽 5시경 억지로 발걸음을 떼어본다.
새벽이라 가게문은 아직 열지 않았고 주유소 자판기에서 콜라를 빼 마셔 보지만 바라는 트림은
나오지 않고 위장장애는 계속된다.
또 다시 잠을 이길 수 없어 12일 오전 8시15분경 226km 근처의 덕동 버스정류장에서 23분간 수
면 후 다시 출발을 하는데, 200km CP 출발 후 7시간이 넘도록 겨우 26km 전진한 것 같다. 이제
는 컷 오프를 걱정해야 될 판국이고 너무 힘이 들어 처음으로 '포기'란 단어를 떠올려 본다.
돌이켜 보면 175 - 225km 사이가 이번 종단에서 두번째(제일 힘든 구간은 600km이후)로 힘들
었던 구간이었던 것 같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여러번 들었던 구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는 일!
"야! 이것이 너가 말하는 너의 깡다구의 한계냐? 이럴거면 뭐하러 거금을 써가며 여기까지 왔
냐? 정신차려! 한심한 놈!" 하고 자신을 다그쳐 가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기위해 속도를 올
려본다.
이제 비는 완전히 그쳤고 햇볕이 아침부터 이글거리는 것이 정말 갈수록 태산이다. 전주로 들어
서면서 권순덕님의 일행을 만나 2시간 가량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반주를 하다, 12일 오전 10시
25분경 234.5km지점 완주군 삼례읍의 터미날 사거리에 도착하여 식당에 들어가 된장찌개를 시
켜놓고는 잠시 잠이 들었는데 30분정도 잔 것 같다. 찌개를 다시 데워 주겠다는 식당아주머니께
그냥 먹겠다하고 밥을 먹는데 거의 17시간만에 식사다운 식사를하는데도 그동안 배가 별로 고
프지 않았으니... 식사를 마치고 나니 주인 아주머니가 "빨리 간 사람들은 새벽에 들러 밥을 먹
고 갔는데 왜 이리 늦었느냐?" 하고 안타까워 하면서 커피를 맛있게 한잔 타 주시길래 감사히 마
시고는 12일 오전 11시20분경 다시 길을 떠난다.
햇볕은 쨍쨍 내리쬐고 피할 그늘이라고는 전혀 없는 고속화 국도 갓길을 따라 논산으로 달려가
는데, 244.1km 금마교차로 근처에 오니 저 멀리서 빨간 티셔츠를 입은 분이 손을 흔드는데 달려
가 보니 효원마라톤클럽의 한경애회장님 이시다. 혼자서 KTX를 타고 응원을 오셨다는데 뵈오니
반갑고 힘이 나지만 수고를 끼쳐드려 송구스런 마음이 앞장선다. 250km A/S 지점에서 만나기로
하고 회장님께서 주시는 양산을 펼쳐 쓰고 달리는데 햇볕을 피할 수는 있지만 아래에서 올라오는
지열로 인한 더위를 피할 수가 없고, 한손에 들고 달리려니 어색해 그냥 배낭에 넣고 달려간다.
245.3km의 교차로를 지나면서 표지판을 보니 동네이름이 '고도리'다.
"아! 피곤하고 잠도 오는데 누구 저하고 고도리 치실 분 안 계시나요?"
한회장님께서 250km A/S 지점 수 백미터 앞에서 기다리시는 것을 보고는 속력을 내어 달려가
200km CP를 출발한지 13시간 동안 50km를 졸며 달리며 하여 12일 오후 2시25분에(예정도착시
간: 12일 오전 8시30분) 250km A/S 지점인 LG 여산주유소에 도착.
화장실에서 간단히 몸을 씻고 수박화채를 먹고 있는데, 그 사이 한회장님께서는 자원봉사자로
변신을 하여 주자들의 발가락 부상을 돌보아 주고 계신다. 식사는 조금 더 가서 하기로 하고 오
후 3시10분경 출발하여 논산으로 들어간다. 254.3km 육군 부사관학교 근처에서 방음벽 기초 콘
크리트위에 몸을 옆으로 눕히고 지나가는 차들의 굉음을 자장가삼아, 대형차에서 일어나는 바람
을 선풍기 바람삼아 약 20분간 수면을 취한 후 출발.
261.2km 연무대 정문을 조금 지난 내리막의 식당에 들어가 한회장님께서 미리 시켜 놓은 식사
를 하고 12일 오후 6시10분경 출발.
267.6km 지점의 한국 야쿠르트 팻말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4명의 주자들이 지나가는 트럭을 세
워놓고 길을 물어보고 있다. 트럭기사님이 일러주는 대로 길을 가다보니 주자들이 많이 헷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박희준님은 길을 잘못 들어 약 1km를 들어갔다 다시 돌
아 나왔다고 한다. - 박희준님은 이로인해 300km CP에 제한시간보다 40초 늦게 들어와 완주를
다음 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길 떠난 지 사흘째 밤을 맞이하면서 계속 혼자서 독달이다.
268.8km지점의 육곡 삼거리 가게에 들어가 콜라와 폴라포를 사먹고, 284.4km SK 천호주유소를
12일 저녁 10시경 통과하여 대전으로 들어가, 100km를 무려 27시간 동안 달려 13일 새벽 2시36
분에 300km CP에 도착(예정도착시간: 12일 오후 11시)하니 밤 늦도록 기다리고 계시던 한회장
님께서 반겨 주신다.(수면시간: 3시간6분)
6)300 - 400km
300km CP에서 진료 마치고 의료지원차 내려오신 서울의 김학윤원장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이번 종단에 같이 달리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내년의 태종대-임진각 종단때는 꼭
같이 달려 보자고 약속을 한다.
