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살인지계.
삼십육계 중 이처럼 직접적이고 적나라하게 적을 죽이는 모략이 있던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권력투쟁이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나타났던 계략이지.
뭔가 음습하고 너무나 음모적이어서 정도를 걷는 정치인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계책이 차도살인지계야.
힘없는 세력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이이제이 전략을 쓰는 일은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전쟁 상황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지.
그러나 차도살인지계는 이이제이보다 더 개인적이고 표적지향적이지.
껄끄러운 정적을 죽이는데 이보다 더 확실하고 증거가 안남는 책략도 없으니까.
정치판을 들여다 보면 온갖 음모가 난무해서 그 실타래가 어디서부터 시작된건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지경이지.
그 중에서도 차도살인지계가 횡행하는 걸 보면 결국 막장까지 다 간 것같아.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영포회 사건과 이재오의 출마, 그리고 야권의 단일화등이 모두 차도살인지계를 이해해야만 풀리는 숙제지.
이명박이 등극하면서부터 친이계는 분화를 시작했어.
형님과 최시중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영포회의 양대 산맥이지.
그들이 한축이고 이재오와 정두언이 다른 한축이야.
초기에 정두언을 필두로 형님에게 대항하기 위한 선상반란이 있었어.
이재오도 마지못해 가담했었지.
반란은 곧 진압되었고 정두언은 권력의 변두리로 밀려나고 말았지.
정두언의 컴백무대가 지방선거였어.
소장파 남경필과 정두언이 선거를 책임졌었으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권력내의 친이는 화합하는 것 같았어.
왜냐하면 지방선거는 필승이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
적어도 정두언을 사지로 보내지는 않았다는 말이지.
정두언 역시 선거를 이겨 화려하게 컴백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을거야.
그러나 참패하면서 모든 게 엉망이 돼버렸지.
권력투쟁이 수면위로 떠오른 거야.
결국 정두언과 이재오가 다시금 손을 잡았어.
물론 이제와서는 부인하지만 정두언이 영포회 자료를 민주당에게 넘겼다는 보도도 있었고 또 그런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지.
이성헌까지 가세해서 정두언과 가까운 인물이 민주당으로 자료를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어.
민주당도 많은 제보가 들어온다고 하는 판이고.
민주당에게 칼을 쥐어 주면서 형님을 제거하려는 차도살인지계야.
정두언이 정조준한 박영준이 형님 사람이니까.
보다 못한 이명박이 정두언과 박영준에게 권력투쟁 하지 말라고 경고까지 줬다며.
영포회를 띄우면서 형님의 수족을 자르는 거지.
이런 책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였어.
청와대 개편을 안할 수 없게 됐으니까.
그러나 권력투쟁이 그리 간단한 게 아니지.
반격이란 게 있으니까.
그동안 형님은 만사형통이란 소리 때문에 일선에서 물러난 것처럼 보였지.
그러나 어쨌든 형님이야.
봉하대군이 노무현의 퇴임후를 위해 딜을 했던 것처럼 이명박의 퇴임후를 책임질 사람은 결국 형님뿐이지.
권력의 속성상 정두언이나 이재오를 믿기 보다는 역시 핏줄이니까.
이명박은 형님과의 소통만 늘려나갔던 모양이야.
이번 선거 패배후 초선들이 연판장을 돌렸는데 이걸 진압한 사람 역시 형님으로 알려져 있지.
연판장을 주도한 사람은 정두언이라고들 하고.
여기서도 정두언은 밀렸어.
그동안 세번쯤 깨진 것같아.
이재오의 출마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사실 이재오는 죽으러 가는 것과 같았어.
지방선거 참패 분위기 속에서 출마는 독배였지.
이재오 측근들도 왜 이재오를 출마시키느냐고 항변했었다지.
그런데 그 독배를 들게 한 사람이 형님이라는 시사 주간지의 주장이 있었어.
형님으로서는 선거라는 판을 빌려 이재오를 제거하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지.
정두언이나 형님이나 민주당을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려는 고도의 차도살인지계를 동원한거야.
그런데 민주당의 계산이 복잡해졌어.
이재오를 잡자면 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단일화를 해서 이재오를 제거해 주면 박근혜라는 넘을 수 없는 산의 지위만 공고히 해주는 꼴이야.
바꿔 말하면 민주당으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용인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라고도 할 수 있어.
한나라당이 깨지는 걸 보니 슬그머니 욕심이 생겼지.
저들이 차도살인지계를 벌인다면 우리도? 하는 마음이 싹트는 거야.
이재오를 당선시킨다면 이재오가 박근혜를 공격할테고 그리되면 한나라당이 두쪽나는 건 시간문제라는 거지.
삼국지가 되면 민주당에게도 기회가 오지 않을까?
민주당이 이기려면 신경민을 공천하는 게 가장 빨랐어.
신경민이라면 단일화가 안되더라도 이긴다는 계산이 나왔으니까.
그러나 장상이나 천호선으로는 어려워.
단일화를 해야 승부를 볼 수 있지.
그림이 묘해졌어.
그러나 단일화는 결코 쉽지 않아.
유시민이 천호선의 선대위장으로 들어갔지.
유시민은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요즘 백수모드라면서 마누라가 시장갔는데 짐 무겁다고 호출이네요 하면서 무료함을 말하고 있어.
할 일이 없으니 일을 만들어야 하고 그러니 천호선을 주저앉히기는 어려울 거야.
결국 이재오가 어부지리를 보는건가?
