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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 nights” 4성․5성급 호텔 순례
일곱 밤의 밤을 자야 하기에 자연히 4성, 5성급 호텔순례를 하게 된 셈. ‘여행은 잠자리가 편해야 한다’는 말처럼 세계적인 체인점 ‘인터컨티넨탈 호텔’과 ‘힐튼호텔’ 2곳 등 모두 괜찮았다. 다만, 아침밥이 뷔페라 해도 우리 입맛에 맞지 않고 쌀밥이 없어 베이컨이나 소시지, 계란후라이로 대충 때울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까웠다. 방에 있는 텔레비전들이 모두 LG 제품이어서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어떤 곳은 얼마 안되는 식수조차 돈을 받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숙박계를 쓰라는 곳도 있다. 칫솔, 치약, 면도기 등은 한 곳도 없었고, 슬리퍼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다. 참고하시길.
체코 현지가이드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체코어에는 ‘짜다’라는 뜻의 단어가 없다고 한다. ‘깊다’라는 단어가 ‘짜다’라는 말을 대신한다니 알쪼이다. 참 별난 일이다. 왕소금맛이 깊다는 그네의 미각(味覺)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하루이틀 익숙하다보니, 이들 나라의 자연풍광(自然風光)도 솔직히 그게 그거다. 말하자면 심심하다. 산이 없이 한없이 펼쳐진 지평선, 그림같은 주택가, 너른 초원, 영토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나라가 많은데 인구라야 고작 1000만명, 그만큼 인구밀도가 낮으니, 청정지역이 따로 없다. 게다가 미세먼지나 황사 등이 전혀 없다보니 오염될 일도 없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필요없으니, 건물 어디에서도 실외기를 발견할 수 없다. 묘(墓)들은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다. 이들은 묘지를 마을입구에 예쁘게 만들고, 항상 생화(生花)를 바친다고 한다. 바로 집 옆에 모시고 늘 고인을 추모하려는 뜻이리라. 비엔나도, 부다페스트도, 대도시의 건물은 우리처럼 최첨단 고층건물이 거의가 아니고 하나도 없다. 어쩌면 그렇게 중세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까? 어떻게 도시계획을 하면 이렇게 완벽하게 ‘중세도시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시내 관광을 하다보니, 우리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의 한 도시, 한 국가를 구경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신기할손!
★잊을 수 없는 해프닝들
△“병은 소문을 내야” : ‘병은 소문을 내야 한다’는 말은 여전히 진리(眞理)인 듯. 첫날부터 목디스크로 목을 제대로 못 가누던 한 친구는 이번 여행에 마치 대통령이 된 듯했다며 흐뭇해했다. 의사선생님인 친구 부인이 매일 아침 엉덩이를 까고 진통주사를 놓아준 것. 그뿐인가. 또 한 친구의 부인은 긴 버스여행(보통 3∼4시간) 중에 1시간여 저주파 물리치료를 여러 번 해주었고, 찜찔기를 빌려준 친구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한 친구는 졸지에 발병(통풍)이 나 걷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나마 여행 끝나기 이틀 전이어서 다행이었고, 일행 중 통풍에 직방으로 낫는 약이 있었기에 한숨을 돌렸다.
△“이역만리 부부싸움”: 미라벨 정원 자유시간 때 만나기로 한 장소에 모두 5분 정도 빨리 모여 모차르트 생가를 출발했으나 한 커플이 탈락된 것을 몰랐다. 정시에 도착하여 일행이 없는 것을 보고 긴급전화하여 상봉이야 했건만 심기가 불편해진 형수의 눈물바람을 달래기는커녕 되레 화를 낸 남편 때문에 그날 밤 심하게 싸웠다나 어쨌다나. 알려지지 않은 또 한 건의 부부싸움은 아는 사람끼리는 화제가 만발. 당뇨 관리를 잘못해 졸지에 10kg가 빠진 친구가 여전히 속을 못 차려 좋아하는 술을 뻗치자 아내가 독이 오른 것. 호텔이 떠들썩하게 혼쭐을 낸 데 이어 ‘폭력’으로까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그 친구는 난생처음 ‘매맞는 남편’의 심정을 체험하게 됐다며 씁쓸해 하는 가운데 휴대폰까지 잃어버려 1차 맥주집(쿠바 비어)으로 뛰어가는 등 심야소동을 빚었는데, 호텔 로비에서 보관 중이었다고. 아무리 ‘부부싸움이 칼로 물베기’라지만, 이역만리에서까지 감정을 상할 정도의 말다툼이라니, 삼가고 또 삼갈진저.
△“Happy Birthday”: 음력 6월 22일이 마침 13일 일요일. 비엔나 도착한 날. 진짜 생일을 맞은 한 친구는 대박의 날이었다. 식당에서 생일케이크를 가운데 놓고 23명의 덕담과 축가를 한몸에 받았기 때문. 당사자는 하우스와인을 점심에 돌린 후 “태어나 최고의 귀빠진 날이 된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고.
