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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서예자료[888]禪師들의 詩, 涅槃頌. 悟道頌(ㅌ~ㅎ)
太古普愚國師 (1301~1382. 高麗 僧侶. 法號 太古.
첫 法名은 善虛. 法名 普愚. 俗姓 洪氏로 本貫과 出生 洪州 - 現 忠南 洪城)
(1) 古佛覺 (老長 僧侶의 깨달음)
趙州古佛老 ~ 趙州의 老長 僧侶가
坐斷千聖路 ~ 千 聖人처럼 되길 決斷하고 앉아
吹毛覿面提 ~ 吹毛劍 휘둘러 드러나는 面目을 보려하나
通身無孔竅 ~ 몸에 通하는 구멍이 없네.
狐兎絶潛踪 ~ 疑心하는 토끼(漆桶)는 자취도 없고
飜身師子露 ~ 飜身하여 師子(自性)가 드러났네.
打破牢關後 ~ 가둬둔 우리를 때려 부수니
淸風吹太古 ~ 맑은 바람 太古에 불어오네.
★ 吹毛劍이란 ~: 칼날 위에 솜털을 올려놓고 입으로 불면 끊어지는 銳利하고
날카로운 칼로 古代의 名劍이다. 禪語錄에는 金剛寶劍, 鏌鋣劒,
關羽 張軍의 大刀가 자주 登場하는데, 般若의 智慧의 靈妙한 作用을 比喩한 것이다.
維摩經에 智慧의 劍으로 煩惱의 寂을 打破한다고 하는 것처럼,
一切의 思量分別을 끊어버리고 곧바로 如來의 境地를 體得하는 것을 比喩한 것이다.
★ 漆桶 ~: 無始以來 쌓인 煩惱가 佛性을 덮고 있는 狀態.
• 아주 까맣고 깜깜하여 아무 곳도 알 수 없는 狀
態.
(2) 古林
無枝無葉樹 ~ 가지도 잎도 없는 나무
春風動其根 ~ 봄바람 불어와 뿌리를 흔든다.
非靑非白色 ~ 靑色도 白色도 아니어서
花發又無痕 ~ 꽃 피어도 痕跡도 없겠구나.
(3) 空溪
百萬人蹤絶 ~ 百萬의 사람들 자취 끊어지고
三祗客路窮 ~ 無窮한 歲月에 나그네 길 다하다.
落花浮碧淥 ~ 떨어진 꽃잎 푸른 물에 뜨고
白日徹西東 ~ 한낮의 해는 東西로 通하는구나.
(4) 過雲
平生行止大無端 ~ 平生의 몸가짐 크게 頉이 없고
是處無求是處安 ~ 이곳은 바라는 곳이 아니라 便한 곳이라.
行滿天下沒蹤迹 ~ 行動이 天下에 가득해도 蹤迹이 없어
今日依然臥碧山 ~ 오늘도 如前히 푸른 山에 누워있노라.
(5) 南谷
童子行尋千載後 ~ 童子僧이 千 年 뒤를 찾아갔더니
寥寥寂寂但淸虛 ~ 쓸쓸하고 寂寂하여 맑게 비어 있다.
老僧無事臥雲裏 ~ 늙은 스님 일 없어 구름에 누우니
白日靑山對結廬 ~ 대낮의 푸른 山이 草家와 마주한다.
(6) 斷巖 (낭떠러지)
路隔靑山斷世緣 ~ 靑山에 길 막혀 끊어진 世上 因緣
亦無佛祖到門前 ~ 門 앞에 이르는 부처와 祖師도 없다.
含花百鳥絶來往 ~ 꽃 머금은 새들 往來함도 끊겼는데
但祝名君一炷煙 ~ 다만 君主에게 올리는 한 줄기 香불이여.
(7) 無
靜也千般現 ~ 고요할 땐 森羅萬象 나타나더니
動也一物無 ~ 움직이자 하나도 있는 것 없네.
無無是什麽 ~ 無, 無라는 이것은 都大體 무엇인가
霜後菊花稠 ~ 서리친 뒤 도리어 滿開한 菊花는?
(8) 無文
一物盡色聲 ~ 한 物件은 色깔과 소리를 모두 包含하고
無形亦絶名 ~ 形象도 없고 또한 이름도 끊겨 있다.
從玆興萬有 ~ 이로부터 萬有가 생겨난 것이니
物化若神靈 ~ 物體의 變化는 神靈 같은 것이다.
(9) 文殊讚
提起吹毛利 ~ 吹毛利劍 휘둘러 (漆桶打破 하여) 發生한
家風妙奇絶 ~ 그 집안의 家風 妙하고 奇異하여 比할데 없구나.
逍遙千聖外 ~ 便安하고 閑暇롭고 아득하여 千聖人을 잊게하는데
月映蘆花雪 ~ 갈대꽃은 눈처럼 달빛에 비친다.
(10) 伴雲 (구름을 벗하여)
善和於上亦和下 ~ 위와 잘 어울리면 아래와도 잘 어울려
卷舒行藏閑且雅 ~ 걷고 펴고 가고 머뭄이 閑暇하고 優雅하다.
大布無邊細無間 ~ 끝없이 크게 펼치고 細密하여 틈이 없어
靑山重疊萬里野 ~ 靑山이 重疊되어 萬 里 들판에 늘어서 있다.
(11) 白雲庵歌
逍謠山上多白雲 ~ 逍謠山 위에 많은 흰 구름
長伴逍謠山上月 ~ 逍謠山 위의 달과 늘 함께 하네.
有時淸風多好事 ~ 때로 맑은 바람에 좋은 일 많은데
來報他山更奇絶 ~ 다른 山이 더 좋다고 알려 주네.
白雲無心編大虛 ~ 흰 구름은 無心히 하늘에 가득 찼어도
其如烘爐一點雪 ~ 바로 火爐에 한 點 눈과 같아진다.
行雨四方無彼此 ~ 四方에 비 내릴 때 彼此가 없이
是處是物皆欣悅 ~ 어느 곳 어떤 物件이든 모두 기뻐하네.
刹那歸來此山裏 ~ 刹那에 흰 구름이 山으로 돌아오니
山光着色水鳴咽 ~ 山빛은 色으로 물들고 물은 소리 내어 흐르네.
古庵依俙非無間 ~ 오래된 庵子는 안개속이 아닌데도 어렴풋하고
運雲畏道倉苔滑 ~ 連이은 구름에 險한 길은 푸른 이끼가 미끄럽네.
左傾右傾住復行 ~ 佐로 右로 뒤뚱 거리며 오가는데
誰其侍者唯楖栗 ~ 依支하는 것은 오직 지팡이 뿐.
路窮庵門向東開 ~ 길이 다한 곳에 庵子 門은 東쪽으로 열려 있고
主貧同會無言設 ~ 손님과 主人은 만나서 無言으로 設한다.
山默默又水潺潺 ~ 山은 默默하고 또 물은 潺潺한데
石女喧嘩木人咄 ~ 돌 女子는 수다를 떨고 나무 사람은 꾸짖는다.
汲汲西來碧眼胡 ~ 奔走히 西쪽에서 오신 눈 푸른 達摩 스님
漏洩此意埋佛日 ~ 이 뜻을 漏洩하여 부처님의 해를 묻어 버렸네.
傳至曺溪盧老手 ~ 曺溪山 六祖에게 法을 傳하니
又道本來無一物 ~ 本來 한 物件도 없다고 하였네.
可笑古今天下人 ~ 우습구나 古今 天下 사람들이여
不惜眉毛行俸喝 ~ 눈썹을 아끼지 않고 俸喝을 行하네.
我今將何爲今人 ~ 내 將次 어떻게 只今 사람을 爲할까?
春秋冬夏好詩節 ~ 春夏秋冬 좋은 時節
熱向溪邊寒向化 ~ 더우면 시냇가로 추우면 불 찾아가고
閑載白雲夜半結 ~ 閑暇히 흰 구름 끊고 한 밤中 坐禪 하네.
因來閑臥白雲樓 ~ 疲困하면 白雲樓에 閑暇로이 누우니
松風蕭蕭聲浙浙 ~ 솔바람 소리는 寂寞하구나.
淸君來此保餘年 ~ 請컨대 그대는 여기서 餘生을 보내시오
飢有蔬兮渴有泉 ~ 배고프면 나물이 있고 목마르면 샘물이 있다오.
(12) 雪梅軒 (雪梅 핀 집에서)
臘雪滿空來 ~ 하늘 가득 내리는 섣달 눈발
寒梅花正開 ~ 추위에도 梅花꽃 막 피어난다.
片片片片片片 ~ 조각조각 또 조각조각
散入梅花眞不辨 ~ 흩어져 들어오는 梅花꽃 分間을 못하노라.
倚欄終日看不足 ~ 欄干에 기대어 終日 바라봐도 싫지 않아
命使畵工親筆硯 ~ 畵工에게 命하여 直接 그리게 하여
移數枝於屛風上 ~ 몇 가지 屛風 위로 옮겨오게 하였어라.
六月火雲間 ~ 六月 炎天하늘 구름 사이에도
令人神氣爽 ~ 사람의 神聖한 氣運읗 爽快하게 하는구나.
(13) 送珦仙人之江南
(珦仙人이 江南으로 감을 餞送하며)
海東千古月 ~ 海東에 뜨는 千古의 달
江南萬里天 ~ 江南땅은 千 里나 멀어라.
淸光無彼此 ~ 맑은 빛이야 이곳저곳 區別 없으니
莫認諸方禪 ~ 여러 地方의 參禪이야 생각하지 말아라.
(14) 庵在雲重處
庵在雲重處 ~ 겹겹이 쌓인 구름속 庵子는
從來不設扉 ~ 本來부터 사립門을 두지 않았다.
坮森含晩翠 ~ 누대의 숲은 푸름을 머금었고
庭菊帶斜暉 ~ 뜰의 菊花는 저녁 볕을 띠었다.
木落經霜菓 ~ 나무에 서리 맞은 과일은 떨어지고
僧縫過夏衣 ~ 스님은 여름 지난 옷을 깁는다.
高閑吾本意 ~ 孤高하고 閑暇로움 本來의 내 뜻이라
吟賞自忘歸 ~ 詩읊고 즐기느라 돌아가기를 잊었다.
(15) 雲山
白雲雲裏靑山重 ~ 흰 구름 구름 속엔 山이 첩첩
靑山山中白雲多 ~ 푸른 山 山 속엔 흰 구름이 가득.
