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가 바다를 이고 있었다(중략)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뼘 한뼘 지우고 있었다/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화가 이중섭(1916~1956)을 시인 김춘수가 묘사한 '내가 만난 이중섭'의 일부다.
아내를 기다리는 화가의 그리움은 실로 까마득한 밤마다 같았다.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맑은 예술혼을 불사르다 스러진 천재화가 이중섭과,
현재 일본에 생존해 있는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이중섭의 아내'가 13일 도쿄에서 개봉도니다.
아사히신믄에 따르면 사카이 아쓰코 감독의 이영화는 일본 전국 15개 극장에서 차례로 상영된다.
한국 개봉은 미정이지만, 이중섭이 살았던 제주도와 경남 통영에서의 상영이 추진되고 있다.
영화에서 마사코는 이중섭과 가족이 함께 살았던 서귀포와 일본 등을 오가며 과거를 회상한다.
올해 93세인 마사코와 이중섭의 둘째 아들인 이태성, 통영의 지인 등의 인터뷰 등을 담았다.
마사코는 1945년 4월 29일 이중섭을 만나기 위해 한번도 가본 적이 없던 조선 땅을 밟았다.
한,일 간을 잇던 마지막 관부연락선을 타고 현해탄을 건넜고 경성에서 이중섭을 만났다.
영화에는 민족과 국경을 뛰어넘는 부부의 불같은 사랑, 이중섭의 가슴을 도려낼 듯한
離散의 아픔과 가족애 등이 아로새겨져 있다.
이중섭은 일본에 있는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유독 '뽀뽀'라는 단어만 한글로 써 애틋한 사랑을 전했다.
마사코는 영화에서 6.25전쟁 중이던 1952년 피란생활을 하던 가족이 이중섭을 남겨두고
일본으로 떠나야 했던 사연, 이중섭이 1953년 선원자격으로 일시적으로 일본을 찾은 뒤 1주일 만에
다시 가족들과 헤어졌을 때의 심경 등을 술회하고 있다.
한편 서울 부암동에 위치한 서울미술관은 2010년 경매 시장에서 35억6000만 원에 팔린
이중섭의 '황소' 등 근현대 화가 36인의 작품을 내년 2월 15일까지 전시하고 있다.
최열 미술사학자가 이중섭의 거의 모든 것을 망라한 931쪽짜리 책 '이중섭 평전전' (돌베개)을 지난
9월에 출간했다.
2016년은 이중섭 탄생 100주년, 사후 60주년이 되는 해다. 예진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