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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26
s#1. 난정모 집 마당
난정, 박씨를 독기 서린 눈으로 노려본다.
박씨, 다시 난정의 뺨을 갈기는데 난정, 날아오는 박씨의 손을 휙 낚아챈다.
난정 : (박씨의 손을 움켜쥔 채 싸늘하게 쏘아보며) 마님, 손찌검하시는 버릇은 아직도 버리지 못하셨사옵니까?!
박씨 : (질리는) 뭬,뭬야?! 네 이년, 당장 이 손 놓지 못할까?!
난정 : 대갓댁 정부인께서 이 무슨 패악질이시옵니까?!
박씨 : ..패, 패악질?!..
난정 : 패악질이 아니면 무어란 말이옵니까?!
박씨 : (분이 나서 말도 안나온다)..네,네..이년..(돌아보며) 배서방, 양평댁- 뭣들 하는겐가?! 당장 이년을 잡아 꿀리게!
배,양평댁 : (눈치보며 쭈삣대고 다가오는데)..
난정 : (휙-노려보며) 나서지 마세요!!
배,양평댁 : (난정의 서슬에 움찔 멈춰서는)..!
난정모, 방문을 열고 나오다 난정과 박씨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버선발로 뛰어나온다.
난정모 : 마,마님!..난정아 이 대체 어찌된 일이냐?!
박씨 : (분한 숨을 몰아쉬며 난정모를 노려보며)..자네 딸년, 하는 짓거릴 보게!!
난정모 : 난정아, 얼른 그 손 놓아드려라!
난정 : 못놔요! 첩년의 딸도 사람이에요. 함부로 손찌검 마세요!
박씨 : 뭬야? 허면 니 년이 내 뺨이라도 치겠다는게냐?!
난정 : (정말 칠 듯이 무섭게 노려보는)...
박씨 : (그 눈빛에 흠짓 겁이 나는데)..?!
난정모 : 난정아!
난정 : (쏘아보다가 휙-박씨 손을 뿌리친다)...!
박씨 : ..이,이런 발칙한 년!
난정모 : (박씨를 보며) 마님, 대체 무슨 일로 이러시는겝니까?!
s#2. 동 난정모 방 안
난정모, 앞에 앉아있는 박씨를 놀란 눈으로 본다.
난정, 난정모 옆에 앉아있다.
난정모 : 예에? 난정이 때문에 옥련아씨가 파혼을 하셨단 말씀이옵니까?
박씨 : 자네 딸년이 내 사위 될 사람한테 꼬리를 쳐서 우리 옥련이의 전정을 망쳐 버렸네!
난정 : (휙 노려보며) 꼬리를 치다니요?! 함부로 말씀하시지 마세요!
박씨 : 네 이년! 함부로 말하지 말라니?! 네 어찌 이리도 무도하단 말이냐?!
난정 : 마님께서 이년 말은 듣지도 않으시고 찍어 누르시려고만 하시니 무도해 질 수 밖에요!
박씨 : 뭐, 뭣이라? 네 정녕 치도곤을 맞고 싶은게냐?!
난정 : 이년, 치도곤을 맞고 죽는 한이 있어도 할 말은 해야겠사옵니다. 꼬리를 친 것은 이년이 아니라 참의댁 도련님이시옵니다!
박씨 : 뭐,뭐라? 희량이가?
난정 : 믿지 못하시겠다면 참의댁 도련님을 불러 대질 시켜주시지요!
박씨 : 희량이가 뭐가 아쉬워 너같이 천한 계집에게 끌린단 말이냐?
난정 : 하오면 이년, 참의댁 도령이 무엇이 대단하다고 눈독을 들이겠사옵니까?!
박씨 : 네 이년! 감히 양반댁 도령을 모함할 작정이냐?!
난정 : 모함이라니요?! 박도령께서 이년을 평생의 정인으로 삼겠다고 하셨사옵니다.
(싸늘한 비웃음) 이년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면 차라리 죽겠다는 말씀까지 하시던걸요?
박씨 : (숨이 턱 막히는)..뭬,뭬야?
난정모 : 마님, 무슨 오해가 계신 듯 하오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지요.
박씨 : (난정모 휙-보며) 장흥댁, 자네까지 딸년과 한통속이 된겐가?
난정모 : 마님, 마님께서 옥련아씨를 생각하는 것이나 쇤네가 난정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사옵니다.
쇤네는 난정이를 믿사옵니다.
난정 : (뭉클한)...!
난정모 : 마님, 이만 돌아가셔서. 자초지종을 자세히 알아보신 연후에 오세요.
박씨 : (어이없어 보는)...?!
s#3. 동 난정모 마당
박씨, 벌컥 방문을 열고 나온다.
양평댁, 재빨리 다가와 박씨가 신발을 신는 것을 거든다.
난정모, 방문 밖으로 나와 선다.
박씨 : (휙-돌아보며 살기등등한) 만에 하나 난정이년 말에 추호의 거짓이라도 있을시엔 내 너희 모녀를 그냥 놔두진 않을게야!
난정모 : (공손히 조아리며) 살펴가시옵소서.
박씨, 대문쪽으로 나가려다가 이마를 짚고 비틀한다.
양평댁 : (재빨리 부축하며) 마님, 괜찮으시옵니까?
박씨 : (정신을 차리며 어금니를 문다)..가세!
박씨, 가마가 세워져 있는 대문 밖으로 나간다.
s#4. 난정모 방 안
난정모, 방안으로 들어와 난정 앞에 앉는다.
난정모 : 옥련 아씨가 파혼을 하게 생겼다니 참으로 안된 일이구나..
난정 : (난정모 보며)..어머니..저는..
난정모 : 그래, 난정아 에민 널 믿는다. 네게 죄가 없다면 아무 것도 겁낼 것 없다.
난정 : (뭉클하여 난정모의 뒷모습을 본다)..!
s#5. 대비전 외경
중종(E) : 어마마마, 그만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s#6. 대비전 방 안
중종, 고개를 꼰채 시선을 돌리고 있는 자순대비에게 말한다.
중종 : 중전이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리 노여워하시는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휙-중종을 보며) 주상, 어찌 주상께오서는 중전만을 감싸고 도시는겝니까?!
중종 : ..마마.
자순대비 : 중전은 경빈이 잉태한 것을 투기하고 있어요!
헌데도 주상께서는 어찌하여 중전의 간특한 속내를 읽지 못하시는겝니까?
중종 : 중전이 투기를 하다니요?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자순대비 : 중전은 조광조의 역심을 쫓아 주상께 소격서를 철폐하라는 진언까지 드리지 않았습니까?!
중종 : 이번에 소자가 소격서를 철폐한 것은 중전의 진언을 쫓은 것이 아니오라,
조정의 분란을 막고 정사를 바로 이끌기 위하여 소자가 깊이 상량하여 내린 결단이옵니다.
자순대비 : 주상, 중전은 경빈을 중궁전에 불러들여 당장 회임굿을 거두라고 위협까지 했습니다.
이래도 중전을 감싸고 안으시렵니까?
중종 : 어마마마께오서 잘못 아시고 계신 듯 싶사옵니다.
자순대비 : 허, 참으로 답답하십니다! 이 에미가 두눈으로 똑똑히 보고 들었는데요!
중종 : ...!