日與雲山長作伴 ~ 날마다 구름과 山을 벗해 살아가니
安身無處不爲家 ~ 어찌 이 한 몸 어느 곳인들 집 아닐까.
(16) 隱峰
百億須彌在其中 ~ 百億의 須彌山 그 안에 있고
白雲圍繞幾千重 ~ 흰 구름 둘러싼 것 몇 千 겹인가.
那邊殘照微茫外 ~ 저 便의 지는 햇빛은 아득한 밖
却立巍巍振古風 ~ 문득 높이 서서 古風을 떨친다.
(17) 竹庵
中無一物本來淸 ~ 아무것도 없는 속 本來 맑아서
擧世無人窺戶庭 ~ 온 世上 누구도 이 뜰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다.
鳳瀟龍吟破禪寂 ~ 鳳의 휘파람 龍의 울음이 禪寂를 깨뜨리고
一等明月滿江城 ~ 한 줄기 밝은 달이 江 마을에 가득하다.
(18) 證庵 (부처님 眞理를 證得한 庵子)
十方無壁落 ~ 世上 막을 壁 하나 없고
四面亦無門 ~ 四面 어디에도 그러한 門이 없다.
佛祖行不到 ~ 부처와 스님도 가도 오지 못하는 곳
閑眼臥白雲 ~ 흰 구름에 누워 閑暇로이 잠을 請한다.
(19) 參禪錄
日月似電光 ~ 歲月이 電光石火 같으니
光陰良可惜 ~ 時間을 잘 아껴라.
生死在呼吸 ~ 죽고 사는 것이 숨 쉬는 데 있으니
難以保朝夕 ~ 아침에는 살아 있지만 저녁까지 살아 있을지.
行住坐臥間 ~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눕는 동안
寸景莫虛擲 ~ 한 瞬間도 헛되이 버리지 말라.
勇猛加勇猛 ~ 勇猛에 勇猛을 더하고
如我本師釋 ~ 우리 부처님 같이 하며
精進復精進 ~ 精進하고 또 精進하되
心地等惺寂 ~ 마음은 언제나 또렷하면서 고요히 하며
深信佛祖意 ~ 부처님과 祖師의 말씀하신 뜻을
須要辨端的 ~ 깊이 믿고 分明히 判斷하라.
心卽天眞佛 ~ 이 마음이 그대로 부처이거늘
何勞向外覓 ~ 어찌 밖을 向해 찿으랴.
放下萬事着 ~ 모든 일 다 놓아 버리기를
路窮如鐵壁 ~ 監獄에 갇힌 것 같이 하며
妄念都滅盡 ~ 모든 생각을 다 끊어 버리고
盡處還抹却 ~ 끊었다는 생각마저 잊어 버려라.
身心如托空 ~ 몸과 마음이 虛空 같을 때
寂然光達爀 ~ 고요한 光明이 빛나리라.
本來面目誰 ~ 내 本來 모습이 무엇인고?
纔擧箭沒石 ~ 懇切히 疑心해 가면
疑團百雜碎 ~ 疑心덩이 문득 부서지고
一物盖天碧 ~ 한 物件이 하늘땅을 덮으리라.
莫與無智設 ~ 이 境界를 모르는 이에게 말하지 말고
亦莫生悅懌 ~ 기뻐서 날뛰지도 말고
須訪見宗師 ~ 눈 밝은 善知識을 찾아가
呈機復請益 ~ 얻은 바를 認可 받아야 한다.
然後名繼祖 ~ 그래야 비로소 祖師의 法을 이었다 할 것이니
家風不偏僻 ~ 그러기 前에는 함부로 알았다고 하지 말라.
困來展脚眠 ~ 이런 뒤에야 잠 오면 자고
飢來信口喫 ~ 배고프면 먹고
人問是何宗 ~ 누가 法을 묻거든
棒喝如雨滴 ~ 事情없이 對하라.
(20) 參禪銘. 1
心卽天眞佛 ~ 마음이 곧 眞實한 부처이니
何勞向外覓 ~ 어찌 受苦로이 밖에서 찾는가.
放下萬事看 ~ 萬事를 버리고 보면
路窮如鐵壁 ~ 길이 다하여 鐵壁과 같으리라.
(21) 參禪銘. 2
妄念都滅盡 ~ 妄靈된 생각 다 없애버리고
盡處還抹却 ~ 없어진 그 곳마저 지워버린다.
身心如托空 ~ 몸과 마음 모두가 虛空에 기댄 듯 하니
寂然光達赫 ~ 고요한 그 빛이 온통 빛나도다.
(22) 參禪銘. 3
本來面目誰 ~ 本來의 面目이 누구이던가.
纔擧箭沒石 ~ 화살을 날려서 돌을 날린다.
疑團百雜碎 ~ 疑心의 덩어리 散散이 부숴 버리면
一物蓋天碧 ~ 한 物件 나타나 푸른 하늘 덮으리라
(23) 淸澗
出自靑山谷 ~ 푸른 溪谷에서 흘러나와
流流朝碧海 ~ 흐르고 흘러서 푸른 바다 보리라.
潺溪聲最切 ~ 潺潺한 溪谷에 물소리 거세어
近聽人誰解 ~ 가까이서 들으니 사람을 누가 알랴.
(24) 太古庵歌
吾住此庵吾莫識 ~ 내가 寄居하는 이 庵子 나도 모르나
深深密密無壅塞 ~ 깊고 隱密하나 壅索함 없고
函盖乾坤沒向背 ~ 하늘 땅 뒤덮어 앞뒤 없으니
不住東西與南北 ~ 東西南北에 어찌 머물랴.
珠樓玉殿未爲對 ~ 구슬 樓閣, 白玉 殿閣도 比할 바 아니고
少室風規亦不式 ~ 少林寺의 風習과 規定도 따르지 않네.
爍破八萬四千門 ~ 八萬四千 煩惱의 門을 다 부수니
那邊雲外靑山碧 ~ 저편 구름 밖 靑山이 푸르구나.
山上白雲白又白 ~ 山 위의 흰구름 희고 또 희고
山中流泉滴又滴 ~ 山中의 샘물은 흐르고 또 흐르네.
誰人解看白雲容 ~ 누가 있어 저 흰구름을 理解할 것인가
晴雨有時如電擊 ~ 비 오고 개이는 것이 번개와 같은데
誰人解聽此泉聲 ~ 누가 이 샘물 소리를 理解할 것인가.
千回萬轉流不息 ~ 千 구비 萬 구비 쉬지 않고 흐르는데
念未生時早是訛 ~ 생각을 내기 前에 벌써 틀렸고
更擬開口成狼藉 ~ 입을 열려 할 때 더욱 부질없다.
經霜經雨幾春秋 ~비 오고 서리 내린 봄가을이 얼마인데
有甚閑事知今日 ~ 어찌 閑暇롭게 오늘을 알겠는가.
粗也餐細也是餐 ~ 맛 없는 밥 맛있는 밥
任儞諸人取次喫 ~ 모두가 제各各 먹으니
雲門糊餠趙州茶 ~ 雲門의 떡이나 趙州의 茶도
何似庵中無味食 ~ 어찌 이 庵子의 맛없는 飮食만 하랴.
本來如此舊家風 ~ 本來 이런 옛 家風을
誰敢與君論奇特 ~ 누가 있어 奇特하다 論할까.
一毫端上太古庵 ~ 한 가닥 털끝 위의 太古庵
寬非寬兮窄非窄 ~ 넓은 듯 좁은 듯
重重刹土箇中藏 ~ 겹겹의 極樂淨土 그 가운데 있고
過量機路衝天直 ~ 넘치는 가르침의 길 하늘에 닿아 있으나
三世如來都不會 ~ 三世如來도 알 수 없고
歷代祖師出不得 ~ 歷代 祖師도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愚愚訥訥主人公 ~ 어리석고 語訥한 庵子의 主人公
倒行逆施無軌則 ~ 道理에 順從하지 않는 行에 軌則이 없으며
着却靑州破布衫 ~ 靑州에서 지은 다 헤진 삼베赤衫 입고
藤蘿影裡倚絶壁 ~ 藤나무 넝쿨 속 바위에 기대어 서니
眼前無法亦無人 ~ 눈 앞에는 法과 사람 모두 없고
旦暮空對靑山色 ~ 아침 저녁으로 푸른 山만 바라보고 있다.
几然無事歌此曲 ~ 일없이 앉아서 이 曲을 읊으니
西來韻曲愈端的 ~ 西쪽에서 온 가락이 確然 하도다.
徧界有誰同昌和 ~ 이 世上 누가 있어 이 노래에 和答할까
靈山少室謾相拍 ~ 靈山과 少林寺가 부질없는 拍手를 치는구나.
誰將太古沒絃琴 ~ 누가 오래된 줄 없는 伽倻琴으로
應此今時無孔笛 ~ 구멍 없는 피리 부는 내 曲에 맞장구 치겠는가.
君不見 ~ 그대 보지 못하는가
太古庵中太古事 ~ 太古庵의 太古스런 일을
只這如今明歷歷 ~ 다만 只今처럼 뚜렷하기만 한데
百千三昧在其中 ~ 百千三昧의 妙理가 그 中에 있고
利物應緣常寂寂 ~ 因緣따라 온갖 것을 이롭게 하나 늘 고요하도다.
此菴非但老僧居 ~ 이 庵子 老僧ㅡ만 머물지 않고
塵沙佛祖同風格 ~ 數많은 부처와 祖師가 風格을 같이 한다.
決定說君莫疑 ~ 確實하게 말하니 그대 疑心 말라
智亦難知識莫測 ~ 智慧나 알음알이로 헤아리기 어렵도다.
回光返照尙茫茫 ~ 뒤돌아보며 修行해도 오히려 어둡고 아득하며
直下承當猶滯跡 ~ 心身을 참을 實證하는 곳에 두어도 자취에 걸리네.
進問如何還大錯 ~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면 크게 어긋나 돌아오고
如如不動如頑石 ~ 如如不動해도 쓸모없는 돌과 같네.
放下着莫妄想 ~ 내려 놓아라, 忘想을 하지 마라
卽是如來大圓覺 ~ 이것이 如來의 大圓覺이니라,
歷劫何曾出門戶 ~ 歷劫토록 暫時 門戶를 나왔으나
暫時落泊今時路 ~ 暫時 떨어지면 只今의 길이로다.
此庵本非太古名 ~ 이 庵子는 本來 太古庵이 아닌 것을
乃因今日云太古 ~ 오늘에 이르러 太古라 했네.
