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다녀온 아내가 사진 한 장을 내민다
초음파로 찍은 희미한 은하의 모습이다
갓 생긴 성단이 자궁에 자리잡은 후
처음 보내는 빛의 파장,
검은 공간에서 목화송이처럼 생명이
하얗게 부풀고 있다
인화지에 드러난 아프로스가
나의 눈길을 붙잡는다
그 은하의 중심부를 손가락으로 짚어보니
몇 억 광년 떨어진 그 곳에서
벌써 둥근 입 하나가
손가락 끝을 쪽쪽 빤다
신생의 잠이 아프로디테처럼 눈부시다
중력에 이끌린 별무리가 속속 빨려들고
그 파장에 나도 소용돌이치는데
생명의 중심부가 하, 밝다.
올봄 『문학과창작』 신인상을 받은 여영현 시인의 등단 작품 「은하계 사진」은 단 16행으로 소우주라 할 수 있는 인간 생명의 신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은 우주인 몸, 몸 속 깊은 곳인 자궁의 초음파 사진을 보고 빛의 파장으로 시작한 생명에서 원시별의 모습을 읽어낸다. 따라서 몸속의 자궁은 은하계의 영역으로 확대되며 시인의 상상력은 몇억 광년을 넘나들며 전 우주적으로 뻗어나간다.
‘검은 공간’, 즉 어둠이라는 안정된 상태에서 생명의 발아가 시작되듯 별들도 암흑 성운 속에서 태어나 빛을 밖으로 뿜어내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고 한다. 이쯤에서 시인은 그리스 신화를 용사로 사용하면서 우주적으로 확대된 시야에서 자궁 속 생명으로 시선을 돌린다. 시인은 초음파 사진에서 그 중심부를 손가락으로 짚는 행위를 통해 사진 속 생명과 관계하고 소통한다. 시인의 참여로 손가락 끝을 쪽쪽 빠는 둥근 입 하나로 생명은 구체적인 모습으로 발전한다. 그 모습을 보며 시인은 ‘신생의 잠이 아프로디테처럼 눈부시다’며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하여 어린 생명의 파장에 ‘나도 소용돌이치’며 강하게 끌려가 ‘생명의 중심부가 하, 밝다’ 라는 놀라운 신비의 감동을 전해준다.
한 장의 초음파 사진에서 우주라는 광대한 공간을 마련하고, 거기에 다시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은 거칠 데 없는 상상력과 구조적 완결성 때문에 그의 작품이 심사위원들의 눈을 사로잡았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