자순대비 : 주상, 이번 일로 경빈의 복중 태아가 잘못 되기라도 한다면 어쩌실겝니까?! 선대조에서 제사를 모시던 소격서에
불경스러운 짓을 해놓고 장차 조상님들을 무슨 낯으로 뵈올수 있단 말씀입니까?
중종 : 어마마마, 모두가 종묘사직을 위해서였사옵니다. 선왕들께오서도 소자의 결단을 이해해 주실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이 에미는 모르겠습니다. 대체 종묘사직을 위해 왕실의 후사를 번창시키는 일보다 더 중한 일이 무엇인지
참으로 참으로 모르겠습니다. (고개를 돌린다)
중종 : ...!
s#7. 경빈의 처소 방 안
경빈, 자리에 누워있고 복성군, 그 옆에 꿇어 앉아 글썽거린다.
경빈 : (눈을 뜨고 보며)..복성군, 눈물을 보이지 않겠다고 이 에미와 약조하지 않았습니까?
복성군 : (눈물을 참으며)..어마마마..
경빈 : 복성군, 이 어미를 이렇게 만든 자들이 누군지 아셔야 합니다.
복성군 : ...
경빈 : (짜내듯) ..조광조는 역심을 품은 자입니다..그리고 그 뒤에는 중전마마가 계십니다...잊으셔서는 아니되십니다.
복성군 : ..소자, 결코 잊지 않을것이옵니다..하오니 어서 쾌차하시옵소서.
경빈 : (복성군의 손을 쥐며)..어미 걱정은 마세요..복성군이 장성하여 보위에 오르시는 그날까지 결코 쓰러지지 않을게요..
허니 어미 걱정은 마세요.
복성군 : ..예..
경빈 : (밖에다) 금아, 탕약은 어찌되었느냐?
금이(E) : 예, 들여가옵니다.
방문이 열리면 금이, 탕약사발을 받쳐들고 들어온다.
금이, 약사발을 내려놓고 경빈을 부축하여 일으킨다.
경빈, 금이가 건네주는 약사발을 받아들고 탕약을 쏘아본다..
경빈(E) : (오기서린 눈빛) 어디 짓밟아보라지! 내 아무리 짓밟혀도 반드시 왕자를 생산하고야 말것이야!
경빈, 탕약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s#8. 대궐 후원 일각
윤비, 엄상궁과 오상궁 및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걸어온다.
윤비, 연못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긴 얼굴위로
윤비(E) : ..이대로 고립무원 된다면 언젠가는 중궁의 자리도 위태로워질게야.
윤비의 얼굴위로 문득 뭔가가 떠오른다.
s#9. 후레쉬 백(21회 s#49)
성인난정 : (윤비의 신발을 받쳐들고 쌩끗 웃으며) 신으시옵소서!
s#10. 동 대궐 후원 일각
윤비 : (움찔하여 생각에서 깨어나는)...!!
창빈,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윤비쪽으로 다가와 조아린다.
창빈 : 중전마마, 나오셨사옵니까?
윤비 : (창빈을 보며) 그래요, 내 중궁전에만 앉아 있자니 답답하던 차에 후원에 나오니 마음이 좀 풀리는 듯 싶구려.
창빈 : (불안한 표정)..예.
윤비 : 창빈,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시오? 어찌 얼굴에 그늘이 지셨소?
창빈 : 신첩, 아뢰옵기 황공하와..
윤비 : 괜찮소, 말씀하여 보시오.
창빈 : 근자에 대비마마의 ('중전마마에 대한') 진노가 크시다 들었사옵니다.
신첩, 어찌 처신해야 하올지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윤비 : (미소) 내 창빈의 갸륵한 마음을 어찌 모르겠소?..대비전 일은 내 알아서 할 터이니 마음 쓰지 마시오.
창빈 : ...
윤비 : 지난번 그 탕약은 잘 드시고 계시오?
창빈 : 예, 분부대로 조석으로 하루 두 번씩 다려 복용하고 있사옵니다.
윤비 : (끄덕이며) 모쪼록 효험을 보시어 왕자아기씨를 생산하도록 하세요.
창빈 : 중전마마, 신첩보다는 마마께오서 하루라도 빨리 회임하시어 대군아기씨를 생산하시오면
궐내의 혼란이 사그라들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윤비 : 창빈, 내 판부사댁에서 보내준 탕약를 창빈에게 내드린 뜻을 모르시겠소?
창빈 : ('안다')..?!
윤비 : (미소) 창빈은 총명한 사람이니 내 마음을 읽었으리라 믿소.
창빈 : ...
s#11. 어느 길 (윤임 대문 앞 길)
윤원형, 급하게 걸어온다.
그 뒤편으로 임서방과 교꾼들이 빈 사인교를 들고 윤원형을 쫓는다.
윤원형, 사인교를 타고 반대편에서 오던 김안로와 마주친다.
윤원형 : 처숙어른! 무고 하셨사옵니까?
김안로 : (보고) 오, 그래. 자네도 별고 없으신가?
윤원형 : 예, 하온데 어딜 가시는 길이시옵니까?
김안로 : 내 판부사 대감댁에 가려던 참인데 자넨 어디로 발걸음을 하는 중이신가?
윤원형 : 시생도 마침 판부사대감을 뵈오러 가던 참이었사옵니다.
김안로 : 잘되었네, 동행하세나.
윤원형 : 예, 그러시지요. (김안로가 탄 사인교 옆을 따라 걷는다)
김안로 : (의아하게 보며) 헌데 자넨 어찌 사인교를 타지 않는가?
윤원형 : 자고로 외척은 몸을 낮추는 법이라 알고있사옵니다.
김안로 : 허허, 허면 어찌하여 빈 사인교를 뒤 따르게 하는겐가?
윤원형 : 아무리 그래도 부원군댁 체통이 있지 않겠사옵니까? 아니 그렇사옵니까, 처숙어른?
김안로 : 그래? 그렇구먼, 허허허!
윤원형 : (쑥스러운 듯 히죽 웃는)...
s#12. 윤임 사랑채 외경
박서방, 방안에서 들리는 윤임과 김안로, 윤원형의 웃음소리를 듣고 섰다.
s#13.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안로, 그리고 윤원형이 웃고 있다.
윤임 : 허허, 부원군댁 체통을 생각하면 사인교를 타야할 것이지만, 외척노릇을 하려면 몸을 낮춰야 하니
사인교를 탈수도 없고..해서 자네는 걷고 사인교는 뒤를 따르게 한다? 허허허!
윤원형 : (은근히 뼈있는) 예, 이른바, 이도 옳고 저도 옳으니 이놈도 처숙어른의 양시론을 본받아
쥐꼬리 만한 체통은 지키자는게지요.
김안로 : 양시론?..허허..이사람 듣기 좋다고 아무데나 갖다붙이지 말게나.
윤임 : 헌데 자네, 오늘은 어인 일로 나를 찾아오셨는가?
윤원형 : 숙부님! 숙부님께서 중전마마를 보호해 주시옵소서.
윤임 : (진지해지는) 뭐라? 중전마마를 보호해 달라?
윤원형 : 예, 시생이 듣자니 근자에 대비마마께오서 중전마마를 보시는 눈길이 곱지 않다고 들었사옵니다.
윤임,김안로 : ('폐서인'사정을 안다)..음!!
윤원형 : 숙부님께오선 대비마마의 돈독한 신임을 받고 계시니 부디 대비마마께 잘 좀 말씀 드려주시옵소서.
