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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사 → 사패산 삼거리 → 사패산 → 사패산 삼거리 → 포대능선 → Y 계곡 → 도봉산 → 자운봉 → 송추계곡(물놀이) → 송추골 → 진흥관" 12km, 7시간 코스의 사도종주와 물놀이 산행을 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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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산[賜牌山]
높이: 552m
위치: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서울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북한산 국립공원은 전국 국립공원 중 탐방객 수 1~2위를 다투는 명산. 구석구석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그러나 `북한산 귀신'을 자처하는 산쟁이조차 잘 모르는, `숨겨진 1인치'가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사패산. 남북으로 길게 뻗은 북한산 국립공원 북쪽 끝,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송추지역과 의정부시에 맞닿아 있는 사패산은 북한산 국립공원 구역 안에서 가장 깨끗한 속살을 갖고 있다.
울창한 숲은 원시림에 가깝고 설악산 천불동계곡을 연상시키는 너럭바위 골짜기마다 맑은 물이 흐른다. 게다가 이 물속에는 북한산 다른 지역에서는 10여 년 전 자취를 감췄던 가재는 물론 날도래, 강도래 등 1급수에서만 보이는 수서곤충들이 풍부하게 살고 있다.
특히 물가의 큰 바위를 뒤덮은 두꺼운 이끼는 이곳이 얼마나 깨끗한가를 증명해주고 있다. 도심 방향의 북한산 바위들은 공해 때문에 이끼가 사라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도봉산 포대능선과 연결돼있는 사패산이 지금까지 자연미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얼마 전까지 군사보호 구역으로 묶여 일반인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덕분이다. 더구나 부근 북한산과 도봉산의 명성이 워낙 대단해 등산객들은 사패산에 눈을 돌릴 이유가 없었던 것.
10년 넘게 북한산을 지켜온 공원 관리사무소 송추분소 최대찬소장은 "사패산은 수많은 등산객과 공해로 오염되기 이전의 북한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한다.
도봉산[道峰山]
높이: 740m
위치: 서울특별시 도봉구, 경기도 양주시
도봉산은 서울 근교의 산으로 북한산과 함께 북한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으며 교통이 편리하고 산세가 아름답다.
주능선상에는 최고봉인 자운봉을 비롯 만장봉, 선인봉, 주봉 등의 암봉과 서쪽으로 다섯 개의 암봉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 오봉이 있다. 선인봉, 만장봉, 주봉, 우이암은 각기 거대한 암벽들이다.
도봉산은 우람한 기암괴석과 뾰족히 솟은 암봉들이 장관을 이루며, 사방으로 뻗은 계곡을 따라 녹음이 우거져 명소를 만들고 있다. 사계절 모두 즐겨 찾는 산이지만 가을이면 단풍의 물결이 어느 산 못지않다.
도봉산의 3대 계곡은 문사동계곡, 망월사계곡(원도봉계곡), 보문사계곡(무수골) 이다. 이 계곡들이 바로 산행기점과 연결되고 있다.
도봉산은 등산코스가 다양하다. 그중에서 도봉동 도봉산역, 망월사역, 우이동코스가 대표적이다. 포대능선은 동에서 서쪽으로 일방코스이다. 따라서 다락능선이나 포대능선 방향에서 정상 방향으로 코스를 잡아야 한다. - 한국의 산하
애초 7월 정기산행은 울릉도 성인봉 등산 및 독도 방문이었는데, 희망자가 별로 없어 가을로 연기했다. 대안으로 가까운 관악산이나 청계산을 가자는 안이 나왔지만, 여름은 계곡 산행이고 가까운 곳이라면 북한산 진관사, 삼천사, 도봉산 송추계곡이 최고다. 굳이 계곡을 찾아 멀리 갈 이유가 없다. 해서 7월 정기산행은 사패~도봉 종주 후 송추계곡에서 물놀이 하자고 수정 제안했다. 그렇게 7월 초 7월 정기산행은 원각사에서 시작해 사패산에 오른 후 자운봉을 지나 오봉 삼거리에서 송추계곡으로 하산하는 거로 정했다. 북한산에도 좋은 계곡이 많지만, 사패산을 선택한 이유는 2017년 11월 8일 사패~도봉 종주가 마지막 방문이었으니 햇수로 3년 만의 탐방인 것도 있다.