발의 물집을 치료하느라 들리는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CP 한켠에 자리잡고, 손전등과 점멸등의
밧데리를 교환하고서 이제 생기기 시작하는 발의 물집을 바늘과 실로 처치하고, 우측 무릎 아대
를 한 부위가 따끔거려 아대를 벗겨 보니 땀띠가 생긴 자리에 염증으로 고름이 맺혀 있어 아대를
벗어버리기로 하고 양측 무릎의 테이핑을 새로 붙인다.
수박 화채를 한 그릇 먹고 침낭을 덮어쓰고 잠을 청해 보지만 개천 주변의 공터에다 주위에 잡초
들이 무성해서인지 우와! 이놈의 모기들이 저공비행을 하면서 그냥 빨아대는 통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누님같은 자상함으로 한회장님께서 접시로 연신 부채질을 해주시지만 도무지
소용이 없다. 할 수 없이 20분간 누웠다가 출발준비를 하고는 13일 오전 3시38분경 400km CP를
향해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날은 훤히 밝아오고 대전 도심의 외곽도로를 달리는데 충남대 주변이라 그런지 도로 가운데 분
리대에 심어진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을 보면서 도로 조경이 참 잘 되어있는 것을 느끼면서, 제2
의 도시 부산은 왜 이러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307km 충남대 서문 근처의 오르막을 오르는데 앞에서 한 주자가 서 있다가 다가가니 300km CP
를 묻는다. 이런 황당할 수가! 시간은 6시가 거의 다 되어 컷 오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주
자는 300km CP를 통과하지 않고 307km지점에 서 있다니...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려드리고는
속으로 "여기까지 고생하셨으나 안됐지만 도전을 접어야 겠구나"고 생각하면서 나 자신 갈길이
바빠 먼저 가겠노라 인사를 드리고는 출발.
311km 충렬사 삼거리 못미쳐 한회장님께서 잡아두신 식당에 들어가 황태국으로 식사를 한 다
음 식당 한켠에 누워 40분간 수면을 취하고 - 한회장님 말씀이 어찌나 심하게 코를 골던지 온 식
당이 시끄러웠고 일하던 아주머니들이 한참 웃었다고 하신다. 이른 아침이라 손님이 없었기에
다행이다. - 13일 오전 7시10분경 출발.
아침 출근 시간이라 차들이 많이 밀리고 차안의 사람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는것 같다. 313.2km
화암 네거리에서 의경이 수동조작으로 신호를 관리하는데 신호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할 수 없
이 신호위반을 하여 차를 피하며 길을 건너는데, 뒤에서 의경이 호각을 불어대지만 못 들은척 그
냥 줄행랑을 친다. - 마라톤 복장에 배낭을 메면 사람이 이리도 뻔뻔해지는지...
320km 근처의 공단 주유소 화장실에서 세면을 하고 처음 먹어보는 냉동된 포장 팥빙수를 사 먹
어 보니 얼음이 아삭아삭 씹히는 것이 맛이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길 건너 주로에는 다른 주자
가 2명이 보이고, 322.8km지점에서 경부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하여 대전을 벗어나는데 이제 절
반을 넘어섰다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이제껏 온 만큼 더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득하지만 어쩌
랴!
13일 오전 10시50분경 325km지점 현도 우체국 옆의 식당에 들어가 찌개백반으로 식사를 하고
출발.
330km 청원 톨게이트를 조금 지나니 저 멀리 한회장님과 부산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응원오신
류승관님과 신창섭님이 보인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가게의 의자에 앉아 폴라포를 먹으면
서 잠시 담소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오억세총무팀장님과 통화한 후 350km A/S 지점에서 만나
기로 하고, 다시 출발하여 충주시로 들어가 350km A/S 지점에 13일 오후 4시5분경 도착.(예정
도착시간: 13일 오후 1시30분)
한회장님께서 친구분댁에서 준비해오신 찰밥으로 식사를 하고 과일과 수박화채 세 그릇을 먹고
서, 신창섭님께서 준비해오신 시원한 아이싱 팩을 양쪽 무릎에다 대고 발의 물집을 처리하려고
바늘에 실을 끼우려 하니 촛점이 잘 맞지 않아 헤매고 있는 걸 보고, 신창섭님께서 끼워 주셔서
물집을 손보고서 작별 인사를 하고 오후 5시경 400km CP로 향한다.
"너무 힘든데 치아뿌고 확! 같이 차타고 가뿌까?"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랫배가 살살 아파와 길가의 낚시 가게에 들어가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서 다시 출발.
저녁 9시30분경 370km지점의 증평군 도안면 화성리의 식당에 들어가 찬물로 몸을 식히고 점점
번지는 발의 물집을 다시 손보고서, 비빔밥과 오이냉국으로 맛있게 늦은 저녁을 먹고서 40분간
선풍기 바람 아래서 수면을 취하고 일어나니, 식당 주인 아저씨가 조그만 팻트병에 냉국을 담아
주시면서 식초를 많이 넣어 만들었으니 달리면서 마시면 도움이 될거라고 하시며 주신다. 고맙
다는 인사를 하고서 13일 저녁 10시45분 출발.
