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집회에 갔습니다.
솔직히 말해 집회 가기 전에 그 집회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들이 들었습니다.
이 곳에 가는 것이 옳은 것일까부터 생각해서 등등...
그래도 가봤습니다.
네. 집회는 이명박의 교육정책들에 반대하는 집회였습니다.
참 중요한 주제들입니다.
0교시네 보충이네 기타등등 경쟁심화형 제도들은 청소년들의 삶을 궁핍하기 짝이 없게 만들테니까요.
근데 말이죠.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이명박의 그런 교육정책들에 대해 반대한다는 점은 저와 같았지만, 적어도 어떻게 반대를 해야하는가 내지는 무엇에 반대하는가에 대해서는 저와 생각이 많이 동떨어져있었습니다.
사교육에 대한 반대가 공교육의 강화로 이어지는 점들이라든지 그런 점들에 대해선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집회 중 대단히 불쾌하고도 역겨운 모습들을 꿋꿋하게 견뎌내며 집회에 임하고 있었습니다만,
그게 홍세화씨랑 같이 나왔던 아무개씨의 발언이었습니다. 누군지 모르고 별로 관심도 없었지만 그 발언들 중 한 발언은 저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습니다.
말씀인즉 어느 교사분인것같았는데 '우리같은 어른들이 대신 나가서 바꿔주겠다.'라는 논리의 말이었지요.
저는 순간적으로 '야이 새끼야 꺼져라! 여기 모인 청소년들은 뭐냐!' 라고 소리쳤지요. 청소년이라고 했는지 학생이라고 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적어도 전 이 발언이 굉장히 잘한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두 한번 쓱 보고는 그 미친놈의 발언에 박수를 쳐주긴 했지만..
아마도 제가 이런 말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다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겁니다.
'아 왜 또 저런거에 욕하고 지랄이야'
이 날의 집회는 청소년들이 꽤 많이 모인 집회였습니다. 설령 청소년들이 적은 집회더라도 청소년들이 참여한 집회였습니다.
적어도 청소년들과 '동지로써 연대'한다면 '엘리트가 대신 나가서 해주겠다.'라는건 해서는 안 될 소리인겁니다.
연대단체들간의 체면이나 예의가 무엇이건간에 이 발언은 그 자리에 모여있는 청소년들을 단숨에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발언 그 자체였습니다.
'청소년 동지들과 함께 싸워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면 저도 박수를 쳐 줬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물론 교사분들은 왠만큼 권위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 말투부터가 거북한 경우가 대다수입니다만 그 점은 다른분들이 이야기하실것을 기대하고 생략하겠습니다.) 세상에 잘난 엘리트가 대신 싸워주고서도 제대로 되었던 혁명을 저는 결코 본 일이 없습니다.
예. 예. 아마도 제 입장에 반대하실 분들은 그렇게 말하겠지요.
"이명박이라는 큰 적이 있으니까 일단 우리는 그 대의에 뭉쳐야 해"
잘나셨습니다. 잘난 엘리트로써 대신 싸워줄 수도 있고, 연대한답시고 모인 동지들 앞에서 대신 싸워주겠다는 소리나 찍찍 내뱉는 분들이니만큼 이명박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0교시 폐지? 강제야자 폐지?
저는 이 모든 것들이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명박은 이 모든 것을 허락하겠지요. 그리고 그 협상의 테이블에서 0교시폐지와 강제야자 폐지를 댓가로 가장 먼저 교육운동 단체들이 양보할 것은 '청소년의 인권'일 것입니다. 이상하다구요? 당연합니다. 열심히 싸운건 저 선두에 서서 청소년 당사자들이지만 대신 싸워주겠다던 어른(엘리트)들에게 있어서 청소년들은 투쟁의 주체가 될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싸움이 승리로 갈 때 즈음, 그 잘난 엘리트의 권력의 수호가 싸움의 목적이 되어갈 즈음까지 말입니다
그 때에도 아마 이런 이야기는 나올 것입니다.
"이명박이라는 큰 적이 있으니까 우리는 그를 저지한다는 대의에 뭉쳐야 해"
그 싸움에서 승리라고 말할 뭔가가 선언된다면 싸움에 동참하였던 청소년들은 투쟁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 만큼 투쟁의 주변부로 밀려나고 투쟁으로 얻어낸 성과들을 '자칭 투쟁의 주체'였던 엘리트들에게 고스란히 뺏길 것입니다.
그리고 엘리트들은 새로운 지배층들이 되어서 이전에 싸웠던 청소년들을 억압하는 입장이 될 것입니다.
싸움이 승리하고서도 아무 것도 얻을 수 없거나 잘난 승리자(엘리트)들의 선심성 시혜들에 만족할 수 없었던 수많은 청소년들이 저항하기 시작하면 엘리트들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우리가 같이 이명박이라는 큰 적을 몰아내지 않았냐? 우리는 이 사실을 기념하고 숭상해야 한다. 지금 문제제기하는것은 우리의 싸움을 모독하는 행위다.'
