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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비결
1. 용호비결
-정북창 선생이 지은 전통 조식법의 원전
* 해제
"용호비결"은 중종 원년인 1507년에 태어나 명종 4년인 1549년에 죽은 조선시대의
학자북창 정 염 선생의 저서이다. 그의 본관은 온양이다. 호가 북창이라 '북창 선생'
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그는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선인 이인 도인으로서, 위
로는 임금부터 아래로는 나무꾼까지 그를 알고 있을 정도였다. 따라서 그만큼 북창 선
생에 관해 민간에 유포된 설화가 많으며, 전설이 아닌 역사적 족적을 뚜렷하게 남긴
인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천부적인 학문적 능력을 타고나는 생이지지의 자질을 갖춘 이로서
나이 스물 이전에 이미 천문, 지리, 의약, 복서, 율려, 산수, 외국어 등을 모두 배워
스스로 통달하였다. 17세 때 국자시에 뽑히고는 다시 과거에 응하지 않았고, 경기도
양주 괘라리에 살 곳을 정하였다. 중종 때 장악원 주부, 관상감과 혜민서 교수가 되었
고 뒤에 포천 현감이 되었다가 갑자기 벼슬을 버리고 숨어 살며 세상을 멀리한 지 10
년 만인 나이 마흔네 살에 선화하였다.
그는 언젠가 "성학은 인륜을 중시한다. 고로 긴요하고 오묘한 곳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불은 오로지 수심, 견성을 근본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상달한 곳은 많고, 낮
고 쉬운 것을 배움은 전혀 없다. 이것은 삼교가 다른 까닭이고 설불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과 더불어 말할 적에는 단 한마디라도 공자의 학문에서 벗어난 말을 하지 않
았으며, 삼교를 관통하였으나 그 깨달음은 선과 같고 그 행동은 노자와 같았으며, 사
람을 가르치는 데는 한결같이 성인으로 종을 삼았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정신수련에 관한 본격적인 저작들이 매우 희소한 우리 나라 정신계의 풍
토에 비추어 볼 때, 정신수련 전문서로서의 "용호비결"의 위상은 조선시대를 전후하여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식으로 인쇄되어 전해지는 판본은 없고, "북창비
결" "북창결" "용호결" 등과 같은 여러 제목의 필사본 형태로 세간에 널리 유포되어
왔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구한말의 석학이었던 무능거사 이능화의 (조선도교사)란 책
속에 수련사의 기록으로는 유일하게 그 전문이 수록되어 있다. 전문은 굵은 글씨로 된
저자의 본문과 그 사이에 잔 글씨로 씌어진 후대 학인들의 주석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주석들이 누구에 의해 씌어졌는지는 밝혀진 바 없으며, 다만 후세의 정신수련 학인
에 의해 이루어졌으리라고 추정할 따름이다.
"용호비결"에서의 용호란 호흡 수련의 이치를 상징하는 수화상생의 뜻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지은 정신수련에 관한 본격적인 안내서 및 교과서로서 이 책이 역대
의 어느 책보다도 민간에 널리 전승되어 온 이유는 무엇보다도 내용이 간단하면서도
수도의 본질과 요체를 극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곧 "용호비결"은 호흡법
의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이다. 그러므로 다른 책에 기록된 무수한 말도 모두 "용호비
결"의 내용에 미치지 못하는 까닭에, 호흡법을 연구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용호비결"
을 집중적으로 읽어 볼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호흡이 법대로 되었을 때, "대학"의 내
용을 순서대로 공부해 나가면 누구나 노력만큼의 성과를 볼 것이 틀림 없고, 또한 좌
도 수련의 주문이나 신술 같은 것으로 세월을 허송할 염려도 없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기질의 청탁도 호흡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내용은 서론, 본론, 결론의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서론은 도입부로서, 저자
가 살았던 16세기 당시 정신수련 학인들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그려내고, 그 난점을
극복하고 정경대도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즉, 대도는 지극히 쉽고 간
단하여 누구나 행하는 호흡 가운데에 있으니, 그 호흡을 고르고 길게 하여 기운을 안
으로 모으는 폐기가 가장 중요한 비결일 뿐이라는,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이고 파격
적인 정의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 말 한마디가 후일 얼마나 많은 정신수련 학인들
의 방황하는 마음을 밝혀 주고, 혼란된 눈을 뜨게 해주었는지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용호비결이 우리 정신수련계에 끼친 영향은 심대하다.
북창선생은 조식, 호흡법인 폐기를 수단의 기본원리로 설명하면서 '단학'이란 용어
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그는 단학의 비조격으로 "참동계"란 도서를 인용하고 있는데,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는 "용호비결"을 도교적 수련서의 일종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창 선생의 사상적 배경을 살펴보건대 그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
고 당시 전해 오던 유교, 불교, 도교를 골고루 섭렵, 통달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따
라서 그는 수련 도교의 일파라는 국한된 의미의 내단 수련가는 아니었다고 판단된다.
깨달음은 석가와 같구 행동은 노자와 같았다고 평가되는 그는 최치원 선생이 묘파한
우리 나라 고유의 현묘지도, 즉 풍류에 걸맞은 인물로서, 그야말로 접화군생, 포함삼
교의 삶을 보여준다. 이러한 풍류도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민족은 중국 도교의 '단
학'이라는 용어가 성립하기 훨씬 이전의 아득한 상고시대, 다시 말해서 이미 민족의
고성이신 대황조 한배검 시대부터 기틀을 다져 온 깊은 역사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
었던 것이다. 따라서 정신수련의 정사라면 누구나 유불선 삼교에 대해 공평히 그 의미
를 부여하되, 근원만은 하나에서 나왔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하나란 바로 우리 백두산겨레의 풍류사상이며, 한배검의 홍익인간 이념인
것이다.
"용호비결"의 본론은 정신수련의 전개과정을 폐기, 태식, 주천화후의 세 단계로 구
분하여 내단 수련이라는 것이 결국 조식 호흡법인 폐기를 전적으로 연마하여 점차 귀
근복명의 도보인 모태지식으로 나아가게 되고, 최종적으로 주천화후를 통해 결태됨으
로써 성도의 일단락을 맺게 됨을 밝혀 주고 있다. 또한 이 성도의 결정체로서 생기는
것이 불가의 사리요. 선가의 현주라 하여, 깨달음의 자취에서는 선불이 대동소이함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의 탁견이라 하겠다.
결론에서는, 본론에서 개진된 세 가지 정신수련 과정마다 수련법이 달리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즉 조식 호홉법 하나만을 시종일관 관철하면 된다는 단순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수련 요지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공부의 성패는 오로지 자신의 정성에
달려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용호비결"은 북창 정 염 선생의 원문으로 간주되는 문장과 후세 학인의 주로 간주
되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 분별하여 순서대로 해설하였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둔다.
참고로 "용호비결"에 부치는 봉우 선생의 발문(1928년)을 여기 덧붙여 둔다.
수단하는 책은 다섯 수레에 실어도 오히려 부족하므로 뒤에 배우는 이들이 비록 공
부하는 길을 알아보고자 하나 책이 하도 많아서 그 바른 길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
한 이치이다. 나 역시 단학 수련서들을 많이 열람하였으나 정밀하고도 순수한 의미를
쉽고도 간단하게 한눈에 환히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으로는 정공의 (용호비결)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생각되므로, 주위의 동고동호자를 위하여 어지러이 기술하여 후일의 군
자에게 전하니 나의 지금의 심정을 널리 헤아려 주기 바란다.
"용호비결"은 "대학" "중용"과 더불어 서로 표리를 이룬다. 여기서 외람되이 논하자
면 도보라는 것은 상생하는 것을 말함이다. 덕이라는 것은 상생하고 상극하여 왕래불
궁(끊임없이 오고감)을 의미한다. 선천과 후천이 여기에 모두 갖추어져 있다.
희로애락이 속에 감추어져 드러나지 않는 것이 상생의 도요, 희로애락이 겉으로 드
러나되 절도에 맞는 것은 상생, 상극하는 덕이다.
사람이나 물건에 있어서 상생하는 이치가 없을 수 없구 상생, 상극, 왕래불궁하는
이치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본래 밝은 것을 밝히고자 하거든 반드시 "용호비결"의 가르침을 따라서 부지런히 공
부하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신은 이미 활연관통의 경지에 와 있을 것이다. 어찌 성
인이 가신 지 오래됨을 근심하며, 어찌 재질의 청탁을 걱정하리오. 성문(성인의 문호)
의 전수심법(마음의 법을 전하여 줌)이 "중용"과 "대학"에서 벗어나지 않은즉, "대학"
과 "중용"의 심법으로 영대(마음)에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용호비결"로 기둥을 세우
고 대들보를 올리면 천군(마음의 주체가 되는 본래의 정신)이 크게 편안해져서 백체
(온몸)가 마음대로 따르게 될 것이다.
전성(예전의 성인)과 후성(뒤에 오는 성인)이 대대로 이어받아 온 법이 바로 이 심
법이니, 안자께서 "순 임금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떤 사람이냐?"라고 하신 말씀과
같이, 분발하며 노력하는 사람은 모두 순 임금처럼 심법을 전수받을 수 있다는 것이
다.