한참을 달리고 있는데 관광버스가 앞에 서더니 기사님 왈, "뒤에서 보니 자꾸만 도로 중앙으로
들어온다." 하시며 "밤에는 깜빡이 등을 켜도 멀리서는 잘 안보이고 직선화 도로라 차들이 과속
을 하는 곳이라 조심을 하라." 하시면서 친절하게 일러주신다.
다시 조금을 달려가니 흰색 승용차가 옆으로 오더니 힘! 을 외치는데 김광호동기와 최옥준님이
다. 아! 이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아마 근무 마치고 초저녁에 출발하여 오신 모양인데 이야기
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불과 20~30분을 보기 위해 멀리 부산서 심야에 응원하러 오시다니...
나혼자 고생하면 됐지 이번 종단에서 많은 분들에게 끼친 민폐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진을 몇
장 같이 찍고 다시 힘을 외치고 이별.
376.2km지점의 백마령 터널 오르막을 오르면서 연철흠님, 심성기님 등 몇분을 만나 동반주를
하면서 터널을 지나 내리막을 5명이서 내려오는데 전부 걸으면서 졸고, 졸면서 달리고 하면서
잠시 잠시 꿈을 꾸는지 잠꼬대처럼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다. 처음엔 나보고 하는 말인 줄 알
고 "예? 뭐라고요?" 하면 "아니요, 꿈을 꾸었나 봐요." 하는데 어느 순간 나도 "마! 됐다! 그냥 가
자!" 라고 헛소리처럼 지껄이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실소를 금치 못한다. 아마 옆에서 누가 보았
으면 한 무리의 정신병자들이 야밤에 탈출하여 도망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으리라.
내리막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5명이 도로가의 턱에 앉아 15분간 수면을 취한 후 다시 출발하
여 4번째 날의 새벽이 어슴프레 밝아오는 가운데 14일 오전 5시34분경 충청북도 음성군 대소리
의 400km CP에 도착.(예정도착시간: 14일 오전 3시)(수면시간: 1시간35분)
7)400 - 500km
400km CP에서 수박화채와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서 약 15분간 수면 후, 이제는 포기하겠다는 생
각은 멀리 가 버렸고 어쨌든지 시간 내에 완주를 해야 한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서 14일 오전
6시45분 출발.
얼마 안가 가게에 들어가 콜라를 사서 마시는데 할머니께서 포카리 스웨트를 한 캔 주시면서 가
면서 먹고 힘내라고 하신다. "감사합니다!" 하고서는 한 손에 들고 달려가는데 곧 아랫배가 살살
아파 온다.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아 길가의 언덕 아래서 볼일을 보고서 다시 출발. 평소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을 할 정도로 뻔뻔해진 내 자신이 참으로 우습다.
410km지점 근방의 충주 조절지 댐 휴게소에 들러 폴라포를 하나 사먹으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박카스를 한 병 주신다. "500원짜리 폴라포 하나 팔고 박카스 한병 주시면 남는게 있나요?" 하
니 "안남으면 어때요. 다음에 놀러왔다 지나가면 꼭 들러주세요." 하신다. 이번 종단에서 말로만
듣던 충청도의 후한 인심을 몸으로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 이래서 내나라 우리강산
이, 우리 동포가 참으로 좋구나!"
412.2km지점 역사학자이며 한학자이신 위당 정인보선생의 묘소를 통과하여, 416.4km 양초 삼
거리를 조금 못 미쳐 모텔식당에 들어가니 신현일님께서 380km지점에서 발의 부상으로 포기하
고 쉬고 계신다 한다. 된장찌개로 식사를 하고 약 15분간 수면 후 14일 오전 10시20분에 출발하
여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소태재 정상을 향하여 뛰다 걷다 하면서 올라가는데 우산을 받쳐들고
올라가는 주자를 만나 힘! 을 외치고는 추월. 너무 더워 길가의 민가에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는
찬물로 더위를 식히고는 상의를 물에 담갔다가 그냥 물이 흐르는 채로 입으니 정신이 번쩍 든다.
424km 소태재 정상의 구룡 휴게소에 들어가 물냉면과 밥 한그릇을 시켜 먹는데 평소에 잘 안먹
는 계란이 두개나 들어 있어 그냥 남기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힘내라고 특별히 두개씩이나 넣어
주었는데 남기면 어떡하냐고 하여 감사한 마음에 억지로 먹는다. 실을 얻어 발의 물집을 다시
손을 본 후 14일 오후 1시경 출발하여 강원도로 들어간다.
소태재 내리막 끝의 원주시 귀래면으로 들어가니 주유소 마당에 622km 종단 완주를 기원한다는
글과 함께, 어르신 한 분이 박카스를 몇 통 두고서 두개씩 나눠 주시면서 한개는 먹고 한개는 가
면서 먹으라고 손에 쥐어 주신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주시는 박카스에 힘입어 435.6km 양
안치재 정상을 오후 3시경 넘어가, 연세대 원주 캠퍼스 삼거리를 지나 450km A/S 지점으로 달
려가는데 449km지점에 고등학교 동문 마라톤(망월마라톤) 10회 선배님이신 박수진 선배님께서
손을 흔들고 서 계신다. 거수경례를 하고 계속 달려가 450km A/S 지점에 14일 오후 5시50분에
도착.(예정도착시간: 14일 오후 2시30분)
선배님께서 정성스레 준비해오신 잣죽과 더덕즙, 수박을 맛있게 먹고는 - 선배님의 후배사랑!
