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도감
우정인
보고되지 않은 종에 대해 쓴다
화석으로도 발견된 적 없기에 뼈의 길이와 섭생을 유추할 수 없다
그들은 아래층과 위층 사이에 서식한다
쿵쿵과 고요함 사이에 끼어 산다
쉽게 깨어지는 구름과 하루 사이에 나타났다 사라진다
꼬리뼈가 지워진 자리 망할, 불면증에도
그것은, 산다
여러 마리가 뒤엉켜 살기도 한다
발자국 화석이 보고된 적 없으나 유인원과 동종으로 유추된다 발 소리는
깊은 밤, 더욱 우렁차다
이 동물을 야행성이라 쓰기로 한다
짧고 간결하게 스타카토, 길고 지루한 난타, 의자 긁는 소리, 피아노 소리, 진공청소기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낼 수 있다 알 수 없는 고함소리, 낭묘와 여묘처럼 수상한 울음, 암컷과 수컷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바람의 여백 침묵과 침묵 사이에 때때로 둔탁한 마침표를 남긴다
수많은 제보가 모여들지만
아무도 그들을 목격했다는 보고는 없다
인터폰이나 초인종 소리에 거칠고 포악해진다는 제보가 때때로 접수된다
그냥, 살고 있다고 쓴다
멸종 기대 동물, 이라고 쓴다
우리 집 위층에도 있다고 쓴다
--애지 2025년 봄호에서
우리 인간들은 무리를 짓는 동물이며, 최초의 인간들은 원숭이처럼 무리를 짓고 살았을 것이다. 네것과 내것이 없고 사회적인 환경과 역할에 따라 일을 하고 공동체 사회의 재화들을 분배하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나, 이처럼 공동체의 열린 사회로부터 그 모든 것이 내것과 네것으로 나누어지고,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제도가 신성시되면서 오늘날의 공동체 사회의 위기가 싹트게 되었던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사유재산은 신성불가침의 성역이며, 이 사유재산을 둘러싼 싸움은 가장 잔인하고 무섭고 두려운 싸움이 되었다고 할 수가 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가깝게 살아도 안 되고, 너무 멀리 떨어져 살아도 안 된다.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의 보호를 최우선적인 가치로 채택하고 있는 자본주의적인 삶은, 그러나 이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이 모조리 무너지고, 그야말로 ‘개사육장’과도 같은 주거의 형태를 띠게 된다. 말 한 마디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자그만 기척 소리에도 살기를 띤다. 무엇을 묻거나 도움을 요청해도 너무나도 차갑고 쌀쌀하게 대하고, 언제, 어느때나 상냥하고 친절하게 인사를 해도 너무나도 무섭고 섬뜩한 적의의 눈초리로 노려본다.
우정인 시인의 [신종 도감]은 새로운 인종에 대한 보고서이자 이 새로운 인종에 대한 최후의 판결문과도 같다. 우정인 시인은 시인이자 의사이고, 사회학자이자 심리학자이고, 또한 그는 인류학자이자 재판관이다.
그는 새로운 인종, 즉, “보고되지 않은 종에 대해” 쓰며, “화석으로도 발견된 적 없기에 뼈의 길이와 섭생을 유추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아래층과 위층 사이에 서식”하고, “쿵쿵과 고요함 사이에 끼어 산다.” “쉽게 깨어지는 구름과 하루 사이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꼬리뼈가 지워진 자리 망할, 불면증에도” 그들은 산다. “여러 마리가 뒤엉켜 살기도” 하고, “발자국 화석이 보고된 적 없으나 유인원과 동종으로 유추된다.” “깊은 밤, 더욱 우렁”차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급기야는 그 층간 소음 때문에, “이 동물을 야행성이라”고 쓰기도 한다. “짧고 간결하게 스타카토, 길고 지루한 난타, 의자 긁는 소리, 피아노 소리, 진공청소기 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낼 수” 있고, “알 수 없는 고함소리, 낭묘와 여묘처럼 수상한 울음”으로 “암컷과 수컷”을 구분할 수도 있다. “바람의 여백 침묵과 침묵 사이에 때때로 둔탁한 마침표를” 남기기도 하고, “수많은 제보들이 모여들지만/ 아무도 그들을 목격했다는 보고는” 없고, “인터폰이나 초인종 소리에 거칠고 포악해진다는 제보가 때때로 접수”되었다.
자본주의 사회는 탐욕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사회이며,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는 사회라고 할 수가 있다.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에 대한 극단적인 신성화는 대자연을 파괴하는 만행이자 공동체 사회를 파괴하는 악마의 짓이라고 할 수가 있다. 무리를 짓는 공동체 사회의 열린 공간으로부터 단독주택이 들어서고 사유재산제도가 신성시되면서 우리 인간들의 삶의 터전인 공동체 사회가 붕괴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대도시의 아파트는 가장 인구밀도만 높을 뿐, 모든 인간들이 너무나도 잔인하고 끔찍한 적대 관계로 살고 있는 반사회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가 있다.
우정인 시인은 어쩔 수 없이 “그냥, 살고 있다고” 쓰며, “멸종 기대 동물, 이라고” 최후의 판결문을 작성한다.
멸종 기대 동물----. 아니, 인간은 무리를 짓는 동물이 아닌 반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할 수가 있다.
나만 있고 우리가 없으며, ‘스페이스 X’의 ‘우주식민지 프로젝트’는 무자비한 약탈과 살육을 자행한 강도들의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지구탈출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가 있다.
알렉산더 대왕과 한국 대통령, 나폴레옹 황제와 한국 대통령, 트럼프와 이재명 중 누가 더 고귀하고 위대한 인물이란 말인가? 학문중의 학문인 철학을 공부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보다 더 크다. 아아 한국인들아, 당신들이 과연 세계를 지배하고 통치할 능력이 있단 말인가? 아아, 영원한 돌대가리 민족, 우리 한국인들은 구원받을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