* 용호비결 원문 및 주해
수단지도는 지간지이로되 이금기위서 한우마충동우하고 차기언어태섭 황홀난료라 고
로 고금학자 부지하수지방하야 욕득장생이라가 반치요절자다의오.
수단의 도는 지극히 간단하고 쉬운 것이지만, 이제 그에 관한 책이 소나 말에 가득
실어도 모자라구 집 한 채를 다 채울 정도로 많은 데다가, 또한 그를 표현한 말이 명
확하지 않아서 황홀하니 참뜻을 알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예나 지금이나 배우는 이가
처음 손댈 방법을 알지 못하여 장생을 얻으려다가 도리어 요절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어참동계일편은 실단학지비조나 고역참천지하고 비괘효하야 유비초학지소능여여측
일새 금술기절어입문이이지자약간장하노라. 약능료오즉일언족의리라 개하수지초는 폐
기이이니라. (차소위일언지결 지간지이지도 고인개비차이불출 불욕편언 고인미지하수
지방 부지수단어기식지중 이외구어금석욕득장생 반치요절애재)
"참동계"(주: 한나라 회계 사람 위백양의 책. 수단에 관한 책으로는 최초의 것으로
알려진 책으로 내용이 모두 역으로 표현되어 있음)라는 한 권의 책은 실로 단학의 시
조라고 할 만한 책이지만 생각건대 이 또한 천지의 이치를 참고하여 괘와 효로 비유하
여 설명하고 있어서 처음 배우는 사람은 조개껍질로 바닷물을 헤아리려는 것과 같아
능히 짐작하기 어려운 바가 있다. 이제 난해한 것은 다 빼고 입문에 간절하고도 쉬운
것을 몇 개의 장으로 나누어 기술하고자 한다. 만약 능히 깨달을 수 있다면 한마디 말
로도 족할 것이다. 대개 처음의 시작은 폐기(주: 예부터 폐기를 폐식으로 오인하여 숨
을 멈추는 식의 호흡공부를 하다가 몸에 부착용이 나타나는 등 잘못되는 사례가 많았
다. 이가 '닫는다'는 말이 긴 하나 숨이 아니라 기운을 닫는다는 것이다. 폐기는 숨을
멈추지 않고 기운이 단전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못 해석하므
로, 봉우 선생은 머문다는 뜻을 가진 '유'자를 써서 우기라고 하였다. 배에 기운을 둔
다고 하여 복기라고도 하며, 기운이 차곡차곡 아랫배에 쌓인다 하여 누기, 적기, 축기
등과 같은 용어도 사용하는데 모두 같은 의미이다.)뿐이다. (이것이 이른바 한마디의
비결이요, 지극히 간단하고 쉬운 도이다. 옛사람들을 누구나 이것을 숨겨서, 내놓으려
하지 않았고, 알기 쉬운 말로 하려고도 않았으므로 사람들은 처음 시작하는 방법을 알
지 못하였다. 기식 가운데에서 단을 수련해야 함을 알지 못하고 밖으로 금석에서 단을
구하였기 때문에 장생을 얻으려 하다가 도리어 요절하였으니(주: 연단하는 사람이 여
러 가지 금속이나 약물로 단약을 만들어 오래 살고자 그것을 먹었다가 오히려 일찍 죽
은 일이 많았음을 이르는 말이다.) 애석한 일이다.
금욕폐기자는 선수정심하고 첨족단좌하야 (불서소위금강좌야) 수렴하시하야 안대비
백하고 비대제륜하며 (공부정신전제어차당시시협척여거륜) 입식면면하고 출식미미하야
상사신기로 상주어제하일촌삼분지중이니 (불수긴괘불출 지어불가인내 유가의하송 약여
소변시 소위흡허뇌손풍 순능정심 수두하시 안시비백비대재륜 즉기부득불하 당기패기지
초 갱각흉차번만 혹유뇌명이하자 개회조야 개상부풍사 위정기소박 유입어공동처 득기
전송지도 연후기자평안 병자산 차내두도로 역가위견향증험 상환흉복자 우직진심 기효
최묘)
이제 폐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마음을 고요히 하고 다리를 포개어 단정히 앉
아서 (이른바 불가의 금강좌(주: 불가의 수련 자세로서 두 다리를 꼬고 앉은 가부좌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 수련시에 반드시 가부좌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 앉아 있기에
편한 자세로 앉아서 수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이다.) 눈썹을 발처럼 드리워
내려다보되 눈은 콧등을 대하고 코는 배꼽 언저리를 대하며 (단학공부의 정신은 온전
히 이에 있는 것이다. 이때 등뼈는 마땅히 수레바퀴 모양(주: 실제로 수레바퀴처럼 둥
글게 하라는 것이 아니고, 척추를 곧추세우지 말고 척추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대로
유지하여 앉도록 하라는 의미이다.)으로 둥글게 하라.) 들이쉬는 숨은 면면히 끊어지
지 않게 하고 내쉬는 숨은 조금씩 아주 미미하게 하여(주: 드나드는 숨을 일부러 또
는 억지로 가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가운데 가늘게 호흡이 이루어지는 것
을 말한다.) 항상 신과 기로 하여금 배꼽 아래 한 치 세 푼의 자리에 있는 단전(주:
기를 모으는 곳으로 바다와 같이 많은 기를 모을 수 있다고 하여 기해라고도 한다.)에
서로 머물게 하라. (숨을 꾹 참고 기를 내보내지 않을 필요는 없다. 참을 수 없을 정
도에 이르러 다만 의식적으로 기를 아래로 보내되 대략 소변을 볼 때와 같이 하면 된
다.(주: 오줌을 누어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게 되는 것을 이야
기한 것이다. 일부러 힘을 주어 기를 내리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른바 내
쉬는 숨은 손풍(주: 손은 역괘 중 팔괘의 하나인데 바람과 유순함을 나타낸다.)에 힘
입는다 하는 것이다.
진실로 마음을 고요히 하고 머리를 자연스럽게 숙여 아래를 보되 눈은 콧등을 보고
(주: 눈으로 코끝을 보라는 것이 아니고, 코끝을 볼 정도로 눈을 내리뜨라는 것이다.)
코는 배꼽언저리를 대하게 하면(주: 눈을 내리뜨고 머리를 약간 숙이고 호흡을 하면
코가 배꼽 부근을 대하는 것과 같이 된다.) 기는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게 된다.
폐기의 초기에는 가슴이 번거롭게 꽉 차는 듯하거나 혹은 뱃속에서 찌르는듯 아프기
도 하고 우레 소리를 내며 무엇인가 내려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것들은 모두
제대로 되어 가고 있는 좋은 징조이다.
상부의 풍사(주: 풍병, 울화병 등 몸을 해롭게 하는 기운)는 바른 기운의 핍박을 받
게 되면 공동처(주: 기해 즉 단전을 뜻함)로 흘러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 보내는
길을 얻은 연후에야 기는 스스로 평안해지고 병도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공부
의 첫 길이요 또한 편향증험(주: 한 조각 새참을 먹는 것처럼 실제로 조식의 효능을
경험하는 것을 가리킨다.)이라고도 한다. 가슴앓이나 배앓이로 늘 고생하는 사람이 더
욱 마음을 다하여 수련한다면 그 효과가 매우 신묘할 것이다.)
염념이위상하야 지어공부초숙하야 득기소위현빈일규면 백규개통의니라 (태식어규중
득차일규 즉수선지도자야)
항상 생각하고 수련함으로서 공부가 차츰 익숙하게 되어 이른바 현빈일규(현빈은 단
전의 다른 이름으로 곧 단전에 한 개의 구멍이 난다는 뜻.)를 얻게 되면 백 가지 구멍
과도 모두 통하게 된다.(주: 현빈일규 이후 정진하여 많은 진전이 있게 되면 기를 몸
의 원하는 곳으로 마음대로 보낼 수 있다는 의미.) (태는 구멍 가운데에서 쉬는 것이
니 이 한 구멍을 얻는 것이 곧 선도를 닦는다는 것이다.)
유시이태식하고 유시어행주천화후하고 유시이결태막불권여어차의니라 혹자 이위방문
소슬이라하야 막궁행지하나니 석재로다. 변화비승지술은 비우소감언이어니와 지어양신
하야난 천방백약이 막지여비하야 행지미월에 백질이 보소하리니 가불위지진심호아 부
풍사지환이 복장혈맥지중하야 명행암주로대 부지위살신지부근하고 구의에 전경하야 심
입고황하리니 연후에 심의복약이면 역이만의로다. (의가 치명여이 병지후 도가 치병어
미병지전)
일규를 얻음으로 말미암아 태식을 하고, 나아가 주천화후도 하고 결태도 되는 것이
니 일규를 얻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 것이 없다. 어떤 사람은 방문(주: 옳지 않은 법.
즉 이단이라는 뜻)의 잔재주를 부리는 것이라 하여 행하려 들지 않으니 애석한 일이
다. 변화하여 날고 솟구치는 술법은 감히 내가 말할 바가 못 되지만 양신(신을 기름
즉 정신수련)하는 데 있어서는 천 가지 방문(주: 처방을 적은 글)이나 백 가지 약이
있다 하더라도 이에 비할 수 없는 것이라, 이 공부를 한 달만 행하면 백 가지 질병이
모두 사라질 것이니 어찌 마음을 다하여 행하지 않겠는가?