정말 감사드립니다! - 인사를 드리고는 14일 오후 6시5분경 500km CP를 향해 달려간다.
원주에서 횡성까지는 고속화 국도로 어마어마한 고개를 3개를 넘어야 하는데, 459.3km 공군부
대 길가 으슥한 곳에서 큰 볼일을 보는데 모기들의 공세에 아주 혼쭐이 났다.
461.4km 횡성 먹거리 단지의 주유소에서 간단히 샤워 후 올갱이국으로 저녁식사를 하고서 14일
저녁 9시23분 다시 출발을 하여, 464.6km 입석 교차로에서 약 10분간 길을 헤매다 신영우님의
도움으로 길을 바로 찾아 섬강교, 횡성터널을 지나 횡성군 신촌리 교차로까지 약 7km정도를 작
년 횡단 코스를 거슬러 올라간다.
472km 학담리 공근초등학교 근처에서 건너편 주자와 인사를 건네며 통성명을 하는데 작년 횡
단도 같이 했고 런너스 클럽의 공동식, 공천식 형제분 만큼이나 울트라 마라톤에서 유명한 안씨
형제중 형님이신 안대용님이시다. 동생이신 안지용님은 부상으로 400km에서 포기하셨다고 한
다. 서로에게 힘! 을 외치고는 계속 달려간다.
학담리 삼거리에서 좌측의 5번 고속화 국도를 타고서 홍천으로 올라가는데 "아무리 늦은 밤이라
지만 10분에 차 한대 지나가는 이런 길을 왜 만들었을까? 이건 너무 낭비인 것 같다." 는 생각이
든다. 컴컴한 밤이라 잘 모르겠지만 물소리가 세차게 들리는 것이 낮에 와 보면 경치가 괜찮을
것 같다. 코스맵에는 몇 군데 휴게소가 있어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밤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가의 가로등도 전부 꺼져 있고 문을 연 휴게소가 한 곳도 없다. 할 수 없이
가져간 간식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서 계속 올라가는데 화천 75k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아!
화천!' 88년 군의관으로 임관하여 처음 근무지가 7사단 5연대 화천군 산양리가 아니던가! 1년간
전방근무를 하면서 지뢰사고, 철책선 감전 사고로 인한 응급환자 때문에 헬기로 수도 통합병원
으로 두번 날아간 기억이며, 사단 장교 전투력 측정에서 일반 장교들을 제치고 연대에서 1등을
하여 특별 휴가를 받은 기억 등이 스쳐 지나간다.
483.4km 지점 삼마치 터널을 지나니 홍천군 표지판이 보이고 계속 내리막이다. 491.2km지점
연봉 삼거리에서 우회전 하여 인제, 홍천 방면의 44번 국도를 타고 내려와 491.5km 현대 남산
주유소까지는 잘 왔는데 이후에 다음 이정표인 493.2km 지점의 카사블랑카 모텔이 안 보인다.
여기서 한 시간 가량을 헤매다 최수철 조직위원장님과 정동숙님의 도움을 받아 길을 바로 찾아
가는데, 501.6km CP 금강 휴게소까지 남은 거리는 10.1km, 남은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
"아! 여기서 접어야 하나! 아니! 절대로 그럴 순 없다! 그래! 죽기살기로 한번 뛰어보자! 나는 할
수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별의별 생각을 다 하면서 정신을 가다듬어 밝아오는 새벽길을 평소면
거의 조깅 수준이지만 당시로는 엄청난 속도라 할 수 있는 km당 6분 속도로 달려 거친 숨을 몰
아쉬며 5번째 CP인 금강 휴게소에 컷 오프 15분 전인 15일 새벽 5시45분에 가까스로 도착.(예정
도착시간: 15일 오전 3시)(수면시간: 30분)
8)500 - 600km
금강휴게소에서 간단히 몸을 씻고 황태국밥을 먹고서 여태까지 신었던 아식스 2090이 뒤축이
많이 닳고 쿳션도 거의 없어진 것 같아 여분으로 준비해 간 같은 신발에, 깔창은 발에 적응된 쓰
던 것으로 그대로 끼워 가기로 한다. 이제 남은 거리 122km를 30시간 안에 주파하면 된다는 안
도감이 들긴 하지만 돌발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둘러 짐을 챙겨 15일 오전6시25분
에 출발.
505km 삼포 휴게소를 지나서부터 540km 38선 비석이 있는 곳까지 약 35km는 도로 공사구간
으로, 차가 서로 교행을 하게 되면 뛰기는커녕 걷지도 못하고 아예 서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야 하는 구간이 대부분이어서, 아마 종단 대회 전구간 중 가장 위험했고, 내려쬐는 햇볕과 차량
정체로 인한 매연,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짜증나는 구간이었던 것 같다.