김안로 : 자네는 대비전의 눈길이 곱지 않은 까닭을 아시는가?
윤원형 : 이놈이 어찌 궐내 속사정까지 알수가 있겠사옵니까? 허나 분명한 것은 숙부님께오서 중전마마를 보호해주셔야,
중전마마께오서도 원자마마를 보호 해 드릴수 있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아니그렇사옵니까?
윤임 : (생각하다가)..알았네, 내 입궐하여 대비마마를 뵙겠네.
윤원형 : (조아리며) 고맙사옵니다, 숙부님.
김안로 : 말이 나온 김에 내 이번에 자네 형제들의 승차를 주청드리려 하는데 딱히 바라는 관직이 있는가?
윤원형 : 스,승차요?!
윤임 : 암, 자네들도 언제까지 승후관으로만 있을수 있겠나? 하루라도 빨리 조정에 들어와
중전마마의 든든한 힘이 되어드려야지.
윤원형 : 고마우신 말씀이오나, 아직 때가 아닌 듯 싶사옵니다.
김안로 : 아직 때가 아니다?
윤원형 : 예, 초시에 입격도 하지 못한 시생이 승차를 하여 괜히 구설에라도 오르게 된다면
중전마마와 두분 대감께 큰 누가 되지 않겠사옵니까?
윤임 : ('어쭈 제법일세' 보는)...그럴수도 있겠지.
윤원형 : 우리 형제, 스스로의 힘으로 조정에 나아갈 수 있도록 밤낮으로 과거공부에 정진하고 있사오니 심려 거두시옵소서.
김안로 : 자네 뜻이 정 그렇다면 어쩔수 없지.
윤원형 : 하오면 시생 물러가옵니다. (일어서서 조아리고 나간다)
윤임 : 허허, 누이라고 중전마마 생각은 끔찍이도 하는구먼, 허허.
김안로 : (뭔가 범상치 않다는 듯 보는)...
s#14. 동 사랑채 방 밖 마당
윤원형, 대청을 내려서면서 방쪽을 돌아보며 야릇한 미소를 짓는다.
윤임처, 다과상을 들고 사랑채 쪽으로 오다가 윤원형과 마주친다.
윤임처 : 조카님, 벌써 가시게요?
윤원형 : (조아리며) 예, 숙모님.
윤임처 : (은근히 떠보는) 질부께선 중전마마의 봉은사 회임불공을 잘 드리고 계신지요?
윤원형 : 어이구, 말도 마십시오. 안그래도 그 일로 중궁마마께 호된 꾸지람만 들었사옵니다.
윤임처 : (의아) 꾸지람이라니? 어인 연유로요?
윤원형 : 시생도 잘 모르겠사오나, 중전마마께오서 당장 회임불공을 그만두라는 불호령을 내리셨사옵니다...
윤임처 : (생각하는)...그래요?
윤원형 : 허면 시생 물러가옵니다. (조아리고 대문쪽으로 간다)
윤임처 : (윤원형 뒷모습을 보며 안도의 미소)..
s#15. 윤원형 안채 큰 사랑채 외경
윤원로(E) : 뭐라?! 네가 지금 제 정신이냐?
s#16. 동 윤원형 큰 사랑채 방 안
윤원로, 어이없다는 얼굴로 윤원형을 바라본다.
윤원형 : 형님은 또 뭐가 그리 불만이요?!
윤원로 : 야 이놈아, 승차하기 싫으면 너 혼자 마다 할 일이지 왜 물귀신처럼 나까지 끌고 들어가는게냐?
윤지임 : ..이번 일은 원형이 네가 경솔했던 것 같구나.
윤원로 : 경솔한게 아니라, 굴러 들어온 떡을 차버린게지요.
윤원형 : 굴러 들어온 떡이라니요?
윤원로 : 관직을 얻는데는 과거공부 십년하는 것보다 이조참판의 말씀 한마디면 제까닥이다.
조정 인사를 관장하는 이조참판께서 그리 말씀하셨다면 승차는 떼어놓은 당상인게야.
윤지임 : 그건 원로 말이 맞는 것 같구나.
윤원로 : 아니되겠다, 내 당장 판부사댁에 가봐야겠다. (벌떡 일어서는데)
윤원형 : 형님, 중전마마의 뜻을 거스르실 셈이요?
윤원로 : (돌아보며) 주,중전마마?
윤지임 : 중전마마의 뜻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윤원형 : 형님, 괜히 조정의 미관말직 하나 얻겠다고 낚시바늘을 잘 못 물었다가는 코꿰기 십상이요.
윤원로 : ..코꿰기 십상이라니?
윤원형 : 괜히 판부사나 이조참판의 수족노릇을 하기 십상이라 이 말씀이요. 중전마마께오서는 우리 형제가
스스로 힘으로 당당히 과거에 입격하여 조정에 들어오길 바라고 계신다 이 말씀이요.
윤지임 : (끄덕이며) 그래, 그건 원형이 네 말이 옳구나.
윤원로 : 아버님께오선 어찌 황희 정승 흉내를 내고 계시옵니까? 이 말도 맞다, 저 말도 옳다.
대체 소자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하는 것인지 모르겠사옵니다.
윤원형 : 내 형님께서 요즘 대갓댁 문전을 드나들며 벼슬청탁을 한다길래 염려가 돼서 드리는 말씀이오.
행여 청탁으로 승차를 하신다면 중전마마께 경을 칠테니 그리아시오!
윤원로 : 음!!
윤지임 : 원형아, 중전마마께서 또 다른 말씀은 아니계셨느냐?
윤원형 : 궁금하시면 직접 입궐하여 여쭈어 보시지요. (일어나 나간다)
s#17. 윤원형 별채 초당 방 안
김씨, 놀란 눈으로 윤원형을 본다.
김씨 : 예에? 회임불공을 그만두라니요? 주지스님께서 독경을 해주시기로 이미 약조까지 받아 둔 것을요.
윤원형 : 때가 좋지 않다는 말씀이 계셨소. 허니 중전마마의 분부대로 불공드리는 일은 그만두고
오늘이라도 당장 합궁택일을 받아 오도록 하시오.
김씨 : (보며)...합궁택일을 서두르라는 것도 중전마마의 명이시옵니까?
윤원형 : 험,험..뭐 딱히 그렇다는게 아니라..
김씨 : 소첩, 중전마마의 분부를 받들어 뫼실테니 그만 건너가시어 글공부를 하시옵소서.
윤원형 : 부인, 글공부도 좋고 다 좋은데 내 장가든지 얼마나 되었다고 독수공방만 하란 말이오? 부인, 오늘만 어찌 안되겠소?
김씨 : 서방님, 소첩 뜻에 따르시기로 약조를 하시지 않았사옵니까?
윤원형 : 암만 그래도 면총각은 해야할 것 아니오?
김씨 : 서방님!
윤원형 : (어쩔수 없다는 듯)..알았소..(일어나 방문 밖으로 나간다)
김씨 : (읖조리는)..때가 좋지 않다?
생각하는 김씨의 얼굴위로 문득 떠오르는.
s#18. 후레쉬 백(24회 s#37의)
난정 : (김씨에게 질타하듯 쏘아부치는) 때가 어느 때인데 회임불공이옵니까?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시는구만?!
s#19.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김씨 : (뭔가 께름직한 표정)...!
s#20. 난정모 집 외경 (밤)
s#21. 난정모 방 안 (밤)
방바닥위로 놓여 지는 비취가락지.
