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창근 목사의 신학교 생활 이야기(4)
마지막 동기의 번호가 끝나자마자 훈육부장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수위실 다 돌아서 왔습니까?” 우리는 순간 당황하다 몇 명이 “네”하고 소리를 치자, “수위실은 벽에 붙어 있는데 어떻게 돌아올 수가 있나? 섀끼들아....양심불량....다같이 엎드려 뻗쳐 !!” 차가운 식당에 엎드리자 손이 시렸지만 살벌한 분위기에 손 시릴 겨를이 없었습니다. 동작이 좀 늦은 사람들이 두 대씩 맞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어서”....일어서니 “앉으면서 ‘양심’ 일어서면서 ‘불량’을 외친다 시작 !!” 양심 불량....양심 불량.... “선착순 다섯 명 빼고 다시 다섯 명 선착순한다. 뛰어...갓 !!”
우씨...일곱 번째 드는 바람에 이번엔 문 옆이 아니라서 늦게 뛰어갈 수밖에 없는 나는 다섯 명안에 들 수 없는 상황에 크게 낙심하며 슬펐습니다. 이번엔 거의 포기하면서 달렸습니다. 또한 감신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면서.....
집에서 잘못할 때 아버지에게 많이 맞았습니다. 교회에 빠지고 안왔다...교회 선생님 말씀을 안듣고 대들고 돌 던졌다...학교 공부를 안한다....방학 숙제를 안한다... 하지만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5학년 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방학을 앞두고 방학 숙제를 안했다는 것 때문에 아침에 열라 짬뽕으로 맞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숙제라는 것은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필요한 만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다 해야한다는 생각은 안하는데,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님은 무조건 다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몽둥이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전에 공부하고, 오후에도 어느 정도 숙제를 한 다음에, 집을 가출하기로 했습니다. 내일이 여름 방학 끝나고 개학 날인데, 저녁이 되어가는 즈음에 동네 아이들과 이별을 했습니다. “나는 오늘 집을 떠날 것이다 !!” 나는 거의 동네 골목대장 정도의 위치였습니다. 항상 아이들과 함께 했던 제가 그런 말을 하고 떠날 것을 말할 때 아이들의 눈망울은 뭐라 할 수 없는 아쉬운 것이었습니다.
저의 집이 당시에 충북 증평에 있었고, 저는 서서히 지는 석양을 보면서 무조건 아무 돈도 없었지만 단호한 결단으로 아브라함처럼, 야곱처럼 청주를 향해 신작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이 펼쳐지는 마을들, 벼, 신작로에 우뚝 서 있는 미루나무들,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버스와 자동차들, 코스모스..... 아름다운 느낌이 많았지만 정처없이 떠나는 그 길에 느끼는 마음은 착잡했습니다.
그날 밤 저희 부모님은 밤 1시 가까이까지 저를 찾아 헤멨다고 하더군요. 이 이야기는 일단 여기서 접고, 중요한 것은 저의 사춘기같은 반발은 굉장히 강력해서 그 다음부터 아버지는 저에게 매를 댈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매 맞는 것을 싫어합니다. 집을 떠날 만큼.....그래서 길거리 폭력배같은 사람들과 싸운 적도 있고, 많이 맞으며 크다 보니 반발이 커서 제 눈빛이 살벌하게 변하였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람들이 저를 약간 무서워? 하는 지도 모릅니다. 어렸을 때 저를 본 사람들은 제 눈빛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경을 쓰게 될 때 그나마 좀 가린다고 괜찮다고 하였구요, 하지만 내가 가진 고민과 아픔 등은 잘 모를 겁니다.
여하튼 내가 어렵게 해서 신학교에 들어왔는데, 자랑스럽고 행복한 마음을 처음 갖자마자 “내가 왜 이런 폭력에 직면해야 하는가.....이런 선배들과 함께 신학을 공부를 계속 해야 하는가? 신학교 공부도 계속 이런 식인가?...계속 그런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가며 분노가 치밀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훈육부장과 맞짱을 뜨자니 선배들도 많고, 이길 것 같지도 않고....
선착순으로 번호를 부르긴 하였지만 이번에는 선배들에게 잘하라고 기숙사 생활 잘하라는 훈육이 이어졌고, 식사 등이 있었습니다. 백열등 불빛 아래서 침묵 속에 먹는 첫 식사.... 아무 맛도 없었습니다. 방에 들어오자 방 선배님들은 약간 편안한 얼굴로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나는 그때부터 주머니에 칼을 하나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더 건드려봐라...한 놈의 목을 딴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5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