511.2km 화양강랜드 휴게소에 들러 찬물로 더위를 식히고 콜라와 얼음과자를 사먹고 500m쯤
갔을까? 왼쪽 손에 있어야 할 코팅한 코스맵이 없다. "우와! 돌아버리겠네!" 가던 길을 돌아서
휴게소에 들어가니 계산대 한쪽에 코스맵이 보인다. "휴! 다행이다!" 들고서 다시 출발 - 이후
로 이런 일이 한번 더 있었다. 515km지점을 15일 오전 9시경 통과하여 528.5km지점의 기사식
당에 15일 오전 11시에 도착하여 비빔밥으로 식사를 하고서 30분정도 수면을 취한 후 15일 오후
0시 5분에 출발. 조금 가다 주유소에 들러 물을 끼얹고 나와 다시 달리는데 아까 식사를 한 기사
식당과 비슷한 기사식당이 보여, 방향감각을 잃고 길을 거꾸로 온 길을 다시 가고 있는 것이 아
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주유소로 돌아가 인제 방향을 물어보니 가던 방향이 맞다고 한다. 울산
마라톤클럽의 김영목님을 만나 가게에 들어가 콜라와 얼음과자를 사 먹고서 나무 아래 그늘진곳
에서 약 15분간 수면을 취한 후, 좀 더 자고 오겠다는 김영목님을 뒤로 하고 달려가는데 아내에
게서 전화가 온다. 큰딸과 박정선님과 부산서 출발하여 바로 뒤에서 올라오고 있다면서 조금 있
으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길가의 휴게소에서 세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인제대
교 근처의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큰딸의 "아빠! 힘내세요!" 하는 응원에 힘을 입어 다시 달려
간다.
539.7km지점의 공사 중인 간이 터널을 지날 때는 차가 지나가면 아예 터널 벽에 바짝 붙어 있
다가 차가 안오면 다시 뛰고 하여 인제대교, 인제 선착장 - 1981년 의과대학 산악부 시절 설악산
장기등반을 마치고 원통을 거쳐 인제로 내려와 인제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소양호를 건너 춘천-
서울-부산으로 귀향한 추억이 있는, 당시는 교통의 오지로 일부구간은 차의 교행이 어려워 시간
을 두고 한쪽방향만 통행을 시키는 그런 곳이었는데... - 을 조금 지난 545km지점의 길에서 약
간 떨어진 식당에서 아내와 큰딸, 박정선님을 만나 준비해 온 전복죽과 과일을 먹고서 15분간 수
면후 저녁 식사 때 만나기로 하고 15일 오후 5시55분경 출발.
인제 터널을 지나기 위해 오르막을 오르고 있는데 지나가는 승용차가 서더니 "효마클의 손우현
님 아닙니까?" 하는데 보니 막달리자 클럽의 김영철님과 일행분들로 아마 전성준님을 환영하기
위해 피니쉬 라인으로 가는 중이었던 모양이다. 내린천을 우측에 끼고서 인제군을 통과하여
550.3km 내린천 휴게소 A/S 지점에 15일 저녁 7시15분에 도착.(예정도착시간: 15일 오후2시30
분)
자원봉사자들이 건네주는 수박화채를 먹고 얼음 마사지도 받으면서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출발
하려는데, 저녁에 힘이 떨어지면 마시라면서 500cc 팻트병에 쵸코렛 음료같은 영양음료를 담
아 챙겨주신다. 처음 도착 주자부터 마지막 주자까지 보살펴 주려면 아마도 20시간 이상을 같은
자리에서 봉사를 해야 할 텐데...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원통을 지나 내설악 광장에서 좌회전을 하여 간성, 속초방향의 46번도로를 타고 조금 올라가다,
562km지점의 식당에 들어가 아내와 큰딸을 만나 황태정식으로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서 15일
저녁 10시경 설악으로 들어간다.
내설악의 많은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들이 합쳐서 이루는 북천을 따라 올라가다, 십이선녀탕 입
구 조금 못 미쳐 문 닫은 주유소 광장에서 쉬고있는 김영목님과 다른 일행 5명, 총 7명이서 동반
주를 하면서 계속 북으로 올라간다. 오밤중이라 내설악의 수려한 산세와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세차게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대학 산악부시절 2번 - 당시는 35kg
이상 나가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서 내설악 구석구석을 날아다녔는데... , 전공의 2년차 휴가때,
88년 전방 군의관 근무시절의 휴가때, 94년 개원한 해 여름휴가때 부모님을 모시고 와 본 추억
들을 되새기며 낯익은 지명인 십이선녀탕, 백담사입구, 용대리를 스쳐 지나간다.
574.9km LG 용대주유소 근처 길가의 넓은 공터에서 7명이서 하늘을 지붕삼아 30분간 수면을
취한 후, 다시 출발하여 576.8km 미시령입구 삼거리 초소(16일 새벽 2시3분 통과)에서 좌회전
하여 진부령쪽으로 올라간다.
577.2km 용바위식당 근처 길가에 앉아 쉬고 있는데, 주로 감독 2명이 와서 배번을 체크한 후 이
페이스로 가면 시간내 완주가 힘들 수도 있다는 말에 자극을 받아, 혼자서 먼저 출발하여
582.8km 진부령 정상까지 5.6km를 한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올라가 정상의 가게 자판기에서 커
피 한 잔을 뽑아 마시고, 내리막을 달려 내려오는데 오르막에서 계속 달린 것이 무리였는지 좌측
아킬레스 건부위에 예리한 통증이 오기 시작하여 속도를 내기가 힘이 든다.
배가 고파 허기가 져서 배낭안의 사탕과 한회장님께서 챙겨주신 건포도로 에너지 보충을 하고
서, 내리막을 걷다 달리다 하면서 내려가다 590km지점(16일 새벽 4시45분 통과)근처에서 부산
서 올라오시는 정화국님 일행을 만나 힘을 받고 다시 달려가는데, 아! 효마클응원단을 실은 버스가
옆에 서더니 힘!을 외치고는 혹시나 부정행위로 오인받을 것을 염려하여 반가운 얼굴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간다.