난정 : (비취가락지를 보며) 어머니, 이걸 어찌 내주시는 것이옵니까?
난정모 : 난정아, 네가 어떤 사정으로 이 귀한 것을 얻었는지는 모르겠다만..누군가 네게 이걸 주었다면
아마 네가 소중하게 간직하기를 바랬을게다.
난정 : ...!
난정모 : 에미가 네 옷 한 벌 못 지어주겠느냐?
난정 : (뭉클하다)..어머니.
난정모 : 자리를 펴거라. 날이 밝는대로 내 포목전에 들러 감을 끊어오마.
난정 : ...예. (비취 가락지를 품에 넣는다)
난정, 일어나려다가 치마를 벗는 난정모를 의아하게 본다.
난정 : 어머니, 옥패주머니는 어쩌셨어요?
난정모 : 뭐, 뭐라?
난정 : 항상 허리에 차고 다니셨잖아요? 헌데 어째 보이지가 않네요?
난정모 : (당황하여) 으,응..글세 말이다..어디서 흘린게지.
난정 : (놀라) 예에? 외할머니께서 물려주신 징표를 잃어버리신거에요?!
난정모 : ..이미 외할머니께서도 돌아가셨을게야. 어차피 나머지 반쪽을 맞춰볼 수도 없을터인데
징표만 가지고 있은들 무슨 소용이겠느냐?
난정 : (섭섭하다)..하지만 어머니께서 목숨같이 소중히 간직하시던 물건인데..
난정모 : (앉으며) 에미는 괜찮으니 너무 마음쓰지 말거라.
난정 : 예..(문득) 참, 어머니, 저 그 옥패주머니하고 똑같이 생긴 걸 보았어요.
난정모 : (화들짝 놀라) 뭐,뭣이라?
난정 : 파릉군대감께서도 비단주머니에 징표를 넣어가지고 다니시던걸요?
난정모 : 지,징표라니? 네가 그 징표를 보았느냐?
난정 : ..아니요. 보진 못했지만..핏줄을 찾는 징표라 들었어요.
난정모 : ..그래..?
난정 : 예.
난정모 : ..에미가 곤하구나..어서 이불 깔거라.
난정 : 예, (일어나 이불을 내려 깐다)
난정모 : (불안한 표정)...!
s#22.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밤)
길상, 백치수 앞에 어음을 내민다.
길상 : 이 어음, 어르신께 다시 돌려드리겠사옵니다.
백치수 : 허허, 자네의 몸값을 다시 돌려주는 연유가 뭔가?
길상 : ...
백치수 : 왜, 이걸로는 난정이의 마음을 사지 못한겐가?
길상 : ...
백치수 : 자네가 이것을 내게 되돌려준다 해도 내가 맡아둔 자네 목숨은 내 줄 수가 없네.
한번 성사된 거래는 물릴 수가 없는 법이거든?
길상 : ..잘 알고 있습니다..이놈한테는 필요가 없는 것이기에 돌려드리려는 것 뿐입니다.
백치수 : 음!
길상 :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일어서는데)
백치수 : 이보게, 자넨 능금이를 어찌 생각하고 있는가?
길상 : (흠짓 돌아보는)...?!
백치수 : 내 평생 장사를 해보니..어떨때는 아주 가까운 곳에 귀한 물건을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아주 멀리까지 값나가는 물건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네..그렇게 몇 번 허탕을 치고 돌아와서야 비로서
진짜 귀한 물건을 알아 보는 장사꾼의 눈이 트이는 법이지.
길상 : ...
백치수 : 내 보기에 자네도 지금 멀리 떠나려는 장사꾼 같은데..내 말이 틀렸나?
길상 : 어르신, 분명히 말해 두지만 이 놈 목숨은 어르신께 맡겼지만 이 놈 마음까지 맡긴 적이 없습니다.
(휙-방밖으로 나가버린다)
백치수 : (혼잣말)..암..사내놈이 그 정도 오기는 있어야지..허허허.
s#23. 남소문 객주 아랫방 안 (밤)
능금, 경대를 펴놓고 입술에 연지를 바르고 있다.
능금, 거울속 비친 자기 얼굴을 보며 갖가지 표정을 짓는데
달래,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능금, 화들짝 놀라 경대를 닫고 연지그릇을 뒷춤에 숨긴다.
달래 : (의아하게 보며) 언니, 뭐하오?
능금 : 응?..아,아무것도 아냐.
달래 : 아니긴요? (살펴보며) 언니, 화장했구려?
능금 : (그제서야 히죽 웃으며 연지그릇을 내밀며) 응..아까 송서방 아저씨가 연지를 줬어, 심심해서 한번 발라 본거야..
(보며) 달래야, 언니 연지 바르니까 이쁘냐?
달래 : (끄덕이며) 참, 이쁘오.
능금 : (기분이 좋은) 그래? 길상이도 이뻐할까?
달래 : 글쎄요..?
능금 : (달래 보며) 달래야, 너도 한번 발라볼래?
달래 : 난 싫소.
능금 : 괜찮다니까?
능금, 억지로 달래의 입술에 연지를 발라주며 낄낄대는데.
길상 : (방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늦은 밤에 뭣들 하는거야?
능금 : (당황하여) 기,길상아..
달래 : ..오라버니..
능금 : 길상아, 달래 참 이쁘지 않냐?
길상 : (앉으며 픽 웃는) 꼭 쥐잡아 먹은 입술 같다.
달래 : (민망하여) 거보오, 내 뭐랬소? (능금을 원망스럽게 보다가 방밖으로 나간다)
능금 : (실망하여 입술을 벅벅 문지르며 일어서서 나가려는데)...
길상 : 능금아.
능금 : (돌아보며) 왜?
길상 : ..넌 연지 같은 거 바르지 않아도 이뻐..
능금 : (인상 펴지며) 증말? 증말이야 길상아?
길상 : (미소로 끄덕여 준다)..응.
능금 : 고마워. (환하게 웃으며 방밖으로 나간다)
길상, 방바닥의 연지그릇을 집어들고 보는 얼굴위로 들려오는.
백치수(E) : 어떨 때는 아주 가까운 곳에 귀한 물건을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아주 멀리까지
값나가는 물건을 찾아 떠나기도 한다네..내 보기에 자네도 지금 멀리 떠나려는 장사꾼 같은데..내 말이 틀렸나?
길상 :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쉰다)...!
s#24. 달이 구름속에 숨는다(INSERT)
s#25. 경빈 처소 마당 (밤)
휙- 바람소리와 함께 일각문이 스르르 열린다.
처소 앞에 시립하고 섰던 금이가 잠시 조는 듯 꾸벅거리는데 흰 소복이 금이 얼굴 앞으로 휙-스쳐지나간다.
금이, 냉기에 흠짓 졸린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금이, 하품을 쩍지게 하고는 다시 존다.
s#26. 동 경빈 처소 방 안 (밤)
경빈, 깊이 잠들어 있다.
방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흰소복을 입은 누군가가 방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와 잠든 경빈 앞에 서서 내려다 본다.
경빈, 뭔가가 느껴지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뒤척이다가 눈을 뜬다.
경빈 : (서있는 소복을 보고 경기를 일으키는)..누,누,누구냐?!