장마에 태풍까지 겹쳐 두타산[산행기], 응봉산[산행기]에서 폭우를 뒤집어썼던지라 이번만큼은 비를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기상청 일기예보에 의하면 장마전선이 북상하며 당일 폭우가 내리는 거로 되어있었다. 다른 산행도 아니고 정기산행이고 계곡 산행에 비라면 모험할 상황이 아니라 흥수나 나나 Plan B를 찾기 시작했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장마가 우리 산행이 계획된 토에는 충청에서 강원도까지 비를 뿌려 날은 흐리지만,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은 경상도 및 전라도 남쪽 지방이었다.
그런데 대중교통을 이용해 남쪽 끝으로 가기에는 문제가 많고, 각 산악회도 비 소식에 계획된 산행을 취소하고 있었다. 뚜렷한 대안이 없어 그나마 폭우 속에도 산행이 가능한(난 산책이라 부르지만) 북한산 중성문, 부왕동암문을 거쳐 삼천사로 내려와 토속정에서 백숙으로 몸보신하는 코스를 수정 제안했다. 호응이 없어 이번 산행은 취소라는 판단에 단독 산행을 검토했지만, 가고자 하는 산은 산악회에서 모두 취소했고 대중교통으로 가능한 지역은 비 때문에 가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된 마당에 정기산행이 취소되면, 가능한 몇 친구에게만 연락해 토속정에서 몸보신하는 샌들에 우산 산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금요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흥수가 정기산행을 강행한다고 공지했다. 산에 올라 비의 상태를 보고 코스를 변경하는 거로. 참여자 중 수경, 영한, 흥수, 희제, 나를 포함한 다섯은 9시 20분 불광동에서 만나 원각사로 출발하고, 미옥과 홍 원장은 나중에 송추계곡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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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저녁 교대에서 친구와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유익한 얘기를 나누고 집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30분경이다. 산행 당일 7시에 일어나 밖을 보니 비는 오지 않았다. 역시 실망하게 하지 않는 기상대! 비가 내리면 물만 한 통 들고 샌들 신고 우산 들고 갈 생각이었는데, 비가 오지 않으니 본격적인 산행을 위해 배낭을 쌌다. 산에서 라면을 끓이는 거나 삼겹살 굽는 거나 다를 바가 없어 몸보신 산행인 만큼 삼겹살을 굽기로 하고 버너와 코펠을 준비했다. 그리고 라면을 끓이지 않으니 김치는 필요가 없어 운봉표 안주만 넣었다. 물론 비상용 슬링도 챙기고. 빨갱이는 따로 생수통에 담았다.
9시에 집을 나서 불광동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버스정류장 도로변에 있는 마트에 들러 삼겹살 세 뭉치를 사 먹기 좋게 잘라 달라고 부탁하고 쌈 채소도 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500g 세 개가 아니었다. 총 1.8 kg가 넘어 다섯이 먹기에는 부담스러웠다. 다섯이 3근을 못 먹다니. 삼겹살과 쌈 채소를 배낭에 넣고 도로 중앙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먼저 와 있던 수경이 지하철 출구에 서 있는 게 보여 전화로 정류장으로 오라고 했다. 이어서 흥수, 희제, 영한이 도착했다. 9시 50분에 의정부 행 34번 시외버스를 타서 10시 33분에 이번 산행의 들머리인 원각사 입구에 도착했다. 그때 지리 조가 지금 출발해도 되는지 문자를 보내 흥수(이 부분에 기억에 오류가 흥수가 아니라 수경, 다시 생각해보니 뭔가 오류가 있는 거 같은데... ?)가 전화를 해 회룡사거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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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 술을 마신 영한이 뒤에 따라 올 테니 먼저 가라고 해, 이번 산행의 내 계획에 대해 알려주었다. 우리 뒤를 따라 동일한 코스를 산행하면 늦으니 영한은 회룡사거리에서 송추계곡으로 내려가 계곡 삼거리에서 나중에 합류하기로 한 미옥, 홍 원장을 기다렸다가 그 친구들을 데리고 송추폭포로 올라오기로. 그 후 송추폭포로 하산하는 우리와 만나는 거로 했다. 오르고 내리는 시간이 비슷할 거라는 판단이었다. 물론 먼저 간 팀은 물놀이를 즐기며 기다리면 되고. 10시 35분경 산행을 시작해 11시 2분에 원각사에 도착했다. 원각사가 처음인 수경, 희제가 인증을 찍는 동안 나는 원각폭포로 올라갔다. 예상대로 장마로 수량이 풍부해 오랜만에 제대로 된 폭포를 볼 수 있었다.