대체로 풍사의 우환은 혈맥 속으로 숨어들어 드러나지 않게 몸속을 돌아다니는데도,
이것이 사람을 죽이는 무서운 흉기가 되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그것이 오래 되어 경맥
을 따라 깊이 고황(주: 고는 심장의 아랫부분, 황은 심장의 윗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이곳에 병이 생기면 낫기 어렵다.)에 들게 되는데 그런 연후에는 의사를 찾아 약을 써
도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의가는 병이 난 후에 병을 다스리지만 도가는 병이 나기
전에 미리 병을 다스린다.)
정기여풍사난 여빙탄지불상용하야 정기유즉풍사자주하고 백맥이 자연유통하고 삼궁
이 자연승강하리니 질병이 하유이작호아 초가정근즉필지어연명각기하고 득기조박이라
도 역미유불안이령종자야리라 매지욕기생이니 우상이차로 위제군자증은 역상에지도야
라 관호차자 서기광참이면 행심이로다
정기와 풍사는 물과 불 같아서 서로 어울리지 못하므로 정기가 머물러 있으면 풍사
는 저절로 달아나서 백 가지 맥이 자연스럽게 유통되고 삼궁(주: 상궁은 이환궁, 중궁
은 강궁, 하궁은 기해궁이다.)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게 될 것이니 질병이 무
슨 까닭에 생기겠는가? 좀더 정성을 다하여 부지런히 수련을 한다면 반드시 수명을 연
장하여 죽을 기한을 물리치게 리겠지만 그 찌꺼기만 얻더라도 평안하게 천명을 마칠
수 있으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그 대상이 살기를 바라는 것이니, (주: 논어 제 12장 안연) 내가
항상 이 책을 여러 군자들에게 전해 주는 것 또한 서로 사랑하는 도인 것이다. 이 책
을 보고 나의 외람됨을 용서해 준다면 매우 다행한 일이다.
근안 고인운순즉위인하고 역즉위선이라하니 개일생량하고 양생사하고 사생팔하고 이
지어육십사하야 분이위만사자난 인도야오 (순추공부) 첩족단좌하고 수렴색태하야 수습
만사지분요하야 귀어일무지태극자난 선도야라 (역추공부) 계에 소위위지귀혀무하야 무
념이위상하고 (무자태극지본체야) 증험이 추이에 심전불종횡이라함은 차수선지제일의
야라 단입지난 귀조니 정기쇠패지후 수백배기공이라도 난여어상선지열야리라.
삼가 생각하건대 옛사람이 말하기를 순리로 하면 사람이 되고 역리로 하면 신선이
된다고 하니, 하나가 둘을 낳구 둘이 넷을 낳고, 넷이 여덟을 낳고, 그렇게 육십사에
까지 이르게 되어 온갖 일로 나누어지게 되는 것은 인도이며 (순리로 밀고 가는 공부)
다리를 포개어 단정히 앉아서 눈썹을 드리우며 입은 다물고 만 가지 어지럽고 번거로
운 일을 수습하여 아무것도 없는 태극의 경지로 돌아가는 것은 선도이다. (역리로 밀
고 가는 공부)
"참동계"에 소위 뜻을 버리고 허무로 돌아가서 항상 무념의 상태가 되고 (무라는 것
은 태극의 본체이다.) 스스로 증험하여 차츰 밀고 나아감에 마음이 하나되어 종횡으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선도 수련의 첫째 뜻이다. 다만 수선하려는 사람은 그 뜻을
일찍 세우는 것이 귀한 것이다. 몸의 원기가 쇠약해진 후에는 비록 백 배의 공을 들인
다 해도 상선의 반열에 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폐기
(혹왈복기 역왈누기 황정경왈 신선도사비유신 적정누기이위진 정위차자야)
폐기
(복기 또는 누기라고도 한다. "황정경"(주: 태상노군 즉 노자가 지은 것으로 전해지
는 "상청황정내경경" 36장이 있고 동진의 위화존이 전하는 "상청황정외경경" 24장이
있다. 양생의 요결을 다룬 것들로서, 황은 중앙의 색이고, 정은 사방의 가운데이며 뇌
중과 심중과 비중을 가리키기 때문에 황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일련의 여러 도교 경전
들을 총칭한다.)에 "신선도사라 하여 달리 신이한 술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정과 기
를 쌓아가는 것을 참된 길로 하는 것이다."라고 한 것은 바로 이것을 이른 말이다.)
폐기자난 이안으로 위기처하야 기지승강에 좌우전후를 막불여의지소지로대. (욕기지
승자 상기시 욕기지하자 하기시 폐우안개좌안이상기시 즉좌기선승 폐좌안개우안이상기
시 즉우기선역승하용임맥어전 상용독맥어후 이신행즉기행 신주즉기주 신지소지 기무소
부지 막불이안위령 여군중용기치 차욕상시 불수개안지천정상시 역득야)
폐기라는 것은 눈을 깃발로 삼아 기의 오르내림과 전후 좌우를 뜻하는 바대로 하지
않음이 없다. (기를 오르게 하려면 위를 보고 기를 내려가게 하려면 아래를 본다. 오
른쪽 눈을 감고 왼쪽 눈을 뜬 채 위를 보면 좌측의 기가 돌아서 올라오고 왼쪽 눈을
감고 오른쪽 눈을 뜬 채 위를 보면 우측 기가 돌아서 올라온다. 기를 내리는 데는 몸
앞쪽의 임맥 쓰고 기를 위로 올라가게 하려면 몸의 뒤쪽에 있는 독맥을 사용하는 것이
다. 신이 가면 기도 가고 신이 머물면 기도 머무는 것이니, 신이 가는 곳이면 기가 가
지 않는 곳이 없으므로 마치 군중에서 군을 지휘할 때 깃발을 사용하여 군을 움직이는
것과 같이 눈으로서 명령하지 않는 것이 없다. 또한 위를 보고자 할 때는 눈을 뜨지
않고 다만 눈동자만을 굴려 위를 보아도 된다.(주: 눈으로 기를 움직이는 것은 폐기의
시초에 행하는 것이 아니다. 수련의 정도가 깊어 조식 수련이 1분 이상이 경과한 후라
야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초심자가 섣불리 행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연이나 세인은 개상성하허하야 매환차기지승 이상하불교하나니 로 무요차기지강 이
재중궁하야 (무기토) 사비위로 화창하고 혈맥으로 주류이이니라. (차부단세인위연 수
단지요 역재욕수규중)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대개가 몸의 위쪽은 기가 성하고 아래쪽은 기가 허해서 아플
때는 상기가 되어 아래위가 서로 교류하지 못하므로 늘 기가 아래로 내려가 중궁(주:
천간으로는 무기에 오행의 토, 장부로는 비장, 위장에 해당된다.)에 있도록 힘써서 비
장과 위장이 화창하고 혈맥이 잘 순환하게 하여야 한다. (이것은 다만 세상의 일반 사
람들만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을 수련하여 지키는 요체도 역시 이와 같이
몸의 중궁을 기키는 데 있는 것이다.)
능사혈맥으로 주류하야 지어임독개통즉연명각기를 기불가필가 고로 수단지도난 필이
폐기로 위하수지방하야 첩족단수하고 서안화색하고 수렴하시하야 필사신기로 상주어제
하단전지중 즉상부풍사는 여운위무강하야 곤곤사하하야 선주어흉복하나니 (초즉복만차
즉복통) 득기전송연후에 신체화평하고 한기증윤하야 일신백맥이 주류대편즉일의충융하
야 안전백섬이 분분이하하야 부지아지유형하고 형지유아하야 요요명명하고 황황홀홀하
야 이제어태극미관지전의리니 차소위진경계며 진도로오 의차난 개사설망해이니라
능히 혈맥으로 하여금 두루 돌게 하여 임맥과 독맥이 모두 통하게 되면 수명을 연장
하고 죽음의 기한을 물리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단을 수련하는 길은 반드시 폐기
하는 것으로 시작의 첫걸음으로 하여, 다리를 포개고 손을 단정히 하며 얼굴을 펴서
온화한 빛이 돌게 하고, 눈은 발을 드리운 듯 아래를 보아, 반드시 신과 기가 배꼽 아
래 단전 가운데 머물게 하면 몸의 위쪽에 있는 풍사가 마치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내
리듯 흘러내려서 먼저 가슴에서 배로 내려 가게 된다. (처음에는 배에 가득 차고 다음
에는 배가 아프게 된다.) 이 길을 얻은 연후에는 몸이 화평해지고 땀이 촉촉히 나면서
온몸의 모든 맥이 두루 돌게 되니, 곧 마음이 텅 빈 듯하여 눈 앞에 백설이 펄펄 내리
는 듯 느껴지고 내가 육신에 깃들어 있는지 육신이 내 속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으며,
매우 고요하고 아득하여 황홀한 경지가 되어 자신은 이미 음과 양이 나누어지기 이전,
즉 태극이 갈리기 이전의 경지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참된 경계이며 진정한 정
신수련의 길이다. 이 밖의 것은 모두 삿된 말이요. 망령된 행동이다.
태식
(경왈 태종복기중결 기종유태중식 기입신래위지생 신지이형위지사 약욕장생 신기상
주 신행즉기행 신주즉기주 근이행지 시진도로)
태식
(태식경에 이르기를, 태는 복기하는 가운데 맺고, 기는 태가 있는 가운데에서 쉰다.