장경왕후 : (소복차림으로 싸늘하게 쏘아보며) 네 어찌 벌써 내 얼굴도 잊었더란 말이냐?!
경빈 : (장경왕후임을 알고 놀란 눈으로)..주,주,중전마마!
장경왕후 : 경빈, 내 원자를 잉태하고 있을 당시 잉태한 원자를 낙태시키기 위해 네가 했던 짓거릴 벌써 잊었더냐?
경빈 : 마,마마! 오해이시옵니다. 신첩은 그런 일이 없사옵니다.
장경왕후 : (살기등등한 미소) 네 자식 귀한 줄은 알면서 남의 자식을 해꼬지 하려던 네가 어찌 에미 될 자격이 있겠느냐?!
경빈 : (겁에 질려) 마,마마!
장경왕후 : 네 복중의 태아는 내가 데려갈 것이니 그리 알거라!
경빈 : (배를 움켜쥐며) 아니되옵니다. 그리는 못하옵니다!!
장경왕후, 무섭게 노려보며 경빈쪽으로 스르르 다가온다.
경빈, '악-' 비명을 질러댄다.
경빈, 비몽사몽간에 식은 땀을 흘리며 배를 움켜쥔 채 발버둥치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금이, 경빈을 흔들어 깨운다.
금이 : 마마, 마마, 정신차리시옵소서!
경빈 : (간신히 눈을 뜨고 보며)..그,금아..
금이 : 예, 마마..금이옵니다. 흉몽을 꾸신것이옵니다. 안심하소서..
경빈 : (고통스럽게 배를 움켜쥐며)..그,금아..어서 내..내의를 부르거라..
금이 : 마마! 마마!..(경빈 속치마에 묻은 하혈 자국을 보고)...!!!
경빈 : (극심한 고통에 몸을 떨다가 의식을 잃는다)..
s#27. 편전 외경 (아침)
중종(E) : 뭣이라?! 경빈이 낙태를 했어?!
s#28.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앉은 김상궁을 경악한 눈으로 본다.
중종 : 그게 참말이더냐?!
김상궁 : (침울한) 예, 전하. 어젯밤 수직 내의가 탕약을 써보았지만 이미 늦었다고 하옵니다.
중종 : (허탈한)..허어, 어찌 이런일이..어찌 이런 일이...
김상궁 : (조아리며) 망극하옵니다.
중종 : (휙 보며) 자비를 놓아라, 과인이 경빈의 처소로 갈 것이니라!
중종, 벌떡 일어나 편전 방 밖으로 나간다.
s#29. 대궐 일각(경빈 처소 가는 길)
중종의 옥교가 대전내관과 상궁나인들을 거느리고 어디론가 급하게 간다.
저 앞 편에서 내관 한명이 급하게 달려와 옥교 앞에 조아린다.
중종 : 멈추어라!
옥교가 멈추면, 달려온 내관이 대전내관에게 뭐라고 낮게 말한다.
대전내관, 중종 앞에 다가와 조아린다.
중종 : 무슨 일이냐?
대전내관 : 경빈은 대비전으로 들었다 하옵니다.
중종 : 뭣이라? 대비전에? 허어,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어이하여 대비전에 발걸음을 했단 말인가?
s#30.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잔뜩 굳은 황망한 표정위로.
자순대비(E) : ..경빈이 낙태를 하다니..이는 분명 선대조께서 화를 내리시는게야!..화를!
경빈(E) : (멀리서 환청처럼 들리는)..대비마마..억울하옵니다..흑흑흑..
자순대비 : 아니돼! 아니돼! (연상을 쾅 내려친다)
경빈(E) : (아이고 아이고- 통곡소리가 들려온다)
s#31. 동 대비전 방 밖 복도
조상궁, 급한 걸음으로 걸어와서 방문앞에 고한다.
조상궁 : 대비마마, 조상궁이옵니다.
자순대비(E) : 밖에 무슨 일이냐?
조상궁 : 마마, 아뢰옵기 황송쩍사오나 경빈이 대비전 앞에서 곡을 하고 있사옵니다.
s#32.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 (놀라) 뭐라?! 곡을?!
s#33. 대비전 마당
경빈, 소복차림으로 대비전을 향해 앉아 흐느끼고 있다.
그 옆에 선 금이와 경빈처소 상궁나인들도 눈물을 찍어내고 있다.
경빈 : 대비마마, 신첩 분통하고 분통하옵니다! 부디 신첩의 억울함을 풀어주시옵소서! 흑흑흑-
자순대비, 조상궁을 거느리고 대비전에서 급한 걸음으로 나온다.
자순대비, 경빈쪽으로 다가와 앉는다.
자순대비 : (안쓰럽게 보며)..경빈..유산한 몸으로 찬바람을 쐬면 좋지 않습니다. 돌아가 몸조리에 힘쓰도록 하세요.
경빈 : 대비마마- 신첩 너무도 억울하고도 억울하옵니다..흑흑흑..
자순대비 : 경빈의 억울함은 내 잘 알고 있으니 이 늙은이를 믿고 돌아가세요..(금이를 보며) 뭣하는게냐? 어서 처소로 뫼시거라!
금이 : (조아리며) 예..
금이와 상궁나인들이 경빈을 부액하여 경빈의 처소로 데리고 간다.
경빈 : (가면서도 연신 돌아보며) 대비마마..대비마마..신첩의 억울함을 풀어주시옵소서-
자순대비 : (굳은 표정으로 어딘가를 휙 노려본다)...!
s#34. 중궁전 방 안
윤비, 심각한 표정으로 연상 앞에 앉아있다.
엄상궁과 오상궁, 걱정스럽게 윤비를 보고 앉았다.
윤비 : (골똘한)..경빈이 낙태를 했다...낙태를...
엄,오상궁 : ...
윤비 : (결심했다는 듯 엄상궁보며) 엄상궁.
엄상궁 : 예, 마마.
윤비 : (결연한 표정) 내 대비전으로 갈 것이야.
엄,오상궁 : (놀라)..?!
윤비, 일어나 방밖으로 나가면 엄상궁, 오상궁이 당혹스럽게 그 뒤를 쫓는다.
s#35. 희빈 처소 방 안
향이, 희빈에게 조아리며 고한다.
향이 : 중전마마께오서 대비전으로 걸음을 하시고 계시다 하옵니다.
희빈 : 그게 정말이더냐?
향이 : 예.
창빈 : (불길한 표정)..큰 일입니다. 대비마마께오선 경빈의 낙태를 중전마마의 탓으로 여기고 계실터인데..
희빈 : (가늘게 뜨며) 어쩌면 이번에 중전께서 폐서인 되실지도 모를 일이오.
창빈 : 희빈, 그 무슨 망발이십니까? 폐서인이라니요?!
희빈 : 대비마마의 뜻이 완강하시고, 조정에서 공론을 모아 중전의 폐위를 주청드린다면
대군도 없고 조정에 세도 없는 중전께서 별 뾰족한수가 있겠소?
창빈 : (불안한)...!
s#36. 편전 방 안
중종 : (김상궁을 보며) 뭣이라, 중전이 대비전에?
김상궁 : 예, 그리들었사옵니다.
중종 : 허어, 이 일을 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어쩌면...
s#37.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생각에 잠겨 앉아 있다가 결심했다는 듯 방문 쪽을 보며 부른다.
자순대비 : 조상궁, 밖에 있는가?
조상궁(E) : 예. 마마.
