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살인 개미와 악성 외래종
이순녀 논설위원
출처 서울신문 :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1009023002#csidx0545bf37097f6179320b6530c73aa94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8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국내 처음으로 발견된 맹독성 붉은불개미에 대한 공포가 열흘이 지나도록 가시지 않고 있다. 당국이 전국 주요 항만 34곳을 조사하고, 부산항 감만부두 내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곳 주변 100m 안에 있는 컨테이너 640개를 모두 들어내 정밀수색했으나 추가로 개미집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루에 많게는 1500개까지 알을 낳는 여왕개미의 사체를 아직 찾지 못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남미가 원산인 붉은불개미는 몸속에 강한 독성물질을 지니고 있어 살인 개미로 불린다. 날카로운 침에 쏘이면 심한 통증과 가려움증이 일어나고, 심할 경우 호흡곤란 등 과민성 쇼크 증상으로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실제 북미에선 한 해 평균 8만명 이상이 독침에 쏘여 100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에겐 이름도 생소한 붉은불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의 하나다. 물자 교역과 해외 여행이 활발해지면서 외래생물, 특히 특정 지역의 독한 해충이 전 세계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자 이런 위험을 반영해 악성 외래종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뉴트리아, 붉은귀거북,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블루길(파랑볼우럭), 꽃매미 등 동물 6종도 여기에 포함된다. 생태계 교란 생물은 우리 고유의 자연 생태계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외래 동식물로 현재 동물 6종과 가시박, 단풍잎돼지풀 등 식물 14종이 지정됐다.
뉴트리아는 올 초 웅담의 주요 성분인 ‘우르소데옥시콜산’을 곰보다 2~3배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기생충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환경부가 섭취를 금지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뉴트리아는 1980년대 후반 모피용으로 국내 농가에 도입됐으나 사육 포기 등으로 일부가 국내 생태계에 방사된 후 강한 번식력으로 농작물 피해나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 블루길, 큰입배스는 작은 물고기나 붕어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는 어종이다.
악성 외래종은 일단 침입하면 현실적으로 퇴치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붉은불개미처럼 선박에 무임승차해 들어왔건 뉴트리아처럼 특정 목적으로 반입했다가 쓸모가 없어져 방치했건 그로 인한 피해는 막심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래 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점검하길 기대한다.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39] 붉은열마디개미
출처 조선일보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0/02/2017100201578.html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개미가 드디어 한반도에 발을 디뎠다. 내가 국립생태원장 시절 남미의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모셔 온 잎꾼개미가 종종 개미 나라 스타로 대접받지만, 정작 개미학자들이 가장 많이 연구한 개미는 단연 '붉은독개미(red imported fire ant)'다. 이 개미에 관해 1984년에서 2008년까지 25년 동안에만 과학 논문이 무려 984편이나 나왔다. 같은 기간 잎꾼개미에 관한 논문은 두 종을 합해도 275편에 불과했다.
남미가 원산인 이 개미는 미국,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서 심각한 해충이 된 지 오래이며 최근 일본에서도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출몰 소식이 잦다. 일단 정착하면 구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개미라 빈틈없는 초동 대응이 필요하다. 이 개미의 종명(invicta)은 '천하무적의' 또는 '정복할 수 없는'이란 뜻을 지녔다. 가는 곳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데에는 이들의 탁월한 적응력이 한몫한다. 개미들은 보통 장마를 대비해 높은 지대로 이사하는데, 몸과 몸을 이어 뗏목을 만들어 가뿐히 새로운 곳으로 이동한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이 개미의 영역이 매년 거의 200㎞씩 확장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도 일단 정착하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것 같다.
붉은독개미. /조선일보 DB
그런데 다짜고짜 이들을 '독개미'라 부르는 것은 재고했으면 한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1400만명이 이 개미에게 쏘이지만 심한 면역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전체의 1% 미만이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가 개발한 독성지수로 1.2밖에 되지 않아 성묘하다 쏘일까 두려워하는 작은 말벌이나 꿀벌의 2.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 개미에게 덜컥 독개미라는 악명을 부여하면 4.0의 총알개미와 3.0의 붉은수확개미가 섭섭해한다. 중증이긴 하지만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을 일으키는 '작은소참진드기'를 너도나도 '살인 진드기'로 몰아가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퇴치는 철저히 하되 이름은 '붉은열마디개미' 정도로 부르면 좋을 듯싶다.
한 촌로의 미꾸라지 그릇
어제 서문시장에 나갔다. 한 촌로가 한 그릇 남짓 남은 미꾸라지를 떨이한다고 했다. 그 미꾸라지가 잘다는 이유를 들어 몇 백 원을 더 깎으려 하고 있었다. 촌로는 요 근래 비가 왔을 때 집 앞 논둑에서 잡은 토종이란 이유로 못 깎는다고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미꾸라지 사이에는 버들붕어, 피라미, 자라 새끼 한 마리도 섞여 있었다. 옛날 어린시절 대구 감샘못(지금은 평리 아파트 단지)에서 많이 보았던 안면 있는 놈들이라 그 흥정에 끼여들었다. 몇 백 원 더 얹어 주기로 하고 가로챌 수가 있었다. 비닐봉지에 소금을 치려는 행위를 제지하고, 조그마한 바스켓을 하나 사서 샘물을 구하여 담아 와 집어넣으니 모두들 다시 살아났다.