一中一切多中一 ~ 하나 가운데 一切가 있고 一切 가운데 하나
一不得中常了了 ~ 하나도 없는 데서 恒常 또렷하네.
能其方亦其圓 ~ 모나기도 하고 둥글기도 하여
隨流轉處悉幽玄 ~ 流를 따라 어디든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네.
君若問我山中境 ~ 누가 나에게 山中의 警戒를 물으면
松風蕭瑟月滿天 ~ 솔바람 蕭瑟하고 달빛은 하늘에 가득하오.
道不修禪不參 ~ 道도 닦지 않고 禪도 하지 않아
水沉燒盡爐無烟 ~香 다 탄 香爐에 煙氣 없고
徹骨淸兮徹骨貧 ~ 사무치게 맑고 사무치게 가난해도
活計自有威音前 ~ 살길은 本來부터 스스로 있네.
但伊騰騰恁麽過 ~ 그런대로 그렇게 지내는 거지
何用區區求其然 ~ 어찌 區區히 태울 香을 求하랴.
徹骨淸兮徹骨貧 ~ 사무치게 맑고 사무치게 가난해도
活計自有威音前 ~ 살길은 本來부터 스스로 있네.
閑來浩唱太平歌 ~ 閑暇히 太古歌 부르며
倒騎鐵牛遊人天 ~ 쇠소를 거꾸로 타고 人間界 天界서 노니노라.
兒童觸目盡伎倆 ~ 아이들은 보는 대로 才주를 내지만
曳轉不得徒勞眼皮穿 ~ 생각처럼 안되어 疲困만 하네.
庵中醜拙只如許 ~ 庵中의 더러움과 拙함이 이와 같은데
可知何必更重宣 ~ 아는 일을 어찌 일부러 다시 밝히랴.
舞罷三臺歸去後 ~ 三臺에서 춤추고 돌아간 후에
淸山依舊對林泉 ~ 靑山은 變함없이 숲과 샘을 對하고 있네.
(25) 海雲
茫茫碧海上 ~ 茫茫한 푸른 바다 위
片片白雲行 ~ 조각조각 흰 구름 흐른다.
中有白鷗樂 ~ 그 안에 白鷗의 즐거움 있어
與君任此生 ~ 그대와 이승의 삶을 맡기자.
(26) 悟道頌
一亦不得處 ~ 하나마저도 얻을 수 없는 곳에
踏破家中石 ~ 밟아 깨치니 집 안의 돌 이러라.
回看沒破跡 ~ 돌이켜 보니 깨친 痕跡 또한 없고
看者赤已寂 ~ 본 사람마저 조용하니
了了圓陀陀 ~ 了了한 圓은 뚜렷하고 뚜렷하며
玄玄光爍爍 ~ 玄玄한 빛은 맑게 빛나는 도다.
佛祖與山河 ~ 佛祖와 더불어 山河를
無口悉呑郤 ~ 입이 없이 모두 삼켜버렸도다.
★ 了了하다 ~: (1) 눈치가 빠르고 똑똑하다.
(2) 뚜렷하고 分明하다.
★ 玄玄 ~: 玄妙하고 深奧하다.
🍎 鞭羊彦機 (1581∼1644. 朝鮮 中期 僧侶. 本貫竹州.
俗姓 張氏. 法號 鞭羊. 法名 彦機. 安城 出身)
(1) 居通性庵
草閣封榿樹 ~ 띠집에 나무울타리
香藤覆井闌 ~ 香氣로운 藤나무 우물을 덮고
地卑非佛處 ~ 땅은 瘠薄하여 부처가 계실 곳이 못되니
人斷是吾山 ~ 人跡마져 끊겼으나 나의 山이로다.
伏鹿求爲伴 ~ 숨어있는 사슴은 道伴이 되고
簷峰自作關 ~ 처마의 봉우리는 저절로 關門이 되었구나.
白雲時出岫 ~ 白雲이 山자락에서 피어날 때
相對意俱閑 ~ 相對하는 마음 모두가 閑暇롭구나.
(2) 敬賽行師 求禪旨
岫色兼天碧 ~ 山色은 아름답고 하늘은 푸르며
林聲與菊黃 ~ 숲속의 소리 黃金色의 菊花
谷虛風浙浙 ~ 골짜기엔 虛虛로운 바람이 浙浙하고
松冷月蒼蒼 ~ 소나무는 차고 달은 蒼蒼하도다.
助詠溪三五 ~ 서너 댓 개울물 소리 더해주고
同樓鶴一雙 ~ 한 雙의 鶴이 깃들어 함께하니
眼前無俗物 ~ 눈앞에는 俗物이란 없고
淸興日茫茫 ~ 맑은 날에 해가 솟으니 茫茫하기만하다.
(3) 奉賽鑑長老
選佛江西近 ~ 江 西쪽 가까이 選佛場이 있어
探禪石室遊 ~ 禪을 探究하며 石室에서 노닐다가
意超三世界 ~ 뜻은 三世界를 뛰어 넘고
身覺一漚浮 ~ 몸은 한 點의 뜬 물거품인 줄을 알았다.
邈爾天中鶴 ~ 먼 하늘 가운데 鶴
飄然海上鷗 ~ 飄然히 나르는 바다 위 갈매기
七斤衫尙在 ~ 일곱 斤의 長衫 있어
常着还涼秋 ~ 恒常 입어면 시원한 가을이로다.
(4) 奉示申處士
蓬萊問道道無二 ~ 蓬萊山에서 물은 道요 道는 둘이 아니었고
香嶽重逢只此心 ~ 妙香山에서 다시 만났어도 亦是 이 마음 뿐.
日暮柴門相送處 ~ 해 저물어 사립門 밖 보내는 때에도
滿山松檜起風琴 ~ 온 山의 소나무 제 바람에 제 거문고 소리였네.
(5) 山居
自栖通性後 ~ 이 通性庵에 居處한 뒤로
幽事日相干 ~ 그윽한 일이 날마다 이어진다.
造圃移芳茗 ~ 밭을 가꾸어 香氣로운 茶나무 심고
開亭望遠山 ~ 亭子를 지어 먼 山을 바라본다.
晴窓看貝葉 ~ 窓이 밝아오면 佛經을 읽고
夜榻究禪關 ~ 야밤에는 걸床에 앉아 話頭를 붙든다.
世上繁華子 ~ 世上의 繁華로운 사람들이야
安知物外閑 ~ 어찌 알리 俗世 밖의 이 閑暇한 맛을.
(6) 山中偶吟
平生愛梵鐘 ~ 平生에 절 鐘소리 사랑하기에
垂老臥雲松 ~ 늘그막에 소나무 구름 속에 누워 있다.
論經多法侶 ~ 經典을 議論하는 法侶가 많아
人語月中峰 ~ 山봉우리 달빛 아래 이야기한다.
(7) 送軒師住庵
江西這一喝 ~ 江西의 이 一喝
千古使人聾 ~ 千古에 사람들로 하여금 귀 멀게 했네.
歲寒飛白雪 ~ 날은 차고 흰구름 날으니
依舊起春風 ~ 그대로 봄바람이 일어나도다.
猿鶴同心友 ~ 원숭이와 鶴은 마음이 같은 벗이며
孤峰獨宿翁 ~ 외로운 봉우리에 홀로 지새는 늙은이
忘我兼忘世 ~ 나도 잊고 世上도 잊으니
榮枯一夢中 ~ 興亡盛衰가 하나의 꿈속이더라.
(8) 示允師
百城遊方畢 ~ 百 個의 城을 다니는 것을 마치고 나니
香岳伴雲閑 ~ 아름다운 구름은 閑暇히 山을 짝한다.
獨坐向深夜 ~ 홀로 앉아 밤은 깊어만 가는데
前峰月色寒 ~ 앞 山 봉우리엔 달빛이 차다.
(9) 示誦蓮經僧
金剛天德寺 ~ 金剛山 天德寺
法侶誦蓮華 ~ 法侶들이 妙法蓮華經을 외우네.
白雲諸天下 ~ 白雲이 天下를 감사고
飛空作四花 ~ 虛空에는 네 가지 꽃이 휘날리네.
六震焉無撼 ~ 여섯가지로 震動하는데 어찌 흔들림이 없어리요
山河病眼多 ~ 山河에는 눈病이 많다.
毫光開佛眼 ~ 白毫光이 佛眼을 여니
莫待設三車 ~ 三僧으로 施設하기를 期待하지 말라.
(10) 悟道頌
雲邊千疊嶂 ~ 구름가엔 千 疊으로 쌓인 봉우리 솟아있고
檻外一聲川 ~ 欄干 밖에는 개울 물소리 搖亂하게 흐른다.
若不連旬雨 ~ 萬若 장맛비가 아니었다면
那知霽後天 ~ 어찌 비개인 맑을 하늘을 알았으리요.
(11) 悟心
雲走天無動 ~ 구름은 달려가도 하늘은 꼼짝않고
舟行崖不移 ~ 배는 흘러가도 언덕은 그냥 있네.
本是無一物 ~ 根本을 살피면 아무것도 없건만
何處起歡悲 ~ 어디에 기쁨과 슬픔 있겠는가?
(12) 偶吟一絶贈戒明山人
古寺空山中 ~ 쓸쓸한 山속의 옛 절
高樓人獨宿 ~ 높은 樓臺에 홀로 지새는 사람.
夜來秋雨寒 ~ 지난 밤 가을비 차게 내렸으니
落葉滿庭濕 ~ 落葉은 뜰에 가득 젖었네.
(13) 遊逍遙山
晩陟逍遙洞 ~ 땅거미 지는 逍遙洞에 오르니
奇觀自異同 ~ 奇異한 觀景 저절로 다르기도 같기도 하다.
地偏天若少 ~ 땅은 가파르고 하늘은 없는 듯
川遠曲迷重 ~ 냇물은 멀리 굽이쳐 迷路가 거듭되구나.
亂竹岩前徑 ~ 바위 앞 길 대나무는 茂盛하고
輕霞霽後峰 ~ 엷은 저녁 놀 비 개인 봉우리
高吟徒遣興 ~ 높이 읊조리며 興을 돋우며
揮筆句難工 ~ 잘 쓰지는 못하나마 한 句絶 揮筆하노라.
(14) 庭花
雨後庭花連夜發 ~ 비온 뒤 뜰에 꽃 밤새 연이어 피어나
淸香散入曉窓新 ~ 맑은 香氣 흩어져 들어오니 새벽 窓이 새롭구나.