연이어 두 개의 폭포가 있는데, 어느 것이 원각폭포인지는 모른다. 위아래를 합쳐 원각폭포라 부를지도. 위의 폭포는 접근이 쉽게 만들어 놓아 많이 찾는데, 아래 폭포는 길도 없고 등산로에서 보이지 않아 폭포가 있는지 잘 모른다. 해서 계곡 산행을 하기 좋은 장소라, 들머리를 원각사가 아니라 송추유원지로 해 원각사 쪽을 날머리로 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끝까지 하산을 송추계곡으로 한 이유는 비가 내린다는 오보에 많은 등산객이 산행을 취소해 송추계곡이 한산할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원각폭포에서 폭포의 장관을 구경하고 땀도 씻은 후 다시 산행을 시작해 11시 50분경 원각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 깔딱을 오르느라 지친 친구들이 휴식을 취하며 수경이 가져온 토마토를 먹으며 체력을 회복했다. 나는 삼각대와 카메라만 먹을 게 들어 있는 수경의 배낭은 흥수가 지고 나머지 짐은 갈림길에 두고 갈림길에서 250m 떨어진 사패산 정상을 향해 갔다.
12시 10분경 정상에 도착해 인증을 찍고 수경이 가져온 뜨거운 커피로 갈증을 달랬다. 날은 흐렸지만, 바람은 없고 습도는 높아 땀이 비 오듯 했다. 그리고 날이 흐려 시야가 넓지는 않았지만, 도봉산 줄기와 구름에 가린 삼각산은 확인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정상에는 대여섯 명의 등산객만 있을 뿐이었다. 인증을 찍고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리고 있는 사이에 비가 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등산객이 늦게 산행을 시작했는지 하나둘 정상에 도착했다.
12시 16분 사패산 정상을 떠나 원각사 갈림길에서 배낭을 다시 챙겨 자운봉을 향해 가 12시 37분에 범골 삼거리에 도착했다. 그리고 12시 51분에 회룡사거리에 도착했다. 지리 조와 만나기로 한 곳이자, 영한이 송추계곡으로 하산해야 할 장소다. 동숙이 보이지 않아 흥수가 전화해보니 하늘이 보인다고. 하늘이 보인다는 것은 능선이 멀지 않다는 얘기로 우리가 있는 곳에서 200~300m 아래에 있는 거로 보였다. 습도가 높은 무더위에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술이 깨느라 갈증이 심해 1/3 정도 온 시점에 물 1ℓ 정도를 마셨다. 물론 나 혼자. 다른 친구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물은 떨어져 가고 배도 고파 빨리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은 후 계곡으로 하산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거리에서 쉬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를 해 동숙이 도착하는 대로 바로 출발하기로 했다. 영한과는 산행 시작 시 이번 산행 텍에 대해 합의를 한 상태라 굳이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해서 흥수가 회룡사 방향으로 큰 목소리로 수회 지리 조를 불렀고 이에 동숙이 답을 하는 순간, 흥수를 남겨두고 나머지는 자운봉을 향해 출발했다. 이유는 점심 먹을 적당한 장소를 찾기 위해. 물론 흥수나 내가 생각하고 있던 장소가 있었다. 그리고 조금 가다보니 뒤에서 영한의 목소리도 들렸다.