△“공항 드잡이”: 프라하 하벨공항 대기실에서 지루하게 귀국비행기를 기다리던 도중, 일본인으로 보이는 술 취한 손님과 한 친구가 말싸움이 벌였다고. 자석에 놓인 짐을 손짓으로 치우라며 외국인이 마구잡이로 의자에 앉는 것을 거세게 밀치면서 대뜸 했다는 말이 걸작이다. “빠가야로 니뽄징 개새끼야. 조까라데쓰다. 씨발놈아”. 자칫 글로벌 싸움이 될 뻔한 사건, 다행히 중재자가 나서 양쪽의 분노를 눅여 위기를 모면했다고.
★우리에게 ‘진정한 여행’은 무엇인가?
여행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한다. 물 설고 낯 선 곳이나 나라에서 단 며칠이라도 갖는 달콤한 휴식이 바로 힐링(healing)이 아니고 무엇일까. 우리는 그동안 생업(生業)에 쫓겨 여행다운 여행, 휴식다운 휴식을 한번도 누려보지 못했지 않은가. 오죽했으면 ‘저녁이 있는 삶’을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내걸었을까? 이제껏 살아온 자기의 삶을 성찰(省察)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아니, ‘인생 제2막’의 출발선상에 서있는 우리로서는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서양의 시인 나짐 히크메트는 ‘진정한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이런 운문(韻文)을 썼다. 같이 음미해보자.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가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아직 씌여지지 않은 시를 위하여, 아직 불려지지 않은 노래를 위하여, 어느 길로 가야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인 지금 바로, 우리는 ‘진정한 여행’을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랑하는 친구 그리고 아내와 함께 말이다.
★멤버들의 면면
누가 누가 이 기똥찬 여행에 참여했을까?
△‘왕회장’ 최규록 친구, 역시 강적이다. 짚신 같은 신발 하나만 덜렁 신고와 명품을 사야 한다고 떼를 썼다고. 하루에 최소 아이스크림 5개는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한다. 가이드는 볼 때마다 ‘깜놀(깜짝 놀람)’. ‘Uncle Tom(톰 아저씨)’스러운 모자를 몰다우 강바람에 애석하게 날렸다. 호는 인우(仁雨). 요식업의 귀재이자 골프와 배드민턴에도 능숙하다. 술도 마시지 않으면서 식사 때마다 친구들의 식탁에 와인과 중국술을 올려놓아 우리를 기쁘게 했다. 감사. 그의 어부인은 여행 내내 큰언니도 아니면서 큰언니다운 처신을 한 오경옥 형수, 언제나 주위를 유쾌하게 만든다.
△9월부터 오산 운천중학교 교장으로 재직할 상암(常菴) 정영우 친구와 그 이름도 유명한 박정희 형수. 첫 기획단계부터 여행 동안 윤 팀장과 이것저것 조율하느라 애썼다. 연극 지도로 ‘불량제자’들을 수십 년 동안 수십 명 감화시킨 참교육자로 이름이 높다. 또한 대학로의 좋은 연극을 1년에 몇 차례 주선, 우리들의 문화생활을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문화대통령’이다. 감사.
△멀리 광주에서 신새벽 리무진을 타고 올라온 나장수 친구와 문경주 형수. 유한회사 건설업을 하는 신사, 법 없이도 살 듯하다. 건강만 허락되면 앞으로 15년은 현역으로 너끈하단다. 좋은 일이다. 독실한 기독교신자.
△주말부부인지 월말부부인지 소선당(素鮮堂) 정수미 형수는 광주에서, 대한민국 폴리스 우당(友堂) 김택수 친구는 인천공항에서 합류했다. 의사선생님은 여행 중에도 인술(仁術)을 베풀어 미담의 주인공이 되었고, 우당은 동영상 찍느라 바빴지만, 졸지에 당권(糖權․당뇨인이 되었다는 뜻)을 잡아 운동에 더 바쁜 처지가 됐다.
△군산에서 상경한 심재국 친구와 임경순 형수. 술값도 안 드는 홍안(紅顔)의 청년은 “여보” 소리를 유난히 간드러지게 잘하는 임선생과 ‘베스트금실 1호’이다. 여보는 ‘(사랑하는 옆지기를 언제까지나) 보배(寶) 같이(如) 모시겠다’는 뜻이니 얼마나 좋은 호칭인가? ‘(배우자의 몸을) 마땅히(當) 자신의 몸(身)처럼 생각한다’는 뜻의 ‘당신’이란 호칭으로 응답해야 하리라. 그들로부터 배운다.
△전주 예수병원에서 30여년 근무한(작년 정년퇴직) 이희선 친구와 긴머리의 이성순 형수. 필자와 1학년 때 같은 반(4반이 이번 여행 12명중 5명이다). 축구마니아인 데다 엄청 성실하다는 주위의 평이지만, 형수의 평가는 ’느려터진다‘며 평가가 짜다.