花應有意向人笑 ~ 꽃은 應當 뜻하는 바 있어 사람 向해 웃고 있는데
滿院禪僧空度春 ~ 寺院 가득 禪僧들은 헛되이 봄을 보내고 있구나.
(15) 贈覺地
興來長嘯上高樓 ~ 興이 나면 樓臺에 올라 길게 읊조리나니
明月蘆花兩岸秋 ~ 밝은 달 갈대꽃 兩쪽 언덕 가을이네.
最好一聲漁父笛 ~ 한 가락 고기잡이 긴 젓대 소리
夜深吹過白鷗洲 ~ 밤 깊은 白鷗洲를 아득히 지나가네.
(16) 贈敬嚴
客自南來問祖關 ~ 南쪽에서 온 나그네 祖師關을 묻는데
祖關雖在示人難 ~ 祖師關은 있으나 말하기는 어렵네.
今朝知是重陽日 ~ 오늘이 바로 重陽日이니
紅燁黃花帶雨寒 ~ 丹風잎 노란 菊花 비에 젖어 차갑네.
(17) 贈別法蓮師
力疾吟疎句 ~ 힘에 부치도록 經을 읽던
蓮師故寺歸 ~ 法蓮스님 옛 절로 돌아갔다.
歲兼人有別 ~ 歲月과 사람은 離別이 있지만
愁與病無辭 ~ 愁心과 病은 떨어지지 않았구나.
雪逕連天遠 ~ 白雪의 길이 하늘 멀리 連이어있고
孤峯度棧危 ~ 외로운 봉우리 무지개다리 건너기가 危殆롭다.
此行非萬里 ~ 이 番 行次는 萬 里가 아니리라
應見落花時 ~ 應當 보리라. 꽃이 떨어지는 때를.
(18) 贈別天隱師
幻身無着處 ~ 幻影의 이 몸은 執着하는 곳이 없어
放浪若秋雲 ~ 가을 구름같이 떠돌고 있네.
暫宿蓬萊頂 ~ 蓬崍山 봉우리에 暫時 머물다
隨風向石門 ~ 바람 따라 저 石門으로 가네.
(19) 贈隱師以別
蒼蒼太白秀 ~ 蒼蒼한 太白山의 秀麗함이여
不異淸涼山 ~ 淸涼山과 다르지 않네.
隱公愛蕭灑 ~ 隱公은 蕭灑함을 좋아하여
燈下開禪關 ~ 燈불 아래 禪의 關門이 열리도다.
色將松不老 ~ 形色은 소나무처럼 늙지 않았고
心與鶴俱閑 ~ 마음은 鶴과 더불어 함께 閑暇롭구나.
一罷邯鄲夢 ~ 한 番에 邯鄲 꿈을 罷하니
逍遙天地間 ~ 天地間에 逍遙하도다.
(20) 次處能韻
何人記賤子 ~ 어떤 사람이 賤한이라고 생각하는가
令我憶曹溪 ~ 나로 하여금 曹溪를 생각게 한다.
歲暮燈將滅 ~ 世上이 저물어 燈불이 將次 滅하려 하며
更殘月欲低 ~ 더욱이 잦아 들던 달이 사라지려할 때
鳳雛巢覺樹 ~ 鳳雛가 覺樹에 깃들고
驥子食禪階 ~ 千里馬가 禪의 階段을 삼키는구나.
自恨供多病 ~ 내가 恨스러운 것을 말하자면 病이 많으니
徒勞回首西 ~ 徒勞 西方만을 생각 할 뿐이다.
(21) 次朴上舍長遠韻
柴門逈世擁千崟 ~ 굳게 잠긴 사립門은 千 봉우리 끼고 앉아
林逕無人雪色深 ~ 人跡 없는 숲길에는 흰 눈만 깊네.
何物有情天上在 ~ 저 하늘에 情이 있는 무슨 物件 있기에
夜來明月獨窺尋 ~ 밤이 되면 밝은 달이 홀로 와서 엿보는가.
(22) 秋意
露落千峯草木愁 ~ 서리 치는 千 봉우리 나뭇잎 마르나니
世間何處不悠悠 ~ 이 世上 어디인들 쓸쓸하지 않으리.
君知身老非心老 ~ 몸은 늙어가도 마음은 안 늙나니
萬古乾坤月一秋 ~ 萬古의 하늘과 땅과 달빛은 가을이로다.
(23) 香爐詠懷
地勝靑丘野 ~ 땅 좋은 靑丘의 들
天高太白秋 ~ 하늘 높은 太白山 가을
曹溪全德業 ~ 曹溪의 穩全한 德業이
小室盛風流 ~ 작은 禪室이지만 風流는 隆盛하도다.
木落千林瘦 ~ 나무 잎 다 떨어져 숲은 앙상한데
雲生一片浮 ~ 한 조각 뜬 구름
錫飛能解虎 ~ 柱杖子 비켜나니 虎患에서 벗어나
回首謾悠悠 ~ 돌이켜 보니 거짓말 같이 悠悠하기만하다.
🍎 鶴鳴禪師 (1867~1929. 韓末 高僧. 法號鶴鳴. 俗姓 白氏.
法名 啓宗. 字 白農. 全南 靈光 出生)
(1) 夢中遊
妄道始終分兩頭 ~ 始作이니 끝이니 區別하지 말게나
冬經春到似年流 ~ 겨울 가고 봄이 온다고 해가 바뀐 듯하지마는
試看長天何二相 ~ 여보게,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浮生自作夢中遊 ~ 우리가 어리석게도 꿈속에 사는걸세.
(2) 悟道頌
前生誰是我 ~ 前生에는 누가 나이며
來生我爲誰 ~ 來生에는 누가 나일까.
今生始知我 ~ 今生에는 '가짜 나'에 執着하여
還迷我外我 ~ '참나'밖에서 '참나'를 헤매였구나.
🍎 寒溪玄一 (1630∼1716. 朝鮮 中期 僧侶)
(1) 久旱次韵 (오랜 가뭄 詩를 次韻해 짓다)
莫言無事是山僧 ~ 일 없는 게 山僧이라 말하지 마시게나
亦恨炎天旱氣蒸 ~ 불볕더위 날 가물어 푹푹 찜이 안타까워
朝夕爲焚香一炷 ~ 아침 저녁 香 심지 사르며
誠心憂國願年豊 ~ 誠心으로 나라 근심 農事 豊年 祈願하노라.
(2) 贈遊山僧
道本從心得 ~ 道란 本來 마음에서 얻는 法인데
何勞向外求 ~ 어이 굳이 밖에서 求하려드나.
平田芳草岸 ~ 平平한 밭 풀 우거진 언덕에서도
隨處好尋牛 ~ 곳마다 소 찾기가 좋을 터인데.
🍎 韓龍雲 (1879~1944. 忠南 洪城 出生. 僧侶. 詩人. 獨立運動家.
本 淸州. 俗名 裕天. 法名 龍雲. 法號 卍海 /萬海)
(1) 遣悶
春愁春雨不勝寒 ~ 봄 시름에 봄 비가 마냥 추워서
春酒一壺排萬難 ~ 봄 술 한 甁으로 萬難을 물리치네.
一杯春酒作春夢 ~ 실컷 마신 봄 술에 봄 꿈을 꾸니
須彌納芥亦復寬 ~ 須彌山을 芥子씨에 넣고도 남네.
(2) 見櫻花有感
昨冬雪如花 ~ 지난 겨울 눈은 하얀 벚꽃 같더니
今春花如雪 ~ 今年 봄 벚꽃은 겨울 흰 눈만 같네.
雪花共非眞 ~ 눈도 꽃도 모두 참이 아니련만
如何心欲裂 ~ 어이해 마음만 찢어지려 하는가.
(3) 見月
幽人見月色 ~ 외로운 사람 달빛을 바라보니
一夜總佳期 ~ 한 밤이 모두 아름다웠다.
聊到無聲處 ~ 애오라지 소리 없는 곳에서
也尋有意詩 ~ 짐짓 意味 있는 詩를 찾네.
(4) 京城逢映湖錦峯兩伯同唫
蕭蕭短髮入紅塵 ~ 짧은 머리 흩날리며 티끌 속 들어오니
感覺浮生日日新 ~ 人生의 덧없음이 날로 새삼 느껴진다.
雪後千山皆入夢 ~ 눈 내린 千 山 꿈에도 鮮하거니
回頭漫說六朝人 ~ 머리 들어 六朝風流 얘기함도 우습구나.
詩欲疎凉酒欲驕 ~ 詩는 볼품 없어지고 醉하면 驕氣만이 느는데
英雄一夜盡樵蕘 ~ 하룻밤 새에 英雄들 모두 樵夫가 되었다고.
只恐湖月無何處 ~ 두렵기는 그지없이 고운 이 江山
一夢靑山入寂寥 ~ 詩人 없어 寂寥속에 하마 묻힐까.
(5) 孤遊 (홀로 거닐며)
一生多歷落 ~ 一生에 岐嶇한 일 많이 겪으니
此意千秋同 ~ 이 心情은 千秋에 아마 같으리.
丹心夜月冷 ~ 一片丹心 안 가시니 밤달이 차고
蒼髮曉雲空 ~ 흰머리 흩날릴 제 새벽 구름 스러짐을.
人立江山外 ~ 故國 江山 그 밖에 내가 섰는데
春來天地中 ~ 봄은 이 天地에 오고 있는가.
雁橫北斗没 ~ 기러기 비껴 날고 北斗星 사라질 녘
霜雪關河通 ~ 눈서리 치는 邊境 江물 흐름을 본다.
半生遇歷落 ~ 半平生 만나니 岐嶇한 일들
窮北寂廖遊 ~ 다시 北녘땅 끝까지 외로이 흘러왔네.
冷齋說風雨 ~ 차가운 房 안에서 비바람 걱정하느니
晝回鬢髮秋 ~ 이 밤 새면 白髮 느는 가을이리라.
(6) 古意. 1
淸宵依劒立 ~ 맑은 밤에 칼 짚고 서니
霜雪千秋空 ~ 칼날 앞에 千秋도 眼中에 없네.
恐傷花柳意 ~ 꽃이며 버들이 傷할까 하여
回看迎春風 ~ 머리 돌려 봄바람 불러 오느니.
(7) 古意. 2
輸嬴萬事落空枰 ~ 어떤 勝敗가 헛되지 않으리
虛擲千金尋舊盟 ~ 千金을 던져 찾으니 벼르던 舊盟.
