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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환상의 영덕 해안길, 휴양레저비치로 각광받다(오보에서 후포항까지 34km)
4월 10일, 바람이 세게 불고 맑은 날씨다. 7시에 숙소 건너편에 있는 최가네 식당에서 달레국으로 아침을 들고 8시에 후포항으로 향하였다. 사흘간 함께 걸은 사진작가 가나이 미키오, 한남수 씨와 작별을 하고. 오보해수욕장을 지나자 곧 굴곡이 심한 해안길로 접어든다. 경관은 아름다운데 오르내리는 절벽 길이 험난하여 한 시간 넘게 걸었는데 3km 남짓으로 속도가 느리다. 낭떠러지에 매단 밧줄을 타고 내리는 등 유격훈련을 떠올리기도.
힘들게 걷다가 드는 간식을이 꿀맛이고 간간이 노래를 부르며 숨을 고른다. 해안에 초소가 많고 철모를 쓴 군인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도박돔 낚시터, 먹치기 낚시터 등 이름이 생소한 어종을 낚는 장소가 눈에 띠고 해안을 낀 긴 숲길의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경정리 해안에서 우리 코스를 따라 걷는 또래의 부부와 조우하였다. 인사를 나누니 2년 전 한국일주 전반부에 함께 걸은 이무부 씨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어서 걷기행사에 대하여 알고 있는 분이라서 반가웠다. 3일간 걷고 축산항에서 마무리할 계획이란다.
오보해수욕장에서 축산항까지 7-8km 걷는데 세 시간이 넘는다. 축산항 등대와 산복숭아꽃을 배경으로 항구를 가로지르는 불루버드대교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점심장소인 대진항까지 7km 포장길을 서둘러 걷는다. 식당에 도착하니 오후 1시 20분, 평소보다 한 시간 이상 늦었다. 점심메뉴는 회비빔밥, 손님을 맞는 주인아주머니가 친절하고 음식맛도 깔끔하다.
축산항의 불루로드 앞에서
오후 2시 대진항을 출발하여 수평선 너머 멀리 보이는 후포항을 바라보며 포장길 따라 걷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한 시간쯤 걸으니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른다. 고래불의 지명은 고려말의 유학자 목은 이색이 이곳의 바다에서 고래에 하얀 불이 달린 것을 보고 고래불이라 이름붙인 것에 연유한다는데 점심을 든 대진항의식당 옆에 목은 기념관 표지가 있는 것을 보았다. 이곳이 목은의 연고지인가보다. 고래불해수욕장 주변에 경찰연수원, 경상북도 학생해양수련원, 영덕청소년 야영장, 요트와 레포츠 센터 등이 밀집하여 바다를 낀 휴양레저비치인 것을 현장을 지나며 알게된다. 고래불해수욕장의 소나무 숲과 모래사장이 아름답다.
이틀간 영덕불루로드로 이어지다가 울진군계에 들어서니 울진대게를 선전하는 입간판이 크게 세워져 있고 이내 후포항으로 접어든다. 후포해수욕장을 지나 등대와 수협 등이 자리잡은 항구의 끄트머리에 있는 숙소(태마모탤)에 도착하니 오후 6시다. 모두들 피곤한 표정, 여장을 풀고 인근의 한우본가라는 식당에서 불고기전골로 저녁을 들고 숙소에 돌아오니 저녁 8시가 지났다. 내일은 이번 코스 중 가장 긴 행로, 푹 쉬고 새힘을 얻자.
상주에 사는 유키 씨 지인이 떡과 막걸리를 들고 이곳까지 찾아왔다. 2년 전에도 공주와 마산까지 두번이나 왔는데 그 성의와 친절이 고맙다. 부부가 잠시 얼굴 내밀고 다시 먼길 돌아간다. 무사히 가시라.
12. 관동 8경, 월송정과 망양정을 지나다(후포에서 성류굴 입구까지 43km)
4월 11일, 7시에 숙소 앞 삼일 식당에서 아침을 들었다. 식사는 이 식당의 간판 메뉴인 회정식, 다른 식당보다 값이 저렴하다.(회 비빔밥이나 물 회가 12,000원인데 회 정식은 7,000원) 먼 길 걸으려면 아침부터 든든하게 먹자.
아침 8시에 후포 항을 출발하여 울진으로 향하였다. 남규현 씨 등 울진의 걷기 베테랑 세 명이 길 안내를 맡아 행진속도가 빨라진다. 남규현 씨는 시속 7.5km의 속도로 100km를 시종여일하게 걸을 만큼 숙달된 걷기의 달인, 오늘 우리와 함께 걸은 후 내일 안동에서 열리는 100km 걷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울진토박이인 그에게서 여러 가지 울진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대게의 본거진믄 영덕보다 울진인데 교통편이 안 좋아서(예부터 울진은 전국의 어느 지점에서나 가장 먼 오지로 알려졌다.) 영덕의 강구에 출하하여 영덕이 게의 집산지가 된 것, 대게는 울진의 죽변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데 죽변의 대죽(竹)자에서 따온 이름이 대게(큰 게라는 의미가 아님)라는 것, 우리가 지나는 길에서 본 대풍헌(待風軒)은 울릉도로 들어가는 행인들이 바람 자기를 기다리는 곳에서 연유한 것으로 울릉도 뱃길이 직선으로 가장 가까운 지역이 울진인 것, 왕돌초라는 큰 암초가 있는 후포 앞바다에 미역어장이 크게 형성된다는 것 등을 설명 해준다. 울진 해안길이가 87km로 전국에서 가장 길게 바다를 낀 군이라는 것도.