회룡사거리에서 20여 분 정도 자운봉 쪽으로 가다가 등산로에서 벗어난 암봉에 올랐다. 당연히 등산로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이다. 과거 북한산, 도봉산 곳곳을 헤매고 다니다 발견한 장소다. 7명 정도는 충분히 앉을 수 있는 평평한 바위에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워 점심을 먹었다. 마트에서 사간 쌈 채소는 생수 한 통으로 대충 씻고. 애초 계곡에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라 굳이 씻지 않았었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늦어져 어쩔 수 없었다. 삼겹살을 살 때 대략 1.5kg 정도면 충분할 거라는 생각에 그렇게 샀다고 믿었는데,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아 가격표를 보니 1.8kg가 넘었다. 3근이 좀 넘는다는 얘기다. 식당 기준 9인분. 내가 가져간 빨갱이와 흥수가 들고 온 600mL 처음을 곁들여 억지로 다 먹었다. 1시 50분 우리가 있었다는 모든 흔적을 인멸하고 식당을 떠나 자운봉을 향해 갔다. 채소를 씻기 위해 그나마 부족했던 물 중 생수 한 병을 버린 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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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예상과 달리 시간이 늦어져 코스를 변경할 필요가 있었다. 자운봉을 거쳐 오봉 삼거리에서 송추계곡으로 하산하는 건 빙 돌아가는 코스라 시간이 오래 걸려 다른 코스를 찾아야 했다. 과거 심마니, 들개 산행을 하며 다니던 경험 덕에 계곡으로 빠지는 비 탐방로는 많이 알고 있었다. 흥수와 논의해 의견 일치를 보고 먼저 내가 앞장서 가 비 탐방로를 찾기 시작했다. 계곡으로 빠지는 비 탐방로는 많이 있었지만, 그 대부분은 송추폭포가 아닌 계곡으로 가는 길이었다. 포대 능선에 올라 주변 경치를 감상한 후 다시 길을 재촉해 3시 30분경 원도봉에 도착했다. 원도봉에서 계곡으로 빠지는 길을 찾아보니 비 탐방로가 있기는 하지만, 송추폭포 쪽이 아니었다.
산세를 보니 원도봉 앞으로 보이는 능선을 넘어야 송추폭포로 가는 길이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 Y 계곡이 아니라 우회로를 따라가다가 능선을 지나자마자 계곡으로 하산하면 될 거 같았다. 이제부터는 비 탐방 들개 또는 심마니 코스라 일행이 같이 움직여야 해 나머지 친구가 도착하기를 10분 정도 기다렸다. 물론 그 기다리는 동안 산세를 연구했다. 그때 홍 원장에게서 송추폭포에 도착했고 맥주가 차가울 때 빨리 오라고 전화가 왔다. 회룡사거리에서 하산한 영한이 송추계곡 삼거리에서 ‘뭐, 필요한 거 없냐?’고 전화가 왔을 때 시원한 맥주와 삼겹살 얘기를 했었다. 이후 늦게 출발한 홍 원장에게 영한이 전화해 다른 얘기는 빼고 맥주 얘기만 했고, 500mL 10캔 5kg을 홍 원장이 지고 송추폭포까지 올라왔다.
일행을 다시 만나 Y 계곡 우회로를 따라 자운봉 쪽으로 가다 죽은 나뭇가지를 모아 막은 길을 발견했다. 그 나무를 치우고 능선을 넘었다. 3시 55분에 송추폭포가 있는 계곡을 향한 들개 산행의 시작이다. 능선을 넘는 과정에 7m짜리 슬링을 꺼내 두 여성 동무를 끌어 올리는 일도 있었다. 능선을 넘어 계곡을 향해 가다 거대한 암벽에 부딪혔다. 그 암벽을 넘어가야 계곡으로 하산할 수 있었다. 반대쪽에서 보면 폭포. 물론 비가 올 때나 비 온 후. 물론 그 암벽 위로 넘어가는 길이 있었다. 내가 앞장서서 조금 위로 올라 암벽을 넘어갔는데, 뒤에 따라오던 일행은 올라가기 싫다고 다시 돌아가 길을 찾겠다고 했다. 이 암벽에 부딪히기 전에 삼거리 비슷한 곳이 있었지만, 내가 이미 반대편으로 가보고 길이 끊긴 걸 확인하고 온 거라 그쪽에는 길이 없다고 큰 소리로 얘기했지만, 암벽에 겁을 먹었는지 무시하고 그쪽으로 갔다. 나는 이미 암벽을 지나온 상태라 다시 돌아가기도 그래 내가 생각하는 코스를 따라 계곡으로 갔다. 나머지 일행은 흥수가 리딩 하고 있어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암벽을 지나 작은 계곡에 흐르는 물로 갈증을 해소하고 희미한 짐승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 4시 43분에 오봉삼거리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났다. 대략 50분가량 들개 또는 심마니 산행을 했다. 정규 탐방로에 도착해 능선에서 내려오는 작은 계곡물로 물통을 채우고 나니 흥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길이 없어 길을 만드는 들개 산행 중이라고. 나는 정규 탐방로에 도착해 폭포를 향해 내려간다고 알려주었다. 고속도로나 다름없는 길을 따라 내려가 4시 43분에 사목교에 도착했다. 송추폭포가 멀지 않다는 얘기다. 폭포 상류 100여 미터 위에 있다는 일행을 찾기 위해 계곡을 주시하며 계속 내려갔다.
