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테스트로 배경음악을 첨부해 보고자 합니다. 만일 문제가 된다면 관련 태그는 제거하겠습니다.>
플랫폼에 NDC(New Disel Car, 무궁화호급 디젤동차)가 낮은 엔진음을 ‘웅웅’거리며 깔고 있으면서 자고 있었다. 몇 분 후면 기관사분께서 어떤 스위치라도 눌러서 NDC의 곤하고 깊은 잠을 깨울 테고, 그러면 기관사님께 투정을 부리면서도 힘찬 엔진음을 내면서 달려갈 것이었다.
운 좋게도 운전실 부분인 9218호에 탑승할 수 있었다. 탑승하기 전에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은 느낌에 일단 차번 부분과 대차를 촬영하였다. 보면 볼수록 귀여웠다. 내가 좋아하는 여학생 캐릭터인 나나세 유우보다는 못했지만(^^;;)[사살당함] 디지털카메라가 내 생각을 읽어서 느끼하다고 여겼는지 결국 배터리가 다 닳은 듯 카메라는 2장의 사진을 저장하고는 자동으로 꺼졌다. 하지만 나는 놀라지 않았다. 이러다가 한 몇 분 정도 경과하고 다시 켜 보면 그래도 몇 장 정도를 더 저장할 수 있는 전력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서였다. 경우도 아니다. 항상 그랬다.(;;)
1) 탑승하였던 9218호와 NDC의 대차. 프레스 대차와도 흡사해 보인다.
9218호. 9218호…. 숫자를 읊을수록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회가 느껴졌다. 7월 1일부터는 동대구 - 울산 간 노선에서 사라질 NDC…. 사라져 갈 열차치고는 낡은 티가 보이지 않았다. 도색이 조금씩 갈라져 보이는 것을 빼고는 거의 새 것과도 같았다. 내부 역시 지금의 리미트형이나 91년산 등의 편안한 무궁화호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더 쓸 수 있는 듯 했다. 그래도 법정 내구연한 20년을 채웠으니 점차 없어지겠지….
표에 인쇄된 좌석에 앉았다. 창가 좌석이었다. 철도에 관련된 동호회나 클럽 같은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NDC에 대해서 악평을 하던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좌석의 승차감이 버스와 같고, 구동음은 트럭 수준이라고 하던 기억이 있었기에 별 생각 없이 앉았지만 의외로 좌석 시트는 푹신하고 아늑했다. 문득 눈길이 위로 올라가 그쪽을 올려다보니 다른 무궁화호와는 다르게 독서등은 없었고 선반 역시 철제로 된 통일호 비슷한 선반이었다. 좌석 번호를 표시하는 장치는? 그 역시 옛적에 비둘기호와 통일호 등에 박혀있던 표시와 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비슷했다.
2) 당시 이용했던 승차권. (일련번호 몇 개와 발매자 성함은 보안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을 듯 하여 지웠습니다.)
발차 시간이 가까워져오고 있었고 승객들은 점차 늘어났다. 승객분들은 거의 고령에 속하신 어르신들이셨다. 젊은 분들도 있었지만. 어쩌면 여기에 철도동호인분도 계셨을 지도 모르지만 아직 철도동호회의 오프라인상에서 지인이 별로 없는 풋내기에겐 알아보는 것도 어려웠다.
잠시 자리에서 떠나서 화장실로 향했다. EEC 등에서 볼 수 있었던 화장실 출입문. 화장실이라는 표시 아래 빨간색 글자로 ‘정차중 사용 금지’와 같은 말이 씌어져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손잡이를 돌려서 문을 열었다. 낡아서 그런지 조금씩 뻑뻑한 감이 있었고 끝까지는 열리지 않았다. 열고나면 화장실 안에는 늘 변기가 있다. 혹시 다시 한 번 NDC를 보러 갈 기회가 있다면 가겠지만 그 기회는 영영 찾아오지 못할 것 같아 화장실 사진도 몇 방 찍……어야 했지만 공교롭게도 차번과 대차 부분을 찍고 꺼진 카메라를 3분 정도 가만히 있다가 재가동시킨 후 객실 내부와 운전실 출입구와 세면대 등을 찍고 다시 영영 꺼져버린 터라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계획을 깨기로 했다. ?N산역에 내리거들랑 빨리빨리 뛰어서 근처의 가게에서 일회용 카메라를 구입해야 할 터였다. [아래 사진들은 배터리가 1차로 다 닳기 전에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3) NDC의 좌석. 배터리 관계로 라이트를 터뜨리지 못했는데, 덕분에 어둡게 나왔다;; 그나저나 창문이 다른 무궁화호보다 더욱 큰 듯. 마치 겁많은 아이의 순한 눈동자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퍽]
4) NDC 내부에 있던 세면대. 스테인리스 재질이다.