자순대비 : (단호하게) 당장 중전을 불러 들이게!
s#38. 동 대비전 방 밖 복도
조상궁 : 예. (돌아서려다가 걸어오는 윤비를 보고 움찔 놀란다)...!
윤비 : (방문 앞으로 걸어와 선다) 고하시게.
조상궁 : 예, (방문쪽에다) 대비마마, 중전마마 드시었사옵니다.
s#39. 동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 ('뭐라? 제 발로 찾아와?') 드시라해라!
조상궁(E) : 예.
방문이 열리면 윤비가 들어와 자순대비 앞에 서서 조아린다.
자순대비, 자리에 앉는 윤비를 쏘아보다가 나지막하게 묻는다.
자순대비 : 중전, 경빈이 낙태를 하였단 말을 들으시었소?
윤비 : 예, 들어 알고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분기를 억누르며) 허면 경빈이 어찌하여 낙태를 하였는지도 잘 아시겠구려?
윤비 : 신첩, 스스로의 몸가짐이나 섭생에 조심하지 못한 경빈의 잘못이 크다고 알고 있사옵니다.
자순대비 : 뭬요? 경빈의 잘못이 커요?!!
윤비 : 예, 마마. 신첩이 잘 못 알고 있는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어이가 없다) 허, 중전!! 이번 불상사는 경빈의 회임굿이 벌어지는 소격서 철폐를 주청한 조광조와
경빈에 대한 투기심 때문에 조광조의 주청에 동조하고 경빈을 핍박한 중전, 두 사람 때문이라는 것이
하늘아래 자명하거늘 어찌 사특한 간언으로 발뺌을 하시려는게요?!
윤비 : 마마, 신첩은 경빈의 이번 낙태가 왕실의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하오니 발뺌을 할 까닭이 없사옵니다.
자순대비 : (충격) 뭐요? 지금 뭐라 하시었소, 전화위복이요?
윤비 : 예. 분명 전화위복이라 말씀 올렸사옵니다.
자순대비 : (연상을 쾅 내려치며) 중전, 어찌 그따위 망발을 하신단 말이오?! 왕실의 후사가 끊어졌어요!
경빈이 잉태한 용종을 핏덩어리로 쏟았거늘 뭐라, 전화위복?! 그것이 교태전 주인께서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이오?!
이 늙은이는 중전을 간택한 것이 오늘처럼 후회스러운 적이 없소!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물러가시오!!
윤비 : 대비마마, 경빈이 낙태한 태아가 용종인지 어찌 확신하시옵니까?
자순대비 : 뭬,뭬요?! 중전!! 정녕 폐서인 되시고 싶으신게요?!
윤비 : 신첩, 폐서인이 되어 사가로 내쫓긴다 하여도 이 나라 왕실과 종묘사직을 위해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
윤비 : 신첩이 중궁의 자리에 들어오기 전부터 화천군이 경빈의 처소를 드나들었다고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화천군이라면 복성군의 글공부 선생 아니오?
윤비 : 예, 하오나 화천군이 복성군의 방이 아니라 경빈의 방에서 나오는 것을 목도한 사람들이 많사옵니다.
대궐 가장 내밀한 후궁전에서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이옵니까?
자순대비 : ...!!
윤비 : 또한 적통인 원자가 엄연히 있사온데 경빈은 자신의 소생인 복성군에게 왕세자의 도를 공공연하게 훈육하고 있사옵니다.
마마, 이는 분명 역심을 품은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사옵니까? 신첩, 이런 일들로 역심을 품은 경빈이 낙태를 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라 말씀 올린 것이옵니다.
자순대비 : (충격으로 정신이 없다)..주,중전, 그 말이 사실이오?
윤비 : (소매에서 피묻은 수건을 꺼낸다) 보시옵소서.
자순대비 : (떨리는 손으로 받는)...
윤비 : 경빈이 복성군에게 건네준 수건이옵니다.
자순대비 : (보는)...이 붉은 자국은 무엇이요?
윤비 : 경빈이 토혈한 핏자국이옵니다.
자순대비 : (경악하는)..뭐,뭐,뭐요? 토혈한 핏자국?!...
윤비 : 마마, 경빈이 토혈이 묻은 수건을 복성군에게 건네준 까닭이 무엇이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충격으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윤비 : 폐주 연산이 어찌 포악무도한 폭군이 되었사옵니까? 연산군의 생모가 사약을 마시다 흘린 피가 묻은
한삼자락을 건네 받은 이후 아니였사옵니까?
자순대비 : ...?!!
윤비 : 경빈은 복성군의 가슴속에 원한을 사무치게 하여 연산군의 전철을 밟게 하려는 뜻이 아니면 무엇이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숨이 가빠진다)...!!
윤비 : 대비마마께오서도 연산주 시절에 아드님이신 지금의 전하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 하셨사옵니까?!
자순대비 : (악몽이 되살아 나는 듯 찌푸리는)...!!
윤비 : 마마, 이 나라 왕실과 조정에 또다시 미친 피바람이 불러일으키려는 자가 누군줄 아시옵니까?!
원자의 앞길이 풍전등화와 같사온데도 마마께오선 경빈만을 감싸고 도시겠사옵니까?
자순대비 : (고통스럽다) 그만, 그만하시오, 중전...
윤비 : ...
자순대비 : ...이 피묻은 수건에 관해 또 누가 알고 있소?
윤비 : 신첩과 경빈, 그리고 복성군 뿐이옵니다.
자순대비 : (괴롭게 눈을 감고 깊은 침묵 속으로 잠겨든다)...
윤비 : (보는)...!
s#40. 갖바치 집 마당
방백인과 당골네, 방 안을 엿듣고 있다.
s#41. 동 갖바치 방 안
당추와 갖바치, 그리고 조광조가 앉아있다.
조광조 : 전하께오서 소격서를 철폐를 가납하여 주시었으니 앞으로 이 나라 도학정치의 장래는 밝아질 것이오.
당추 : (툭 던지는) 아직 속 불이 다 꺼진 것은 아니지요.
조광조 : 속불이라니요?
갖바치 : 지금 조정에서 정국공신들의 세가 사그라든 듯 보이나, 아직 안심할 때는 이르다는 말씀이옵니다.
그들은 마치 꺼진 듯 보이는 잿속에서 시뻘건 불 기운을 감추고 있는 숯불과 같사옵니다. 조심하시란 말씀이지요.
조광조 : 허허, 임금께오서 개혁의 길을 추구하시는 마당에 그깟 소인배 무리들이 무에 두렵겠소이까?
당추 : 개혁은 이제부터이옵니다. 한번 호랑이 등에 올라타셨으니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시면
언제 낙상을 하여 범의 아가리 속에 들어갈지 모르는 일이옵니다.
조광조 : (미소)..두분 말씀 잘 새겨두리다.
s#42. 갖바치집 대문 앞 길
갖바치와 당추, 저만치 가는 조광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당추 : 들어가세나. (몸을 돌려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갖바치 : (따라 들어간다)
s#43. 동 갖바치 마당
당추와 갖바치, 툇마루쪽으로 걸어온다.
당추 : (들어오며) 조정암의 임금 사랑은 너무 과한 듯 허이.
갖바치 : 허나 정암을 탓할 일만도 아니지요. 아직은 신진사림들이 믿고 의지 할 데라고는 전하밖에 없으니 말이옵니다.
당추 : (심각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일 아닌가?