기가 몸 안에 들면 살게 되고 신이 형체에서 떠나면 죽게 되는 것이니 오래 살고자 하
면 신과 기가 서로 같이 머물게 하라. 신이 움직이면 기도 같이 움직이고 신이 머무는
곳에는 기도 머문다. 부지런히 행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길이다.)
폐기초숙하야 신기조정이어든 연후에 초초추기하야 하지복하모제리니 세심추구차기
식소종출처하야 수출수입하야 사일호이흠으로 상재기중 (차소위현빈일규수단지도 재차
이이) 이불출어구비지간이면 (연상유일촌여기재구비지간) 차난 소위재모태지식이니 소
위귀근복명지도야라. (역왈반본환원 인재모지태중 불이구비호흡 지이제대통어모지임맥
임맥통어폐 폐통어비 모호역호 모흠역흠 지제대일락연후호흠통어구비 급기지양실의 진
기소삭어시호 질병생의 요절작의 약득차귀복지법 정진불이 즉벽곡등선개재어차 고인유
시왈 옥훼수용이 약하고 생불난 단지귀복법 금보적여산)
폐기하는 요령이 점점 익숙해져서 신기가 좀 안정된 후에는 차차 기를 배 밑에 털이
난 데까지 밀어 내려 이 기식이 어디에서부터 나왔는가를 세심하게 추구하면서 그 출
입을 따라 한 호흡 한 호흡으로 하여금 항상 그 가운데 있게하여 (이를 소위 현빈일규
라 하는데 수단의 도는 이곳에 있을 뿐이다.) 입과 코 사이에서 나오지 않도록 하면
(항상 한 치의 나머지 기운이 입과 코 사이에 있도록 한다.) 이는 소위 모태 안에 있
을 때의 호흡이니 이른바 귀근복명(주: 호흡의 근본인 태식으로 돌아가 참생명을 회복
함)하는 길이다. (또한 말하기를 근본으로 되돌리고 근원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인
데, 사람은 어머니와 태중에 있을 때는 입이나 코로 호흡하지 아니하고 탯줄이 어머니
의 임맥에 연결되어 통하고 임맥은 폐로 통하며 폐는 코로 통하여 어머니가 숨을 내쉬
면 또한 태아도 내쉬고 어머니가 숨을 들이쉬면 또한 태아도 숨을 들이쉬다가, 세상에
태어나 탯줄이 끊어진 후부터는 입과 코를 통해 호흡하게 되어 몸의 영양을 잃고 진기
가 녹아 없어지니, 이로부터 질병이 생기고 요절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 귀복하는
법을 얻어서 정진을 그치지 않는다면 벽곡(주: 음식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것을 말
함)을 하고 등선(주: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름)한다는 것이 모두 이 법에 있는 것이
다.
옛사람의 시에 "집은 낡아도 고치기 쉽고 약(주: 여기서는 기력, 기운을 말함)은 말
라도 살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네. 다만 귀복법을 알기만 하면 금은보화를 산처럼 쌓
으리."라고 하였다.)
고로 능태식연후에 차기유이화하고 화이정하야 저어무호흡지식하리니 경에 운기정즉
무호흡이라 하니라. 석에 갈선옹이 매어성서에 입심연중하야십일내출하니 기이폐기태
식야랄가하노라
그러므로 태식이 능해진 후에야 이 기가 부드럽고도 온화해지고 안정이 되어 마침내
호흡이 없는 듯한 숨을 쉬게 되는 것이다. 경에 말하기를 기가 안정되면 호흡이 없어
진다 하였다 옛적에 갈선옹(주: 중국 삼국시대 오의 도인. 강소 사람. 본명은 갈현으
로 뒤에 (포박자)로 유명한 갈흥의 증조부이다. 혼자 힘으로 학문에 통달했으나, 벼슬
을 즐겨하지 않고 탄금에 전심, 노장의 글을 암송하며 명리를 떠난 생활을 했다. 아버
지의 사후장생불사를 희구하여, 적성산, 나부산, 천태산, 등 여러 명산을 돌아다니며
수행하였다. AD.244년에 득선했다 한다.)이 매년 한더위에는 깊은 연못에 들어가 열흘
만에 나왔다고 하였는데, 그것은 폐기로써 태식을 한 까닭인가 한다.
주천화후
(화유내외지속 초즉기혈구허 고폐기미구 화후이발제복지간 구이불산 즉필유온온지괘
출어기간 당차지시 혈기점실 화기역지 우유문무진퇴지법 불가불심야)
주천화후
(화에는 안과 밖, 느리고 빠름이 있다. 수련의 초기에는 기와 혈이 모두 허하므로
폐기를 시작한 지 오래지 않아 화후가 일어나기 쉽지만 배꼽과 배 사이에 기가 한동안
흩어지지 아니하면 반드시 따뜻한 기운이 그 사이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에 기혈이 점점 실해지고 화기가 더뎌진다. 또한 화에는 문무진퇴의 법(주: 문화와
무화 그리고 진화, 퇴화의 법)이 있으니 잘 살펴 수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천화후자불과왈열기편신야니 신기상주어제복지간일새 당차시하야 약능가의취허하
면 (착시유뮨무화후 근야업도 우유진퇴지법 최불가불심 약어신심정정지후 진화여법 즉
방광여화열 양신여탕전 이자요이하청상이상 약불능경진화후 즉편신화열 반유화상어신)
주천화후라는 것은 열기가 온몸을 도는 것을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신과 기가 서로
배꼽과 배 사이에 머물러 있을 때 의식을 두어 부는 것이 능해지면 (이 때에 문무화후
와 근양법도(주: 기를 굵게 근중으로 보내는 법과 가늘게 양중으로 보내는 법)가 있으
며 또한 진퇴의 법이 있으니 아주 조심스럽게 살펴 가며 수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몸
과 마음을 고요히 안정시킨 연후에 법대로 잘 진화하면 방광이 불같이 뜨거워지고 좌
우의 두 신장이 끓는 물에 삶는 것같이 뜨거워서, 허리로부터 아래쪽이 평상시와는 달
리 시원하게 느껴진다. 만약 화후를 가볍게 하지 못하면 곧 뜨거운 불기운이 온몸에
퍼져 도리어 몸에 화상을 입게 되는 것이다.)
즉온온지기 종미지저하고 자하달상하야 (열기소지점점개활상달) 여화지점계하리니
소위화지생연화야니라. (신수화지운자 치허극수정독지시야 차최긴요처야)
따뜻한 기운이 미미한 상태에서 차츰 뚜렷해지고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 (열
기가 이르는 곳이 점점 환하게 열리면서 올라간다.) 마치 꽃봉오리가 점점 괴어나는
것 같아서 소위 빛나는 연못에 연꽃이 피어난다고 하는 것이다. (신수화지라고 하는
것은 마음을 비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 이르게 하고 아주 흔들림이 없는 고요한 경지
를 돈독히 유지할 때에 쓰는 말이니 바로 이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보수초구 열점생성하야 (차소위화개점포노점농 차시역수상 감진재구위예천 소위옥장
금액야)
이와 같은 상태를 오래 간직하고 있으면 열기가 점차 왕성해져서 (이것이 소위 꽃봉
오리는 점점 피어나고 감로는 점점 무르익어 간다고 하는 것이다. 이 때에 수기가 위
로 거슬러 올라와 달콤한 침이 입 안에 고여 예천이 되는 것이니 소위 옥장금액이라
하는 것이다.)
복중대개하야 여동무물하야 수유에 열기즉편신하리니 자소위주천화후야라 구능운화
여법즉부지어불가인내니라 제복지하일촌삼분은 즉소위하단전이니 여상단전으로 (이환
궁) 상용여향이면 소위옥로 (단전이명) 화온온하고 정상 (이환) 비자하야라 상하관주
하야 여환무단하리니 구능사차화로 온양불실하야 (일일지간 자오묘유 필수진화사온온
지기 무일식불진화 상사주야 여일일지시월연후태가성야)
뱃속이 크게 열려 아무것도 없이 텅 빈 것처럼 되면 삽시간에 열기가 온몸에 두루
퍼지게 되는데 이것이 이른바 주천화후라 하는 것이다. 법도대로만 운화를 한다면 참
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다. 배꼽 아래 한 치 세 푼의 자리가 곧 하
단전인데 상단전 (이환궁) 과 더불어 소리가 울리듯 서로 응하면 이른바 옥로 (단전의
다른 이름) 의 불은 따뜻하고 정상 이환에 붉은 노을이 난다고 하는 것이다. 상하단전
이 물을 대듯 어울려 끝이 없는 고리 모양으로 등근 형상을 이를 것이니 다만 이 단전
의 불기운을 따뜻하게 길러 잃지 아니하면 (하루 사이에 자오묘유(주:글자 그대로 하
면 하루 사이에 자시, 묘시, 오시, 유시, 이렇게 네 번 진화를 하라는 것이나 실제로
그렇게 네 번에 걸쳐 8시간을 수련하라는 것이 아니라 쉬지 말고 열심히 수련하라는
것이다.) 로 진화를 해야 하며 따뜻한 기로 하여금 한숨이라도 진화하지 않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항상 밤낮으로 하루같이 수련하여 열 달이 된 후에야 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청명지기 상결어이환궁이면 선가소위현주오 불가소위사리니 유필연지리오 지어성도
여부난 재인성여하이니라. 단조달위귀오 억우문지하니 소위이화연약고 이단성도난 불
과이신여기하고 이기유형하야 불수상리니라 술측이지로대 도난우하고 종연우료로대 불
전행니라. 술측이지로대 도난우하고 종연우료로대 불전행이라 소이로 천인만인이 학호
대 궐경은 종무일이성이니라 고로 범학자난 이성위귀니라.
