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타보는 기차
기차여행이 주는 자유로움, 일상을 벗어나는 여유로움에서 마냥 자유를
구가하면서 팔랑팔랑 춤추듯 그렇게 기차역을 향한다.
기차역안에는 자그마한 화단이 있고, 오죽이 있었다.
강릉의 경포대에 가면서 들렀던 오죽헌에서만 보았던 오죽이 김천역에
자리하고 있으니, 놀라움으로 오죽을 바라 보았다.
나의 아이들과 웃고 떠들었던 오죽헌엔 아직도 나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묻어있을것인데...
서울엔 10년만이다.
무던히도 잊고 싶었던 서울,,,
좋은 기억 보다 아픔이 많이 자리한 서울...
서울은 두번다시 쳐다보지 않으려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서울과의 슬픔의 이별도 하지 못했구나 싶어서, 서울행을
결정해 버리고 이틀밤을 잠못들었다.
기차가 출발한다. 기차는 추풍령을 영동을 그리고 대전 , 천안을거쳐서
줄기차게 앞으로 향한다. 내 맘과 전혀 상관없이 마냥 앞으로 앞으로...
나의 슬픔을 하나씩 떨군다. 나의 고뇌속에 있던 108번뇌를 하나씩 떨군다.
하나의 슬픔은 저 개망초 옆에 떨구고, 또 하나의 슬픔은 달맞이 꽃옆에
떨구고, 또 하나의 슬픔은 산허리에 떨구고, 또 하나의 슬픔은 강물에
떨구고...
그렇게 슬픔들을 하나씩 내려 놓은다.
가슴이 편안해진다. 그동안 숨쉬기가 힘들어서 가슴이 저며올때가 많았는데
모든 슬픔들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내가 살아온 세월들에 대한 보상여행이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나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한 남자가 내가 내리는 기차의 바로 앞에서 나를 보고 웃고 서있다.
이 남자 멋진 남자이다. 멋을 아는 사람이다.
난 그 남자를 향하여 두팔벌려 다가갔다.
이 멋진 남자를 그냥 두기엔 아까워서 두팔벌려 안는다.
마주 안는 남자, 이남자는 그저 환하게 웃는다. 이 남자가 마냥좋기만하다.
마주 손잡고, 기차역에서 빠져나와 전철을 탔다. 혜화동 가는길이다.
혜화동의 동숭로에서 만날 사람이 있다.
학림다방으로 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환한 미소로 반긴다.
내가 좋아하는 아메리칸식 인사를 건네면서 학림다방이 다 떠나갈듯이
마치 비명을 지르듯 그렇게 반가운 사람들...
안음과 안음으로 인사를 건네고, 우린 자리를 옮긴다.
리듬공간 소극장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소극장안에는 객석이 꽉차있다.
자그마한 소극장, 자그마한 무대, 그곳에서 세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
을 지극히 한국적인 모습으로 각색한 새로운 한여름밤의 꿈을 접했다.
도깨비, 그리고 인간, 관객들과의 합의들...
배우들의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 줄줄 흐르는 땀들을 보는것은 희열
을 느낄정도였다. 자신의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삶의
자유를 느낀다. 세상사가 덧없는 꿈이란것을 깨우치는 연극무대.
연극의 감동에서 벗어자지 못한채, 정종파티를 하기위해 다시 장소이동
로마노스의 노천에서 내리는 비가 등뒤를 축축하게 적시는줄도 모르고
그저 반가움에, 환한 웃음들에, 내 그리움의 전체를 내려놓는다.
정종을 마시면서, 사람의 향기를 느낀다. 사람의 외모가 아닌 내면 세계를
접하고, 정신세계를 마주보며 행복했다.
저녁식사를 위해서 다시 노천에서 건물안으로 장소를 이동했다.
정식과 돈까스를 시켜서, 난 이접시 저 접시로 포크를 연신 수평이동
시키면서, 기웃기웃, 맛있어 보이는것을 내 접시로 연신 날라주면,
난 그것을 입으로 넣었다.
이렇게 아름다이 사는 사람들, 남을 배려할줄알고, 다른사람을 있는그대로
받아들일줄알고, 다른사람의 인생에 박수를 보낼줄 아는 사람들...
좀 공주인척하면 박수로 환영해줄 사람들,,, 난 이 사람들에게 흠뻑
빠져버렸다.
어깨가 훤하게 드러난 원피스를 입고, 굽높은 구두를 신고, 그런 내모습이
예쁘다며, 어깨를 두드리고, 가벼운 입맞춤을 해주는 사람들 ...