갖바치 : ..음!..
방백인 :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하늘을 살피고 있다)...?!
당추 : 자넨 어찌 또 우거지상인가?
방백인 : (툭) 어째 오늘 태백성에 살이 낀 것 같소이다.
당추 : (보는)..원 사람두..대낮에 무슨..?..(움찔)..!
갖바치 : (문득 멈춰서며)...아,아니?!! (놀라 대문밖으로 후다닥 뛰어나간다)
방백인 : (입맛을 다시며) 늦지나 않았을런지 모르겠네?
당추 : ..!!
당골네, 부엌에서 얼굴을 내밀고 놀란 눈으로 본다.
s#44. 어느 골목길
조광조, 휘적휘적 걸어온다.
중치막, 골목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조광조를 노려본다.
조광조, 중치막 옆을 지나쳐간다.
중치막, 조광조의 뒤를 따르다가 어느순간 단도를 휙-뽑아드는데.
이장곤(E) : 네 이놈!! 멈추지 못할까?!
중치막, 놀라 돌아보면 이장곤이 눈을 부릅뜨고 달려오고 있다.
조광조, 고개를 돌려 중치막과 이장곤을 영문몰라 보는데 중치막, 후다닥 도망친다.
이장곤 : (조광조에게 다가오며) 정암, 괜찮으신가?
조광조 : 대체 무슨 일이시옵니까?
갖바치 : (골목밖으로 뛰어나오다 조광조쪽으로 달려온다)..참으로 다행이옵니다...
이장곤 : 간발의 차이였소. 조금만 늦었어도..큰일 날뻔했소이다.
조광조 : (영문 몰라 보는)...?
s#45.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앞에 무릎을 꿇고 조아리고 있는 중치막.
남곤, 중치막에게 염낭을 던져준다.
남곤 : 못난 놈, 얼굴이 드러났으니 당분간 은인자중하고 있거라!
중치막 : 송구스럽사옵니다, 대감마님.
심정 : 나가보거라.
중치막 : 예. (염낭을 챙겨들고 방밖으로 나간다)
심정 : 대감,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경빈마마께오서 낙태를 하셨으니 앞으로 조광조가 더욱 기세를 올릴것이 아니옵니까?
남곤 :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일이니 조정에 세를 모아야지요.
심정 : 허면 누굴 끌어들일지..복안이라도 있소이까?
남곤, 생각하는 얼굴위로 이미지 컷들.
정광필, 안당, 이장곤이 대궐일각을 걸어오는 위로
남곤(E) : 영의정과 우의정은 그리고 이조판서는 조광조 편으로 기울었고..
대궐 중문을 나오는 홍경주의 모습위로
남곤(E) : 가재는 게편이니 남양군대감과 공신들은 우리 편에 설것이고..
김전이 노회한 걸음걸이로 어디론가 가는 모습 위로.
심정(E) : 좌찬성 대감은 어떻소이까?
남곤 : (심정을 보며) 좌찬성이요?
심정 : 예, 지난번 우의정 승차에서 낙마를 하시어 조광조와 신진사림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지니고 계시지 않겠소이까?
남곤 : (끄덕이며)..음..좌찬성대감께서 우리쪽에 서주신다면 큰 힘이 되어주실게요.
s#46. 자운아 기방 후원
옥매향, 힘 없이 연못을 내려다 보고 앉았다.
연못물 속으로 옥매향 뒤편에서 난정의 모습이 비친다.
난정 : 매향아, 왜 그러고 있어?
옥매향 : (돌아보며)..난뎡아..
난정 : (비취가락지 낀 손을 쑥 내밀며) 이것 봐..
옥매향 : 비튀 가락디 탸댰구나야?
난정 : 응, 앞으론 다시 이 손가락에서 빼지 않을게.
옥매향 : 기럼, 기래야 난뎡이 니가 내 동무디..
난정 : 헌데, 왜 이리 기운이 없어?
옥매향 : 울 아바디께서 오늘 떠나신데..
난정 : (의아한) 아버지?..아버지라니..누구?
옥매향 : 파릉군 나으리 말이야..나으리께서 아바디라 불러도 됴타고 하셨어..
난정 : (부럽기도 하고)...그래?!
심퉁 : (후원쪽으로 오며) 매향아씨, 나으리께서 지금 떠나신데유.
옥매향 : 기래..(일어서며) 난뎡아, 가서 닌사드리댜우..(안채쪽으로 가면)
난정 : (뭔지 모를 섭섭함과 부러움의 느낌으로 옥매향을 따라간다)...
s#47. 동 자운아 기방 대문 앞
천서방, 당나귀 고삐를 잡고 있다.
파릉군 앞에서 자운아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중이다.
파릉군 : 잘있게, 그동안 신세 많이 지고 가네.
자운아 : 나으리, 니뎨 가시면 언뎨 또 오실런디요?
파릉군 :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너무 섭섭해 말게.
자운아 : 섭섭타니요? 기동안 니년 가슴속에 꽉 막혔던거이 다 뚫어듀셨으니 니뎨 듁어도 녀한이 없시오..
파릉군 : (자운아의 손을 잡아준다)...잘있게..
자운아 : (글썽거리던 눈물이 터진다)..나으리..
옥매향 : (대문밖으로 나오며) 오마니, 나으리 가시는 발걸음 무거우디게끔 와 눈물을 보이고 기래요?
자운아 : (눈물을 찍어내며)..에미나이래 말뽄새하곤?..
옥매향 : (짐짓 환히 웃으며) 니년 나으리께서 오딜 가시던 평안하시길 빌갔시오.
파릉군 : 오냐, 매향아, 고맙구나. 너도 잘있거라.
옥매향 : 예.
난정 : (공손히 목례한다)...
파릉군 : (난정을 보고) 난정아..네가 징표를 찾아준 보답도 못하고 떠나게 되는구나.
난정 : 아, 아니옵니다.
파릉군 : 난정아, 사람이 귀하고 천한건 신분 탓이 아니라..그 사람의 마음 됨됨이에 달려 있는 것이니라.
내 말이 무슨 뜻인줄 알겠느냐?
난정 : 예, 나으리...가슴 깊이 새기겠사옵니다.
파릉군 : (끄덕이다가) 허면 잘들있게! (나귀에 올라) 가세, 천서방.
천서방 : 예, 대감마님. (나귀 고삐를 당기며) 이려!
자운아와 옥매향, 심퉁이 떠나가는 파릉군의 뒷모습을 본다.
난정, 고개를 숙인채 묵묵히 서있다.
옥매향 : (보며) 난뎡아, 너 우는거이네?
난정 : (눈물이 흐른다)...
옥매향 : (글썽하여) 에미나이래, 와 우는기야? 니가 우니끼니 나까디 슬퍼디닪니?
난정 : ..나도 모르겠어..괜히 눈물이 나와...
자운아 : (한숨 푹 내쉰다)..!
s#48. 정윤겸 안채 외경
옥련(E) : 어머니, 좀 어떠세요?
s#49. 동 정윤겸 안채 방 안
박씨, 이불을 깔고 자리보전을 하고 있다.
옥련, 박씨의 머리에 대야물에서 건져올린 물수건을 대주고 있다.
박씨 : (앓는 소리) 내 장흥댁 모녀..특히..난정이 고년을 보니 울화가 치밀어 견딜수가 없구나...
꼭 내 손으로 물고를 내야하는건데..