湖海蕩魂都一髮 ~ 湖海를 떠도는 몸은 危殆롭기 머리칼 같은데
風塵餘夢幾三生 ~ 風塵에 시달린 꿈 그 몇 生을 거듭했다.
靑山黃土半人骨 ~ 푸른 山 저 黃土는 半이 사람의 뼈
白水蒼萍共世情 ~ 물에 뜬 浮萍草는 이 世上 모습일레.
對書不讀興亡句 ~ 興亡에 關한 일은 冊에서도 안 읽노니
無語東窓臥月明 ~ 東窓에 달 밝은 이 밤 말없이 누웠어라.
(8) 過九曲嶺
過盡臘雪千里客 ~ 千 里 밖 섣달 눈을 다 보내고서
智異山裡趁春陽 ~ 智異山 깊은 골짝 봄볕에 길을 가면
去天無尺九曲路 ~ 하늘에 닿을 듯한 九曲嶺 길도
轉回不及我心長 ~ 뒤틀린 내 마음의 그 길이엔 못 미치리.
(9) 觀落梅有感
宇宙百年大活計 ~ 一平生 宇宙를 活氣차게 살고파
寒梅依舊滿禪家 ~ 찬 梅花 옛같이 절에 가득 피었네.
回頭欲問三生事 ~ 머리 돌려 三生事 묻고자 하니
一秩維摩半落花 ~ 一秋 維摩 落花가 半이네.
(10) 龜巖寺與宋淸巖兄弟共唫
遠客空山秋日斜 ~ 멀리 흘러온 山 가을 해 저무는데
澹霞疎髮隔如紗 ~ 얇은 놀인 듯 성긴 머리 슬프다.
病前已見碧蘿月 ~ 앓기 前 새삼덩굴에 걸린 달 보았거니
禪後未開黃菊花 ~ 坐禪이 끝난 뒤에도 菊花는 아니 버네.
晩柳爲誰偏有緖 ~ 철 늦은 버들 누구 爲해 가지 끝 안 드시는지.
閒雲與我共無家 ~ 閑暇한 저 구름도 나처럼 집이 없네.
銅駝荊棘孰非夢 ~ 銅駝와 가시나무 어느 것 꿈 아니리
終古英雄漫自誇 ~ 옛날의 英雄들 空然히 으쓱댔네.
(11) 龜岩寺初秋
古寺秋來人自空 ~ 옛 절에 가을 들자 사람들 절로 마음 비우고
匏花高發月明中 ~ 박꽃은 높이높이 밝은 달 아래에 피었다.
霜前南峽楓林語 ~ 서리 오기 前 南쪽 언덕 丹楓의 속삭임은
纔見三枝數葉紅 ~ 겨우 서너 가지 두어 잎의 眞紅 빛 보이네.
(12) 龜岩瀑
秋山瀑布急 ~ 가을 山 瀑布소리 急히 쏟아지니
浮世愧殘春 ~ 뜬 世上 늙은 몸 부끄러워라.
日夜欲何往 ~ 밤낮 어디로 헤매이는가
回看千古人 ~ 머리 돌려 옛 분들 그려 보느니.
(13) 宮島舟中
(미야지마 <みやじま> 의 배 안에서)
天涯孤興化爲愁 ~ 먼 異域 외로움은 그대로 시름겹고
滿艇春心自不收 ~ 배에 찬 봄의 情은 걷잡을 수 없어라.
恰似桃源烟雨裡 ~ 恰似 부슬비 오는 桃源만 같아
落花餘夢過瀛洲 ~ 꿈인 양 꽃 지는 날 瀛洲를 지나간다.
(14) 謹賀啓礎先生晬辰
西來一氣正堪寄 ~ 西녘에서 온 氣運 奇異도 하여
覆雨飜雲自有時 ~ 비와 구름 그 造化 때를 알아라.
大筆如椽能殺活 ~ 큰 붓 잡으면 殺活이 自在인데
英才似竹又參差 ~ 英才들은 또 얼마나 모인 것이랴.
屠龍搏虎固任意 ~ 龍을 잡고 호랑이 치기쯤 마음대로요
訪鶴問鷗亦可期 ~ 鶴이나 갈매기와 벗할 날도 있으리.
祝壽南山漢水上 ~ ‘南山처럼 사소서’ 祝壽하는 날
陽春三月足新禧 ~ 봄 三月 이 기쁨 펴기 좋구나.
★ 啓礎는 朝鮮日報 創業主 方應謨의 號.
(15) 唫晴 (개인 날)
庭樹落陰梅雨晴 ~ 나무들은 뜰에 그림자 떨구고 장마비 개니
半簾秋氣和禪生 ~ 발로 스미는 가을 氣運 禪인 양 써늘하다.
故國靑山夢一髮 ~ 故國 山川은 꿈속이면 바로 거긴데
落花深晝渾無聲 ~ 소리없이 대낮에 지는 저 꽃이여.
(16) 寄學生 (學問하는 이들에게)
瓦全生爲恥 ~ 헛된 삶 이어가며 부끄러워 하느니
玉碎死亦佳 ~ 忠節 爲해 깨끗이 죽는 것이 아름답지 않은가.
滿天斬荊棘 ~ 하늘 가득한 苦痛을 걷어내고
長嘯月明多 ~ 긴 휘파람 불제 달빛은 더욱 밝으리.
(17) 內院庵有牧丹樹古枝受雪如花因唫
雪艶無月雜山光 ~ 달빛 아니라도 눈은 고운 것
枯樹寒花收夜香 ~ 枯木에 꽃이 벌어 香氣 풍기네.
分明枝上冷精魄 ~ 가지 위 차가운 저 精靈이야
不入人愁萬里長 ~ 길고 긴 내 시름과 無關하여라.
(18) 代萬化 和尙挽林鄕長
君棄人間天上去 ~ 그대 이 世上 버리고 天上으로 가니
人間猶有自心傷 ~ 남은 우리들만 슬퍼하노라.
世情白髮不禁淚 ~ 世上살이 白髮엔 눈물을 禁치 못하고
歲事黃花正斷腸 ~ 歲月은 菊花를 피워내니 더욱 애를 끊는다.
哀詞落木寒鴉在 ~ 애닯은 마른 나무엔 겨울 까마귀 떼 내려앉고
痛哭殘山剩水長 ~ 버려진 山川에 痛哭은 끝이 없네.
公道斜陽莫可追 ~ 뉘라서 지는 해 막는다 하리
秋風秋雨滿衣裳 ~ 가을 바람에 찬비만 옷을 흠뻑 적신다.
(19) 獨唫 (홀로 읊다)
山寒天亦盡 ~ 山中은 차고 해도 기우는데
渺渺與誰同 ~ 아득한 이 생각 누구와 함께 하랴.
乍有奇鳴鳥 ~ 暫時 異常하게 우는 새 있어서
枯禪全未空 ~ 寒巖枯木까지는 안 되고 마네.
(20) 獨夜. 1
天末無塵明月去 ~ 해맑은 하늘가로 밝은달 넘어가고
孤枕長夜聽松琴 ~ 외로운 잠자리 긴긴밤 솔바람 소리들린다.
一念不出洞門外 ~ 한 생각도 洞門밖을 나가지 못하고
惟有千山萬水心 ~ 오로지 온갖 山과 물과함께 하는 마음뿐.
(21) 獨夜. 2
玉林垂露月如霰 ~ 숲에 내린 이슬은 달빛 싸락눈 같은데
隔水砧聲江女寒 ~ 물건너 다듬이질 소리에 江가 女心은 차다.
兩岸靑山皆萬古 ~ 두 언덕 푸른山은 모두가 옛날같아
梅花初發定僧還 ~ 梅花꽃 필때 꼭 다시 돌아 오리라.
(22) 獨坐
朔風吹斷侵長夜 ~ 朔風 불어 이다지도 긴긴 밤에
隔樹鍾聲獨閉門 ~ 숲 너머에 鐘소리 울리면 홀로 門을 닫는다.
靑燈聞雪寒生火 ~ 푸른燈은 눈 소리 듣곤 차가운 불 피우고
紅帖剪梅香在文 ~ 붉은 梅花꽃 오려 붙인 무늬엔 香氣가 나네.
三尺新琴伴以鶴 ~ 석 자의 거문고엔 鶴을 짝지우고
一間明月與之雲 ~ 單 칸에 달과 구름 더불어 사누나.
偶然思得六朝事 ~ 偶然히 六朝의 일 생각 나서
欲說轉頭未見君 ~ 말하고자 고개 돌리니 그대가 안 계시는구려.
(23) 獨窓風雨
四千里外獨傷情 ~ 四千 里 밖에서 홀로 傷心하니
日日秋風白髮生 ~ 가을 바람 불적마다 흰머리 생기네.
驚罷晝眠人不見 ~ 낮잠을 놀라 깨니 사람이 없고
滿庭風雨作秋聲 ~ 뜰 가득 비바람 소리 가을을 몰아오네.
(24) 讀風雅朱子用東坡韻賦梅花用其韻賦梅花
江南暮雪有孤村 ~ 江南 땅 외딴 마을 저문 눈 내려
玉樹層層降詩魂 ~ 구슬나무 層層에 詩魂 내리네.
枝枝散入塞外笛 ~ 邊方 먼 피리소리 가지가지 들어 피고
纖月蒼凉不染昏 ~ 저녁 찬 하늘에 고운 달 어리우네.
夜香連娟歸夢寂 ~ 밤 香氣 아리따워 꿈결은 고요하나
十年虛盟負故園 ~ 十 年 헛盟誓에 故鄕만 등졌구나.
却恥春風多榮辱 ~ 分別 없는 봄바람은 榮辱만 많아
千寒萬寒不事溫 ~ 千 萬 추위 닥쳐도 마다하지 않는다.
嬌態不勝帶晩雨 ~ 늦은 비에 嬌態부릴 수 없듯이
新意那堪向朝暾 ~ 아침 햇살엔들 마음을 빼앗기랴.
左有左松右有竹 ~ 이쪽 저쪽 어디에나 푸르름 있거니
一世相守不掩門 ~ 一平生 서로 지켜 막을 일 없어라.
雖愛高名易成句 ~ 누구라도 높은 이름 말하기는 쉽지만
深看佳處還無言 ~ 正말로 아름다움 形言할 길 없어라.
君我俱是厭世者 ~ 그대 나 다 함께 世上을 싫어하니
芳年未濁共對尊 ~ 香氣 芳暢할 때 술 한盞 함께하세.
