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서 정 윤
참으로 먼 길 돌아서 만난 목소리
흐르는 강물과 반짝이는 자갈로
잠시 머물다 떠난 숱한 갈림길에서
애틋함으로 돌아서던 아쉬움의 날들
손잡아본다.
큰 바다에서 작은 물보라 흔적들로
일어날 때부터
서쪽하늘 구름알갱이 여행길에 오르면서
그대 얼굴 미소를 내 가슴에 품었다.
깊은 산골 굴참나무 발등 덮은 이끼가
파랗게 빛나는 계곡 지나며
바람의 치맛자락을 잡고 다녔다.
다음 생 어디 쯤 만나서
함께 마트에 장보러 다닐 수 있었으면
노을 앞에 앉아 찻잔 마주 들었으면
그대 깨우는 소리에 뒤척인다면
책임지는 게 즐거운 그대
삶의 절반을 온전히 맡길 수 있다.
참 많이 흔들린 발걸음의 흔적들
비틀거리지 않을 수 있길 빌어본다.
<서정윤시인 약력>
▲1957년 대구 출생.
▲대륜중학, 대건고등학교를 거쳐 영남대학 국어국문학과 동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
▲1984년, 《현대문학》에 시 〈서녘바다〉,〈성(城)〉 등이 추천되어 문단에 등단.
▲1984년 <현대문학>지에 <서녘바다> <城> 등의 작품으로 김춘수선생의 추천으로 등단.
▲1987년 첫시집 <홀로 서기>가 청하출판사에서 출간.
▲시집「홀로서기1·2·3·4·5」,「나의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지요」,「그대의 풀잎입니다」,「슬픈 사랑」(2001),「소망의 시」(2003),「따옴표 속에」(2005) 등 있음.
▲수필집「살아있는 입들의 자존심」, 산문집「내가 만난 어린 왕자」,「그리움이 불어올 때」, 소설집「오후 두시의 붓꽃」 등이 있음.
▲대구문인협회 시분과위원장.
▲현재 대구 영신고등학교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