사람은 인정해줄때 행복해지지 않는가...
빠듯하게 기차시간을 남기고 아쉬움에 자리를 일어났다.
다시 서울역으로 향한다.
지리에 어두운 나를 위해서 일부러 서울역까지 데려다 주시는 분들
잠시라도 더 같이 있으려, 그렇게 또다시 뭉쳐서 전철에서, 서울역까지
배웅해준다.
다들 돌아가고, 한남자만이 나를 배웅하려 따라나선다.
한강다리의 야경, 남산타워의 불빛, 어두운 차창밖을 내어다 보면서
행복에 겨워 눈물이 퐁퐁 샘솟는다. 이제 다시는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
건만, 아직도 눈물샘은 마르지 않았던가 보다.
술취한 나를 위하여 커피도 한잔 마시라고 권하고, 음료수도 마시라고
권하고, 그러다가 달콤한 잠에 빠지기도 하고, 잠에서 깨어나 김천에서
출발하면서 산 동화책을 읽기도 하였다.
드디어 김천역에 도착한다. 내 슬픔들을 모두 내려놓고, 행복을 한바구니
담아온 날이다. 가슴에 내 머리속에 내 온몸에 행복을 휘감고 도착하니
김천에는 비가 내린다. 그것도 많이내린다.
기차역에서 차를 세워둔 김천시청주차장까지 택시로 이동해서, 내차에
시동을 거니 새벽 1시이다.
서울서부터 배웅하기 위해 따라온 남자를 같이 차에 태우고 난 금계리로
향한다.
비가 오니 천천히 가야한다면서 옆에서 속도도 제한하고...
음악도 크게 켜준다. 자상한 남자다.
이남자는 내가 여남재를 넘어갈것이 걱정이 되어서 따라온것이다.
비와 자욱한 안개속을 함께 넘으면서, 해수야 넌 이제 행복할거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하고, 예쁘게 살아야한다...
이 말을 하기위해서 같이 여남재를 넘는다.
네 해수는 행복해요. 그리고 앞으론 아름답게 예쁘게 살아갈 자신이
있어요. 내눈엔 또 눈물이 넘친다.
사랑 사랑, 가장 변하기 쉽고, 어리석은게 사랑이라 했는데...
이 사랑에 겨워서 사랑가를 부른다.
주어진 사랑에 도망가지 않기, 주는 사랑을 받아들일줄도 알아야한다는
다짐들로 잠못이루는 밤.
해수의 서울행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 생의 짐들을 다 내려놓은
엄청난 일을 한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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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악사랑님 해수가 넘 행복해서, 각색 소설을 한편썼습니다. 제가 살아온 날들이 힘들어서일까요. 일상에의 탈출이 한없는 자유를 줍니다. 오늘 만난 불꽃님, 사래님, 이너공주님, 대현님,인컴님,dawn님, 만나뵈어서 반가웠습니다. 좋은 사람과의 좋은 만남이 한없이 좋았습니다. 어찌 사랑하지 않을수있겠습니까?
잘 도착하신 것을 확인하니 안심이 됩니다. 오랜만에 뵈어 더욱 반가웠습니다. 여독에 피곤하실텐데 편히 쉬시고 즐거운 일요일 되시기 바랍니다. 먼길 다녀 가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해수님! 어찌 그리도 글을 잘 쓰시는지(연극에 관한 부분, 여행자 홈피에 올려주세요. )...산만큼 글을 쓴다! 라는 말을 실감해요. 가슴 속에 끓는 그 무엇이 꽉 찬 해수의 모습과 글, 사람을 반하게 하는 데에 그 보다 더 큰 매력은 없을 거에요.
꼭 참석해서 해수님을 만나고 싶었어요.매력덩어리 해수님,내 맘을 아실까?
한편의 아름다운 소설을 읽은것 같애요. 힘든 발걸음 하셨는데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에 우린 가끔씩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이 생각나지요 공감이 갑니다.....
하이구야~~!! 생생하기도 해라...예쁜 해수님 글도 어점 요렇게 이뿔가? 모두 모두 반갑고 행복한 얼굴들...8월의 만남이 기다려지는 이유를 참석하지 않으신 분은 모르리라....연극,,너무 좋앗어요^^*그리고 더 이상 나는 말을 아끼렵니다...ㅎㅎㅎ
퓨하하하하!! ^^*^^ 가비님 말을 아끼시려구요 ㅎㅎㅎㅎ 넘넘 반가웠어요 그런대 그날 이수형 형님만 우리 뵐려구 했는디 이를 우짜지 다시 접을수도 없구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