청명한 기가 위로 올라와 이환궁에 응결한 것이 선가에서 말하는 현주요. 불가에서
말하는 사리가 되는 것이니 이 것에는 필연적인 이치가 있다. 성도하느냐 못 하느냐에
이르러서는 각자의 정성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며 다만 일찍 달성하는 것이 귀한 것이
다.
문득 듣자 하니 이른바 화로써 약을 고며 단으로써 성도한다는 말은 신으로써 기를
제어하고 기로써 신을 형체에 머물게 하여 모름지기 서로 떨어지지 않게하는 것을 말
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술은 알기 쉬우나 도는 만나기조차 어렵고 비록 우연히 만났다 하더라도 전심 전력
으로 행하지 아니하는 까닭에 천 명, 만 명이 배워도 끝내는 한두 사람의 성공자도 없
는 것이다. 그러므로 배우는 사람은 정성을 가장 귀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우시왈 정기상영강리 하방연처초연 달마는 득태식법고로 능면백관심하니라 황정경에
왈 인개포식오곡정이나 아독포차음양기라하니 이차이시로 관지즉벽곡은 전유태식이니
구능벽곡하고 독포차음양기즉지호폐하고 천문이 개하리니 기불가평로등선호아
또 시에 말하기를 "정기가 항상 몸속에 가득하면 한가한 곳에서 초연하게 지낸들 거
리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하였다. 달마 선사도 태식법을 얻었으므로 능히 면벽하여
관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황정경"에 말하기를 "사람들은 모두 오곡의 정기로 배를 불리나 나는 흘로 이 음양
의 기운으로 배를 불리네!" 하였다.
이 두 시를 가지고 보건대 벽곡은 오로지 태식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으니 진실로
능히 벽곡을 하여 홀로 음양의 기운을 포식할 수 있다면 땅의 문은 닫히고 하늘의 문
은 열릴 것이니 어찌 평지에서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르지 못하겠는가?
우삼조는 수각입명이나 비금일에 행일조하고 명일에 우행일조라 기공부난 전재어폐
기중이니라 단공부는 유천심하고 등급이 유고하하니 수변화비승지술이라도 개불외차삼
자오 유기성이니라
앞의(주: 원문은 우삼조이나 그것은 세로쓰기의 경우이므로 가로쓰기에서는 '우'대
신 '상'이라고 해석하였다.) 세 조목(폐기, 태식, 주천화후.)은, 비록 각각 이름을 붙
이기는 하였으나 오늘 한 조목을 행하고 내일에 또 한 조목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부는 오로지 폐기하는 중에 있는 것임을 명심하여야 한다. 다만 공부에는 깊고 얕음
이 있고, 등급에는 높고 낮음이 있는 것이니 비록 변화하여 하늘을 날으는 술법이라
할지라도 모두 이 세 가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며 오직 배우는 이의 정성에 달려
있을 뿐이다.
2. 원상법
-우주, 인간, 사물의 원초적 형상을 꿰뚫어보는 고도의 투시법
* 해제
이 법은 글자 그대로 우주 만유의 원초적 형상을 자신의 정신력으로 꿰뚫어보는 것
을 골자로 한다. 따라서 우도 즉 자동수련법 가운데 조식법을 기반으로 충분한 수양을
쌓은 득력자가 한 차원 높은 정신계로 진보하고자 할 때 원상 수련이 필요하다. 보통
조식 수련의 호흡 길이가 1분 이상 되는 사람이면 원상 수련에 임할 수 있는데 보다
확연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2분 이상이 필요하다.
원상법에 사용되는 '원상문'은 이백 자도 안 되는 짧은 한문인데, 외양은 공자가 편
찬한 "주역" '계사전'을 바탕으로 한 역경요지이다. 이것은 또한 정신수련법의 정요이
기도 하다. 혹자는 이 문장을 마치 주문처럼 입으로 소리내며 한없이 읽어 대지만, 원
상법은 주문 수련하는 좌도가 아니고 호흡법을 토대로 하여 수련하는 우도이므로 주력
을 발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 본연의 자발적인 투시력을 기르고 강화하여 자아와
우주의 근본자리인 성을 보고, 밝히고, 깨달아 체득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하고 있
다. 즉 원상 수련은 정신의 투철한 대오각성과 본래 면목의 확인 및 회귀를 지향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수련자의 정신센계는 깊이 함양되어지고, 고양되어서 한층 더
높은 정신력의 계단을 딛게 되는 것이다.
원상법이 언제 어떻게 전해졌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공자가 '계사전'을 지은 이
래, 심법을 전하는 직절문으로서 심종 수련사들에게 계승되어 온 것만은 틀림없다. 유
가에서 왕왕 이 형이상학을 전공하던 선배들이 공부자가 지은 "역경" '계사전'의 '천
하지지신'이란 것을 택하여 반조니 회광이니 하며, "대학"의 '격물치지'와 서로 안팎
을 이루는 공부로서 전해 왔던 것이다. 공자 문하에서 이 원상법을 전공한 사람이 안
자이고, 일용사물학을 전공한 사람이 증자이다. 그런데 안자가 불행히도 일찍 죽어 그
전수심법을 다시 공부자의 묵시에서 구하게 되어 심법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구할 길
없게 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부자가 이를 염려하여, 불언중에 가능
한 한 후인들이 알기 쉽게 이에 대한 암시를 한 것이 바로 원상법이다. 유교에도 교종
과 심종이 있는데 이 원상수련법은 심종에 속한다. 비록 유불선에 분파는 있으나, 이
심종에서는 귀착점이 두 곳이 아니요 한 곳이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즉 중간에 만
가지 형상으로 흩어져도 끝에 가서는 다시 한 가지 이치로 합해지는 불변의 철칙이 존
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공자 이전부터 이 물심 양종을 우주의 인류에게 전해주시고, 몸소 시범하신
대황조 한배검님이 천부성경에 하신 "일이 삼이요, 삼이 일이며, 이 모든 근본이 무에
서 나오고 또한 태양의 앙명을 주체로 한다."는 말씀의 참뜻을 알아야 한다. 일이 삼
이라 함은 무에서 일이 나왔고 일과 대등한 것이 삼, 즉 일 이상의 수라는 뜻이며, 삼
이 일이라는 것도 우주 만상의 근본은 귀착점이 하나요,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태양
의 밝음을 주체로 한다는 것은, 우주 만물이 암흑 속에서는 동인지 정인지, 유인지 무
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태양의 밝음을 근본으로 해야만 비로소 우주에 만물이 있는
줄을 알게 되고 생양수장의 원리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한배검
님의 교훈을 유구한 세월 동안 전통으로 이어받아 왔다. 구한말 정신수련계의 대가인
우도방주 일송 선생께서 이 원상법을 여러 제자들에게 전해 준 것으로 보아, 이미 오
래 전부터 우리의 고유한 정신수련 체계 속에 편입되어 있었던 듯하다.
여기서는 '원상문'을 우리말로 옮겨 그 내용을 살펴보고, 원상 수련의 단계적 과정
을 서술한 '원상수련 법식' 및 '원상법요', 이를 통해 밟아 올라갈 수 있는 수련의 계
제를 풀이한 '구계법론', 원상 수련 과정을 스승과 제자의 입장에서 문답 형식으로 상
세히 그려낸 '원상혹문장', 역시 수련 과정상 경험하게 되는 정신 능력의 종류를 여섯
가지로 나누어 수련의 진척도에 따라 서술한 '육통해'를 원문과 주해를 통해 차례로
소개한다. 원문 해석 및 주해에 들어가기 전에 '원상문' 전수에 얽힌 봉우 선생의 구
술을 그대로 인용했다. 주로 선생이 경험한 일화들인데, 원상법의 전수에 관한 여러
가지 중요한 회고담을 담고 있다.
내 나이 20세 되던 기미년(1919년)에 서울에서 조일운이라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외양이 점잖고 풍신이 번듯하니 잘생겼는데, 당시 서울에서 대술객 노릇을 하고 있었
으며 박양래 선생과도 친교가 있는 사이였다. 그는 소위 '이전'이라는 술수에 능통하
였다. 그것을 행하는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니, 정경대도의 심법을 체달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 즉, '이전'을 놓는다고 하면서 분향을 하고, 무슨 글을 주문 외듯이 읽고 하
는데 바로 그것이 원상주라는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읽고 또다른 한 편의 글을 길게
내리뽑았는데, 그것은 다섯 단어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즉 지승, 천강, 용좌, 용우,
용잠이란 말을 길게 소리내면서, 눈은 딱 감고 앙손에는 쇠로 된 막대기 같은 것을 하
나씩 쥐고 있었다. 그것은 사각이었고 길이는 30센티미터쯤이었다. 사면으로 위쪽엔
주역 팔괘를 둘러 새겼고, 아래에는 구멍을 뚫어 한글 자모를 달아 놓은 독특한 모양
의 막대기였다. 그는 주문을 외듯이 '원상문'과 지승, 천강 등과 같은 단어들을 읊조
리다가는, 한 손 한 손 교대로 막대기를 던지며, 던져진 형상에서 한글 자모를 하나씩
모아 얻어진 문구로 점을 치는 것이었다.
