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식 연설의 일급비밀
어떤 칼럼리스트는 버락 오바마의 연설은 카네기 화술의 테크닉에다가
케네디 대통령의 화법이 더해져서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에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하지 않았는가?
촛불의 위력인지 아니면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으로 인한 새로운 인물을 향한
갈망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미국의 젊은 층에서 인터넷을 통해 시작된
'오바마 열풍'은 가히 신선함이요, 충격 그 자체였다. 어느 정도는 정치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도 작용하였다고 본다.
한 마디로 말하면 오바마의 승리는 거의 기적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것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존 케리 대선후보의 요청에 의해 기조연설자로 내정되어
단 15분 남짓한 시간 동안 TV방송을 통해 중계된 연설이 모든 미국인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그는 이로 인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하 중략---
2009년 1월 20일, 제44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버락 오바마는 보기 드문 연설의 명수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부터 이 책에 수록된 연설을 통해 국민을 열광시키는 오바마 매력의
원천을 살펴보고 동시에 그 뛰어난 레토릭(언어표현의 기술)의 비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 오바마 식 레토릭의 전략
서양에서는 2천 3백년이상이나 전해 내려오는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로 서의
레토릭 전통이 있다.
그 흐름 속에서 오바마의 레토릭을 보면 3가지의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그 3가지가 연설을 듣는 이들의 큰 감동을 느끼게끔 하는 오바마 식 레토릭의 비밀이다.
1. 재현
우선 그 첫 번째가 전문가들이 '재현'이라고 부르는 테크닉이다.
이것은 이야기의 내용을 연설가 자신을 예로 들어 증명해 보이는 기교를 가리킨다.
일리노이 주의 무명 정치가에 지나지 않았던 오바마는 2004년 민주당 대회의
' 기조연설'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는 이때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연설을 하여 미래의 대통령 후보로 주목 받게 되었다.
"오늘밤 저는 그들에게 이런 말을 전하겠습니다.
진보의 미국과 보수의 미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미합중국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흑인의 미국, 백인의 미국, 라틴계 미국, 아시아계 미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미합중국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애국자가 있는가 하면
찬성하는 애국자도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며 우리 모두가 성조기에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미합중국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케냐의 흑인 유학생과 캔자스 출신의 백인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는 모자이크 사회라
불리는 다민족 국가 미국에서 스스로 '인종화합의 상징'이 된다. 다시 말해 연설에서
그 내용을 자신이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부시 대통령에 의한 이라크 전쟁의 시비를 둘러싸고 찬성 파와 반대 파로
이분되어 합중국이 아닌 분열 국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었다.
이 같은 위기감 속에서 국민들은 '화합의 상징'인 오바마의 연설에 반응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2. 반복
그 두번째 테크닉으로는 '반복'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구조가 동일한 문장을 반복해 말하면 문장에 리듬감이 실려 청중이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예비선거가 최고조에 달했던 미니 슈퍼 화요일(2008년 3월4일)밤의 연설에서
오바마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결말을 맺고 있다.
"세계는 무엇을 보게 될까요? 우리는 세계에 무엇을 전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라고 의문문을 3차례 반복한 후에,
"우리는 당파나 지역, 인종과 종교를 초월해 하나가 되어 ...
번영과 기회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공포와 빈곤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바다.
너머 지친 여행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지상최고의 희망이라는 보낼 수 있을 것인가?
라며 다시 의문문을 세 번에 걸쳐 반복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렇게 소원합니다. 이렇게 믿습니다. "라고 물음에 대한 답변을 세 차례 동일한 구조로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큰 키와 바리톤 음성의 어투와도 조화를 이루어 오바마 연설의 큰 매력이 되고 있다.
3. 상징성
마지막 테크닉은 전문가들이 '상징성'라고 부르는 방법이다.
이것은 기억하기 쉽게 강한 메시지의 언어나 문구를 정치적 슬로건으로 이용하는 기교이다.
대공황 당시 루스벨트가 내건 뉴딜정책이나 60년대 케네디의 뉴프런티어 정신 등
과거에는 대통령이 도전적 슬로건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레이건의 레이거 노믹스나
부시의 '배려하는 보수주의' 등 대통령의 정책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오바마는 '희망'이나 '화합', '변화'와 같이 상징적인 슬로건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비전과
구체적 정책을 연설을 통해 제시하는 캠페인 전략을 취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점점 더 많은 유권자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 진영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잉요한 선거운동을 중시했다. 일단 이해하기 쉬운 슬로건으로 유구너
자의 지지를 얻는다는 의도는 정확히 목표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2004년 민주당대회 기조연설의 절정에서는 '우리는 냉소주의 정치에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희망의 정치에 참가할 것인가? 라고 질문한 후에 '희망'이란 말을 11번이나
사용하고 있다.
한편, 2008년 민주당대회에서의 지명 수락 연설에서는 '미국의 약속'이라는 키워드를
여러 번 반복해 상용하고 있다. 이것은 오바마가 단순히 '희망'만을 강조하는 정치가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더욱 좋은 것을 추구해야 할<국가>가 꿈을 추구할 자유가 있는
국민에게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오바마의 생각이다.
-중략—
오바마는 종종 존F케네디에 빗대어 '검은 케네디'라 불린다. 하지만 레토릭이라는
측면으로 분류하자면 '변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점이나 '중산층'에 대한 호소로 볼 때
빌 클린턴과 매우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오바마 베스트연설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