4시 50분경 송추폭포가 멀지 않은 곳에 물가에 앉아 있는 홍 원장을 발견했다. 영한은 길에 더 가깝게 있었고, 미옥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탐방로에서 매의 눈으로 찾지 않으면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위치였다. 보자마자 금줄을 넘어 급경사의 언덕 10여 미터를 내려가 물 놀이팀에 합류했다. 먼저 홍 원장이 무겁게 들고 온 맥주로 갈증을 해소한 후 웃통을 벗어부치고 물로 뛰어들었다. 물에 뛰어들어 하류를 보니 미옥이 폭포 상류에서 폭포 쪽을 보고 있었다. 뭔 생각을 하는지는 안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나무에 감긴 다래 줄기를 잡고 타잔 놀이도 하며 노닥거리는데 줄기가 길어 바닥에 끌렸다. 바닥에 끌리는 줄기 때문에 마음껏 날아 다닐 수 없어, 늘 가지고 다니는 멀티툴 톱을 사용해 줄기를 조금 잘라내는 수고도 했다. 그게 다 흥수 일행이 늦어 기다리기 심심해서. 5시 18분경 들개 산행을 마친 흥수 일행이 길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해서 송추폭포 쪽으로 오라고 했지만, 오지 않아 확인해 보니 송추 폭포를 헷갈려 위에 있는 작은 폭포를 송추 폭포로 오해하고 거기서 우리를 찾는 해프닝 중이었다. 어쨌든 5시 25분경 정기산행에 참여한 모든 인원이 송추계곡에 모였다. 탁족만 하는 친구 물에 뛰어든 친구 가릴 거 없이 땀을 깨끗이 씻었다. 가장 신나게 논 친구는 동숙과 미옥, 희제!
6시까지 40분 정도 물놀이를 마치고 하산하기로 했다. 어떤 음식으로 뒤풀이를 할 건가 논의하다 닭갈비와 막국수로 하기로 합의했다. 처음 생각은 진짬뽕에서 중국요리를 먹는 거였는데, 거부하는 친구가 있어 다시 논의한 것이다. 음식에 대한 선택이 끝나고, 갈아입을 옷이 있는 친구는 옷을 갈아입고, 나처럼 여분의 옷이 없는 친구는 입은 채로 하산을 시작했다. 사실 내려가는 동안 다 마른다. 다른 꿍꿍이가 있던 미옥은 갈아입을 옷이 있음에도 그대로. 그리고 그 소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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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추폭포에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누구는 수영도 한 후 잘 만들어진 탐방로를 따라 내려가 6시 37분에 사패산 삼거리에 도착했다. 계곡의 작은 폭포와 세차게 흐르는 물을 구경하며 길을 계속 가 7시 10분경 송추유원지 갈림길에 도착했다. 유원지 주변의 계곡은 행락객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었다. 괜찮은 정책으로 보였다. 국립공원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그 덕에 유원지 상가도 살고. 갈림길에는 유원지에 있는 각 식당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그 소개를 보니 생각보다 다방이 많았고 의외로 닭갈비집은 없었다. 그럼 닭갈비집을 찾아 도로까지 가야 하는데 그 도로변에 닭갈비집이 있다는 확신이 안 들어 유원지 식당 중 백숙집에서 백숙을 먹기로 했다. 내가 제안했던 Plan B 삼천사 계곡으로 갔으면 먹었을 백숙!
