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제미인(含睇美人)
눈길 고운 미인이라는 뜻으로, 수선화가 언제 고운 자태를 드러낼 것인가 하는 의미이다.
含 : 머금을 함
睇 : 흘끗 볼 제
美 : 아름다울 미
人 : 사람 인
출전 : 水仙花三絶句. 爲黃山樞密賦.
황산(黃山) 김유근(金逌根)이 자하(紫霞) 신위(申緯)에게 편지를 보냈다. 서두의 인사가 이랬다. '매화의 일은 이미 지나가고, 수선화는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너무 적막하여 마음을 가누기 어려운 아침입니다.(梅事已闌, 水仙未花, 正是寂寥難遣之辰.)'
분매(盆梅)의 매화꽃은 이미 시들고, 구근에서 올라온 수반 위 수선화 꽃대는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다. 꽃 진 매화 가지에 눈길을 주다가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수선화 꽃대로 시선을 옮겨본다.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겠다. 그러다가 문득 그대 생각이 나더라는 얘기다.
신위는 답장 대신 ‘수선화(水仙花三絶句. 爲黃山樞密賦)’ 시 세 수를 지어 보냈다. 그 둘째 수는 이렇다.
無賴梅花 笛催,
玉英顚倒點靑苔.
東風吹縐水波綠,
含睇美人來不來.
얄미운 매화가 피리 연주 재촉터니, 고운 꽃잎 떨어져 푸른 이끼 점찍는다. 봄바람 살랑살랑 물결은 초록인데, 눈길 고운 미인은 오는가 안 오는가?
시의 사연은 이렇다. '매화가 피면 그대와 함께 달빛 아래 피리를 불며 꽃 감상을 함께하고 싶었소. 그런데 하마 그 꽃잎이 떨어져 푸른 이끼 위에 흰 점을 찍어 놓았다니 애석하구려. 봄바람은 수면 위에 잔주름을 만들고 물빛은 초록이 한층 짙어졌습니다. 이 같은 때 눈길 그윽한 미인은 언제나 그 고운 자태를 피워낼는지요. 우리의 요다음 만남은 수선화가 필 때로 정하십시다.'
정학연(丁學淵)의 척독(尺牘)을 모아 엮은 '척독신재(尺牘新裁)' 속의 짤막한 편지 한 통은 사연이 이렇다.
'골목길의 수양버들이 이미 아황색(鵝黃色)을 띠자 유람의 흥취가 불쑥 솟는군요. 송기떡[餑餠]과 꽃지짐[花糕], 청포묵[菉乳]과 미나리가 요맘때의 계절 음식인데, 오늘 아침 시장에서 보았습니다.'
아황색은 노란색에 가까운 연둣빛이다. 가지에 노랗게 물이 오르는가 싶더니 연둣빛의 새잎이 아련히 돋아났다. 청포묵을 쑤어 미나리에 무쳐 먹으니 겨우내 군내 나는 묵은 김치에 시큰둥하던 입맛이 단번에 돌아온다.
송기떡과 화전도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밖은 떠들썩한데 내면은 적막하다. 이 꽃 봄에 편지로 오가던 옛 사람의 마음과 입맛을 생각한다.
