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사전적 의미를 봅니다. 사기는 사실을 오인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남을 속여서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얻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럴듯한 속임수로 상대를 현혹시킨 뒤 판단을 흐리게 해서 금품을 뜯어내는 수법을 일컷는 말입니다. 지금 이 사회는 사기 천지입니다. 사기에는 단순한 경제적 측면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정치 사회 문화속에서도 사기치는 세력이 상당합니다. 경제 사회적 측면으로 좁혀 볼 때 보이스피싱이란 조악한 방법으로 거액을 탈취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세사기도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요즘 두드러지게 많은 것이 바로 전세사기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전국적으로 2만3700여명이고 지역별로는 서울이 6300여명, 경기 4900여명, 대전 2980여명, 인천 2940여명, 부산 2500여명 등입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청년들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노인 등 사회적 경험과 훈련이 덜 된 사람이거나 노약자들입니다. 상당수가 형편이 어려워 다가구주택에 입주했다가 사기를 당합니다. 현재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됐다고 하지만 미흡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매와 공매를 유예해주고 주택구입자금과 전세 대출 등이 전부로 이미 사라져버린 전세금을 원천적으로 회복할 길을 없는 것입니다. 전세사기는 후진적인 주택공급 정책과 허술한 등기제도 탓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하다하다가 이제는 전직 경찰까지 전세사기에 합류했습니다. 전직 경찰인 40대가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전직 경찰은 지난 2022년부터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 빌라 임대 사업을 하며 임차인 50여 명에게 전세보증금 60억 원 상당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임차인에게 경찰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사기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보이스피싱입니다. 보이스피싱의 폐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더욱 교묘해지고 악랄해지고 있습니다. 얼마전 60대 피해자는 16억원 정도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60대 피해자가 뜯긴 16억원은 1인 기준 피해 사례로 볼 때 역대 3번째로 큰 금액입니다. 피해자는 전세금으로 받은 16억원을 여러 은행에 나눠 예치했습니다. 그런데 한달후 보이스피싱 일당으로부터 본인 명의로 카드가 발급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일당들은 명의가 도용된 것 같다며 범죄사건에 연루된 것처럼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피해자에게 겁을 주었습니다. 일당들은 피해자 휴대폰에 악성 URL이 포함된 메시지를 보내 좀비폰상태로 만든 뒤 피해자 휴대폰을 통해 10분 만에 5개 계좌 적금을 해지한 뒤 모두 30회에 걸쳐 돈을 인출했습니다.
물론 전세사기나 보이스피싱도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 사회에 이런 사기 사건이 버젓이 백주대낮에 자행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우려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전세사기범들이 공모해서 세입자을 속이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입니다. 아무리 깐깐하게 들여다 봐도 속이겠다고 마음먹은 사기범들을 당할 수 없습니다. 보이스피싱도 마찬가지입니다.보이스피싱으로 이제 휴대폰에 전해오는 메시지도 함부로 들어다 볼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모든 메시지가 다 보이스피싱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전세사기나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범죄에 대해 경찰당국은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보이스피싱의 경우 일당들이 해외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단속이 매우 힘들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조심하라는 것은 세상의 범죄에 각자도생하라는 말과도 비슷해 참으로 무책임한 말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하루종일 휴대폰 메시지에 긴장하며 살 수는 없는 것입니다. 뭔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사회에 불신의 벽을 더욱 높게 쌓게 하는 주범이 바로 사기범들입니다. 사기범들이 설친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회가 허술하다는 것이고 경찰력을 우습게 안다는 것과도 마찬가지 말입니다. 사기는 가장 저급한 범죄수법이지만 가장 악랄한 범죄유형이기 때문에 더욱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사기범들이 활개를 치면 칠수록 사회의 불신은 높아만질 것입니다.
2024년 11월 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