(25) 東京旅館聽蟬
佳木淸於水 ~ 아름다운 나무 물보다 맑고
蟬聲似楚歌 ~ 매미소리는 四面楚歌 같아라.
莫論此外事 ~ 이 밖에 아무 일도 말하지 말라
偏入客愁多 ~ 나그네의 시름만 더할 뿐이니.
(26) 冬至
昨夜雷聲至 ~ 엊저녁 뜻밖에도 우레 소리 들리더니
今朝意有餘 ~ 오늘 아침 기쁨에 끝없는 생각.
窮山歲去後 ~ 窮僻한 山中에 또 한 해가 가고
故國春生初 ~ 이 나라에 처음으로 봄이 생기는 때로다.
開戶迓新福 ~ 門을 열어 새해의 福을 맞고
向人送舊書 ~ 親舊에게 해가 묵은 便紙를 띄운다.
群機皆鼓動 ~ 自然의 調和 곳곳에 움직이거니
靜觀愛吾廬 ~ 고요히 바라보며 내 집에 情이 간다.
(27) 登高
偶思一極目 ~ 문득 멀리 바라보고 싶어
東彼危岑峰 ~ 危殆로운 東쪽 묏부리 오르니
人去靑山外 ~ 人跡은 靑山 밖으로 사라지고
舟行白雨中 ~ 배는 소나기 속을 가누나.
長河遇酒少 ~ 긴 江엔 술 만나기 어렵고
大雪入詩空 ~ 펑펑 쏟아지는 눈은 詩의 眞景에 드네.
風落枯桐急 ~ 바람은 마른 梧桐에 쏟아지고
殘陽映髮紅 ~ 夕陽에 머리칼만 붉게 비친다.
(28) 登禪房後園
兩岸寥寥萬事稀 ~ 兩쪽 기슭 고요하여 萬事가 쉬는 듯
幽人自賞未輕歸 ~ 隱居하며 스스로 즐기니 돌아가지 않네.
院裡微風日欲煮 ~ 절 안에 微風 일고 햇살은 따가워
秋香無數撲禪衣 ~ 가을 香氣 無數히 옷을 휘감네.
(29) 燈影
夜冷窓如水 ~ 추운 밤 窓에 물이 어리면
臥看第二燈 ~ 두 個의 燈불 누워서 보게 되지.
雙光不到處 ~ 두 불빛 못 미치는 이 자리에 있으니
依舊愧禪僧 ~ 禪僧인 것 못내 부끄럽기만 하다.
(30) 馬關舟中 (시모노세키 <しものせきし>의 배 안에서)
長風吹盡侵輕夕 ~ 그칠 줄 모르는 바람에 저녁이 내리고
萬水爭飛落日圓 ~ 다투어 나는 물결에 가득 내리는 해는 떨어진다.
遠客孤舟烟雨裡 ~ 異域 나그네 안개비 속 외로운 배 띄워
一壺春酒到天邊 ~ 한 甁 봄 술로 하늘가에 이르렀네.
(31) 梅花詩
梅花何處在 ~ 梅花꽃 반가이 맞으려거든
雪裏多江邨 ~ 그대여 눈 쌓인 江村으로 오게.
今生寒氷夢 ~ 저렇게 얼음같은 뼈대이거늘
前身自玉魂 ~ 前生엔 白玉의 넋 이었던가.
形容晝亦奇 ~ 낮에 보면 낮데로 奇異한 모습
精神夜不昏 ~ 밤이라고 그 마음이야 어두워지랴.
長風散鐵笛 ~ 긴 긴밤을 鐵笛소리 멀리 흩어지고
暖日入禪園 ~ 따스한날 禪房으로 스미는 香氣.
三春詩句冷 ~ 봄인데도 詩句에는 冷氣어리고
遙夜酒盃溫 ~ 따스한 술盞들며 긴밤을 지샌다.
白河帶夜月 ~ 하얀 꽃잎은 언제나 달빛을 띄고
紅堪對朝暾 ~ 붉게 타오르는 아침햇살 기다리는듯.
幽人抱孤賞 ~ 그윽한 선비있어 사랑하노니
耐寒不掩門 ~ 날씨가 차가운데 門을 닫으랴.
江南事蒼黃 ~ 江南의 어지러운 多少의 일은
莫向梅友言 ~ 아예, 梅花에겐 말 하지 말라.
人間知已少 ~ 世上에 知已가 어디 흔한가
相對倒深尊 ~ 梅花를 마주하여 이밤 醉하리.
(32) 暮歲寒雨有感 (차가운 비가 내리는 年末)
寒雨過天末 ~ 차가운 비 하늘 가를 스치고 지나는데
鬢邊暮歲生 ~ 희어진 귀밑머리 해가 저물고
愁高百骸低 ~ 나날이 자라는 시름 키보다 높아
全身但酒情 ~ 온몸에 당기는 것 오직 술 뿐.
歲寒酒不到 ~ 날씨는 차가운데 술은 안 오고
歸讀離騷經 ~ 돌아가 離騷를 읽고 있자니
傍人亦何怪 ~ 사람들은 왜 못 마땅히 여기는지
罪我違淨行 ~ 戒律을 안 지킨다 나를 탓하네.
縱目觀不界 ~ 눈을 돌러 人間 世界 내려다보면
盡地又滄溟 ~ 땅이란 땅 바다로 또 바뀌느니.
(33) 無題. 1
桑楡髮已短 ~ 늙은 나이라 머리칼 줄어들고
葵藿心猶長 ~ 해바라기 닮아서 마음은 長하다.
山家雪未消 ~ 山家엔 눈이 아직 녹지 않았는데
梅發春宵香 ~ 梅花꽃 피어 봄 밤이 香氣롭다.
(34) 無題. / 獄中吟
隴山鸚鵡能言語 ~ 隴山의 鸚鵡새는 말을 잘 할 수가 있는데
愧我不及彼鳥多 ~ 나는 저 새만큼도 잘하지 못함이 부끄럽구나.
雄辯銀兮沈默金 ~ 雄辯은 銀이요 沈默은 金이라 하지마는
此金買盡自由花 ~ 나는 이 金으로 自由의 꽃을 다 사고 싶다.
(35) 無題. 3
庭樹落陰梅雨晴 ~ 뜰 나무 그늘에 장마 그치니
半簾秋氣和禪生 ~ 발에 스미는 가을 氣運 禪에 和同하네.
故國靑山夢一髮 ~ 故國山川은 꿈 한 겹 差인데
落花深晝渾無聲 ~ 꽃 지는 대낮이 소리 죽이네.
(36) 無題. 4
黃河濁水日滔滔 ~ 黃河의 흐린 물은 날마다 넘실거려도
千載俟淸難一遭 ~ 千 年을 맑기를 기다려도 한 番 만나기 어렵다.
豈獨摩尼源可照 ~ 어찌 홀로 摩尼珠를 가지고 源泉만 비추었나
中流砥柱屹然高 ~ 中流의 흐름에 기둥으로 버텨 우뚝 높았네.
(37) 無題. 5
愁來厭夜靜 ~ 시름으로 하여금 고요한 밤이 싫고
酒盡怯寒生 ~ 술도 다 마셔 추울까 怯이 난다.
千里懷人急 ~ 千 里 밖 그 사람이 하도 그리워
心隨未到情 ~ 마음은 그 곳으로 달려가 서성거린다.
(38) 無題. 6
中歲知空劫 ~ 中年에 萬事 헛것임을 알아
依山別置家 ~ 山을 기대어 외딴 집 얽었다.
經臘題殘雪 ~ 섣달 지나 남은 눈을 읊조리고
迎春論百花 ~ 봄 맞아 온갖 꽃을 맞는다.
借來十石少 ~ 變함없는 돌이사 열 個 빌려 와도 많지 않지만
除去一雲多 ~ 無心한 구름은 하나가 지나도 적지 않구나.
將心半化鶴 ~ 마음은 거의 鶴이 되었는데
此外又婆娑 ~ 이 밖에 모든 것 아무 所用 없어라.
(39) 無題. 7
此地雁群少 ~ 이곳엔 기러기도 적어
鄕音夜夜稀 ~ 밤마다 기다려도 故鄕 消息 아련하다.
空林月影寂 ~ 빈 숲에 달그림자 寂寂하고
寒戍角聲飛 ~ 찬 戍樓엔 피리소리 퍼져간다.
寒柳思春酒 ~ 싸늘한 버들가지 봄 술이 생각나고
殘砧悲舊衣 ~ 자지러지는 다듬이 소리 낡은 옷이 서러워라.
歲色落萍水 ~ 한 해 빛이 浮萍草 떨어져 나간 물 같은데
浮生半翠微 ~ 뜨네기 삶은 이미 半 中턱에 닿았네.
(40) 訪白萃庵
春日尋幽逕 ~ 봄날에 그윽한 오솔길 찾아 드니
風光散四林 ~ 숲 가득 風光이 펼쳐지네.
窮途高興發 ~ 막다른 길에 興이 일어나
一望極淸眼 ~ 맑은 詩情 눈에 어리네.
(41) 梵魚寺雨後述懷 (비온 뒤의 梵魚寺)
天涯春雨薄 ~ 하늘 끝 흘러오니 봄비 가늘고
古寺梅花寒 ~ 옛절에 梅花의 꿈은 차갑다.
孤往思千載 ~ 홀로 가며 千古를 생각하노니
雲空髮已殘 ~ 구름 스러지고 머리는 희어졌다
(42) 別玩豪學士
萍水蕭蕭不禁別 ~ 浮萍草 같은 人生 離別이 설어워
送君今日又黃花 ~ 그대 보내는 오늘도 菊花는 피었네.
依舊驛亭惆悵在 ~ 옛 驛舍엔 슬픔만이 자리하고
天涯秋聲自相多 ~ 하늘가 가을 소리만 우리네 가슴에 쌓이네.
(43) 病監後園
談禪人亦俗 ~ 禪을 말함은 俗된 일이지만
結網我何僧 ~ 因緣을 지어 대는 내가 어찌 중이랴.
最憐黃葉落 ~ 안타까운 일은 落葉지는 일이지만
繫秋原無繩 ~ 가을을 매어 둘 노끈이 없구나.
(44) 病唫
頑病侵尋卽事黃 ~ 病이 깊이 드니 일은 모두 狼狽인데
窓前風雪太顚狂 ~ 窓 밖의 눈바람은 왜 그리도 狂的인지.