"그래! 어서 빨리 가서 만나야지!"
힘을 얻어 600km CP를 향하여 아킬레스 건의 통증도 잊어버린채 속도를 올려 달려간다.
594.3km 현대오일 설악휴게소를 지나서 부터는 지루한 길이 계속되면서 마지막 이틀동안 총 2
시간 정도 밖에 잠을 못 자서인지, 의식은 멀쩡한것 같은데 이른바 '데자뷰(deja vu)현상'이 나
타난다. - 번역하면 '전에 보았던'의 의미로, 생전 처음 접하는 장소나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왠
지 눈에 익고 예전에 똑같은 체험을 겪어 본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하며, 실제로 이번
종단에서 마지막에는 수면부족으로 거의 모든 주자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이 같
은 현상을 경험 한것 같다.
600km CP로 가는 길이 불과 얼마전에 와 보았던 길같고, CP지점인 원미 매운탕에서 김병호고
문과 식사를 한 기억이, 그집의 내부구조가 너무나 또렷이 떠오르는데 "언제 와 보았을까?" 하면
서 아무리 기억을 떠올리려 해도 언제와 보았는지가 도무지 생각이 나지않는다.
이런 상태로 겨우 겨우 600km CP에 도착하니 16일 오전 6시32분이다.(예정도착시간: 16일 오
전 3시) (수면시간: 1시간30분)
9)600 - 622km
600km CP에 도착하니 망월마라톤 선배님이신 박수진선배님, 유맹석선배님, 이윤재선배님 3분
이 반겨 주신다. 새벽 3시에 용인서 출발하시어 이 후배 달리는 마지막길에 힘을 실어 주시기위
해 새벽의 영동 고속도로를 달려 오신 것이다. "아! 선배님들!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주로 감독차 부산서 올라오신 이분희님과 정화국님이 시간이 빠듯하다 하며 빨리 출발할 것을
재촉하신다. 그래서 황태국밥 반 그릇과 수박 한 조각만을 먹고 선배님들께서 준비해오신 영양
식은 전혀 먹지 못한 채, 배낭의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인 후 피니쉬 라인을 향해 16일 오전 6시
41분에 발진.
604.8km 대대 삼거리까지는그래도 정신이 있어 통과하는 것을 알았고 나름대로 빨리 달린다고
달린 것이 - 나중에 랩 타임을 보니 km당 10분 정도 밖에 안되는 수준이었다. - 오바페이스였는
지 탈수와 저혈당으로 힘든 레이스가 계속 되면서, 이후로는 의식이 혼미 해지면서 기억이 가물
가물한 것이 마냥 아득하기만하다.
계속 코스맵을 보고 달리면서도 도저히 자신이 없어 마침 전화온 철우에게 선배님들께 연락을
하여, 갈림길에서 자동차 방향등으로 신호를 좀 보내 주시고 몸에 끼얹을 차가운 생수를 준비해
주십사고 부탁을 드려 달라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차가운 생수를 머리에 끼얹으면 정신이 번쩍 들지만 채 5분이 못 되어 다시 의식이 흐려지는것
이, 또 예의 그 '데자뷰현상'이 괴롭힌다. 명란젓 공장의 간판을 보고 지나갔는데 얼마 안가서 그
간판이 또 보인다. 이러니 코스맵상 위치가 608km, 610km, 607km 이런식으로 완전히 뒤죽박죽
이다.
608km정도로 기억되는 지점에서 신영우님이 시간이 충분하니 식사를 하고 갈 것을 권하지만 무
조건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냥 계속 간다.
608.7km 반암해수욕장을 16일 오전 8시5분경에 통과한 것으로 랩타임에 찍혀 있다.
611km 자산천 삼거리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응원오신 회원님들께 효마클 경기복을 입고서 폼
나게 골인는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 미리 준비해둔 효마클 경기복으로 갈아 입으려고 아내가
건네주는 옷을 받아보니, 200 - 400km구간에서 입었던 반타이즈와 효마클 훈련복이다. - 나중
에 아내가 말하기를 잘못 알고 그 옷을 지난 밤에 세탁하여 밤새 말려서 가져 왔다고 한다.
머리에서 김이 모락 모락나는것이 아내에게 한바탕 신경질을 내고는그냥 달려가는데, 이후로는
의식이 완전히 혼미한 가운데 오로지 앞으로 가야만 한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달렸던것 같다.
회원님 여러분! 모쪼록 더운 여름에는 성질 좀 죽이고 살아야 된다는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잘못하면 가는 수가... ㅋㅋㅋ
612.1km 거진 공설운동장 앞을 16일 오전 8시50분경 통과.
종단 출발전에 화진포 콘도, 금강산 콘도 2개가 있는것을 모르고 콘도에만 가면 다 왔다고 입력
이 되어 있는 터라, 616.4km지점의 화진포 콘도 표지판을 보고는 "아! 이제 다 왔구나" 하고 달려
가는데 가도 가도 피니쉬 라인이 안보여 혼자 생각하기를 "거리가 모자라 마지막에 8자 순환코
스를 만들어 돌리는구나", "그런데 다른 주자들은 2바퀴 정도만 도는데 나는5~6번도 더 도는것
같다." "레이스를 그만 두고 차를 타고 가서 왜 이리 마지막에 뺑뺑이를 돌게하여 주자들을 힘들
게 하느냐?" 고 항의를 해야겠다. "어서 빨리 8자코스에서 탈출을 해야만 하는데..." 하는 생각에
사거리 지점에서 직진을 안하고 우측으로 가려하니 신영우님이 직진을 해야한다고 하신다.