▶️ 含(머금을 함)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속으로 숨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今(금, 함)으로 이루어졌다. 입 속에 넣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含자는 ‘머금다’나 ‘품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含자는 今(이제 금)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今자는 입안에 무언가를 머금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본래의 의미는 ‘머금다’였다. 그러나 후에 今자가 ‘이제’나 ‘지금’이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여기에 口자를 더한 含자가 ‘머금다’라는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이처럼 한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본래의 의미를 뺏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다른 글자를 더해 뜻을 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含(함)은 어떤 물질이 들어 있음의 뜻으로 그 물질 이름의 앞에 붙여 쓰는 말로 ①머금다 ②품다 ③참다, 견디어내다 ④싸다, 담다, 넣다, 싸서 가지다 ⑤초목(草木)이 꽃을 피우다 ⑥무궁주(無窮珠: 염할 때 죽은 사람의 입속에 넣는 깨알처럼 작고 까만 구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쌀 포(包), 머금을 암(唵), 에워쌀 위(圍), 묶을 괄(括)이다. 용례로는 짧은 말이나 글 따위에 많은 내용이 집약되어 간직되어 있음을 함축(含蓄),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 분량을 함량(含量), 어떤 성분을 안에 가지고 있음을 함유(含有), 원망의 뜻을 가짐을 함감(含憾), 물을 포함 함을 함수(含水), 금이 들어 있음이라는 말을 함금(含金), 심령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중생을 이르는 말을 함식(含識), 어떤 물질 속에 기름이 들어 있음을 함유(含油), 입을 다물고 잠잠히 있음을 함묵(含黙), 웃음을 머금거나 웃는 빛을 띰을 함소(含笑), 원한을 품음을 함원(含怨), 마음속에 넣어 두고 참음을 함인(含忍), 독한 마음을 품음을 함독(含毒), 눈물을 머금음을 함루(含淚), 분한 마음을 품음을 함분(含憤), 석탄이 들어 있음을 함탄(含炭), 쓰라린 고통을 참음을 함산(含酸), 철을 함유함을 함철(含鐵), 당분을 포함함을 함당(含糖), 포함되어 있는 비율을 함률(含率), 불평을 품음을 함혐(含嫌), 욕된 일을 참고 견딤을 함구(含垢), 말을 입 안에서 우물우물 하고 모호하게 함을 함호(含糊), 어떤 사물이나 현상 가운데 함께 들어 있거나 함께 넣음을 포함(包含), 음식을 먹으며 배를 두드린다는 뜻으로 천하가 태평하여 즐거운 모양을 함포고복(含哺鼓腹), 분을 품고 원한을 쌓음을 함분축원(含憤蓄怨), 근거 없는 말을 하여 남을 함정에 빠뜨림을 함혈분인(含血噴人), 모래를 머금어 그림자를 쏜다는 뜻으로 몰래 남을 공격하거나 비방하여 해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을 함사사영(含沙射影) 등에 쓰인다.
▶️睇 : 흘끗 볼 제
▶️ 美(아름다울 미)는 ❶회의문자로 羙(미)는 동자(同字)이다. 크고(大) 살찐 양(羊)이라는 뜻이 합(合)하여 보기 좋다는 데서 아름답다를 뜻한다. 羊(양)은 신에게 바치는 희생의 짐승이다. 신에게 바치는 살찐 양에서 맛있다, 아름답다, 훌륭함하다는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美자는 ‘아름답다’나 ‘맛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美자는 大(큰 대)자와 羊(양 양)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갑골문에 나온 美자를 보면 머리에 장식을 한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양은 상서로움을 상징하기에 美자는 양의 머리를 장식으로 한 사람을 그린 것으로 보기도 한다. 고대에는 제를 지내거나 의식을 치르기 위해 제사장이 머리에 특별한 장식을 했었다. 그래서 美자는 머리에 양의 뿔이나 깃털 장식을 한 사람을 그려 ‘아름답다’라는 뜻을 갖게 된 것으로 풀이한다. 그래서 美(미)는 ①눈으로 보았을 때의 아름다움 ②감성적 대상에 대하여 느껴지는 것으로서 개인적 이해 관계가 없는 곳에 이루어져 심적 쾌감을 일으키는 요소 ③성적이나 등급 따위를 평정하는 기준의 한 가지 ④어떤 명사 앞 뒤에 붙이어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말 ⑤미국 등의 뜻으로 아름답다, 맛나다, 맛이 좋다, 맛있다, 경사스럽다, 즐기다, 좋다, 기리다, 좋은 일, 미국의 약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름다울 가(佳), 아름다울 가(嘉), 착하고 아름다울 미(媺),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추할 추(醜)이다. 용례로는 공간 및 시각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을 미술(美術), 아름답게 생긴 여자를 미인(美人), 아름다운 덕성을 미덕(美德), 아름다운 얼굴 모습을 미모(美貌), 아름다움과 추함을 미추(美醜), 아름답게 꾸밈을 미화(美化), 성격 상으로 아름다운 점을 미점(美點), 아름답게 생긴 남자를 미남(美男), 아름다운 풍경을 미경(美景), 아름다워서 볼 만한 경치를 미관(美觀), 아름답고 고움을 미려(美麗), 아름다운 풍속을 미풍(美風), 미인은 흔히 불행하거나 병약하여 요절하는 일이 많다는 미인박명(美人薄命), 아름답고 좋은 풍속을 미풍양속(美風良俗), 아름다운 말과 글귀라는 미사여구(美辭麗句), 좋은 술과 좋은 과일을 미주가과(美酒佳果), 용모의 아름다움이 관에 달린 옥과 같다는 미여관옥(美如冠玉) 등에 쓰인다.