浩思蕩情何歷歷 ~ 마음은 앓기 前과 다름없거니
不耐鏡中鬢髮蒼 ~ 거울 속 희어진 머리 고칠 길 없어라.
身如弱柳病如馬 ~ 몸은 버들 같고 病은 말인 양 하여
上下相繫正爾何 ~ 이 몸에 매인 病은 풀릴 줄 몰르네.
縱使我心無復苦 ~ 대수롭지 않게 마음엔 생각해도
孤燈風雨忍虛過 ~ 비바람 이리 치는 밤이야 차마 어찌 잠들리.
(45) 病愁
靑山一白屋 ~ 푸른 山속 외로운 오막살이
人少病何多 ~ 젊은 몸 어이하여 病은 이리 많은지.
浩愁不可極 ~ 온갖 시름 끝 없는 날
白日生秋花 ~ 가을꽃도 피어나네.
(46) 乳雲和尙病臥甚悶又添鄕愁
故人今臥病 ~ 親舊는 이제 病들어 눕고
春雁又無書 ~ 기러기 便에 便紙도 없어라.
此愁何萬斛 ~ 이 시름 어찌 끝이 있으리
燈下千鬢疎 ~ 燈불 아래 조금씩 늙어만 갈 뿐
(47) 備風雪閉內外戶窓黑痣看書戲作
風雪撲飛重閉戶 ~ 추위를 막고자 門틈 바르니
晝齋歷歷見宵光 ~ 낮인데도 房안엔 어둠이 깔려
對書不辨二三字 ~ 책 펼쳐도 二와 三이 區分 안 가기에
闔眼試思南北方 ~ 눈을 감고 어디가 南이고 어디가 北인지를 생각해 본다.
(48) 思夜聽雨 (비오는 날의 故鄕 생각)
東京八月雁書遲 ~ 東京은 八月인데 便紙 안 오고
秋思杳茫無處期 ~ 아득히 달리는 생각 걷잡지 못하네.
孤燈小雨雨聲冷 ~ 외로운 燈불 아래 빗소리 차가운 밤
太似往年臥病時 ~ 내가 크게 앓아 누웠던 그때만 같네.
(49) 思鄕. 1
江國一千里 ~ 물 나라는 一千 里 이고
文章三十年 ~ 文章으로는 三十 年일세
心長髮已短 ~ 마음만 길고 머리 이미 빠져
風雪到天邊 ~ 눈 바람은 벌써 하늘가에 있네.
(50) 思鄕. 2
歲暮寒窓方夜永 ~ 한 해가 또 가려는데 밤은 길어서
低頭不寐幾驚魂 ~ 잠 못 들고 그 몇 番을 새삼 놀랐나.
抹雲淡月成孤夢 ~ 구름 걸린 稀微한 달 꿈은 외로와
不向滄洲向故園 ~ 滄洲 아닌 故鄕으로 마음 달리네.
(51) 思鄕苦 (故鄕을 생각하는 괴로움)
寒燈未剔紅連結 ~ 심지를 안 따도 燈盞불 타는 밤
百髓低低未見魂 ~ 온몸은 자지러지고 魂迷하다.
梅花入夢化新鶴 ~ 꿈을꾸니 梅花가 鶴이 되어 나타나
引把衣裳說故園 ~ 옷자락 당기면서 故鄕 消息 얘기하네.
(52) 山家逸興
兩三傍水是誰家 ~ 누가 사는지 물가의 두세 채 집
晝掩板屝隔彩霞 ~ 낮에도 門을 닫아 노을을 막네.
圍石有碁皆響竹 ~ 돌을 둘러 앉으면 바둑 소리 대숲을 울리고
酌雲無酒不傾花 ~ 구름에 盞질에 꽃 보며 안 마시는 술이 없네.
十年一履高何妨 ~ 十 年을 한켤레 신 신이니 高尙함을 무엇이 害치리
萬事半瓢空亦佳 ~ 萬事는 瓢주박 속 비었어도 關係 없네.
春樹斜陽堪可坐 ~ 夕陽의 나무 그늘 앉을 만하니
滿山滴翠聽樵茄 ~ 滿山 新綠 속에 풀피리 소리 듣느니.
(53) 山家曉月
山窓睡起雪初下 ~ 山 窓가에서 잠 깨니 눈 내리기 始作하고
況復千林欲曙時 ~ 때마침 아득한 수풀에도 새벽이 깃드네.
漁家野戶皆圖畵 ~ 오손도손 마을집 모다 그림인데
疾裡尋詩情亦奇 ~ 詩情에 病든 마음에야 신바람 일어난다.
(54) 山晝
群峰蝟集到窓中 ~ 봉우리 窓에 모여 그림인양 하고
風雪凄然去歲同 ~ 눈바람은 몰아쳐 지난해인 듯.
人境寥寥晝氣冷 ~ 人境이 고요하고 낮 氣運 찬 날
梅花落處三生空 ~ 梅花꽃 지는 곳에 三生이 空이구나.
(55) 釋王寺逢映湖乳雲兩和尙作
半歲蒼黃勢欲分 ~ 어수선한 半年이었네 나라는 날로 기우는데
憐吾無用集如雲 ~ 손 하나 못 쓰는 우리가 모였으니 空然한 짓이야.
一宵燈火喜相見 ~ 하룻밤 燈불 밑에 만나 반갑고
千古興亡不願聞 ~ 千古의 興亡이야 듣길 願치 않았지.
夜樓禪盡收人氣 ~ 坐禪을 끝내고 나니 人氣척 없고
異域詩來送雁群 ~ 기러기떼만 異域에서 詩心을 가져오네.
疎慵惟識昇平好 ~ 게으른 몸 太平聖世 좋음은 알아
禮拜金仙祝聖君 ~ 부처님께 머리 조아려 聖君의 福을 비네.
知己世爲天下功 ~ 世上에서 貴한 것 知己이거니
片言直至肝膽中 ~ 한 마디 말도 肝膽을 이리 울리네.
漫說英雄消永夜 ~ 英雄들 이야기로 긴 밤 새우고
更論文句到淸風 ~ 文章을 論하노라니 맑은 바람 일었지.
征雁楓橋如夢遠 ~ 기러기떼 꿈처럼 아득히 사라지고
孤燈水屋感詩紅 ~ 외로운 燈盞불 물가 房에 서고 붉은 詩心 일었다.
幸敎烟月時時好 ~ 風景만 언제나 이리 좋다면
談笑同歸白髮翁 ~ 談笑하며 우리 함께 늙음도 좋으리.
(56) 仙巖寺病後作
客遊南地盡 ~ 흘러오니 南쪽 땅의 끝인데
病起秋風生 ~ 앓다가 일어나니 어느덧 가을 바람.
千里每孤往 ~ 매양 千 里길을 혼자 가다가
窮途還有情 ~ 길 막혀 돌아옴도 有情하더라.
初秋人謝病 ~ 초가을 病 핑계로 사람 안 만나고
蒼鬢歲生波 ~ 하얀 귀밑머리 늙음이 물결치네.
夢苦人相遠 ~ 꿈은 괴로운데 親舊는 멀리 있고
不堪寒雨多 ~ 더더욱 찬비 오니 어쩌겠는가.
(57) 雪夜
四山圍獄雪如海 ~ 四方 山은 監獄을 두르고, 내린 눈은 바다 같은데
衾寒如鐵夢如灰 ~ 무쇠처럼 차가운 이불 속에서 꾸는 꿈은 재빛이어라.
鐵窓猶有鎖不得 ~ 鐵窓은 如前히 잠기어 열리지 않는데
夜聞鐵聲何處來 ~ 깊은 밤 쇳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가.
(58) 雪夜看畵有感 (눈 오는 밤 그림을 보고)
風雪中宵不盡吹 ~ 한밤中 눈바람은 그치지 않고
人情歲色共參差 ~ 人情과 저무는 해는 어긋남이 많네.
生來慣被黃金負 ~ 只今껏 窮乏한 삶이 慣習이 되었고
老去忍從白酒欺 ~ 늙어가며 때론 술로 慰安 삼네.
寒透殘梅香易失 ~ 梅花에 추위 스미니 香氣 쉬 없어지고
燈深華髮夢難期 ~ 燈불 사위는 밤 늙은이 꿈은 期約마져 어렵다.
畵裡漁翁眞可羨 ~ 그림 속 고기잡이 老人은 참 부럽군
坐看春水緣生漪 ~ 푸른 물결 이는 春水를 閑暇히 바라보네.
(59) 雪夜畵看有感
寒透殘梅香易失 ~ 梅花에 늦 추위가 스미니 香氣 쉬 사라지고
燈深華髮夢難期 ~ 燈불 타 재가되는 이 밤 늙은이 꿈은 期約키 어려웁다.
畵裡漁翁直可羨 ~ 그림속 고기잡이 老人이 참으로 부럽군
㘴看春水緣生漪 ~ 앉아서 봄철 물에 이는 잔물도 볼 수 있으니.
(60) 雪曉
曉色通板屋 ~ 새벽빛이 판잣집에 들어오니
怱怱不可遊 ~ 怱怱히 즐길 餘裕도 없네.
層郭孤雲去 ~ 層層 城郭 위엔 외로운 구름 가고
亂峰殘月收 ~ 아찔한 봉우리는 달을 품는다.
寒情遶玉樹 ~ 차가운 情景은 구슬같이 端粧한 나무를 감싸 돌고
新夢過滄洲 ~ 싱그러운 꿈결에 神仙마을 지나네.
風起鍾聲急 ~ 바람 일어 急해진 鐘소리에
乾坤歷歷浮 ~ 하늘과 땅이 歷歷하게 떠 있네.
(61) 雪後漫唫
幽人寂寂每縱觀 ~ 가만히 있던 이도 寂寂하면 들구경을 나가니
眼欲靑時意不輕 ~ 푸른 들판 보고픈 뜻을 가볍게 볼 것이 아닐세.
大雪初晴塵世遠 ~ 큰 눈이 오고 나면 塵世는 사라지고
萬山欲暮壯心生 ~ 모든 山이 저물려하니 壯한 마음이 일어나네.
經歲漁樵皆入夢 ~ 지난 歲月 고기 잡고 나무 하던 時節 꿈에 보이고
忍冬梅竹亦關情 ~ 겨울을 견디는 梅竹 또한 마음에 끌리네.
萬古英雄一評後 ~ 오랜 歷史의 英雄들을 훑어본 뒤에
更聽四海動春聲 ~ 世界에서 일어나는 봄 消息을 듣는다.