원상주의 내용을 잘 살펴보니, 내가 보기에는 그런 식으로 길흉화복점이나 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 것 같은데, 그는 뭔가 잘못 쓰고 있는 것 같아보였다. 옆에서
좀 놀려 주려 했으나, 박양래 선생이 기미를 눈치채고는 막 옆구리를 치며 말리는 바
람에 그 자리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하였다. 나중에 그에게 '이전' 놓는 법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물어 보았더니, 전라남도 나주에 사는 최도은 선생에게 사시하였다고 했다.
제자들이 수천 명이나 된다고 하면서, 그는 여전히 이 원상주를 외면 상재는 7일, 중
재는 이칠일(14일)이면 통령한다는 얘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아무튼 '원상'이라는 말을 이 조일운이라는 술객에게 우연히 얻어 들은 지 몇 년 뒤
에 마침 전라도 지방을 여행하다가 나준 쪽을 지나게 되었다. 전부터 들은 얘기도 있
고 하여 최도은 선생 댁을 찾아갔다. 그 집은 아주 넓었는데, 나그네들을 치르는 곳으
로 근처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아랫사랑으로 안내되었는데 벌써 십수 명이 묶고 있었
다. 얘기를 들어 보니 저녁은 물론 아침밥까지 주고, 아침에 떠날 때에는 주인이 나와
서 노자까지 준다는 얘기였다. 참 후한 인심이었다.
저녁밥을 먹고 나니, 중년의 집주인이 사랑에 나와서 인사를 하며 손님이 여럿이라
음식이 변변치 못하다고 하며 '계룡산에서 오신 권 선생님, 이 자리에 계십니까?' 하
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 20대 초반의 나이라 주위 사람 이목도 있고 하여, "선생
님은 아니고 권태훈은 여기 있소."라고 응답하였더니, 주인은 자기 가친이 선생님을
좀 뵙고자 한다며 나가자고 하였다. 나는 춘부장 뵐 일이 없다며 사양하였으나, 그는,
가 보시면 안다며 나를 잡아끌었다. 집안으로 들어서니, 한 삼백 평은 될 듯한 큰 연
못과 연못 가운데에 언덕을 만들어 지어 놓은 정자가 보였다. 연못가에는 오동나무와
오류선생 도연명을 상기시키는 많은 버드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연못에는 연꽃이 가득
히 피어 있었다. 이는 또한 애련설로 유명한 중국 송대의 철인 주염계 선생을 떠올리
게 했다. 나는 이 집에 무슨 괴짜가 하나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자로 가
기 위해 주인이, 나를 태운 조그만 쪽배의 노를 저어 언덕에 대었다. 가까이 가 보니
정자 마루 위에 노인 한 분이 딱 서 있는데, 그가 바로 최도은 선생이었다. 그는 자기
가 맞으러 나가야 하는데 이렇게 아들을 시켜 모시게 되어 죄송하다고 하며 겸손한 예
를 표하였다. 그리고는 나에게 자리를 권하고 나서 '이전' 책을 내놓는 것이었다. 그
는 산대를 쥐고 '지승'이라 읊조리며 방바닥에 (그림설명: 한글모음의 ㅗ모양과 같음)
모양으로 놓았다. 그 다음은 '천강'이라 하며 아까 '지승'을 놓은 (ㅗ) 모양 위에 (
ㅜ) 모양으로 놓았다. (ㅜ 밑에 ㅗ가 겹친 그림-한자에서 '장인 공'자와 같음) 모양이
된 것이다. 여기에 '용좌'하며 좌측에 (ㅏ) 모양으로 산대 두 개를 놓았다. 다음은 '
용우'하며 지승, 천강의 (그림 '공'자 모양)모양 오른쪽으로 (ㅓ) 모양을 만들었다.
즉 밭 전 자의 형태가 된 것이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용잠' 하며 밭전자 가운데 위에
산대를 하나씩 걸쳐 놓는 것이었다. 곧 위 왼쪽의 그림 같은 형상이 되었다. 그는 이
모양을 가리키며, "이것이 '이전' 놓는 법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건 제 생각이
지만." 하고 운을 뗀 후에 "저는 수를 잘 모릅니다만 선생님께서 해 놓으신 것은 얼른
보기에 좀 설게 보이는군요."라고 말한 후 내 나름의 해석을 밝혔다. 즉 '지승'은 땅
기운이 위로 오르는 것이니 밭 전 자의 밖을 향해 (ㅗ) 모양으로 놓고, '천강' 역시
밖으로 (ㅜ)모양으로 놓아 (ㅗ밑에 ㅜ가 놓인 모양) 모양으로 놓은 후 '용좌', '용우'
도 밖을 향해 (ㅓ 오른쪽에 ㅏ가 놓인 모양) 모양으로. 놓은 후(그림설명: 중간에 정
사각형 모양이 생기고 사각형 위 아래 왼쪽 위에 바깥쪽으로 선이 그어져 있는 모양),
마지막 '용잠'은 그 가운데에 십자로 겹쳐 놓아야 (그림: 중간에 있는 정사각형의 안
쪽에 십자모양이 들어간 모양, 즉 한자에서 한 일 자와 가운데 중 자가 겹친 모양) 토
양이 되어 일중을 드러낸다. 이 모양 한가운데에는 점이 하나 찍혀져 있는데 이것은
주재주로서 태극이 갈리기 이전의 혼원일기 자리라 할 것이다. 또한 일궁이라 함은 정
일집중을 뜻하는데, 이 말은 곧 요 임금께서 순 임금께 "유정유일 이오사 윤집궐중하
라(오직 정하고 오직 일하여 모름지기 그 가운데를 잡으라)."고 전해 주신, 성문 만고
불역의 심법을 나타낸다. 성인 성 자도 이 일중의 합자 모양에서 비롯된 것 같다. '
성'자를 보면, 귀와 입 밑에 있는 임금 왕 자의 획수가 넷이다. (일중 합자 모양) 모
양을 보면 '전' 자가 '구' 자를 넷 지니고 있구 '전' 자 사방으로 뿌다귀가 하나씩 나
있으니 귀가 넷 아닌가? 이래서 일중은 성인을 상징한다고 본다.
내가 이야기를 마치자, 묵묵히 듣고 있던 그가 불끈 하고 일어나 "선생님, 바로 보
셨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저의 큰 선생님께서 작은 선생님께,
언제든 권 아무개가 오면 이걸 전해 주라고 분부하셨는데, 권 선생께서는 미리 다 알
고 계시니."라고 말하였다.
그의 큰 선생님이잔 일송 선생님을 말하는 것이었고, 작은 선생님은 그를 직접 가르
친 스승인 최소은이었다. 그는, 나의 해석을 다 듣고 나니 최소은 선생이 자신에게 '
이전'의 뜻을 다 가르쳐 주지 않으신 듯하다고 하였다. 나는 그의 스승인 일송 선생님
의 제자 최소은을 찾아 갔다. 그는 충남 공주군 사곡면 최씨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제자 최도은 이 나주 근방에서 대도인으로 대접받고 있음에 비해, 너무나 대조적으로
살고 있었다. 근처에서 그에 대해 수소문해 보니, 일정한 직업도 없는 천하의 주정꾼
이자 건달로서 여편네 품앗이로 연명하는 자라고 평하는 것이었다. 최씨 마을 사람들
은 그를 아주 개떡같이 여기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찾아갔을 때 그는 동네 시냇가에
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나는 "소은장, 여기서 강태공 노릇 하십니까?" 하고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는 나를 돌아보더니 대뜸 정색을 하며 대번에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
와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는데, 그는 일송 선생님의 열 몇 번째 제자라 하였다. 그는
내가 일송 선생의 세번째 제자라는 이야기도 해주었는데, 처음 듣는 얘기였다. 내 나
이 십대에 일송 선생님을 따라 구월산에 가서 공부할 때는 선생의 제자가 전국에 그렇
게 많이 있다는 사실을 도무지 몰랐던 것이다. 일송 선생님의 제자 또 한 사람이 전남
보성 땅 솔머리라는 곳에서 훈장질이나 하며 지내는데, 따로 키우는 제자는 없고 성은
안 씨라고만 하였다. 공부는 최도은보다 뛰어났고 그림과 글씨를 잘 했는데, 후일 곱
게 죽었다고 한다. 이야기 끝에 최소은은 자신의 정체를 이 마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지금 이대로 주정꾼, 미친놈 대접을 받아 가며 거리낌 없이 나름대
로 초야에 묻혀 살겠다는 것이었다. 이상이 내가 원상법을 전해 받게 된 전말이다.
