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소통의 기쁨*
-근무시간을 뛰어넘어 이뤄진 주민과 공무원간의 만남을 바라보며-
“정의원님, 내일 주민만남의 자리에 나와 주실 수 있나요?”
“글쎄요. 일정 조정이 가능할지.....아마도 못나갈 것 같습니다.”
7월 11일, 재난 민방위과 장계장님을 시청앞에서 마주쳤을 때 잠깐 나눈 대화 한토막입니다.
그 전날은 공원녹지과 양과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저녁에 풍무동 녹지공간 조성 보완건으로 주민분들과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의원님도 참석해주셨으면 하는데 저녁시간대라서 어떨지.....”
“그날 예정된 모임이 두군데나 있어서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시간이 되면 늦게라도 들르겠습니다.”
최근 ‘풍무동 사람들’ 까페지기인 노계향님이 김포뉴스에 기고한 ‘풍무동이 뿔났다’는 글로 인해 공무원분들에게 볼멘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시장님 역시 이 사안에 대해 섭섭하셨나 봅니다. 시장취임 이후로 풍무동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왔는데 그것을 몰라주는데 대한 서운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든 시장실을 두드리면 의사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그것을 뛰어넘어 지역신문에 글을 기고한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깔려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노계향님과 평소 가깝게 교분을 나누는 사이인 점을 아는지라 신문에 글이 기고되기전에 지역의원인 제가 나서서 이 내용을 사전조율 했으면 그렇게 일파만파를 일으키지 않았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섭섭함도 배어나옵니다.
작년에 풍무 사거리 쌈지공간에 공연무대 마련이냐 공원조성이냐를 놓고 주민간에 격렬한 논쟁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 공간을 후끈하게 달군 한달여의 논쟁끝에 주거공간에 적합한 소공원 마련이 어울린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후 시청쪽에서 이를 존중해 공사에 짝수한 후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완성품을 본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 했습니다.
20억이 넘는 시.도비를 들여 진행된 풍무동 도로정비사업이 최종마무리 작업인 길거리 조경으로 사철나무가 식재되었습니다만 이에 대한 주민들 반응역시 냉담했습니다. 거기에다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풍무동 계양천 산책로가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차량통행로로 더 이용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주민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랐습니다.
이러한 제반 현황에 대해 그간 여러 통로로 민원제기를 했지만 소통의 답답함을 느낀 노계향님의 신문 기고 글에는 시청의 태도를 지켜봐 온 주민들의 인내심과 대안제시 기록들이 꼼꼼하게 적혀있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들에 대한 보완대책을 의논하고자 토요일 오전엔 재난민방위과, 월요일 저녁엔 공원녹지과 직원들과 ‘풍무동 사람들’ 까페 운영진이 잇달아 만난 것입니다. 다른 일정들이 겹치는 이유도 있었지만 과연 그 자리에 배석하는 것이 안그래도 ‘주민과 짜고치는 고스톱’ 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마당에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보다 토요일 휴무일과 월요일 퇴근시간 후에 이루어지는 공무원과 주민간 만남의 자리라는 소중한 의미가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결론적으로 지난 주말과 월요일 두차례 만남의 자리에 참석하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토요일 재난민방위과 사무실에서는 담당계장과 직원들이 함께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처음에는 공사진행에 대한 책임공방이 오가며 긴장감이 도는가 싶었는데 시청담당 직원의 애로사항과 열정을 이해하면서 합리적 대안마련쪽으로 논의의 중심이 이동해갔습니다. ‘차량이 약간 우회한다 하더라도 애써 조성한 산책로의 기능을 살리는게 더 소중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시청쪽은 제반 제도적인 보완점을 연구하고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산책로 구간에 차량소통을 최소화하는 자체계도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였습니다.
“나도 우리 아이에게 저 산책로를 아빠가 만들었다며 자랑하고 싶습니다. 이러다가 풍무동에 이사가고 싶어지겠는데요. 직접 이렇게 대화가 뚫리니 속이 시원합니다.”
헤어지는 순간에 던져진 시청담당 직원의 말에는 그간의 답답함이 일거에 해소되는 느낌이 담겨있었습니다.
월요일 공원녹지과 분들과의 만남역시 이러한 느낌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밤 열시가 다 되어가도록 홈플러스 문화교실 공간을 빌려 진행된 만남의 자리는 진지한 대화가 계속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지역 야생화 전문가인 기의호 선생님이 자리를 함께해 주셔서 여러 가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시청쪽에서 그간의 작업에 다소 문제가 있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주민들 역시 과거를 따지기 보다 대안에 대해 의견들을 제시하면 여기에 배석한 전문가의 소견이 덧붙여지면서 논의내용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갔습니다.
회의 마무리에 발언기회가 주어지길래 저의 솔직한 마음을 담아 다음과 같이 참석하신 분들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러한 상황까지 오게된 것의 일차적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공무원들과 주민들간에 진작에 의사소통의 가교역할을 적절히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저를 반성하게 됩니다. 밤늦도록 퇴근도 못하고 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 공무원분들이나 귀가를 미루고 참석하신 주민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는 주민과 공무원분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모쪼록 오늘 만남의 자리가 상호이해와 진정한 소통의 새로운 계기로 자리 잡으면서 김포지역사회에서 소모적 민원해결의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전형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의 발언에 박수가 쏟아졌으나 오히려 마음은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한편으론 향후에 풀어가야 할 과제가 더 많아졌지만 이렇게 지혜로운 주민들과 마음을 여는 공무원들이 있다면 희망의 무지개를 얼마든지 열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결과물도 결과물이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참여와 소통의 참맛을 공무원과 주민들이 함께 느낀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노계향님의 이 말이 두차례 만남의 의미를 압축적으로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나라안팎이 매우 어수선한 지금, 그래도 쉬임없이 지역사회에서 풀뿌리 희망을 일구고자 하는 작은 몸짓들이 언젠가는 이 나라의 든든한 기둥뿌리로 자리잡는 날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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