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피트 베타 58호는 정시에 난카이 난바역 9번 플랫폼에 도착하였습니다. 언제 봐도 참 어마어마한 플랫폼이란 말이죠. 9면 8선의 두단식 플랫폼이라니... 물론 더 큰 역도 많습니다만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광활한 규모는 언제 생각해도 참 감동적이죠. 작년에 왔을 때 사진 찍어둔 게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항상 3층 게이트로 바로 나가서 난바시티 지하도로 내려가고는 했지만, 이번에는 계단 아래로 내려가서 게이트를 통과해봅니다. 이곳에는 꽤 유명한 '300엔샵'이 있는데요, 귀여운 소품들이 많은 걸로 나름 유명한 곳이더군요. 미술 하는 친구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만한 것이 있을까 하여 이것 저것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습니다.
곧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걸 어디에 써야 할 지는 모르겠다...' 뭐, 어쩔 수 없지요. 예쁘기만 하구만...
일단 식사를 하고 대충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너무 피곤했거든요. 오코노미야키에 생맥주 한 잔 할까 생각하며 난바역 맞은편의 상점가에서 아무 곳에나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지요...
제일 저렴한 걸로 시켰습니다. 구울 수 있도록 세팅을 해주는데, 제가 굽는 법을 알려 달라고 하자 구우면서 설명을 해주더군요. 점원분은 정말 친절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맛이었지요. 사실 토핑도 제대로 얹지 못해서... 지난해에 교토에서 꽤 분위기 있는 집에 갔을 때는 가격은 좀 셌지만 그래도 맛은 괜찮았는데 이건 진짜 그냥 밀가루 맛 밖에 나질 않더군요. 실패한 파전 같은 맛 말입니다. 풀 냄새만 나고, 고기를 얹었는데 전혀 고기를 먹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잘게 잘랐으니 어쩌겠습니까만...
일단 그래도 기왕 온 김에 할 건 해야지 싶어 생맥주를 시켰습니다. 이게 참... 별미더군요. 정말 '고향의 맥주'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국 맥주 말이죠. 특히 김 다 빠진 대학가 싸구려 호프집의 한국산 생맥주 말입니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 못했습니다. 미지근해빠져서... 첫 한 모금을 마시고, 그래도 비싼 돈 냈는데 하며 한 모금 더 마시고, 결국 더 마시지 못하고 담배만 뻑뻑 태우다 나왔습니다. 가격은 또 엄청 비싸더군요. 차라리 그 돈이면 숙소 앞에서 교자노오쇼 갔을 것인데 말이죠. 가게를 나오는데 엄청 우울하고 피곤해져서 앞에서 담배 두 대를 더 태웠습니다. 그냥 숙소로 돌아갈까 싶어서 시간을 보니 아직 저녁 여섯시 반 정도더군요. 그냥 병맥주 마시면서 시간이나 좀 죽일 것을 그랬지요.
예전에 친구와 여기서 병사케와 흑맥주 기울이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이 집 사람 되게 많더군요. 언제 생겼는지... 가격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니 이번엔 타코야키 안 먹었네...
별 일 없는 것 같은데 글리코에 불이 꺼져있습니다?!
도톰보리 리버 크루즈, 오사카 주유 패스의 무료 혜택이 해당하는 관광상품의 하나죠.
저번에 타봤는데, 꽤 재미있습니다.
먹고 싸가는 집이군요.
그래도 기왕 난바까지 나온 김에 간만에 도톰보리나 좀 둘러볼까 싶어서 정처 없이 걸었습니다. 참 언제나 시끌벅적한 동네 아니겠습니까. 웬일로 글리코 아저씨가 불이 꺼져 있어서 좀 놀라긴 했습니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에는 업데이트 되기 전이었던 리듬게임의 최신 버전도 플레이하고 돌아섰습니다. 이제 숙소로 갈 시간이 되었다고 몸이 울부짖고 있었어요.
이 학교 현수막 누가 쓰시는 지는 모르겠는데 항상 참 박력있는 글씨체란 말이죠...
오사카환상선 외선순환 열차가 떠나네요.
지친 몸을 이끌고 도톰보리에서 신이마미야까지 걸어갔습니다. 밤에는 참 조용한 동네란 말이지요. 무서운 동네라는 얘기도 많고, 저도 수 년 전 비 부슬부슬 내리던 밤에 처음 찾을 때만 해도 좀 무서움을 느끼긴 했는데 근래 분위기가 좀 바뀌긴 한 것 같습니다. 텐노지에 아베노하루카스 세워지고 안 그래도 배낭여행객이 모이던 동네인데 관광객이 더 많아지고... 갑자기 마루한 빠칭코가 선로 건너편에 커다란 게 생기고... 아침에 도부쓰엔마에역 옆의 빠칭코 앞에서 줄 서있던 아저씨들도 좀 밀려나는 분위기인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기분 탓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뭐... 조금만 길을 벗어나면 동네 분위기가 확 바뀌는 건 여전하겠지요. 예전에 길을 잘못 들었다가 분위기가 너무 달라지는 바람에 건장한 남자 둘(친구와 저)이 같이 있었는데도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난카이 개찰구 입니다.
맞은편에는 JR 개찰구가 있죠.
여기는 항상 복작복작한 게 재미있다니까요. 동네 전철역 느낌.
하지만 이런 건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복작복작하게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그 생활감이 살아있는 곳이라는 점은 이 동네가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지요. 숙박비가 저렴한 것도 좋지만 이런 느낌이 여전히 이 동네에서 묵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예전에 일본 일주 할 때도 그냥 중간 기착지였던 오사카에서 굳이 여기서 묵기도 했고...
그래서 이번에 이것들이 완공된 것을 눈 앞에서 보고 좀 쇼크를 먹었습니다. '나의 신이마미야역은 이렇지 않다는!'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더군요. 아... 사진으로 봐도 아베노하루카스 극혐... 전망대는 무지 비싸고... 망할 긴테츠...
사진은 22일에 찍은 건데요, 이 우동집 좋아했는데... 이번 여행 때는 한 번도 연 걸 못 봤네요. 무슨 일 있으신 건지... 아쉽기 그지 없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잘 지내시려나...
3회에서는 불면의 밤에 대처하는 법에 대해 살펴봅니다.
첫댓글 일본 맥주가 가끔 맛이 드럽게 없습니다. 캔은 맛없는거 확실하고, 생은 우리나라보다 나은건 확실한데 가끔 드럽게 맛없는게 걸리더군요.
이 집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고향의 맥주라 하셔서 산토리 몰츠의 그 맛이라 생각했는데... 한국의 맛..ㅡ.ㅡ;;; 간혹 물타기 하는 집이 있다던데, 좀 심하게 물타기 했나보네요..ㅡ.ㅡ;;;
고향에서 산토리 몰츠를 마실 정도로 부유하게 자라지는 못했습니다..ㅠㅠㅠ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