우측에 해수욕장을 보고서 달렸는데 30분정도 가면 똑 같은 해수욕장이 또 나타나고, 분명 도로
위의 대전차 방호벽 아래를 지났는데 또 나타난다. 정말! 환장 할 지경이다.
이제는 달리면서 점점 도로 가운데 중앙선 쪽으로 가는것 같아 길가로 붙어 달리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중앙선 쪽으로 다시 들어간다. 이러니 뒤에서 오는 차들이 빵빵거리고 난리다.
그렇게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달려가는데 앞서 골인한 주자가 탄 차가 지나가면서 힘!을 외치고
는 "효마클회원님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 어서 빨리 가야지!" "어서 빨리 이 악몽같은 레이스를 끝내야지!" 하는 생각만으로 앞으로
발을 내디디다보니 어느새 피니쉬 지점인듯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고, 서정
목이사님께서 사진을 찍고 계시는 것이 보인다. - 샤워 후 식당으로 내려가 안 보이시길래 "서이
사님 어디 가셨느냐?" 하고 물으니 "안 오셨는데요." 한다. "아까 분명히 피니쉬 라인 조금 앞에서
사진을 찍고 계셨는데..." 하니 최재호님이 "제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요." 하신다. ???
혼신의 힘을 다하여 오르막을 달려 올라가, 마침내 7월 10일 오전6시에 전남 해남 땅끝을 출발
한지 148시간36분만에 피니쉬 테이프를 끊고서 멈추었다..
16일 오전 10시36분도착(예정도착시간: 16일 오전 8시)
"아! 이제 다 왔구나!"
"아! 쉬고 싶다!"
"그래! 넌 해냈어!"
4.완주후기를 마치면서
1)6박7일간 전라남도(해남땅끝-강진-영암-나주-광주-장성) - 전라북도(정읍-전주-완주) - 충청
남도(논산-대전-신탄진) - 충청북도(청주-청원-정평-음성-충주) - 강원도(원주-횡성-홍천-인
제-고성) 등 5개도를 지나면서, 148시간 36분동안 10시간20분의 수면을 취하면서 내나라 내강
산을 두발로 달려보았고, 2004년 제주일주 200km 울트라 마라톤대회와 2004년 한반도횡단
311km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 제주도, 경기도, 강원도를 달렸으므로, 내년의 2005 대한민국 종
단(태종대-임진각) 537km 울트라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경상남북도를 달리게 되면 남한 전체
를 두발로 달리게 되는 셈이다.
2)작년의 제주일주와 한반도 횡단시에는 서로 호흡이 잘 맞는 사람들과 제주도, 경기도, 강원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면서 비교적 편안히 달렸으나, 이번 종단때는 고속화 국도를 달리는구간
이 많아서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할 수 없었고 설악산 구간을 한밤중에 지나가게 되어 설악의 아
름다운 풍경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깝다.
3)이번 종단에서의 아쉬움들
첫째, 둘째날 소화에 부담이 되는 육류를 섭취하여 발생한 위장장애로 인하여 유발된 참을 수 없
는 졸음과 컨디션 저하로 원래의 예정 도착시간을 맞추지 못하였고 - 페이스 차트를 구상
할 때 항상 예정 도착시간을 여유 있게 잡아 두었기에 여태까지의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
예정시간을 넘겨 도착한 적은 거의 없었다.
둘째, 작년 횡단시에는 네명이서 끝까지 동반주를 하여 페이스의 늘어짐이 없이 수월하게 완주
할 수 있었으나, 이번 종단에서는 전 구간의 4분의 3을 외로운 독주를 함으로써 졸리면 자
고 걷고 싶으면 걷고 하여 페이스가 한없이 늘어졌다. 동반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
던 대회였다.
셋째, 첫번째 두번째의 이유로 인하여 400km 이후로는 컷 오프를 면하기에 급급하였고, 이때까
지 페이스 메이커로 참가한 대회를 제외하고는 항상 완주자 중 상위 30%에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완주자 43명 중 36등이라는 초라한 성적에 그쳐 말 그대로 완주에 만족해야만
했고, 마지막 600 -622km 구간에서 오바페이스, 저혈당, 탈수현상으로 의식이 혼미한 가
운데 달림으로써 응원하는 많은 분들에게 걱정을 끼쳐 드리는 등 레이스를 깔끔하게 마무
리 못한 점이 아쉽다.
넷째, 여러가지 간식을 준비하여 갔으나 실제로 먹었던 간식은 준비한 양의 1/10이 채 못 되었던
것 같았고, 서바이벌 울트라에서는 웬만한 것은 주로상의 가게에서 해결할 수 있으므로
다음에는 꼭 필요한 최소한의 간식만을 준비하여 가급적 배낭의 무게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4)이제 KUMF에서 요구하는 그랜드 슬럼의 세가지 조건 중 한반도 횡단 311km 완주, 대한민국 종
단 622km 완주 두가지는 해냈고, 내년의 대한민국 종단 537km(태종대-임진각) 울트라 마라톤
대회가 남았는데, 기왕에 울트라 마라톤을 시작한 이상 내년 대회에 참가하여 완주함으로써
모든 울트라 런너들의 동경의 대상인 그랜드 슬럼을 달성하고자 한다.
5. 감사드립니다.
