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구 의회 의원들, 그들의 여름은 용감했다
지난 2010년 9월 16일에 열린 유성구의회 169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2010년 2차 추경예산안’을 심의 의결해 본회의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에 의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정 변경한 채 본회의에 상정하고 이를 통과시킨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대전 시민단체와 대전지역 인터넷 신문사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한나라당 대전시당이 대전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사건 수사는 둔산경찰서에서 맡게 되었죠.
이에 둔산경찰서는 유성구의회 민주당 소속 송철진, 윤주봉, 인미동 의원과 자유선진당 소속 송대윤, 이은창 의원까지 5명의 의원에 대해 공문서 변조 및 동행사 혐의가 있다며 기소 의견을 들어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습니다. 이에 대전지방검찰청은 현재 유성구의회에서 벌어진 공문서 변조 및 동행사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의원 소환 조사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전 여름에 유성구의회 일부 의원들은 호화판 해외 연수를 다녀 왔습니다.
이 해외 여행 명단은 처음에 민주당 소속 윤종일 의장과 송철진 의원과 그리고 한나라당 설장수, 권영진 의원, 자유선진당 노승연 의원까지 모두 5명으로 해외 연수라는 명목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윤종일 의원과 송철진 의원은 문제가 공개되자 연수에 불참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사건으로 이미 검찰의 참고인 조사까지 받은 설장수 권영진 의원은 끝까지 해외 연수를 고집했고 결국 9박 10일의 일정으로 유럽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유성구의회 호화 해외연수 진행과정]
2011년 09월 06일 공무 국회여행 심의위원회 구성 및 1차 심의
유성구 의회는 항공권 등 모든 일정을 확정해 놓은 상황에서 급하게 해외 연수의 적격성 심사를 위해 공무 국외여행 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해프닝을 벌입니다. 그런데 위원회 명단을 보니 가관입니다. 이 번 연수에 나서는 유성 노은1/2 선거구 자유선진당 노승연 유성구의회 운영위원장이 심사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자기가 떠나는 해외 연수 심의를 본인이 합니다. 그리고 참가자는 아니자만 민주당 비례대표 인미동 유성구의원까지 현직 구의원 2명이 위원입니다. 민간 위원으로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기동 사무국장과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정희 교수 그리고 충남대 건축공학과 김규용 교수가 심의위원으로 위촉됩니다.
9월 6일 당일 심사위원들을 위촉하고 곧바로 1차 심사를 요구합니다. 출국일보다 정확하게 8일 전에 공무 국회여행 심사위원회를 급조하게 된 것이죠. 당연히 심사위원회 회의에서는 결국 가결이 아닌 보류로 결정납니다. 미리 비행기 티켓팅까지 해놓은 상황에서 위촉장 받으라고 해서 같더니 위촉장을 주자마자 심의를 요청 요청하는 법이 어디 있냐는 어느 심사위원의 비판은 누가봐도 타당한 상황이었습니다. 또 다른 심의위원은 관광지 일색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여행의 기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일정으로 주민에 대한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이미 결정하고 계약까지 한 뒤 심사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판단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2011년 09월 08일 유성구의회 사무처 심의원원들에게 서면 심사 요구
이틀 뒤 9월 8일 유성구의회 사무처는 연수 내용을 보강했다고 민간 심의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서면 심의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민간 위원들은 하루 이틀 사이에 유럽에 연락해 공무 일정을 잡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심의를 거부합니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행태에 심사위원이었던 한남대 강정희 교수는 위원직까지 사퇴합니다.
2011년 09월 09일 반대 심의위원 사퇴 후 찬성위원 위촉해 서면 동의
이에 유성구의회는 연수가 코앞으로 다가온 9월 9일 재차 심사를 강행합니다. 자진 사퇴한 강 교수의 후임으로 충남대학교 행정학과 배응환 교수를 위촉한 뒤 심사위원 5명을 상대로 서면심사를 진행했다. 이 때는 아예 사무처가 1대 1일로 찾아가 서명을 받습니다. 그 결과 이기동 사무국장은 반대에 싸인하고 나머지 4명, 즉 노승연 인미동 의원, 충남대 김규용 배응환 교수는 찬성에 싸인합니다. 결국 유성구의회 구의원 3명의 서유럽 외유성 프로젝트는 애초에 계획한 것과 100% 동일하게 법률적인 허가를 취득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서면심의 결과 심사위원 정원 5명 중 투표에 돌입해 시민단체 소속 위원 한명만 반대를 하고 민간위원 2명과 심의위원으로 참석한 현직 의원 2명이 찬성해 표면적으로는 2/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이 가결된 것이죠. 당시 유성구의회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수정할 권한은 연수 당사자에게 있는만큼 제3자가 이래라 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라면서 심의위원의 동의를 받았고 다수결원칙에 따라 결정한만큼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힙니다.
2011년 09월 14일 유성구의회 설장수, 권영진, 노승연 의원 유럽 출발
09월 14일 프랑스 파리 도착 (예산 1600만 4190원)
09월 15일 프랑스 파리 시청과 지하철 견학
09월 16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견학
09월 17일 스위스 밀라노 관광
09월 19일 이탈리아 피렌체
09월 20일 이탈리아 나폴리 폼페이 소렌토 방문 관광자원 실태조사
09월 21일 이탈리아 바티칸 박물관 관람
09월 22일 영국 런런 대영박물관 견학
09월 23일 한국 인천공항 귀국
2011년 09월 14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호화 관광성 공무 해외 여행을 떠난 유성구의회 의원 3명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합니다. 유성구의회 한나라당 설장수·권영진 의원, 자유선진당 노승연 의원 등 3명이 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빙자한 외유를 떠났다면서 이들이 해외 연수 목적으로 '복지와 관광 자원, 환경'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일반적인 유럽 여행 코스를 '해외연수'라는 이름을 빙자해 1500만원의 세금으로 외유를 떠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또한 해당 위원회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물의를 일으킨 윤종일 의장의 책임도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유성구민 앞에서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게 되죠. 참여연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 번 유성구의회 사태를 계기로 대전시의회를 포함한 5개 구의회는 해외연수 심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의 객관성과 해외연수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개선할 것을 촉구합니다.
2011년 09월 23일 유럽 9박 10일 연수 대장정 마무리 귀국
2011년 09월 26일
아무런 반성도 없는 의원 당사자들과 이들의 동료인 유성구의회를 향해 대전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게 됩니다. 9월 26일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대전연대)는 유성구의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의 호화 여행을 비판합니다.
2011년 09월 27일 유성구의회 공무 국외여행 관련한 사과 성명서 발표
이튿날 유성구의회는 거의 억지로 사과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그러나 해당 의원들의 직접 사과가 아닌 유성구의회 명의의 사과문입니다. 성명서는 “노승연·설장수·권영진 의원 일동은 공무 국외여행과 관련해 유성구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말씀 드린다” 그래서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 의정활동에 원칙을 더욱 소중히 하고 신뢰받는 의정자세를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힙니다. 유성구의회 윤종일 의장은 “공무국외여행 규칙의 세부 내용을 개정해 이번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입니다. 알맹이는 없고 꼬리만 자르는 격입니다.
왜 이런 일이 대전 유성에서 벌어지는 걸까요?
첫댓글 용감하다는건 저럴 때 쓰는 단어는 아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