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중년
김종규
왕년이 저평가 되는 것이다
빠른 결정을
선점하는 손과
실력 차가 나는,
깜짝 놀랄 발상과 거리가 먼,
연식 오래된 두뇌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못 뚫는 벽,
당연한 걸 놓친다
최대한 빨리 달려도
늦는 것이다
최저점에서 멈춘 시력이
마지막 줄에서
막히는,
성장판에서나 써먹던, 언제 적
실력이냐는,
기준점이 다른,
이해력 안 되는 머리로는
더 이상 부상은
물 건너 가는 것이다
---애지 2025년 봄호에서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세에는 홀로 섰으며, 40세에는 어느 것 하나 의심이 나는 것이 없었다. 50세에는 천명을 알았고, 60세에는 그 모든 말들을 다 들어줄 수가 있었고, 70세에는 그 어떤 일을 해도 어느 것 하나 부족하거나 넘치는 일이 없었다. 인류의 역사상 가장 고귀하고 위대한 인물인 공자의 일생은 이처럼 아름답고 행복했으며, 그의 사상은 낙천주의 사상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공자의 생애는 수많은 지류들을 거느린 대하大河와도 같고,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인간들의 삶의 기쁨과 슬픔을 다 받아들여 준 바다와도 같다고 할 수가 있다. 공자는 언제, 어느 때나 모든 장애물들을 다 돌파해 냈으며, 그 어떤 실패도 모르는 삶을 살다가 갔다고 할 수가 있다. 오십에 천명을 알고, 그 모든 말들을 다 순하게 듣고, 어느 것 하나 부족하거나 넘치는 것이 없었던 삶----, 공자는 정말 이처럼 인간이 아닌 신과도 같은 삶을 살다가 갔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따지고 보면 시인과 소설가와 학자와 예술가 등, 모든 분야의 명인과 명장들의 생애는 끊임없는 발전과 성장만이 있을 뿐, 정말로 쇠퇴를 모르는 생애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나, 이에 반하여, 대부분의 인간들은 하루살이와도 같은 삶을 살다가 가게 된다. 아침에 죽으면 너무 일찍 죽은 것이고, 점심에 죽으면 장년에 죽은 것이고, 저녁에 죽으면 이 세상의 삶을 다 살고 죽은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단명하고 비극적인 직업은 바둑기사와 운동선수들이며, 그들의 삶은 대부분이 2~30대에서 끝난다. 요컨대 지난날의 왕년의 인간들이 된 것이고, 이미 이 세상의 삶의 전성기를 지나 쓸모없는 인간들이 된 것이다. 바둑기사나 운동선수들은 그래도 과거의 업적과 그 성과들로 인하여 한평생을 화려하게 살아갈 수도 있지만, 그러나 이들보다도 더욱더 못한 인간들이 있으니, 그것은 대부분의 일상적인 인간들이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아직은 신체가 건강하고 좀 더 일을 해야할 나이이지만, “깜짝 놀랄 발상과는 거리가” 멀고, “빠른 결정을/ 선점하는 손과”는 너무나도 실력차가 난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하고 체력 단력을 해도 시력은 최저점에서 멈추었고, 신체의 성장판은 이미 닫힌 지가 오래되었고, “최대한 빨리 달려도” 언제, 어느 때나 늦게 된다.
김종규 시인의 [아무튼 중년]은 은퇴를 앞둔 중년 신사의 절규이며, 이 세상에서의 모든 부귀영화가 물 건너 간 ‘어중이 떠중이들의 비극’을 노래한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첫서리가 내리고, 된서리가 내리면 그 모든 것이 다 끝난다. 한 시간, 두 시간, 일분, 일초----, 우리 인간들의 삶을 지탱해주던 시계바늘들이 다 떨어지고, 드디어, 마침내 그의 시간은 멈춘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위대한 인간은 누구인가? 사상가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 사상가이다.
사상가는 오래 오래 묵은 술과도 같고 우주의 역사와도 같다. 사상가는 영원불멸의 금자탑과도 같고, 영원히 지지 않는 태양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