▶️ 人(사람 인)은 ❶상형문자로 亻(인)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것을 옆에서 본 모양을 본뜬 글자. 옛날에는 사람을 나타내는 글자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썼으나 뜻의 구별은 없었다. ❷상형문자로 人자는 ‘사람’이나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人자는 한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이기도 하다. 상용한자에서 人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만 해도 88자가 있을 정도로 고대 중국인들은 人자를 응용해 다양한 글자를 만들어냈다. 이전에는 人자가 두 사람이 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해석을 했었지만, 갑골문에 나온 人자를 보면 팔을 지긋이 내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었다. 소전에서는 팔이 좀 더 늘어진 모습으로 바뀌게 되어 지금의 人자가 되었다. 이처럼 人자는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사람의 행동이나 신체의 모습, 성품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人(인)은 (1)사람 (2)어떤 명사(名詞) 아래 쓰이어, 그러한 사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사람, 인간(人間) ②다른 사람, 타인(他人), 남 ③딴 사람 ④그 사람 ⑤남자(男子) ⑥어른, 성인(成人) ⑦백성(百姓) ⑧인격(人格) ⑨낯, 체면(體面), 명예(名譽) ⑩사람의 품성(稟性), 사람됨 ⑪몸, 건강(健康), 의식(意識) ⑫아랫사람, 부하(部下), 동류(同類)의 사람 ⑬어떤 특정한 일에 종사(從事)하는 사람 ⑭일손, 인재(人才)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진 사람 인(儿),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짐승 수(兽), 짐승 수(獣), 짐승 수(獸), 짐승 축(畜)이다. 용례로는 뛰어난 사람이나 인재를 인물(人物), 안부를 묻거나 공경의 뜻을 표하는 일을 인사(人事),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인권(人權), 한 나라 또는 일정 지역에 사는 사람의 총수를 인구(人口), 세상 사람의 좋은 평판을 인기(人氣),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이르는 말을 인류(人類), 사람의 힘이나 사람의 능력을 인력(人力), 이 세상에서의 인간 생활을 인생(人生),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재(人材), 사람의 수효를 인원(人員), 사람으로서의 됨됨이나 사람의 품격을 인격(人格), 사람에 관한 것을 인적(人的), 사람을 가리어 뽑음을 인선(人選), 사람의 힘이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을 인위(人爲), 사람의 몸을 인체(人體), 사람의 얼굴의 생김새를 인상(人相), 한 사람 한 사람이나 각자를 개인(個人), 나이가 많은 사람을 노인(老人), 남의 아내의 높임말을 부인(夫人), 결혼한 여자를 부인(婦人), 죽은 사람을 고인(故人), 한집안 사람을 가인(家人), 장사하는 사람을 상인(商人), 다른 사람을 타인(他人),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의 삶이 헛되지 아니하면 그 이름이 길이 남음을 이르는 말을 인사유명(人死留名), 인생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무상(人生無常),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이 짧고 덧없다는 말을 인생조로(人生朝露),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였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인면수심(人面獸心), 정신을 잃고 의식을 모름이란 뜻으로 사람으로서의 예절을 차릴 줄 모름을 인사불성(人事不省), 사람의 죽음을 몹시 슬퍼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인금지탄(人琴之歎)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