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총선출마를 보는 눈
전 대 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시끌벅적대던 대통령선거가 끝나자마자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총선에 집중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4개월 차이로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는 관계로 대선승리의 여파가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은 퍽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당내 공천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 이명박 당선인을 겨냥한 박근혜 측의 ‘조기 공천’ 압력은 나름대로 명분이 있지만 당내의 세력판도와 함께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일부 외각에서 예측하는 바와 같은 분당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7월에 있을 전당대회에서의 당권경쟁을 의식한 힘겨루기가 만만찮을 것이다. 특히 대선에서 압승한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시각이 안정 쪽으로 밀어주느냐, 아니면 견제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느냐 여하에 따라서 승패가 갈리게 되어 있다. 한나라당에 대패한 대통합민주신당은 가까스로 몸을 추스르고 손학규를 당대표로 선출함으로서 권토중래의 태세를 갖춰나가는 중이다. 총리까지 지낸 이해찬의 돌출탈당이 잠시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손학규는 발 빠르게 노무현 냄새를 지워가고 있다. 양당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동안 이회창의 자유신당이 발돋움을 하고 있다.
비록 낙선의 고배는 마셨지만 선거비용 전액보전이라는 턱 걸이를 한데다 충청권에 대한 집중적인 포석만 잘 하면 원내교섭단체까지도 가능하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선장 잃은 나룻배처럼 바람 부는 방향으로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는 참혹한 몰골이다. 이미 영향력을 상실한 김대중을 붙들고 늘어지다가 스스로 자초한 업보다. 문국현이 창당한 창조한국당은 대선에서 망외의 지지를 받고 고무되었다고 하지만 아마추어를 면치 못하고 있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민주노동당 역시 심상정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하여 친북정당의 모습을 탈피하겠다고 재기를 다짐 중이다. 이처럼 각 정당마다 모두 빛과 그림자가 다르지만 총선이 임박하면 입후보 지망자들이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선거란 마약과 같아서 한번 출마한 경력이 붙은 사람은 선거 때만 되면 좀이 쑤시게 마련이다. 나가기만 하면 당선할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혀 문전옥답을 팔아서라도 출마를 강행한다. 이런 사람들이 마누라 속곳까지 들고 나가서 입후보 상습자가 되기도 하지만 그들이라고 전연 승산 없는 싸움터에 나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저런 인연을 맺은 사람이 얼마이며 학연과 지연은 얼마나 끈끈한가. 그 동안에는 운수불길하여 당선의 영광을 누리지 못했지만 이번만은 틀림없다는 확신을 갖는다. 자금도 없고 조직도 시원찮지만 용기와 열정으로 뭉친 출마자의 각오는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실망과 좌절에 고개를 숙이는 수도 있지만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용사들도 흔히 등장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17대 선거는 탄핵 바람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던 인사들이 다수 등장했지만 18대 때는 많이 가려지리라고 생각된다. 이 틈을 노린 선수들이 대거 출마할 것도 틀림없다. 정당에 몸담고 있는 분들은 프로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선거에 임할 것이고 다른 분들도 각기 경륜과 경험 그리고 재주를 뽐내려 할 것이 예상된다. 모두 각 정당에서 엄격한 심사를 통하여 공천을 받는 것이 급선무다. 공천심사는 매우 까다롭다. 그러면서도 허점이 많은 것이 정당공천이다. 그것은 심사기준이라는 게 있지만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계파의 이해에 따라 물고 늘어지는 지역구는 넘어가게 마련이다. 각 정당의 계보와 계파의 수장들은 자기계보를 살리는데 혈안이 된다. 이번에 박근혜의 공천에 대한 공세는 전형적인 계보정치의 백미다.
여기에 외부에서 유명인사를 영입하여 당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는 명분론이 나온다. 정치에 꼭 필요한 전문인을 발탁하는 방법으로 비례대표제가 생겼는데 이를 엉뚱하게도 유명인 영입의 창구로 쓰는 수가 있다. 그 중에서도 연예인들은 널리 얼굴이 팔려있고 이름이 알려져 있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로 선호되었다. 자신들도 신분상승을 겨냥하여 필사적으로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의 연예인의 점수는 탐탁찮다는 결론이다. 대부분 현실적응이 안 되고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도 의심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몇 사람의 연예인 이름이 들먹여진다. 누구에게나 참정권이 보장되어 있는 나라에서 그들의 정치참여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연예인으로 누렸던 명성과 부귀를 정치판에서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두 가는 길이 다른데 연예인의 전문성은 그 판에서 드날리는 것이지 생판 낯선 정치판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대선에서 후보를 지원하면서 얻은 약간의 공로를 내세워 연예무대를 뒤로하고 정치무대로 자리바꿈을 하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 못됨을 충고한다.
첫댓글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연예인은 연예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 생각 합니다.전대열 선배의 좋은글 감사합니다.건필하십시요
동감입니다
동감 합니다, 국민들의 깨우침도 아쉽습니다...
배길세비도 나오는가? 박살낼려는 분 많을텐데. 연예인 생명이 간들간들 바람 앞에 촛불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