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12월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지금의 [노인복지주택]이 [유료노인복지주택]이란 이름으로 처음 법에 등장합니다.
그 무렵 일본에 [유료노인홈]이란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또 직접 가서 보고 온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1993년이라면 지금처럼 고령자문제가 심각하지 않았을 때이지만, 일본을 자주 오고간 사람들, 특히 대기업들이 이를 먼저 보고 와서 이리 저리 연구했으리라 봅니다.
새로운 "산업"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들의 로비에 의해 복지부는 일본의 [유료노인홈]에 대해 제대로 속속들이 알아보지도 않고, 그 문제점에 주목하지도 않고 그해 12월 서둘러 노인복지법을 개정합니다.
이는 단순히 일본의 [유료노인홈]을 [유료노인복지주택]으로 이름만 바꿔 노인복지법 안에 한 항목으로 넣기만 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노인복지사업’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법인 등 비영리 법인만이 할 수 있던 것을 개인이나 영리법인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노인복지주택 흑역사'의 처음 시작이었습니다.
아직도 의료분야는 민영화 문제가 논란 중에 있습니다만, 노인복지분야는 이미 1993년에 민영화를 하기 위한 준비가 사실상 끝난 셈입니다.
노인복지분야의 민영화에 대해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했습니다. 또 일본의 사정을 알 아시는 많은 분들이 [유료노인홈]의 문제점을 들고 나와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 모든 것들을 깡그리 무시합니다.
오직 대기업을 중심으로 민영화를 주장하는 무리들의 말만 듣습니다.
이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전문가를 비롯한 일반국민의 목소리에는 지금까지도 귀를 아예 틀어막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듣고 싶은 소리만 듣습니다. 참 신기합니다.
1993년 당시 우려를 나타낸 많은 목소리 중 하나를 보겠습니다.
<일본 유료 노인홈 현황과 그 문제점 분석>
신경주(한양대 가정관리학과 교수)
한국주거학술논문집 제4권 1993년 9월 25일
위 논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본 유료노인홈 사태 발발(1981년 최초 발생-유료노인홈 향양회복지센타의 부도 발생)
2. 이에 일본 정부는 사태분석과 대책마련(1990년 4월 노인복지법 개정. 유료노인홈에 정부 개입 시작)
3. 일본노인복지법의 노인복지시설은,
①양호노인홈
②특별양호노인홈
③경비(실비)노인홈
④유료노인홈
으로 구분하고 이 중 ①~③은 복지지설 곧 조치시설이고, ④유료노인홈은 복지시설 곧 조치시설이 아닌 것으로 구분함.
그러나 유료노인홈에 대해서는 그 문제점으로 인해 일본후생성의 <행정지도 가이드라인>에 포함 시켜 정부 개입을 하게 함.
4.일본의 유료노인홈 규제 방법(법 개정 이후 달라진 점 중심으로)
①사후 신고에서 사전 설치단계에서부터 행정지도
②그동안 행정관청에서 ‘권고’만 하던 것을 ‘개선명령’이 가능하게 함
③‘유료노인홈 협회'를 법에 포함, 제도상 정착 시켜 자주노력의 기점화
④30년 장기 사업계획 제출 의무화, 상당수 입주자 모집된 후 착공 등 안정운영 도모
⑤비용부담 표시 의무화
⑥유료노인홈 거주 노인들이 자치모임 결성, 이에 사회학자 등을 참여시켜 문제해결에 노력
⑦유료노인홈 내에 자치기구를 결성, 입주자와 경영자 및 가족 대표 참여
5.우리나라의 '유료노인복지주택'에 대한 제언
①‘유료노인복지주택’의 입주권은 노인으로서는 최후의 선택임과 동시에 최고가의 선택이니 만큼
발생가능한 문제해결장치가 미리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②일본의 ‘유료노인홈’ 지도지침을 적극 도입해야만 한다.
③일본 ‘유료노인홈’의 가격을 참고하여 가격에 대한 통제장치가 있어야 한다.
④입주금과 매월 분담금 및 서비스내용을 명확히 해야 한다.
⑤입주금 산정방식을 공식화해서 대기업의 폭리를 막아야 한다.(총 공사비의 1/5을 입주자가 부담)
⑥유료노인복지주택이 기업의 이익추구에만 기여하는 것을 [노인복지법]으로 막아야 한다.
⑦문제해결을 위해 민간모임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여기서 총 공사비의 1/5을 입주자가 부담한다는 뜻은 나머지 4/5는 장기 계획에 의거(30년 장기 계획서) 장기적으로 회수되어야 한다는 말로, 이 사업은 민간사업이긴 하지만 이익 추구만이 목적이 아니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야 가능한 사업이라는 말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습니다만, 복지부는 이 경고를 듣지 않았습니다.
쓴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이겠지요.
그 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유료노인복지주택 사업을 시작하게 되고,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그 일들이 마침내 터져버렸습니다.
약 2003년부터 계속된 일이지만,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엉뚱한 개정안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정신하리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의 권리 침해를 막아야하는 본연의 자리에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사족-‘노유자시설’이 일본식 표현이듯, ‘흑역사’도 우리식 표현이 아닌 일본식입니다.
‘흑역사’란 팬들로서는 잊고 싶은 작품 뭐 그런 뜻이라 합니다.
[영화감독 누구 누구의 흑역사] 이런 것들입니다.
[(유료)노인복지주택]이야말로 우리나라 복지 역사에서 잊고 싶은,
진정한 ‘흑역사’입니다.
첨부-신경주 교수님의 복지부를 향한 강력한 경고1993
신경주_주거학회논문_일본 유료노인홈과노.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