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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미국 정상은 전작권 이양시기 조정과 한·미 FTA 의회 비준 노력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아마도 가장 중요한) 전략적 언급이 당시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한미동맹은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 안보의 '린치핀(linchpin·수레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이다"라고 말했다.
린치핀이란 용어는 역사적으로 미국이 미일동맹을 묘사하는 데만 써왔다. 마이크 맨스필드 전 주일 미국 대사는 이 용어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일본으로부터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시작되고 끝난다는 것을 뜻한다고 정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관계를 설명하는 데 린치핀이라는 용어를 쓴 직후 일본 관리들은 재빨리 사전을 찾았다. 린치핀이 단수(單數)로만 쓰이는지, 즉 일본은 더 이상 린치핀이 아니라는 뜻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이 용어를 쓴 이유는 분명하다. 그 시작은 최고위층에서 비롯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지도자는 몇몇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에 속한다.
두 지도자의 친분은 2009년 11월 쉽지 않았던 오바마의 첫 아시아 순방에서 시작됐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APEC 지도자들은 오바마의 무역 정책 부재(不在)를 질타했다. 일본에서는 당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미일동맹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중국 지도자들은 젊은 미국 대통령을 얕보고 위안화 절상과 기후변화 협력 등 오바마의 요구에 거의 호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바마는 서울로 향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당시 서울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몹시 즐거워했다고 털어놓았다. 날씨는 화창했고 청와대 잔디밭에서는 어린이들이 성조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이 대통령의 개방적인 손님맞이는 그때까지 오바마가 만난 딱딱하고 공식적인 다른 아시아 지도자들과 대조적이었다. 정상회담 의제도 오바마 대통령의 의제와 일치했다. 백악관 관리들은 이구동성으로 당시 아시아 순방지 중 서울이 최고의 방문지였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이 대통령이 신중하게 대응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사실 오바마 정부 초기만 해도 한국이 오바마 정부와 가장 가까운 아시아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오바마는 취임 초 아시아 외교에서 세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첫째 중국과의 깊은 협력, 둘째 일본과의 안정적 동맹 관계 유지, 셋째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한 미·북 고위급 회담이다. 한미동맹은 중요하지만 오바마의 아시아 전략에서 주된 부분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바마가 세운 아시아 전략은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그 반면 한국은 재정 확대를 통해 경기 부양을 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호응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했다. 또 나토 동맹국들과는 달리 한국은 병력을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보내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 한국은 더 나아가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하는 등 글로벌 의제에 적극 동참했다. 그 결과 한국은 현재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됐다. 가까운 장래에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