그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바로 백숙에 걸리는 시간을 묻고 백숙 하나 주문했다. 그리고 백숙이 나올 때까지 안주용으로 감자전 두 개를 주문했다. 도토리묵을 주문할 예정이었는데 다 팔렸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감자전 두 개. 맥주와 수주를 시켜 소맥으로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이번 물놀이 산행을 축하하는 건배를 했다. 30분 뒤에 나온 백숙과 버섯전골을 안주로 맥주와 소주를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도 없다. 그리고 그 식당을 나온 시각이 9시 50분경으로 생각된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 아침에 탔던 34번을 타고 불광동 종점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54분이다. 노원이 집인 동숙은 송추에서 우리와는 달리 의정부로 갔다. 그리고 뭔가 아쉬워 2차를 하고자 하는 일행과는 달리 차가 끊길지 모르는 수경은 뛰어서 지하철로 집으로 향했다. 남은 미옥, 수연, 영한, 흥수, 희제, 그리고 나 여섯은 2차를 하기 위해 맥줏집을 찾아 불광동을 헤매다가 발견한 맥줏집에서 2차를 했다. 나는 맥주 한잔 후 잠이 들어 깨어 보니 2시가 가까웠다. 나야 집까지 걸어가면 되지만, 판교가 집인 친구도 있는데, 징한 녀석들이다. 2시경 헤어져 집으로 걸어가며 폰을 확인하지 집에서 온 부재중 전화가 많았다. 자는 동안 온 전화였다. 집에 가는 중 비가 내려 배낭에 있던 우산을 꺼내 썼다. 토요일은 일기예보가 오보! 일은 맞나?
애초 계획과는 달리 "원각사 → 사패산 삼거리 → 사패산 → 사패산 삼거리 → 포대능선 → Y 계곡 우회로 → 비탐방 계곡길 → 송추계곡(물놀이) → 송추폭포 → 송추유원지"의 대략 10km(트랭글은 20.48km라 나오는데 요즘 트랭글 거리에 오류가 심한 듯), 8시간 44분의 물놀이 산행을 즐겼다. 원래 계획대로 하면 12km가 조금 넘는데 비 탐방 지름길을 택해 2km가량 줄인듯하다. 이동 6시간 14분, 휴식 2시간 30분이다. 휴식에는 송추계곡에서의 물놀이가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산에 관해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외국에서는 서울이라는 거대도시 근처에 북한산이라는 산이 있다는 걸 부러워한다고, 진위는 모르겠고 어쨌든 내가 원하면 어제든지 이 정도의 산에 갈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늘 하는 얘기지만, 국립공원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유가 있다!
송추계곡에서의 물놀이! 기대보다 200% 이상이었다.
추가로 뒤풀이에서 8, 9월 정기산행 코스에 관한 논의가 있었고, 그 자리에서 결정된 건
8월 정기산행은 노인봉~소금강 코스[산행기]
9월은 1박 2일 '지리산이 보이는 산행'이라는 주제로 남원 고리봉[계획 Click], 곡성 동악산[계획 Click]을 오르기로 했다. 구체적인 코스는 카페 등산방에….
아, 그리고, 11월 초 비정기 산행으로 지리산 피아골 단풍 산행도 예정되어 있음[산행 계획]!
첫댓글 친구들 특히 수고한 흥수,수경, 왕의 귀환 덕분에 예상을 뛰어넘어 즐거웠다
동숙이에게 전화한 사람은 흥수 아니고 나!
영한이 목소리 들렸던 곳은 자운봉으로 향하는 지점 오른쪽길로 방향 잡았을 때~
들개산행은 너무 힘들어~ ㅠㅠ
하지만 즐거운 산행이었어
폭포들도 너무 예쁘고~
들개산행때 나무잎들이나 가지에 너무 많이 스치더니 팔과 다리에 스크레치났어~ 책임져라! 책임져라~~~~ ㅋㅋㅋ
그랬나?
흥수는 산에서 전화했나.
절대 산에서는 반바지같은 쩗은 옷을 입으면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