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성열의 주루플레이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많은 회원들께서 의견을 주셨습니다.
다 일리가 있는 말씀들이고, 이렇게 건전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우리 카페이기에 더욱 야구 볼 맛이 납니다.
그래서 좀 더 자세하게 3루코치의 활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요점은 이겁니다.
주자는, 타구가 자신의 시야에 들어와 있는 동안에는 본인의 판단으로 주루 플레이를 하고,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는 3루코치의 사인에 따른다.
이때 주자의 시야라 함은 달리는 속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까지를 말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발의 차이로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한 것입니다.
1사 1루에서 우전 안타가 터졌습니다.
주자는 2루로 달려가야 하는데, 2루에서 멈출 것인가 3루까지 달릴 것인가 하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런데 주자가 달려가며 우익수 쪽을 확인하려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야 합니다.
오른쪽을 보면서 왼쪽으로 달려가면 속도가 많이 줄어듭니다.
오히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서 3루코치를 보면서 왼쪽으로 달려가면 속도가 줄지 않습니다.
어제 정은원의 홈 슬라이딩을 보셨죠?
정말 깻잎 차이가 아니겠습니까?
그런 간발의 차이로 1점이 오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달리는 속도의 유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3루코치를 보는 것인데, 이때 3루코치는 주자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3루코치는 주자 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몸으로 중계만 해주면 됩니다.
우익수 쪽에 안타가 났을 경우, 우익수가 잡아서 송구할 태세가 될 수도 있고, 펌블을 하거나 뒤로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3루코치는 우선 돌리다가 송구상황이면 스톱, 펌블이면 신나게 돌리면 됩니다.
주자는 뒤를 보지말고 속도를 유지한 채 달리다가 3루코치가 세우면 2루로 가고, 돌리면 3루로 가는 것이죠.
오버런을 걱정하시지만, 주자가 속도를 내서 2루를 돌아가려 하면 우익수는 3루로 송구를 하기 때문에 충분히 안전합니다.
대신에 아주 작은 펌블에도 3루를 점령할 수 있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입니다.
그런데 실전을 보면, 주자가 타구를 보다가 2루에서 속도가 줄었는데 우익수가 펌블하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뛰려하니 이미 늦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제처럼 1사 2루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뒤로 플라이가 뜨면 스타트를 끊고 3루코치를 보면서 달립니다.
3루코치는 빨리 판단을 내려서 몸으로 그 상황을 주자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어제 상황에 대입한다면, 시프트가 있었으니까 3루코치가 애매하여 세웠을 수도 있고, 안타를 확신하여 돌렸을 수도 있습니다.
세웠다면, 이성열이 2루로 돌아가다가 자기 눈으로 안타를 확인하게 되니 3루까진 갔겠지요.
그러나 돌렸다면, 득점입니다.
하지만 이성열이 처음부터 자기 눈으로 확인하려 했기 때문에 3루까지 밖에는 못가는 겁니다.
이건 작은 차이가 아닙니다.
제가 꾸준히 이 이야기를 하는데, 이건 저 혼자 머릿속에서 생각해낸 것이 아니고, 저 중학교 때 야구부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엄청 강조하셨던 내용입니다.
그때는 선수들이 1루와 3루코치를 나갔는데, 그 선수들에게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말라고 하셨지요.
경기에 집중하면서 주자가 없을 때는 투수에게 구찌를 날리고, 주자가 나가면 견제에 걸리지 않도록 ‘돌아간다’와 ‘빽’을 외치고, 타구가 발생하면 온몸으로 주자 뒷 상황을 전달하는 것이 임무였습니다.
우익수 쪽에 상황이 생겼을 때, 주자는 타구가 보일 때는 자기 판단으로 뛰고, 2루로 가면서 공이 안 보이면 주루코치를 보고, 3루를 돌아서 다시 공이 보이면 자신이 판단해서 주루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정석이라는 겁니다.
물론 어제 이성열처럼 하면 안전빵입니다.
이걸 선호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제가 주절거렸던 것은, 제가 선호하는 야구가 미세한 부분을 파고들어 상대를 괴롭히는 적극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야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몰볼과 불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야구관을 갖고 있지요.
이 카페에 와서 선발 중심의 관리야구에도 많은 것을 배웠지만,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스몰볼의 쾌감은 버릴 수가 없네요. ^^
시중에 오해가 많은데, 스몰볼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공격야구입니다.
작년에 우리가 미흡했던 플레이를 모아보니 14개인가 되었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올해 우리 팀은 작년과 같은 수준이 아닙니다.