옥련 : ..어머니, 아무 생각마시고 쉬셔요..
박씨 : 옥련아, 네 아버지는 어찌하고 계시느냐?
옥련 : ..사랑채에 희량도련님과 말씀 중이세요..
박씨 : 뭬야..희량이가 왔어..?..못난 놈 같으니라고..!
옥련 : ..어머니, 희량도령님을 욕하지 마세요.
박씨 : (휙-흘겨보는)...
s#50.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앞에 앉은 박희량을 근엄하게 본다.
정윤겸 : 허면, 자네는 렴이와 동행한 기방에서 난정일 처음 봤더란 말인가?
박희량 : ..예, 어르신..
정윤겸 : (박희량 옆에 앉은 정렴을 보며) 되먹지 못한 놈! 초시에 입격도 못한 놈이 기방출입부터 하다니?!
정렴 : ..송구스럽사옵니다.
정윤겸 : (박희량을 보고) 자네, 내가 묻는 말에 추호도 거짓이 없어야하네.
박희량 : ...예, 하문하시옵소서.
정윤겸 : 자네와 난정이가 다시 만났을 때 누가 먼저 기별을 했는가? 자네인가, 아니면 난정인가?
박희량 : ...?!
정윤겸 : 허어, 누가 먼저 기별을 했냐고 묻고 있지 않는가?
정렴 : (쿡 찌르며 낮게) 어서 여쭈시게.
정윤겸 : (추궁하듯 쏘아보는)...
박희량 : (괴롭게 입을 연다)..난정낭자가..먼저..기별을 해 왔사옵니다..
정윤겸 : (일그러지는)...뭣이라 난정이가?!
박희량 : ..예..(입술을 깨문다)
s#51. 난정모 마당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데 방앞 댓돌 위에 난정모 미투리와 정윤겸의 갖신이 놓여있다.
정윤겸(E) : 대체 자네가 난정일 어떻게 훈육했길래 그 애가 저리 못되졌단 말인가?!
난정 : (움찔 놀라는)...?!
s#52. 동 난정모 방 안
정윤겸, 난정모에게 눈을 부라리고 있다.
정윤겸 : 내 자네 모녀를 그리 아꼈거늘..자네가 나를 보아서라도 어찌 난정일 기생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난정모 : 대감마님, 모두가 이년의 잘못이옵니다.
정윤겸 : 내 변방에 나가 있는 동안에도 난정이가 집에 찾아와 패악을 부린 것은 물론이고
이번에 옥련이의 혼처에게까지 못된 짓을 했다니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네!
난정모 : 대감마님, 옥련아씨 일은 오해시옵니다. 난정이는 그럴 애가 아니옵니다.
정윤겸 : 어허, 내 눈으로 목도 했거늘 어찌 난정이를 감싸고 도는겐가?
난정모 : ..대감마님..
정윤겸 : 내 두 번 다시 이 집에 발걸음을 하지 않을 작정일세.
난정모 : 예에? 하오시면 저희 모녀와의 인연을 끊으시겠단 말씀이시옵니까?!
정윤겸 : (외면하는) 음!!
난정모 : (울먹) 대감마님, 부디 인연을 끊겠다는 말씀만은 거두워주시옵소서..!
난정 :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며) 어머니, 울지 마세요!
정윤겸 : ...?!
난정모 : 나, 난정아..!..어서 대감마님께 잘못 했다고 빌어라..
난정 : 어머니, 우린 잘못한게 없어요! (정윤겸을 똑바로 보며) 대감마님께오서 저희 모녀와의 인연을 끊으시겠다면
마음대로 하시옵소서!
난정모 : 나,난정아!
정윤겸 : 뭐,뭐라..내 너를 얼마나 각별히 아꼈거늘 이리 배은망덕할수 있단 말이냐?
난정 : 아무리 서출이라 하오나, 핏줄의 정리보다 대감마님의 가문의 체통을 더 생각하시어 이년과의 인연을 끊으시겠다니,
이년도 앞으론 대감마님을 낳아주신 아비라고 생각지 않겠사옵니다. (원망스럽게 보다가 뛰쳐 나간다)
정윤겸 : ...!!
s#53. 중궁전 외경
s#54. 중궁전 방 안
윤비, 연상위에 놓인 피묻은 수건을 내려다 보는 얼굴위로(DIS)
s#55. 대비전 방 안 (s#39의 계속)
자순대비, 앞에 앉은 윤비에게 말한다.
자순대비 : 중전, 이 수건에 대한 일이 알려지면 조정에 피바람이 불것이요..허면 누구도 무사하다고 장담하지는 못할게요.
윤비 : ...!
자순대비 : 중전, 이 늙은이와 약조를 해주시겠소? 앞으로 이 수건에 대한 일은 묻어 두시기로 합시다. 약조해 줄수 있겠소?
윤비 : ...
자순대비 : (다짐하듯) 중전..!!
윤비, 묵묵부답인 얼굴위로 들려오는.
엄상궁(E) : 중전마마, 승후관 드셨사옵니다.
s#56.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 (생각에서 깨어나며) 드시라해라. (피묻은 수건을 연상서랍에 넣는다)
윤원형 : (열린 방문으로 들어와 조아리며 앉는다) 중전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지난번 말씀드린 회임불공 일은 어찌되었나 궁금해서요.
윤원형 : 심려거두시옵소서. 불공을 그만두라고 안사람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나이다.
윤비 : (끄덕이며)..반드시 그러셔야하옵니다. 그것이 이사람을 위하는 길이옵니다.
윤원형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하온데, 마마 후궁전에서 누가 낙태를 하였다지요?
윤비 : 오라버니께오서는 대궐 일에는 크게 마음쓰시지 마세요. 나중에 때가 되면 이 사람이 모든 것을 알려드릴 것입니다.
윤원형 : 예, 마마.
윤비 : (밖에다) 엄상궁.
엄상궁(E) : 예.
윤비 : 다과상을 들이게.
엄상궁(E) : 예.
윤원형 : 하온데 마마, 근자에 들어 이상한 일이 있사옵니다.
윤비 : 이상한 일이라니요?
윤원형 : 지난번 말씀드린 난정이 말씀이옵니다.
윤비 : ..난정이요?
윤원형 : 예, 난정이 그애가 말씀이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서 분부하시는 일들을 마치 내다보기라도 한것처럼
이 사람에게 한걸음 먼저 일러주니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옵니다.
윤비 : 그래요?!
윤원형 : 예.
윤비 : (뭔가를 생각하는)...!!
s#57. 어느 초가 방 안(윤원형이 마련해준)
난정, 뭔가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윤원형(E) : 난정아-난정아-
난정 : (흠짓하여 방문쪽을 보는)...?!
s#58. 동 초가 마당
윤원형, 숨가쁘게 대문을 박차듯이 안으로 뛰어들어온다.
윤원형 : 난정아-난정아-어디있느냐?
난정 : (방문 밖으로 나오며)..나으리..
윤원형 : (활짝 웃으며) 난정아 드디어 일이 성사되었다!
난정 : 예에? 성사되다니요..?
윤원형 : 중전마마께오서 난정이 너를 보자고 하신다!
난정 : ..?!
윤원형 : 너를 데리고 입궐하라는 중전마마의 명이 내리셨단 말이다! 하하!
난정 : ...!!
충격과 기쁨으로 어딘가를 휙 돌아보는 난정의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