1)강건한 체력과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않고 헤쳐나갈 수있는 강한 정신력을 물려 주시고 어느
누구 못지않게 강하게 키워주신 부모님, 그리고 달리기에 바빠 뇌졸증을 앓고 계시는 어머님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외동아들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묵묵히 달리기를 지원해주고 전라북도
와 멀리 강원도까지 와서 마음졸이며 밤을 세워 응원해준 아내와 오늘의 이 완주의 기쁨을 나누
고 싶습니다.
2)출정식을 열어 힘을 실어주시고 거금의 격려금을 주신 부산시 의사회 마라톤 클럽 이기욱원장님
과 모든 회원님들께 감사드리며 완주 축하 전화주신 조영일원장님, 종단 완주 후 맛있는 저녁으로
환영해 주신 이장희원장님, 김진국원장님과 강신수원장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3)오바페이스, 탈수, 저혈당으로 인한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도 오로지 " 앞으로 가야만 한다! " 는
생각하나만으로 저를 피니쉬라인까지 무사히 인도한 것은, 부산에서 밤잠을 설치면서까지 결승
점까지 저를 응원오신 우리 효마클회원님을 결코 실망시켜드려서는 안된다는 일념과 먼저 골인
한 주자가 귀가하면서 던진 한마디 "효마클 회원님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계신다" 였습니다.
종단 출정식에 오셔서 격려해 주신 효마클 회원님들, 격려금을 주신 서덕일고문님을 비롯한 몇
분의 선배님들, 응원버스를 지원해 주신 김태우변호사님과 이형복교수님, 두번씩이나 오셔서 2
박 4일로 격려해 주신 한경애회장님, 가기 전에 먹고 힘내라고 홍삼 엑기스를 보내주시고 종단
완주 환영식에서 2차를 쏘신 장무성&전희주원장님, 바쁘신 업무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오셔서
격려해 주신 류승관님, 신창섭님, 김광호님, 최욱준님, 그리고 초대형 플래카드를 준비하여 밤잠
을 설쳐가면서 피니쉬 라인까지 응원을 오신 우리 효마클 회원님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정성
으로 보살펴 주신 김대숙님, 윤연경님, 일주일 내내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중계에 수고하신
오억세총무팀장님, 인터넷중계를 보시면서 컷오프에 걸릴까봐 조마조마해 하시면서 응원해 주
신 회원님들, 종단 완주 환영식을 성대히 베풀어 주신 회원님들께 너무너무 감사드리며 제 자신
효마클 회원임이 너무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럽습니다.
4)450km지점에 잣죽, 더덕즙과 과일을 준비하시어 후배 격려차 오시고 그것도 모자라 새벽 3시에
출발하시어 피니쉬 라인까지 오신 망월 마라톤 박수진 선배님과, 피니쉬 라인에서 "동고인!손우
현 욕봤다!" 라는 플래카드를 준비하시어 응원해 주신 유맹석선배님과 이윤재선배님, 그리고 달
리는 내내 전화와 문자 메세지로 격려해 주시고 망월마라톤 게시판을 통해 응원해 주신 여러 선
후배님께 감사드립니다. 종단 완주 환영회를 열어 환영해 주신 강상중선배님, 김유일선배님, 김
겸렬회장님, 김철우&김원종동기 그리고 후배님들께도 감사드리며 이번 종단을 통해 선배님들
의 "동고사랑", "후배사랑" 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멀리 땅끝까지 차로
바래다 주고 인터넷 중계에 수고한 김철우동기에게 진한 우정을 다시 한번 느끼며 감사의 마음
을 전하고자 합니다.
5)같은 런너스클럽의 회원이자 작년 횡단 동지인 공동식님,공천식님 형제분과 사모님들, 신영우님
과 박정선님! 출정식을 열어 격려해 주시고 종단 기간 내내 전화를 하면 레이스에 방해가 될 까
봐 문자로 격려 주시고 종단 완주 축하연에서 감동적인 문구가 새겨진 값진 패를 선물해 주신
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멀리까지 어려운 걸음을 두번씩이나 하시고
사골곰탕을 준비하여 주신 박정선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신영우님!
님의 6박 7일간의 헌신적인 보살핌이 없었다면 어찌 종단 완주가 가능했겠습니까? 마지막날 의
식이 혼미한 가운데도 오로지 님을 의지하여 달렸기에 피니쉬 라인을 무사히 밟을 수 있었음을
감사드립니다.
종단 완주 후 환영식을 성대히 베풀어 주시고 기념 액자까지 선물해 주신 여러 런클 회원님들께
도 감사드립니다.
; 이번 종단에서 너무나 많은 분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또 많은 은혜를 입었으며 평생을 갚아도 모자
라겠지만 살아가면서 차차 갚을 것을 약속드리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출근하여 진료중 틈틈이 '2005 대한민국 종단 622Km 완주기"를 정말 잘 읽었습니다. 그 어려움에 도전하신 모습과 완주를 이루어낸 정신력에 찬사를 드립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빠른 회복을 바랍니다.
손원장님 수고하셧습니다..힘!!!!
상상만으로도 힘이 드는 도전이었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자랑스러운 손우현 원장님, 힘!!!!!
모두 다 읽기도 힘든 내용들.. 하물며 몸소 실천하시기는 오죽하시겠습니까 ????// 한계를 극복하신 손원장님의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무한도전.!!! 그리고 열정에 놀라움과 경의를 보냅니다. 항상 승리하세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