정말 짜임새 있는 팀으로 변모했구요, 그런 부분에서 강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달리는 말에 한 번 더 박차를 가하자는 뜻으로 뻘글 올렸습니다.
오늘도 승리를!!!
이글스 파이팅!!!
첫댓글 좋은 지적이네요
디테일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한화같이 빠따가 강하지 않는 팀에게는
다시한번 댓글을 달게 되네요.
말씀처럼 행동했다면, 3루코치가 팔을 돌렸고 그로인해 1득점 가능했습니다. 그 부분이 답답해서 글 쓰셨다는건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제타구는..주자가 공을보지 않고 일단 전속력으로 뛰었을때(3루코치를 처음부터 보고 뛴다는것은, 전속력으로 뛴다는 가정을 해야합니다. 천천히 뛰면서 3루코치 보는건 의미없죠. 그럴거면 본인이 판단하는게 맞습니다), 2루수가 잡을 타구였다면, 병살타가 되는겁니다. 전속력으로 뛰다가 코치사인보고 몸을 뒤돌아서 돌아가기에는 잡힐수밖에 없습니다.
수비시프트가 이미 되어있다는걸 알고 있는 주자였기에 상황에 맞는 주루플레이를 한겁니다. 센스가 부족했던거죠.
이런 대화는 너무 좋습니다.
어제 이성열은 스타트를 끊었어야 했다고 봅니다.
관건은 3루코치가 얼마나 빨리 판단해줄 수 있느냐겠지요.
그 판단에 따라 서너발 차이가 날겁니다.
그리고 특수한 상황이니 만큼 천천히 뛰면서 코치를 보더라도 그게 낫습니다.
어제 이성열은 본인이 판단하느라고 한 발도 떼지 못했습니다.
체공시간이 있어서 충분히 판단 가능하고, 홈에 들어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꼭 홈에 들어오지 못하더라도 이 기본은 지켰으면 좋겠는데, 선수도 코치도 그렇게 치열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어제 상황이 안전빵인 것은 확실합니다.
다시 화면을 보았는데요, 수비 시프트가 깊었더군요.
회원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성열은 상황에 맞는 주루플레이를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선수들이 3루코치는 신뢰하지 않는 느낌이 들더군요
저도 빅볼 보다 스몰볼 작전이 많은 야구를 좋아 합니다 이승엽보다 이종범을 훨씬 더 좋아 하구요
애초에 이성열은 주루 센스 있는 선수가 아니죠.
타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다음에야 뛰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 선수는 이용규 정근우가 아니니까요
주루센스까지 갖췄다면 물론 더 좋겠지만
장타 생산 능력에 주루센스까지 있었으면
이미 20대 시절부터 다른 커리어를 쌓았겠죠
그런 세세한 부분이 훈련으로 쌓인다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힘이나 유연성보다 그런 센스를 기르는게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그릇의 차이겠지요.
저는 이용규에게 찬스에서의 홈런을 기대하지 않는 것 처럼
이성열에게는 세밀하거나 빠른 주루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전제: 김태균의 타구는 낮고, 느리고, 짧았다.
이것이 제 전제입니다. 이게 팩트라고 가정하면, 이성열의 주루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야구를 보는 눈이 나쁜편은 아니라고 자부하며, 사회인야구를 10년째 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렇게 말씀드립니다.
근데 글쓴이께서 전제로 하고 있는 부분은, 그 공이 꽤나 높은 플라이 타구였던것처럼 여기시는 듯 합니다. 바가지 안타성 타구였다면 님께서 제시하신 논리대로 플레이가 펼쳐지는게 맞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다만 제 전제가 맞다면 어제 이성열의 플레이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3루 코치와의 호흡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회원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다시보기 해보았는데, 김태균의 타구는 라인드라이브는 아니었지만 낮고 느리고 짧았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성열의 플레이는 문제가 없습니다.
인정합니다.
괜히 이성열에게 뭐라해서 미안하네요. ㅠㅠ
제가 쓴 글은 공격적이고 효율적인 주루를 하자는 뜻인데, 괜히 적절하지 않은 사례를 드는 바람에 본말이 전도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됩니다.
지금 우리 팀의 기조가 최재훈이 도루를 할만큼 공격적인 주루인데, 3루코치를 잘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smamets 넵! 그게 지금 우리가 2글스인 이유겠죠!^^ 적극적이고 똘똘한 플레이를 해주길 기대합니다! 선수들이 3루 코치와 사전에 미팅을 가져서 상황별 대응법에 대한 합의를 거치면 좋을 것 같아요.
훌륭한 분석에 찬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