송사리 몇 마리가 기운을 잃고 있어, 그것들을 딴 그릇에 옮겨 별도로 초광력超光力을 주었다. 우리 민물고기들의 아름다움, 민첩함과 슬기, 저력, 끈기는 우리민족의 고고함과 독특함을 대변해 준다.
잃어가는 냇물과 우리 토종들, 그리고 동심의 마음들……. 비가 그친 후 소쿠리를 들고 개울가에 가서 고기 반, 물 반과 어울리던 마음, 그리고 잡았다가 놓아 보내는 즐거운 시절의 순수함을 컴퓨터 앞에 앉은 지금의 아이들의 모습과 한번쯤 비교해 보면 어떨까?
다음날 몇 마리 신통치 않은 놈들을 남겨 두고 나머지 녀석들을 데리고 아량교에 갔더니, 그 물에 이놈들을 놓아 주었다간 병 주고 약 주고, 다시 병 주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동화사 계곡 밑까지 데리고 갔다. 그리고 그 놈들과 비슷한 녀석들이 그 곳에서 살고 있는지 살펴보니, 자라 같은 놈은 빼고 그런대로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아직도 이 정도의 녀석들이 살 수 있는 자연이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웠고 그나마 잘 보존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맘 간절했다. 모두들에게 ‘잘 적응해서 잘 살아라’ 하고 초광력超光力을 주고 놓아 주니, 그 중 두서너 놈이 추어탕 신세에서 살아났다는 기쁨에서인지 꼬리를 팔랑팔랑 쳤다. 그러고 나서 돌 밑으로 숨었다가 다시 나와 뒤돌아보는 꼴이 내 마음을 흐뭇하고 기쁘게 해주었다.
울산에 있을 때 가끔 직원들을 데리고 시장에 가서, 잡혀가기 직전의 미꾸라지들을 모아서 태화강변에 도로 놓아 주던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 그 녀석들도 고마워하며 뒤돌아보았었다. 그때 함께 했던 동료들이 지금도 시장을 돌아다니고 있을 것을 그려 보니 이런 것이 소박하지만 진정한 기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을 살리는 것은 곧 이런 우리의 토종 고기들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잃어버린 물고기를 찾으려는 마음들이 모일 때 곧 깨끗한 환경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환경이 우리를 살려 준다는 것을 한번쯤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자연은 가장 고요한 생명의 원천이며, 영원히 우리와 함께 조화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 사람, 한 가족의 손길과 보살핌이 모여 온 나라가 되살아난다. 외래종 관상어 등을 무작정 수입하지 말고 아름답고 수수한 우리의 민물고기와 토종들을 기르고 보존하여, 잊혀져 가는 우리의 순수한 마음을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 모처럼 등산이나 야유회를 가게 될 때 조금의 마음과 시간을 낸다면 깨끗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출처 : 빛viit으로 오는 우주의 힘 초광력超光力(정광호 지음) 1996.6.30. 초판 1쇄 P.108~109
첫댓글 "살인 개미와 악성 왜래종"의 논단과 귀한 빛글 감사드립니다.
붉은개미의 대한 자세한 논평의글 잘보고갑니다
귀한문장 차분하게 살펴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운영진님 빛과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연일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독성 살인 붉은 불개미등 외래종의 생태교란등을 봅니다;~~~
독성 살인 붉은개미 등과 같은 외래종 곤충이나 동물들로 인하여 우리나라 자연계가 혼란스러워 지고 잇다는 기사 잘 보았습니다,
학회장님께서 물고기가 죽음 직전인데 구해서 방생하신 감동적인 이야기 발췌하여 올려 주셔서 잘 보았습니다,
외래종 붉은개미 무섭네요 우리의토종을 고기를 살려주시는 학회장님의 마음을 닮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도움되는 기사내용 감사합니다
좋은 시사정보입니다.
지식도 쌓고. 자연에 대한 사랑과 감사도 배웁니다.
학회장님의 귀한 글로 순수를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
귀한 글 올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 촌로의 미꾸라지 그릇 "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 촌로의 미꾸라지 그릇>글을 읽으니 마음이 편안하고 감사해집니다.
고맙습니다.
미꾸라지 어려서 많이도 잡았는데 ...
이글을 읽으니 조금 죄책감이 드네요
귀한글 감사합니다..
살인 개미와 악성 외래종 (서울신문) /
한 촌로의 미꾸라지 그릇.
자연은 가장 고요한 생명의 원천이며
영원히 우리와함께 조화 되어야 한다...
라고 하신 말씀 마음에 잘 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