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 민둥산 억새산행
가을빛을 잔뜩 머금은 화려한 단풍산도 좋지만 능선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은백색의 억새산 역시 가슴을 설레게 하긴 마찬가지다. 단풍과 함께 완연한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게 바로 억새다. 쨍한 가을햇살 아래 은빛 파도처럼 일렁이는 새하얀 억새가 바람에 하늘거리며 서걱서걱 울어대는 소리도 별나 가을여행의 색다른 맛을 안겨준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리에 위치한 민둥산(1118m)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억새밭 중 하나로 꼽힌다. 민둥산은 이름처럼 나무가 없는 민머리산이지만 가을이 무르익으면 정상이 모두 억새로 뒤덮여 가을여행객들을 유혹한다. 둥그스름한 산 능선을 타고 끝없이 펼쳐진 억새밭은 약 20만 평이다. 투명한 가을햇살을 받아 산 전체가 은빛 물결에 휩싸인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특히 해질 무렵이면 민둥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억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얀 억새가 불그스름한 노을빛을 받아 빚어내는 금빛 물결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예전 민둥산에는 화전민들이 살았다. 해마다 불을 놓고 그곳에 농사를 지었다. 화전이 금지된 이후 자라난 억새는 참억새 숲을 이뤘다. 잡풀도 나무도 없는 억새의 바다다. 억새는 잎이 매우 억세고 날카로운 잔 톱니가 있어 생명력 강한 식물이다. '아기장수 우푸리' 설화에도 강한 억새로 탯줄을 잘랐다는 이야기가 있고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백성들이 다시 일어서는 것을 억새에 비유한 글도 있다. 이렇듯 억새는 백성들의 모습이고 강한 생명력의 상징이다.
억새와 함께 굽이굽이 펼쳐지는 절경은 사람들을 민둥산으로 불러 모은다. 억새 너머로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다. 황금빛으로 때로는 은빛으로 일렁이는 억새밭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였다. 정상에 오르면 동쪽의 함백산과 지장산, 서쪽의 가리왕산, 남쪽의 백운산, 북쪽의 상원산, 태백산을 볼 수 있다. 또한 정상에서는 민둥산 역을 비롯해 증산읍이 손바닥 안에 들어온다. 마치 신선이 된 듯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심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