△’공로연수‘로 팔자가 느긋하다고 여유를 부리는 척하는 달우(達于) 박치원 친구과 수필가 안수당(安水堂) 구영례 형수. 이화주(梨花酒)를 만드는 양조(釀造)의 달인이다. 달우는 2017년 동기회 명사무총장이다. 형수는 한국문인협회 광명지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목동의 유명 한의원 원장인 이춘근 친구와 윤영선 형수. 동갑내기인 데도 둘 다 동안(童顔)이다. 호는 미암(美巖). 아들과 딸을 출가시켜 느긋하다. 한때는 암벽타기의 달인. 외손자에 이어 내일모레 친손자 출산이 임박. 기대 만빵이라 한다.
△세무공무원 41년이 넘어 내년 2월 퇴직을 앞둔 언제 봐도 ’말없는 신사‘ 우진(又進) 변만덕 친구와 양주애 형수. 내달이면 할아버지가 된다며 손자 작명을 부탁한다. 내년부터는 남는 게 시간뿐이니 어떤 여행에도 동참하겠다고 호언한다. 이 부부의 금실도 장난이 아니다. 이제껏 한번도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다니, 어디 믿기는가? 참고로, 필자는 첫 번째 수필집 서문에서 결혼 25년 동안 3000번쯤 싸워 두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썼다.
△2002년 세무공무원을 접고 독립하여 합정동에 둥지를 튼지 15년. 호주객(豪酒客)으로 소문난 인산(仁山) 강석환 친구와 백덕생 형수. 술도 좋아하지만, 독서도 좋아하는 인산, 요즘엔 눈이 아파 책을 읽지 못한다고 하소연. 형수는 연전까지 합정동에서 삼겹살 식당을 운영, 우리 친구들의 영양보충을 책임져 주기도 했다.
△2017년 회장인 묵직한 사암(史庵) 김명중 친구와 강연숙 형수. 서울시 열성 공무원으로 퇴직, 직업이 ‘학생(學生)’인 듯 공부에 미쳐 있는 게 불만이라는 형수의 볼멘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길을 간다. 서울시 ‘50+아카데미’ 홍보대사인 듯. 남자만 여덟 형제 중 둘째이고, 아들만 둘.
△마지막으로 필자 우천(愚泉) 최영록이다. 자칭 생활칼럼니스트. 동아일보 편집부기자 20년에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11년을 거쳐, 현재는 교육부 산하 학술기관인 한국고전번역원 홍보전문위원으로 재직중이다. 아내는 수경당(秀京堂) 김옥선. 논술지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아들 둘을 출가, 16개월 손자 자랑에 여념이 없다. 1∼2년내 생가마을(전북 임실 봉천)로 귀향(歸鄕)을 꿈꾸고 있다. 문제는 건강이다. 버킷 리스트중 1호가 3000여권의 책을 쌓아놓고 죽을 때까지 읽고자 하는 것이다. 가능할까?
★윤팀장․조연들의 어시스트 “됐구유(thank you라는 뜻)”
윤혜영 팀장은 인천공항 출발에서부터 귀국때까지 우리 일행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 베테랑 인솔자, 경력 16년을 자랑한다. 알고 보니 닭띠 띠동갑, 연식이 같아 같이 늙어간다며 너스레를 떠는데 “썰(說)‘이 장난이 아니다. 딱 한번 미라벨 정원의 해프닝이 있었으나, 대과(大過)가 없었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문학, 음악, 미술, 예술, 역사, 스포츠 등 다방면에 놀라운 내공의 소유자이다. 장시간 버스를 탑승해야 하므로, 지루함을 달래려 ’사운드 오브 뮤직‘ 핵심장면을 보여주는가 하면, 요한 스트라우스의 ’다뉴브강의 물결‘ 곡을 틀어주기도 하고, 7080 노래까지 선을 보이는 센스에 우리는 내내 행복했다. 독신주의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마흔아홉 수 싱글이다. 조만간 가슴이 떨리는 상대를 만나리라. 자기 말대로 ‘외모는 약하게 생겼지만, 강단이 제법’이라는데, 깡다구가 장난이 아닌 듯하다. 1년에 180여일을 외국나들이로 지샌다니, 그것이 어디 만만한 일이랴.
현지관광의 규정이 현지 가이드를 동행해야 하기에, 폴란드에서 ‘인간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아우슈비츠의 현장과 ‘소금광산’을 안내해준 배재윤. 헝가리에서 쉔버룬궁전 등을 안내한 미모의 정윤아(문제의 정유라가 아닌 개그우먼 김영희의 판박이다), 오스트리아에서 모짜르트 생가 등을 안내한 콘스탄틴, 체코에서 성 비투스성당과 바츨라프광장 등을 이끈 이우현씨 등에게 감사를 드린다.
무엇보다 7박 9일 동안 안전운행으로 우리를 편하게 모신 폴란드인 운전기사 뮈네스코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야 하리라. 사실은 난폭운전인데, 윤팀장의 거센 어필로 못된 습(習)이 조금 고쳐졌다 한다. 40세 이혼남, 키 192cm, 몸무게 125kg.
첫댓글 좋은 벗들과 여행하는 것이 제일 큰 행복중의 하나라는것을 우천의 글을 통해 거듭 깨달아지는구나.앞으로도 이런 소중한 여행이 이어지길 기원함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