형님의 차도살인지계는 엉뚱하게 야권의 분열로 이재오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만들고 말았지.
새옹지마랄까.
그게 운명이라면 어쩔 수없는 일이야.
그러나 이재오 역시 마냥 좋아만 할 수는 없지.
이번 일로 형님의 의도를 알았을 뿐 아니라 권력의 중심부로 들어가기는 어려워졌으니까.
게다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조직이나 파워가 예전같지 않아.
권익위에서 수집한 자료가 형님 반격용으로 축적되어 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그 자료를 쓸 때쯤이면 이 정권도 막바지일테지.
그러나저러나 돌아와서 박근혜에게 한마디라도 잘못하는 날이면 바로 낙인 찍혀 버리지.
한나라당 분열의 주범으로 몰리는 거야.
말한마디 맘대로 할 수 없는 구조가 돼버렸어.
분열된 친이들의 차도살인지계와 이재오로 박근혜를 치려는 민주당의 차도살인지계가 얽혀서 선거판은 개판이 돼버렸어.
이런 판에서는 일찌감치 발을 빼서 민심에 모든 것을 맡겨 놓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이재오가 되는게 운명이고 계속 싸워야 할 팔자라면 받아 들여야지.
최선을 다하되 무리할 필요 없다는 거야.
그럼 정두언은 왜 이 시점에서 영포회 문제를 끄집어 냈을까?
세종시 표결로 박근혜는 넘을 수 없는 산이라는 걸 인식했을거야.
그러니 박근혜를 계속 공격해 봐야 득이 없어.
이명박의 임기말은 점차 다가오는데 권력을 누려보지도 못했지.
박근혜도 적이지만 싸워봐야 권력이 나오는 건 아니야.
그러니 권력을 가지려면 권력과 싸울 수밖에 없어.
그 이면에는 한나라당의 전당대회가 얽혀있어.
이슈의 중심에 서면 그만큼 인지도가 올라가지.
벌써 남경필과의 단일화에서 효과를 봤어.
이명박 정권이 누더기가 되든말든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
수도권 친이와 영남 친이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른다는 게 밝혀졌어.
한나라당 몰락을 예약해 놨지.
이렇게 집안이 풍지박산 나면 이합집산 하는 과정에서 자연 정계개편이 될 수밖에 없어.
박근혜에게는 또다른 의미의 기회가 오는 거지.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어느 언론이든 박근혜 신당 창당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
사실 이게 향후 정국의 가장 큰 변수면서 국민들의 관심사 아닐까?
과연 이런 한나라당에 박근혜가 계속 몸담을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야.
한나라당이 분당하면 민주당에게 기회가 올걸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민주당은 이재오에게 집중하는 게 좋아.
이재오에게 깨지는 날이면 단일화 못한 책임을 민주당이 모두 뒤집어 쓰게 돼있어.
이재오를 상대하면서 70대의 장상이라니.
이재오를 살려주면 지방선거 승리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을뿐 아니라 4대강 저지 명분마저 잃어버리게 되지.
민주당으로서는 독배야.
그리되면 역시 이명박을 견제할 사람은 박근혜뿐이라는 인식이 퍼질 수밖에 없어.
안그래도 세종시 문제에서 박근혜의 그림자에 가려 아무런 존재감도 없었던 민주당이야.
박근혜 신당에 대한 기대치만 높일뿐이지.
누가 반이명박의 선봉이냐가 정국 주도권의 향배를 결정하는 거니까.
원래 차도살인지계는 상대를 잘 알아야 쓸수있는 계책이야.
민주당은 박근혜를 너무 몰라.
친이끼리의 차도살인지계도 서로 장군멍군 하는 판인데 하물며 민주당이 박근혜를?
꿈깨는 게 좋아.
이재오가 돌아온다면 분명 분당 가능성은 높아지지.
그리되면 이명박으로서는 악몽이야.
그날로 여소야대가 되니까.
정국은 급속히 박근혜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
민주당으로서는 박근혜라는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주는 것과 같지.
그후로는 대책이 없어.
따라서 민주당으로서는 잡을 수 있는 상대를 잡는 게 최선이야.
잡을 수 있는데 못잡거나 안잡는다면 민심의 역풍을 당할 재간이 없지.
어쨌든 이재오는 형님에게도 민주당에게도 또 친박에게도 어쩔 수 없는 밉상이야
왜 다들 싫어하는지 돌아볼 일이야.
모략과 책략이 판치는 정치권이 정상은 아니야.
정도가 아니지.
친박은 여기에 휩쓸릴 필요 없어.
한발 빼고 있는 게 좋지.
친이가 분열하면서 정국의 관심은 또다시 박근혜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어.
더구나 각종 게이트가 쏟아져 나온다면 힘의 균형추는 급속히 쏠릴 수밖에 없지.
정두언은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어.
이 도박의 결말이 어찌될 지 몰라도 분당의 문이 열리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여.
서로의 차도살인지계가 친이들 서로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셈이고.
민심을 등진 한나라당으로서는 전당대회 흥행을 위해 고춧가루라도 뿌려야 했을 지도 모를 일이지.
누가 되든 관심밖이야.
너무 지저분하니까.
왜 박근혜 신당에 대한 여론조사는 안하는 거야.
그게 국민적 관심사인데.
정도를 가는 박근혜가 더욱 빛나는 요즈음이야.
첫댓글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얼음공주님 항상 좋은말과 이치에 맞는 논리를 펼쳐 주시는것 감사 하지만 신당은 아닌듯 합니다 ,주인이 머슴 싫다고 집나가는 격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