5) 9218호 출입문. 손잡이가 통일호 형식이다.
6) 운전실 출입문. 차호 표시와 온도계가 NDC의 미래를 아는지 모르는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비어있는 광고판에는 20년의 세월간 수많은 광고들이 꽂혔다가 사라져 갔으리라.
7) 화장실 출입문.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해 소변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적힌 문구로 추리해 보건대 대변기가 있을 확률이 더 크다.
할 수 없이 좌석에 앉았다. 분명했던 목표가 흐릿해져 가며 뇌리에서 사라져가자 긴장감이 게게 풀렸고 그 틈을 타 노곤함이 나를 덮쳤다. 그 와중에도 나는 마지막 궁여지책으로 MP3를 꺼내들고 녹음 모드로 들어가고 있었다. 조그 키를 몇 번 움직여주고 눌러주니 그냥 들어간다.
동그라미가 새겨진 단추를 누르니 곧바로 녹음이 되긴 하지만 오히려 객실 내의 소란스러운 잡음 정도를 녹음한 셈이 되었다. 14초 정도 경과할 무렵 정지 버튼을 누르고 창턱에 팔을 괴었다. 배터리도 이제 막 4칸 중 2칸 남았다. 몇 분 후에는 발차. 어서 녹음이 될 환경이 되어야 할 텐데….
그러나저러나 기다리고 있던 차에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안 돼! 잠들면 안된다고!’ 필사적으로 잠기운에 저항했고 때마침(?) 발차하는 엔진음이 힘차게 울렸고 나는 그 시간에 맞춰 녹음 버튼을 딸깍 눌렀다. 좀 길게 녹음을 시도했고 녹음 모드에서 빠져나와 음악 모드로 들어갔을 때 이어폰에서는 그럭저럭 좋은 음질의 구동음이 담겨있었다.
‘부르르르으으으응 - - - ’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엔진의 구동소리……. 사람들이 그렇게 악평을 가했던 엔진 구동음이나 좌석의 승차감 등은 그간의 평가와는 오히려 상반되는 느낌이었다. 내 개인적인 느낌이었을까….
녹음을 중단하고 잠시 눈을 붙이기로 하였다. 오전 6시 47분경부터 쉴새없이 시작한 본인의 여정…. 잠시 눈을 붙이고 피곤을 푸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인지 동대구를 발차해 영천을 지날 무렵 잠을 자는 정도가 아닌, 완전히 곯아떨어져버렸다. 경주역 부근을 통과할 때에 잠시 깼었고 마침 경적을 울리고 있었기에 서둘러 자동 셧다운된 MP3를 켰으나 그 사이에 경적음은 다 진행되고 다시 울리지 않았다. 하릴없이 잠을 다시 잤다.
한참을 자다가 다시 경주 이남을 통과할 때 다시 깼다. 헤롱거리며 깨 보니 간이역을 벌써 몇 차례씩이나 통과해 버렸고 벌써 울산에 다 와가고 있었다. 약 2시간에 걸친, 울산을 향한 여정…….
마침내 열차는 울산역에 정차했다. 출입문이 열리고 나는 거의 2시간 동안 내버려둔 디지털 카메라를 다시 가동해 보았다. 놀랍게도 작동이 되었지만 빨간 배터리 경고등은 여전했다. 빨리빨리 찍지 않으면 영영 카메라가 꺼지기 때문에 서둘로 SQ2, 640x320으로 설정하고 두 컷을 찍었다. 찍고 사진을 저장하자마자 다시 카메라가 꺼졌다. 배터리를 꺼내고 다시 넣어봐도 다시는 켜지지 않았다. 이제는 일회용 카메라의 도움이 절실했다.
8) NDC의 귀여운 외형. 하지만 흰색 KORAIL이라는 글자는 뭔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옛날의 그 검정색 마크는 이제, 영원히 없어진 걸까...
9) 배터리가 닳기 직전 마지막으로 촬영한 사진. NDC는 이때따라 유난히 길어보였다. 노랑과 빨강의 부드러운 곡선의 조화... 이제 볼 수 없는 광경이 될 것이다.
=====================================================================================
최종적으로 시승기를 정리해 보니 8 ~ 9편까지 나오네요. ^^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끝... 열심히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록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덧 : 사진이 안 보이시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 현재 배경음악 : '서울 1945' 중에서 '개희의 노래' -
삭제된 댓글 입니다.
2006년 7월 15일 일요일 새벽 2시 24분 현재 수정했습니다. ^-^
에... 에엑!!! 91년산(2*3 리뉴얼 안하고 개조, 좁은 좌석에 넓은 입석- 구형시트)가 편하다니--
제가 노곤했었나봐요. ^-^;; 그런데 편하긴 편했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