* 원상문 원문 및 주해
수건복곤 천지정위 이감목리 일월명광 구태수간 산택통기 고손족진 뇌풍동작 실시
건곤지조화 이품기어인야대재 인호 지성위도 가이천지 일리존존 백체전전 시위합덕 묘
용지전기야 기정즉변 기동즉화 동정지간 변화무궁 시이 부질이속 불행이지 치삼상지
정령 감이수통 천하지고 오황상제 강충우하민 소소감웅 강아영지 수아00(주: 여기에
자신이 소망하는 바를 끼워 넣어 암송한다.) 천하지능사필 천지기영유 소의뢰의 이황
어인호 이황어귀신호
삼령재신 수지즉시 염자재자 일석건건 자기지신 감충대화)
사람의 머리는 하늘이요, 사람의 배는 곧 땅이다. 하늘과 땅이 이로써 그 자리를 정
하였도다. 귀는 감이요, 눈은 이인데, 이는 해와 달의 밝은 빛과 같고, 입은 태요, 손
은 간이라, 이는 산과 물이 서로 기운을 통하는 것과 같으며, 팔은 손, 다리는 진으로
우레와 바람이 움직이는 것과 같으니, 이는 실로 하늘과 땅의 조화가 사람의 몸에 그
대로 깃들여 있음이다(우주만상을 설명하는 기본개념인 역의 팔대가 사람의 몸에 그대
로 부합됨을 밝히고 있다.).
위대하도다 사람이여! 지극한 정성으로 도를 이루면, 앞일을 알 수 있으니 한 가지
이치를 잘 보존하면 온몸이 온전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덕에 계합하여 묘한 쓰임
을 나타내는 전일한 기틀이라. 그 기틀이란 고요하면 곧 변하고, 움직이면 곧 만들어
져서, 움직이고 고요한 그 가운데에서 변화가 끝이 없게 된다. 이로써 내닫지 않아도
빠르고 움직이지 않아도 도달하게 되는 것이니, 마음 위의 정일한 영조을 이루어 느껴
서 천하의 연고를 모두 통달할 수 있는 것이다.
아아! 상제(하느님)께서는, 낮은 백성들에게 올바름을 내리시어(주: "서경", "상서"
제3장 탕고 첫 머리) 밝고 밝게 감응하사 제게 영지를 내려 주시고 제게 소원하는 바
00을 내려 주시어 세상의 모든 일을 마칠 수 있도록 하소서. (오황상제 강충우하민 소
소감웅 강아영지 수아00 천하지능사필)
하늘과 땅의 영원함도 의탁하고 힘입을 바가 있는데, 하물며 사람에게 있어서랴, 또
한 귀신에 있어서랴. 세 영이 몸 안에 깃들여 있으니, 이를 닦으면 되는 것이다. 이것
을 집념하여 잘 살펴서 아침 저녁으로 늘 그치지 않으니, 지극한 기운의 신은 감응하
사 큰 조화를 이루소서.
* 원상수련 법식
단학의 근본인 호흡법을 습득해서 조식이 1분에서 2분이 될 때에 비로소 제2단계로
서의 원상 수련을 시작해야 한다.
이것은 현대인들이 보통 얘기하는 염사(주: 심령 현상의 하나. 노출광선을 주지 않
고서 마음으로 사념하는 것만으로 사진필름에 감광 효과가 나타나게 하는 것. 1890년
프랑스의 심령사진사 다르주가 이런 종류의 염사에 성공했다는 보고가 있다.) 흑은 투
시와 초기 수련 과정은 유사하나, 궁극적으로 정신적 깨달음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서로 차원을 달리한다. 호흡 수련 학인들의 입장에서, 1분 조식이 되면 급한 마음에
원상법을 곧 시작해 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나, 그 법의 효과는 조식이 2분 정
도가 된 후에 시작함이 확실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조식 1분 정도의 학인이 이 단계
의 수련을 하자면 그 성력 여하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평균적으로 정신계 2단(주: '
구계법론' 참조 2분 조식이 되는 사람이 이 단계 수련을 시작한다면 자질 여하에 따
라, 일정치 않으나 보통 두세 달 집중 수련으로 도계 2단에 승진, 1분 조식하는 사람
의 2~3배 이상 되는 정신력 증강 효과를 볼 수 있다. 같은 법이라도 호흡이 긴 사람과
짧은 사람과의 차이가 아주 크다. 따라서 가능하면 2분 이상이 된 뒤에 2계 승단 공부
를 해야 한다. 물론 1분 이하인 사람도 해볼 수는 있으나, 그것은 지름길을 두고 먼
길을 돌아가는 우매한 짓이다.)까지 올라가기까지 6-7개월을 경과해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며, 또한 그 정신력의 배양도 충분치 못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1 수지사
수지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상문'을 한번 자세히 속으로 읽어 본다. 그 다음
단정히 앉아서 일체의 잡념을 버리고 고른 호흡만을 약 30분간 행한다.
눈을 감은 채 원상문 가장 앞머리에 있는 머리 '두'자를 왼손 손바닥 위에 오른 손
가락으로 서서히 쓴다.
이렇게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손바닥 위에 온 마음을 집중하여 쓰노라면 어느덧 뇌
리 속에 손바닥 위의 글자 한 획 한 획이 완연히 존재함을 보게 된다. 여러 문자는 필
요없고 '두'자 한 자만 충분히 현상되어 보인다면, 하루 또는 이틀에서 보름에 이르는
기간 동안만 자신있게 정좌묵상하여 계속하여 집념하면 그 글자에서 자연히 광채가 나
게 되고, 한번 손바닥에 쓴 글자가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고 계속 보이게 된다. 이 법
대로 해 나간다면 '원상문'의 글자들이 모두 환하게 보일 것이다.
#2 심사
심사란 '원상문'의 문자를 손으로 쓰는 일을 중지하고 마음으로 쓰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역시 손으로 쓸 때와 같이 글자가 완연하게 보이게 된다. 그 글
자는 붓으로 쓴 것과도 같이, 오래 보아도 얼른 없어지지 않는다. 또한 감고 있는 눈
속에서 뚜렷하게 보이게 된다.
'원상문'의 문자를 한 자 한 자씩 써 나가면 쓴 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점점 확실
하게 보이게 되는데, 여기까지는 시일이 좀 걸린다. 마음으로 쓰는 연습이 충분해져
서, 묵좌식상한 상태에서 쓴 글자만 주시하고 있으면 글씨가 보이던 자막이 사라지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환상 같은 현상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학인들은 그 현상을 주시하지 말고 조식만 쉬지 않고 꾸준히 유지하면 된다.
사람에 따라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 며칠 그러다가 곧 그치게 된다. 이
어서점차로 정확한 현상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먼저 보이는 것들은 대개 실체를 파악
하기 어려운 잡동사니인 경우가 많다. 이렇듯 정확한 상이 보이기까지 약 한 달 정도
면 충분하다.
이상은 모두 심사의 수련 과정에 충실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
요, 학인의 마음과는 상관없는 것이다. 이 과정을 마친 뒤 학인이 의도적으로 보고 싶
은 것을 생각하면 그 현상이 마음의 생각대로 보일 때도 있고, 반대로 아무것이나 보
일 때도 있다. 계속 시도하는 가운데 좀 시일이 지나야 학인들이 원하는 바가 잘 보이
게 된다. 그 보이는 정도는 학인의 조식 시간 장단에 따라 상대적이다. 호흡이 긴 사
람은 잘 보이구 짧은 사람은 덜 보이게 되는 것이다.
#3 회광반조-초각
위의 과정을 통해 마음 속의 이런 것 저런 것이 생각대로 보이기 시작하면 그 다음
에는 회광반조(빛을 돌이켜 다시 비추어봄)의 과정을 밟는다.
이것은 수련 학인이 현재로부터 과거로 돌아가 회상하는 것인데, 오늘에서 어제 또
는 그제로, 또한 이번 달에서 지난 달로 더듬어 올라가며 생각하는 방식이다. 처음 시
작할 때는 주마간산식의, 비행기 타고 산천 구경하는 감이 있으나 점점 단순해지면 자
세히 보이게 된다. 회상수련에 있어서, 본인의 처음 출생까지는 잘 보이지만, 그 출생
이전의 현상으로 넘어가는 것이 큰 과제로 남게 된다. 출생 이전의 현상은 사람에 따
라서 잘 안 보이는 경우도 있으나, 다시 일보 전진해 나가면 대개는 보이게 되는 것이
당연한 원리이다. 그렇게 되면 과거 삼생이 어디서 왔는지 잘 알게 된다. 이것을 정신
수련 학인의 초각(첫깨달음)이라고 한다.
초각의 계제에 이르면 사람뿐 아니라 동식물이 생양수장하는 과정이나 인체 해부의
과정이, 상세하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는 잘 보이게 된다. 즉 A라는 동물이나 식물이
현재 놓여 있는 상태에서, 과거의 어디로부터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렀으며 앞으로 미
래에는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 것인가 하는 삼세의 과정을, 구체적이지는 못하지만 대
강은 알 수 있는 단계인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비단 생물의 경우에만 국한된 것이 아
니라 무생물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담뱃갑에 관해 회광반조를 하면, 담뱃갑
을 이루고 있는 여러 재료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과거의 제조 과정을 순서에 따
라 되돌아볼 수 있고 그 재료의 원래 모습(원상)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 물
건에 대한 현재 이후의 변화 과정도 살펴될 수 있다. 이렇듯 원상수련법의 회광반조를
통해, 인간의 장벽인 시공을 초월하여 자아의 본디 모습을 확인하는 정신력이 배양되
는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진정한 정신세계로의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본다.
