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의 마음정원 60
무더워도 추워도 좋다!
올여름은 유난히 무더웠습니다. 그런데 다가오는 겨울은 매서운 추위가 예상된다니 걱정입니다. 열대야로 오랫동안 시달려서 지난 무더위가 너무 지긋지긋한데, 그렇다고 손발이 얼어붙는 겨울 추위도 싫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릴 적엔 여름과 겨울이 다 좋았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국민주택들이 많이 들어선 수유리로 이사와 수십 년을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집 앞은 논밭이어서 배추와 무를 심어 김장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겨울엔 그 논에다 물을 대서 스케이트장을 만들었습니다. 저도 거기서 몇 번 스케이트를 탄 기억이 납니다. 논에다 물을 대어 만든 스케이트장은 별로 질이 좋지 않았고, 집에서 한참을 걸어가거나, 버스를 타고 갔던 4.19 탑 연못 스케이트장이 좋았습니다. 얼음이 녹고 갈라져 스케이트 타던 친구가 얼음물 속에 빠져 죽었다는 소문이 무섭기는 했지만, 추운 겨울날 스케이트 타는 장소로 더없이 좋았습니다.
여름엔 윗동네 삼원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니 더울수록 좋았습니다. 어느 복날, 우이동 찬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수박을 깨 먹던 즐거움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릴 적엔 이렇게 추운 겨울, 스케이트를 탈 수 있어 좋았고, 여름날 수영을 하고 수박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릴 때와 나이 들어서 마음이 이렇게나 많이 바뀌었습니다. 문득 싫고 좋음이 다, 마음 하나에서 나왔음을 깨닫습니다.
깨닫고 보니, 더워도 에어컨이 있어 여름이 시원하고 낮이 길어 좋고, 추워도 틀면 금방 따듯해지는 보일러가 있어 겨울이 살만하고, 책과 함께 하는 긴 밤이 좋습니다.^^ 여름 푸른 녹음이 좋고, 겨울 소복소복 쌓이는 하얀 눈이 신비롭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이 먹어도 여름과 겨울이 다 좋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사계절을 만든 하늘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