저의 예측이 대단히 비약적이라면 비약적이죠.
이런저런 비판들. 아 좋습니다.
그런데 청소년단위와 연대를 맺을 때 청소년단위와 '연대'하는것인지, 청소년단위가 부려먹고 동원하기 편하며 팽하기에도 좋아서 '동원'하는것인지 햇갈릴 때가 너무 많습니다.
아마 엘리트들이 말하는 그런 연대와 그런 의제에서의 승리는 반드시 이뤄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청소년들의 행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그 사람들이 언제까지 연대할 수 있는 동지로 비춰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욕먹을것같기도 합니다만, 사실 이명박과도 싸워야하지만 집회장에서 저런식으로 청소년들이 투쟁의 주체로 나가는 것을 가로막는 자들과 치밀하게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명박이지만 다음은(가급적이면 현재는) 저들입니다.
첫댓글 이 분에게 박수를... 맞습니다. 누군가가 대신 싸워준 승리는 의미가 없습니다. 실컷 이용만 당하다 버려질 뿐이죠. 저런 자들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또 다른 적입니다.
저들은 권력과욕심그리고사심이곁들여잇는자들처럼보입니다..지금 이곳 에모이신 애국동지여러분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이미쳐돌아가는꼴보기싫어서 아무런 ㅈ욕심없이모인자리라구판단합니다..저기에모인 학생들역시마찬가지로 미친정권이 학생들에뜻과반대됏기때문에모엿다구생각해서권리를찾기위해모엿다구생각합니다 그런데 소위 엘리트란자들 저들은무엇인가여?
우리 아이들이 편안히 공부할 수 있는 세상!!!!!!!!!!!!!!우리가 가꾸어 나갈 세상입니다.....더는 기다리지 말고 행동으로 나가야 합니다..........우리 손으로 끌어내립시다.
아이들까지 집회를 해야 하는 현실... 부모들이 죄입니다. 어른들이 죄입니다. 우리 손으로 반드시 끄잡아내리자구요.
누군가 대신 나서 주겠지 라는 생각은 버려야 할때 ... 함께 나서야만 이루어 집니다..
이거 글쓴사람인데요. 일단 무단으로 제 글 끌어다 쓰신건 칭찬하고싶습니다. 애당초 저작권따위야 생각하는것에까지 소유권의 개념을 집어넣어서 인간을 속박하려는 최악의 수단이니까요. 그런데 제 글의 목적을 잘못 이해한것같은분들이 참 많군요. 나무도령님글은 동감하는데요 푸른늑대님. 세상에 애국동지라는 끔찍한 말도 싫지만 굳이 제가 반애국 반민족지향이라는점을 떠나 생각하더라도 제 글 제대로 읽어보신거 맞습니까? 저는 확실한 욕심을 가지고 주장하자는 말을 한 것이지, '사심없이 순수하게 참여한 이들'을 결코 좋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순수하게 참여한 이들'이라는 시각때문에 하나의 주제로 모인
운동에서 비판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각기 다양한 욕심을 가지고 싸우는것이고, 오히려 '애국시민'이라는 표현은 각기 다양하게 가지고 있는 욕심을 '애국'이라는 하나의 절대적인 명령으로 묶어버릴 위험성이 큽니다. 제가 요즘 일어나는 집회들에서 걱정하는점은 이명박을 무찌른 후에 이 움직임들이 잘못 방향을 잡을 경우엔 히틀러나 박정희시대급의 파시즘으로 나아갈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파시즘체제를 옹호하신다면 애국동지라는 표현 멋대로 쓰세요. 그런데 적어도 파시즘을 바라지 않는다면 애국심은 비판해야합니다.
한판// '우리 아이들'이라는 표현 되게 안좋아보입니다. 청소년단위랑 연대할때 '우리애들' 타령하시는분들 참 많은데 이런분들은 청소년들이 투쟁의 주체적인 축으로 나서는거 되게 싫어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대신 해줘야합니다.'이따위 소리나 하고있지요. 이것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글에 이미 썼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사랑과평화님은 제가 쓴 글 읽어본거 맞습니까? 사랑과평화님 댓글 읽으면 '우리 손으로'는 부모와 어른들의 손인것같군요. 당신들이 죄인인것은 맞습니다만, 끄잡아 내려지는건 죄인인 당신들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청소년들의 손으로 이뤄질겁니다.청소년들이 투쟁하는게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청소년들의 투쟁은 예전부터 있어왔고, 현재에도 존재하며 앞으로는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해방은 고작 이명박 하나 끄집어내린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에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을 돈주고 사고팔며 자신들의 노동력으로 쓰기 위해 재생산시키고있는 자본주의시스템이기도 하며 중앙집권적으로 인간을 관리하는 중앙집권적 국가체제 일반이기도 하고 민중을 기만하고있는 대의제민주주의체제이기도 하며 이 세상을 이 꼬라지로 말아먹게한 성인들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