초각 단계를 지나 재각계(도계 2단)에 도달해서야 모든 과정이 차츰 상세하고 명확
하게 보이게 되지만, 초각계에서도 일용사물에 필요한 의문 사항들은 거의 해결된다.
다만, 수련 학인의 정신 계제가 약할 때에는 될 수 있는 한 단순하게 질문하는 것이
요령이다. 또한 호흡이 길지 못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를 보려고 무리하지 말 것이며,
되도록이면 단순한 것을 생각하도록 한다.
회광반조 초단에만 도달해도 사람에 따라 별별 것이 다 보이게 된다. 고대의 유명
한 인물 중 한 사람이라고 자칭하면서 누군가가 등장해, '내가 누구'라고 말하며 별별
소리를 다 하는 예가 많다. 반조중에 그런 인물들이 나타나더라도 학인들은 신경을 쓰
지 말고 그냥 영화를 보고 있거니 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나오는 인물들이
혹시 무슨 고대의 명인들이 아닌가 하고 착각하게 되면, 그럴듯한 인물이 나왁서 고인
으로 가장한니 주의해야 한다. 그 밖에도 참으로 기괴한 일들이 허다하지만, 그런 것
들은 모두 학인들의 심리를 정신계에서 시험해 보는 것이니 역시 주의해야 한다.
회광중에 간혹 정신계 의사들이 신체를 해부하는 예가 있으나, 그냥 구경만 하면서
마음을 움직이지 말고 호흡을 꾸준히 유지해 나가야 한다. 또한 회광하는 도중에 호흡
시간이 짧아지면 안 된다.
이상은 초단 계제에서의 회광이므로,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지 말고 기본적인 연습
에 치중해야 한다. 참고로, 회광하는 가운데 나오는 인물들은 거의 정신들이지만 학인
들이 부주의할 경우에는 사마가 들어을 때도 간혹 있다. 쉬지 말고 호흡에 집중하면
삿된 것들은 곧 나간다. 가장 주의해야 할 사항은, 회광시에 나타나는 인물들과 될 수
있으면 필요 이상의 대화를 나누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초단에서는 구경만 하는 것
이 좋다. 그 밖에도 필설난기할 현상들이 많으나 학인들의 심신만 안정되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회광반조시에 자유 자재로 문답을 나누는 일과 같은 것은 재계나 삼계에
서의 일이므로 여기서는 그 설명을 생략한다. 더 자세한 원상 수련의 노정기는 '원상
혹문장'에 실려 있다.
* 원상법요 원문 및 주해
천지는 음양지지요 일월은 광명지지요 오행은 만물지지요 호흡은 생사지지요 성인은
인륜지지요 규구는 방원지지요 법산은 총명지지요 원상은 명명지지니라
천지는 음양의 지극함이요, 일월은 광명의 지극함이요, 오행은 만물의 지극함이요,
호흡은 생사의 지극함이요, 성인은 인륜의 지극함이며(주: 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으로
이보다 더 큰 음양은 없으므로 지극하나 또한 해와 달보다 밝고 더 큰 광명체는 없으
므로 지극하다. 또한 만물은 오행의 이치로 생하고 소멸하며 오행의 상생. 상극의 원
리를 벗어나는 일이 없으므로 지극하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호흡하고, 호흡이 멎으면
생명도 끝나므로 호흡을 생사의 지극함이라 한다. 성인은 인륜에 지극히 밝은 분이며,
인륜이 땅에 떨어지고 어두워지면 이를 다시 밝히고 가르치는 분이 성인이므로 지극하
다.), 규구는 방원의 지극함이요(주: 규구는 도안을 하기 위한 도구, 규구준승(컴퍼
스, 자, 수준기, 먹물)이라고도 한다. 방원은 네모와 동그라미. 네모, 동그라미와 같
은 모든 도형은 규구준승에 의하여 그려진다. 컴퍼스, 자, 수준기, 먹물 없이 어떻게
도형을 올바로 그리겠는가. 따라서 지극하다), 법산은 총명의 지극함이요(주: 법산은
수학적연산. 총명하지 않고서는 법산을 하기 어려우며 총명하기 위해서는 법산을 배우
고 익혀야 하므로 지극하다.), 원상은 명명의 지극함이라(주: 인간은 원래 선천에서
밝은 존재이다. 그러나 후천에서 때가 끼고 구름이 끼어 그러한 밝음이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명명은 선천의 밝음을 후천에 다시 밝히는 것. 현생의 욕심에 의하여 가리워
진 인간 본연의 밝음을 원상수련에 의하여 되찾을 수 있으므로 원상은 명명의 지극함
이다.) .
고로 육명명어도자는 필선수호흡어정실하고 묵좌식상하야 구방심어천지만물지중하고
점지천군태형(주: 천군은 임금을 이르는 말로 여기서는 '마음'.태형은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여 편안한 모습. 임금이 편안하면 백성들이 모두 편안한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
면 온몸이 두루 다 안정되어 원하는 바대로 될 수 있음을 비유로 표현한 것이다.)하야
백체종령하거든 입지어명명하고 무타념무타상하고 경폐쌍안하고 회광어원상문자하면
암중미광이 도전에 현무수지상하되 홀생홀멸하야 황홀난측이라가 적연구좌즉우지현상
수다이소정확하고 현상자무비잡동산이리라
그러므로 도에 있어 선천에 밝았던 것을 다시 밝히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반드시 고
요한 방에서 호흡하구 잠잠히 앉아 생각을 쉬고서 천지 만물 가운데 흩어져 있는 마음
을 모아야 한다. 점점 마음이 편안해져서 온몸이 마음을 좇게되면 선천에 밝았던 머리
를 다시 밝힐 뜻을 세워, 다른 것은 일체 생각지 말고 눈을 가볍게 닫은 채 원상문자
에 빛을 돌려야 한다. 그러면 어두운 가운데 희미한 광선이 앞에 비추어 무수한 모양
이 나타나되 홀연히 나타나고 홀연히 사라져서 황홀하고 헤아리기 어려우리라. 고요하
게 오래 앉아 있으면 다시 현상이 되는데, 많은 것들 중에 정확하게 보이는 것은 적
고, 온갖 것들이 뒤섞여서 보이게 된다.
연이인내고로하고 익견기지하면 현상이 수다나 점지단순하리라. 재진일보하면 유의
적혹현혹부하리라 예의추진하면 혹예지천시음청하고 인지거래하며 혹능격배견물하고
격물부시하나 혹성혹부하야 심불자유리라
그러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을 참으며 그 뜻을 더욱 견고히 하면, 나타나는 상이
비록 많다고 하지만 점차 단순해진다. 다시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면 자신의 의사대로
나타나기도 하고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성심 성의껏 밀고 나아
가면 때때로 다음날 날씨와 사람이 오고갈 것을 미리 알 수 있으며 가로막힌 벽을 꿰
뚫고 물체를 보기도 하고 가려진 물건을 꿰뚫어 보기도 하지만, 때로는 되고 때로는
안 되는 적도 있어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갱진일보하면 무심중미래사물이 소소어안전이나 도시무심중현상이요 유의적난현하리
니 재차시하야 갱가일술지공하면 심신왕래가 혹유의이작하고 혹무심중출하야 (부시방
식) 혹전의어감이나 갑은 불현하고 을이 대현하니 예가 간간이출하리라)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 무심중에 앞날의 사물들이 눈앞에 뚜렷이 나타나지만
모두가 무심중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 의식적으로 보려고 하면 잘 나타나지 않을 것이
다. 이럴 때에 더욱 더 힘을내어 공을 들이면 심신의 왕래가 자유로워져서 혹 뜻대로
나타나기도 하고 혹은 무심중에 나타나기도 하여 (투시방식), 혹 갑을 보려고 마음을
기울여도 갑은 나타나지 않고 을이 대신 나타나는 일도 간간이 있을 것이다.
제차시하야는 전심전력이라야 욕투시즉백무일실하리라. 갱진일보하야 희광반조어과
거상하면 혹현혹부라가 점지단순하고 출입현로에 구불가상자와 필불가기자가 연출이나
점지입대출태하야 대관절고로 용이난견이나 어인에 혹유궐차이월계자하야 혹유과거삼
생을 황연이각자하니라 이상초계근심문로 측차이후라야 방허연정원우하나니라
이런 때 온 마음과 힘을 기울여야만, 투시하고자 할 때 백에 한 번이라도 실패함 없
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자신이 살아온 과거상을 회광반조
해 보면 나타나기도 하고 나타나지 않기도 하다가 점점 단순해지고, 현로(주: 정신계
로 통하는 길)를 출입하는 데 있어서는 말로 할 수 없는 것과 글로도 적을 수 없는 것
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점차 입태출태(주: 어머니 뱃속에 들어가고 나옴)
하는 데 이르러서는 이 공부의 중요한 마디가 되므로 누구나 쉽게 볼 수는 없다. 그러
나 사람에 따라서는 관절을 지나지 않고 계제를 넘어가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과거의
삼생을 환하게 보고 깨닫는 사람도 있다. 위에서 말한 대로 되어야 겨우 초계에 들어
서는 길을 찾은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들을 얻은 이후라야 연정원우가 됨을 허락하게
된다.
[출처] 2020년 2월 6일 오후 4시 14분에 저장한 글입니다.|작성자 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