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다니다보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식당들 중엔 아직은 제가 모르는, 분명 사람들이 맛있다 자주 찾는 식당이 한두개쯤은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집들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기도 하지만, 연이 닿으면 발길이 닿게 되겠죠. 때로는 맛있는 집을 찾기엔 분위기가 그닥인 동네에서 우연히 맛집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역시 연이 닿았기 때문에 발길이 가게 된 것일 겁니다.
오늘 소개할 집이 그렇습니다. 바람까페 운영자이신 이담님이 블로그에서 소개를 한 적도 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연이 닿은 방식은 트위터였습니다. 오프모임에서 뵌 주인장님과 연이 되었고 음식이 맛있다는 주변사람들의 평을 듣고 몇번 찾게 되었죠. 하지만 제대로 음식맛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인 듯 합니다. 일부러 포스팅을 염두에 두고 회식을 여기로 잡았거든요. 일단 저와 친분이 있는 지인의 집이라는 전제를 두고 포스팅을 시작할까 합니다. 관계의 솔직함만큼 맛도 솔직해질 수 있기 위해서 말입니다.
도두항으로 들어서다보면 추억의 거리라 해서 해변가에 넓직하게 산책과 놀이를 겸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 옆 골목들을 보면 펜션도 많고 횟집도 많은데 ?금없이 고깃집과 부대찌개집이 보입니다. 어찌보면 잘 안어울리는 공간에서 왠지 도드라져보이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랄까요? 간판도 좀 불분명합니다. 부대찌개집인지 장작구이 고깃집인지도 불분명하죠. 게다가 한스 K-55라는 명칭은 식당이름과도 좀 안어울립니다. 그래도 저야 몇번을 들러 익숙해지니 스스럼없이 들어섭니다. 주인장님 내외분께도 인사를 드리고 오늘은 기필고 이집의 주된 메뉴를 모두 섭렵해보겠다 엄포를 놓습니다. 회식이니깐요..ㅎ 이 집의 메인메뉴는 송탄스타일의 부대찌개와 참나무 장작으로 초벌구이한 흑돼지 목살 근고기입니다. 늦은 밤시간에는 맥주와 이에 잘 어울리는 안주도 판매합니다. 시원한 여름밤 바깥에 앉아 맥주한 잔 하는 것도 좋죠. 모기만 아니면..^^ 자리가 준비되었습니다. 앉아보죠. 깊은 손길은 아니지만 정갈한 반찬들이 다양합니다. 맛도 괜찮구요. 주문한 근고기는 이렇게 화덕에서 참나무 장작을 이용하여 초벌구이를 합니다. 초벌구이된 목살의 빛깔이 참 군침돌게 합니다. 미리 달구어놓은 불판에서 근고기는 먹기좋은 크기로 점점 조각이 납니다. 야채와 함께 익어가는 고기.. 초벌구이의 빛깔이 살아있어 여전히 기대감을 충족시킵니다. 잘 익었습니다. 소금에 살짝 찍어서.. 나름의 쌈을 준비해 한입 넣어보죠. 이 집 고기의 가장 큰 특징은 참나무향이 고기에 매우 잘 어울리게 배어들어갔다는 점입니다. 그게 입안에서 쓴맛을 느끼게 하거나 너무 진해 거슬리지도 않아서 조화롭다는 말이 잘 어울립니다. 두번째 특징은 목살을 사용하지만 고기가 퍽퍽하지 않고 적당한 수분을 유지해 부드럽다는 점입니다. 두터운 조각을 고기본연의 맛과 참나무의 향과 부드러운 느낌을 조화롭게 느끼며 먹는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죠.
물론 이 집이 나름 유명하다는 고기집의 차림이나 스타일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멜젓이 나오지 않고 참숯이나 연탄불에 의한 직화는 아니죠.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집만의 나름의 특징이 잘 살아있는 고기맛을 연출한다는 점입니다. 식사에는 부대찌개를 주문했습니다. 부대찌개에 치즈를 넣는 건 당연한 것이지만 프렌차이즈나 약간의 자극적인 맛을 내는 다른 부대찌개와는 달리 깊고 부드러운 맛을 냅니다. 찌개에 들어간 햄이나 고기의 종류도 약간 다릅니다. 송탄식 부대찌개를 제대로 맛본적은 없지만 적어도 제주안에서는 이정도 맛이라면 부대찌개로서는 손꼽는 맛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열심히 먹고 나오니 바다는 어둑해지기 시작합니다. 몇걸음 발길을 옮기면 바로 이런 바다가 나오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추억의 거리 끝자락에 있는 슈퍼에서 맥주와 안주거리 사다가 자리잡고 앉아 2차겸 마시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고 안주가 조금 아쉬우면 다시 이 집으로 들어가 거리에 내놓은 자리에 앉아 마시는 것도 좋죠. 위치도 ?금없고 메뉴도 주변분위기에 비해 ?금없긴 하지만, 정말 맛있고 기분좋게 먹고나와 바닷가 분위기를 상쾌하게 즐기기에는 더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장마가 끝나고 날이 더워지면 한여름밤의 정경을 즐길만 하겠죠. 가까이 떠있는 수많은 한치배도 보일테니 말입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