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바이스 / 스마트폰 / 웨어러블컴퓨팅
2014.01.14
CES 2014 | 일상 전체를 기록하는 ‘라이프로깅’ 시대 열린다
Mike Elgan | Computerworld
IT 관련 기자들과 전문가들은 올해 CES의 그저 그런 내용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이제 행사의 의미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인간 기억과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다.
라이프로깅(lifelogging)과 라이프스트리밍(lifestreaming)은 이미 수년 전부터 알려진 기술이지만 컴퓨터 기술의 틈새 영역에서만 주목받았다. 라이프로깅 기술은 이벤트, 문서, 경험을 저장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며, 이들을 시간순으로 나열한다. 라이프스트리밍은 이와 비슷한데 개인에게 발생하는 모든 이벤트를 기록하되 일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나왔다. 라이프로깅은 주변의 모든 것을 저장하며 라이프스트리밍을 통해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라이프로깅과 라이프스트리밍은 그간 주목받지 못했다. 투자 대비 성과가 충분치 않다고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CES를 보면 라이프로깅과 라이프스트리밍은 우리에게 더 밀접하게 다가온 것처럼 보인다. 이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술과 개인 수준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the quantified self)에 의해 실현되고 있다.
소니 코어(Sony Core)
일본 전자회사인 소니는 이번 주 소니 코어(Sony Core)라고 명명된 제품을 공개했다. 코어는 손목에 착용하는 센서로, 사용자의 보행과 수면을 추적, 기록한다(또한, 센서 기능과 관계없는 스마트폰 알림 진동이나 점등 기능도 제공한다). 코어는 작고 탈착이 가능해 소니와 다른 기업들이 이를 이용한 피트니스 밴드, 스마트폰 케이스, 목걸이, 신발 클립(shoe clip) 등 여러 가지 디바이스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소니에서도 앞으로 코어에 부가적인 기능을 추가할 것이다.
하지만 더 눈에 띄는 것은 코어와 함께 작동하는 스마트폰용 라이프로깅 앱이다. 코어를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지만, 이 앱은 사용자가 듣는 음악과 사용하는 SNS, 그리고 전화통화와 같은 다른 내용까지 모니터링한다. 즉 사용자의 신체 상태는 물론 스마트폰의 사용 습관까지 기록해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사용자에게 보여준다. 또한, 버튼을 눌러 ‘라이프 북마크(life bookmark)’ 기능을 작동시키면 사용자의 모든 상황이 저장돼 앱을 통해 나중에 다시 불러올 수 있다.
일기를 간단하게 메모하는 사용자라면 아마도 다음과 같은 내용일 것이다. “오늘 늦게 일어나 자전거를 탔고 팟캐스트를 들으며 집 청소를 했다. 자넷과 점심을 먹고 집에 와서 낮잠을 잤다. 쌓인 이메일과 페이스북을 확인하고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오늘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다” 이 정도라면 소니 코어가 대신 작성하는 것도 가능하다(물론 실제로 소니 코어가 일기를 작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기를 기록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하루에 일어난 일들을 기록한다).
코어는 현재까지는 일반 사용자에게 그리 유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미래에는 그 가치가 드러날 것이다. 이는 (모든 것을 저장하는) 라이프로깅과 (손목 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컴퓨터 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사용자의 생물학적 상태를 모니터링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가능케 한다.
특히 앞으로 더 발전할 센서 기술, 소형화 기술(miniaturization), 컴퓨터, 휴대폰, 앱 성능 향상을 생각해 보면 개인행동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물론 심신의 미묘한 변화를 기록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들 기록에 사용자의 음성이나 텍스트를 보조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도 실현될 것이다. 결국, 개인의 비망록이 자동으로 생성되는 날이 오는 것이다.
착용하는 카메라(wearing cameras)
로체스터 옵티컬 메뉴펙처링(Rochester Optical Manufacturing)은 최초로 구글 글래스와 연동해 사용하는 도수 있는 안경을 판매하기로 발표한 회사이다. 10개 이상의 구글 글래스의 경쟁 제품들이 2014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들 중 대다수는 카메라를 내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CES에 출품한 기업들은 스키 고글, 스쿠버 다이빙용 마스크와 카메라가 장착된 헬멧 등을 전시하며 스마트폰 데이터 통신 공유를 통해 실시간으로 스트림 라이브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들도 있다.
CES에서 확인된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 머리나 얼굴에 특정 제품을 착용하면 성능이 매우 좋은 카메라가 사용자가 바라보는 모든 것을 촬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라이프로깅과 라이프스트리밍 관련 제품인 오토그래퍼(Autographer)와 네러티브 클립(Narrative Clip) 등은 이미 출시됐다. 앞으로 수년간 사회적으로 이러한 카메라의 사용과 이를 통한 일상의 기록이 허용될 것이다. 소셜 미디어나 개인 서버에 업로드 된 이러한 기록은 시간순으로 배열돼 개인의 인생을 영상으로 자세히 기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필자는 구글 글래스를 통해 라이프로깅이나 라이프스트리밍이 쉽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물론 구글 글래스를 통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기는 매우 쉽고 이들 기록을 업로드하면 구글플러스 스트림에 등록할 수 있다. 사용자의 이름을 검색해 구글 글래스로 촬영할 경우 자동으로 생성되는 해시태그(#throughglass)를 이용하면 사용자 개인의 경험을 시간역순으로 볼 수 있다.
울프럼 알파(Wolfram Alpha)
과학자이며 기업가이기도 한 스테판 울프럼은 이번 주 야심 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 칫솔부터 스마트워치는 물론 스마트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기기를 연결하는 '연결된 디바이스 프로젝트'(Connected Devices Project)다. 별도 알고리즘을 적용해 데이터를 압축해 저장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프로젝트는 얼핏 보면 불가능해 보이지만 울프람은 이전에도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디바이스를 인터넷에 연결하게 되면 울프람의 프로젝트는 물론 미래에 나타날 프로젝트들이 우리 일상, 건강 및 경험과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취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이들을 원할 것이냐?’ 라고 자문한다면 그 해답은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가 될 것이다. 인류의 조상들이 동굴에 벽화를 그리고 석상을 만든 이유, 인류가 그림과 사진, 그리고 동영상을 수용한 이유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본질적으로 기억할만한 거리를 만들고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볼 때, 언제나 인류는 이를 위해 더 나은 방법을 추구해왔다.
다시 말해 라이프로깅과 라이프스트리밍은 미래의 기술로구현한 일종의 ‘동굴 벽화’인 셈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술과 개인 수준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기술이 결합하면 라이프로깅과 라이프스트리밍은 앞으로 더 쉬워 질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사람들에게 셀카, 메신저, SNS보다 이러한 기술들이 더 널리 확산될 것이다. 필자는 이 비전을 제시한 것이 올해 CES의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