후포의 이웃면이 평해읍이다. 이곳 바닷가에 관동팔경의 하나인 월송정이 있다. 성종이 전국의 명소 중 으뜸이라고 칭찬할 만큼 운치가 있는 월송정은 신라 화랑이 울창한 송림에서 달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겼고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탄복한 명소라는데 지금도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그 옆 한학사황낙지유허비 주변의 소나무 숲이 품격이 있고.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월송정에서
전날 밤에 저공으로 나는 비행기를 타고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는 꿈을 꾸었는데 고개를 넘는 중 여러 차례 저공으로 비행기가 머리 위를 난다. 잠시 뒤 울진비행훈련원기숙사 팻말이 보인다. 이곳에 훈련비행장이 잇는 줄 미처 몰랐구나.
평해읍을 지나니 기성면, 평소보다 빨리 걸어 12시가 되기 전에 18km를 걸었다. 면소재이에 있는 '갈비와 삼계탕'이라는 음식점에서 갈비탕으로 점심을 들었다. 외양은 별로인데 손님이 붐빈다. 값은 6,000원에 고기가 부드럽고 반찬도 깔끔하다.
12시 반에 오후 걷기에 나섰다. 오전에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어서 쉬웠는데 곧바로 큰 고개를 세 개나 연거푸 넘는 난코스, 오르막길이 힘들고 내리막길에서는 무릎에 약간의 통증이 온다. 아내가 내리막길이 더 힘들다고 하소연하니 76세의 울진걷기 베테랑이 소염진통제를 건네주며 복용하면 통증이 가신다고 말한다. 울진 해안 87km를 하루 동안에 주파한 노익장의 걸음걸이가 날렵하다. 세 차례의 오르막길이 끝나고 한 숨 돌리며 남규현 씨가 제공한 지역특산친환경 딸기를 입에 넣으니 꿀맛이 따로 없다. 김월호 이사가 때 맞춰 챙겨주는 간식이 기다려지고.
기성면 지나니 원남면에 들어서고 원남면 지나서 근남면이 나오는 해안길이 계속 이어지고 출발지점에서 아스라이 보이던 해안모퉁이가 지척에 다가오니 울진읍이 가깝다. 관동 8경의 하나인 망양정 옛터는 부지만 남아 있고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망양정을 새로 짓고 망양정해수욕장도 들어섰다. 왕피천이라는 큰 하천 주변에 엑스포공원이 조성되었는데 환경엑스포라 써 붙였네, 언제 엑스포가 열렸던가. 왕피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지나 숙소(대영 모텔)에 도착하니 오후 5시 45분, 베테랑의 선도로 43km를 시속 5.5km의 빠른 속도로 주파하였다. 가방만 방에 들여놓고 숙소 앞의 식당에서 맥주 한 잔 곁들여 추어탕으로 이른 저녁을 들고 나니 온 몸이 노곤하다. 무릎과 관절 풀리라고 족삼리에 뜸을 뜬 후 잠자리에 드니 스르르 눈이 감긴다. 내일은 휴식일, 느긋하게 쉬자.
13. 삼욕오미의 고장, 울진문화탐방
4월 12일, 오전 9시 반에 울진군청에서 제공한 버스를 이용하여 울진문화탐방에 나섰다. 군청의 담당직원과 윤대웅 울진문화원장이 안내를 맡는다. 처음 찾은 곳은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성류굴, 2억 5천만 년 전에 형성된 천연석회암동굴이다. 870여m 길이의 동굴 안이 지하금강이라 불리는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다. 동굴주변에 자생한 측백나무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 옆으로 흐르는 왕피천은 송어의 산란지, 먼 태평양을 휘돌아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오는 연어의 생태가 신기한데 온천과 숲, 바다가 한데 어울린 생태문화관광도시를 내건 행정당국의 표현이 적절하게 여겨진다.
천연기념물 성류굴을 보고 나와서
이어서 찾은 곳은 전날 지나온 망양정, 행로에서 약간 올라간 곳에 있어서 들리지 못하였는데 경관이 빼어나다며 안내한다. 원래는 이곳에서 30여km 남쪽의 기성면 망양리에 있던 것을 1860년에 이전하여 건축한 것이라고 한다. 숙종이 관동제일루라고 편액을 내리고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을 읊은 곳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데 원래는 기성면 망양리의 정자를 칭하였을 터, 윤 원장은 웅장한 산맥의 기운이 뭉쳐있는 지점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기르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자랑한다.
다음에 들른 곳은 울진봉평신라비전시관, 국보 242호로 지정된 울진봉평신라비는 1988년에 발견한 신라시대의 비석으로 삼국지의 기록을 사실로 확인하는 내용들이 적혀 있어서 사료적 가치가 높은데 524년(신라법흥왕 11년) 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이다. 울진의 지명은 숲이 울창하고 땅에 보배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땅속에서 국보까지 나왔으니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구나.
향토자랑에 열을 올리는 윤 원장이 울진의 삼욕오미(三浴五味)를 소개한다. 삼욕은 해수욕, 삼림욕, 온천욕이요 오미는 대게, 송이, 미역, 은어, 문어. 열흘 동안 바닷바람 쐬며 숲길을 걸었으니 해수와 삼림욕은 생략해도 온천욕을 빠뜨려서는 안 될 일, 이어서 덕구온천으로 차를 돌렸다. 2009년에 덕구보양온천지대로 지정된 덕구온천은 600년의 역사를 지닌 자연용천수로 각종광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효능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한 시간 동안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나오니 몸이 확 풀린다. 탕 안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들고 숙소로 돌아오니 오후 3시가 지났다. 문화탐방을 겸한 휴식에 각별한 편의를 제공한 울진군청의 배려에 감사하며 새 힘을 얻어 열심히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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