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날 아침에 고개를 숙였다.
하늘도 삼일절은 아는가 보다. 하늘이 삼일절 92주년을 축하 하려나 보다. 어제 저녁에 내 건 태극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가랑비를 맞으면서 흐느끼더니 산에는 화려한 눈꽃을 피웠구나. 어쩌면 그날의 넋들이 이 땅에 정신없는 사람들을 위해 내린 축복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같이 일어났다. 봄이라고는 해도 아직은 쌀쌀한 날씨임에도 옳게 먹지도 못하고, 따뜻하게 입지도 못한 그저 순진하기만 한 사람들이 내 나라를 찾겠다고 일어 선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쏟아진다. 선열들의 넋을 기린다고 모인 사람들이 얼굴 내기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는 벌써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날의 그 아픔을, 그 고통을, 그 추위를, 간담이 떨어지는 그 공포를 그들은 잊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일요일이어도 기념식을 하러 학교로 갔고, 『기이미녀언 삼뭘이릴 정오오ㅡㅡㅡㅡ』를 외쳤었다. 92주년 삼일절 기념식에 참석한 나는 정말 착잡한 기분이었다.
주관측 사회자는 내빈 소개에 열을 올렸고, 빠진 사람을 식 중간중간에 다시 소개하는 해프닝을 빗기도 했다. 그날의 선열들의 넋이 있다면 아마도 다시는 이 자리에 오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부탁부탁해서 모셔 온 학생들과 눈도장 찍기 위해서 달려 온 사람들과 거들먹 거리기 위해 참석한 자칭 어르신들이 식장을 메우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기미독립선언문 낭독 순서에는 원문을 어렵다면서 학생들을 위해 쉽게 풀이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있었다. 정말 기가 막혔다. 이래도 된다는 말인가? 원문을 제쳐놓고 기념식을 한다는 사람들의 발상이 두렵기만 했다. 이어서 두 분의 기념사가 있었고, 한 분의 축사가 있었다. 제14회 광복정신계승 글짓기 대회 대상을 받은 학생의 작품 낭독이 있었고, 삼일절 노래 제창이 이어졌다. 과연 몇 사람이 노래를 불렀는지 확성기의 웅장한 소리에 묻혀 버렸다. 대한광복단 기념사업회장, 영주시장, 국회의원, 영주시의회의장, 문화원장, 도의원, 시의원, 전 국회의원, 전 도의원 그리고 영주교육지원청장을 보는 학생의 생각은 과연 어떠 했을까.
92주년 삼일절 날 아침에 나는 긴 한숨과 큰 안타까움으로 시작해야 하는 서글픔을 보았다.

*** 금계동 뒷산 2011. 03. 01.

*** 삼가동 뒷산

*** 희여골 뒷산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죽령

*** 신비스러운 도솔봉

*** 힛틋재 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