(62) 歲寒衣不到戲作
歲新無舊着 ~ 해는 바뀌어도 옷은 안 오니
自覺一身多 ~ 몸 하나도 주체하기 어려운 줄 비로소 알았네.
少人知此意 ~ 이런 마음 아는 이 많지 않거니
范叔近如何 ~ 近來은 요사이 그 어떠한지.
(63) 述懷
心如疎屋不關扉 ~ 마음이 빗장 없는 집과 같아서
萬事曾無入微妙 ~ 微妙한 무엇 하나 없어라.
千里今宵無一夢 ~ 千 里에 한 오라기 꿈도 없는 밤
月明秋樹夜紛飛 ~ 밝은 달빛 아래 가을 落葉만 우수수 지네.
(64) 新聞廢刊
筆絶墨飛白日休 ~ 붓이 꺾이어 모든 일 끝나니
銜枚人散古城秋 ~ 이제는 재갈 물린 사람들 뿔뿔이 흩어지네.
漢江之水亦鳴咽 ~ 漢江의 물도 亦是 울음 삼키고
不入硯池向海流 ~ 硯池를 外面한 채 바다 向해 흐르느니.
(65) 新晴
禽聲隔夢冷 ~ 새 소리 꿈 저쪽에 차고
花氣入禪無 ~ 꽃 내음은 禪에 들어와 스러진다.
禪夢復相忘 ~ 禪과 꿈 다시 잊은 곳
窓前一碧梧 ~ 窓 앞의 한 그루 碧梧桐나무.
(66) 雙溪樓
一樓絶俗似高僧 ~ 이 樓閣 俗氣 없어 高僧 같으니
欲致定非力以能 ~ 이루련들 人力으론 될 바 아니네.
鶴未歸天香已下 ~ 鶴은 아직 안 날아도 香은 이미 풍겨 오고
人今爲客秋先增 ~ 내 이제 나그네 되니 가을이 먼저 깊어가네.
懸崖如雨楓林急 ~ 빗방울인 양 벼랑에 매달린 楓林 危殆로운데
穿樹無雲澗水澄 ~ 나무에 걸린 구름 없음에 山골 물은 맑네.
海內弟兄吾亦有 ~ 나라 안에 兄弟들 나도 많거니
大期他日盡歡登 ~ 이 다음 모두 함께 올 생각일세.
(67) 安海州
★ 安重根 義士의 이토히로부미 (いとう ひろぶみ 伊藤博文)
射殺事件을 듣고 바로 이 漢詩를 남김.
萬斛熱血十斗膽 ~ 萬 가마니의 뜨거운 피와 한 섬의 膽力으로
淬盡一劍霜有韜 ~ 한 칼을 달궈 내니 서릿발이 감췄구나 (淬. 담글 쉬)
霹靂忽破夜寂寞 ~ 淸天霹靂이 밤의 寂寞을 깨뜨리니
鐵花亂飛秋色高 ~ 무쇠 꽃 어지러이 날려 가을빛 드높다.
(68) 野行. 1
匹馬蕭蕭渡夕陽 ~ 쓸쓸히 말 몰아 夕陽을 지나니
江堤楊柳變新黃 ~ 江언덕 버드나무 샛노랗게 물들었다.
回頭不見關山路 ~ 머리 돌려도 故國 길은 아니 보이고
萬里秋風憶故鄕 ~ 萬 里라 가을 바람에 故鄕 생각뿐이로다.
(69) 野行. 2
尋趣偶過古渡頭 ~ 偶然히 만나 옛 나루터 지나니
盈盈一水小魚遊 ~ 가득 찬 물 속에 어린 고기 놀고
汀雲已逐西風去 ~ 구름은 西風 쫓아 떠나는데
獨立斜陽見素秋 ~ 夕陽에 홀로 서서 가을을 본다.
(70) 藥師庵途中
十里猶堪半日行 ~ 十 里에서 오히려 半나절의 걸음 견뎌 내니
白雲有路何幽長 ~ 흰 구름에 길이 어찌 이리 먼가.
緣溪轉入水窮處 ~ 시내 따라 漸漸 물길이 끊겼으니
深樹無花山自香 ~ 깊은 나무 꽃 없이 山은 절로 香氣로워.
(71) 養眞庵
深深別有地 ~ 깊디깊은 別有天地
寂寂若無家 ~ 고요하여 집도 없는 듯.
花落人如夢 ~ 꽃 지는 것이 사람의 꿈과 같아
古鍾白日斜 ~ 오래된 鐘에 夕陽이 기우네.
(72) 養眞庵臨發贈鶴鳴禪伯
世外天堂少 ~ 이 世上 밖에 天堂은 없고
人間地獄多 ~ 人間에게는 地獄이 많다.
佇立竿頭勢 ~ 百尺竿頭에 우두커니 서
不進一步何 ~ 왜 한 걸음 내딛지 않는가.
臨事多艱劇 ~ 일에는 어려움 많고
逢人足別離 ~ 사람은 만남 뒤엔 離別 뿐.
世道固如此 ~ 本來 世上 일은 이와 같거니
男兒任所之 ~ 男兒라면 얽매임 없이 뜻대로 살아야지.
(73) 漁笛
孤帆風烟一竹秋 ~ 외로운 돛단배에 안개낀 가을날
數聲暗逐荻花流 ~ 慇懃한 노랫소리 갈대꽃 따라 흐르네.
晩江落照隔樹 ~ 落照비친 江물엔 丹楓빛 붉게 물들고
半世知音問白鷗 ~ 半平生 내 노래는 白鷗가 알랴.
韻絶何堪遯世夢 ~ 기막힌 가락에 遯世의 꿈 못 버리고
曲終虛負斷腸愁 ~ 노래가 끝이 나도 애끓는 시름 견디지 못하네.
飄掩律呂撲人冷 ~ 떠도는 그 가락 내 가슴에 서늘하여
滿地蕭蕭散不收 ~ 天地에 차오른 쓸쓸함 거둘길 없네.
(74) 與錦峯伯夜唫
詩酒相逢天一方 ~ 詩와 술이 하늘 한 모퉁이에 만나
蕭蕭夜色思何長 ~ 蕭瑟한 밤 모습에 생각은 길다.
黃花明月若無夢 ~ 菊花와 밝은 달은 꿈도 없는 듯
古寺荒秋亦故鄕 ~ 옛 절 거친 가을이 바로 故鄕일세.
(75) 與映湖錦峯兩伯作(在宗務院)
昔年事事不勝疎 ~ 지난날 일마다 疎忽했노니
萬劫寥寥一夢餘 ~ 萬劫인들 한바탕 꿈이 아니랴.
不見江南春色早 ~ 江南의 이른 봄빛 아니 보고
東城風雪臥看書 ~ 城東의 눈바람 속에 누워 冊을 읽는다.
(76) 與映湖乳雲兩伯夜唫
落拓吾人皆古情 ~ 모이니 不遇한 옛 벗들인데
山房夜闌小遊淸 ~ 조촐히 노니는 山中의 밤도 깊었다.
紅燭無言灰已冷 ~ 말없이 타는 촛불의 눈물도 식고
詩愁如夢隔鍾聲 ~ 꿈같이 번지는 詩愁의 먼 鐘소리.
中宵文氣通虹橋 ~ 무지개는 밤中에 興趣를 돋우어
筆下成詩猶敢驕 ~ 붓 놓아 成詩함이 어찌 驕慢이리.
只許三春如一日 ~ 오직 三春은 하루와 같이
別區烟月復招招 ~ 좋은 風景 시켜서 손짓해 부르네.
(77) 與映湖和尙訪乳雲和尙乘夜同歸
相見甚相愛 ~ 만나니 우리들 뜻이 맞아
無端到夜來 ~ 밤이 깊어가는 줄 몰랐네.
等閑雪裡語 ~ 閑暇히 눈길에서 주고받은 말
如水照靈臺 ~ 물과 같이 두 마음에 서로 비치네.
(78) 旅懷
竟歲未歸家 ~ 한 해가 다 가도록 돌아가지 못한 몸은
逢春爲遠客 ~ 봄이 되자 다시 먼 곳을 떠돈다.
看花不可空 ~ 꽃을 보고 無心하지는 못해
山下奇幽跡 ~ 좋은 곳 있으면 들러서 가곤 한다.
(79) 榮山浦舟中
漁笛一江月 ~ 漁夫의 피리소리에 江과 달이 하나 되고
酒燈兩岸秋 ~ 酒幕집 燈불은 두 언덕 가을빛에 어리네.
孤帆天似水 ~ 돛배는 외로워 하늘도 물 같은데
人逐荻花流 ~ 사람따라 갈꽃 따라 흘러만 가네.
(80) 咏燈影 (獄中詩)
夜冷窓如水 ~ 추운 밤 窓에 물이 어리면
臥看第二燈 ~ 두 個의 燈불 누워서 본다.
雙光不到處 ~ 두 불빛 못 미치는 이 자리에 있으니
依舊愧禪僧 ~ 禪僧인 것이 못내 부끄럽기만 하다.
(81) 咏雁 (獄中詩)
一雁秋聲遠 ~ 외기러기 슬픈 울음 멀리 들리고
數星夜色多 ~ 無數한 별들이 밤을 밝힌다.
燈深猶未宿 ~ 등불 사위어 가고 잠도 안 오는데
獄吏問歸家 ~ 언제 풀리느냐고 獄吏가 묻는다.
天涯一雁叫 ~ 아득한 하늘 가에 외기러기 우고
滿獄秋聲長 ~ 獄에 가득 가을 소리 길기만 하다.
道破蘆月外 ~ 갈대가 쓰러지는 길 저 밖의 달이여
有何圓舌相 ~ 어찌하여 너는 둥근 쇠몽치 혀를 내미는냐.
(82) 咏閑
窮山寄幽夢 ~ 깊은 山속에 그윽한 꿈을 꾸면서
危屋絶遠想 ~ 벼랑 끝 庵子에서 깊은 想念 끊는다.
寒雲生碧澗 ~ 차가운 안개구름 푸른빛 도는 시내에서 일고
纖月度蒼岡 ~ 초승달은 푸른 언덕을 넘는다.
曠然還自失 ~ 아스라히 脈놓고 있다 돌아보면
一身各相忘 ~ 문득 이 한 몸마져 잊어버린다.
(83) 悟道頌
男兒到處 是故鄕 ~ 男兒란 어디나 곧 故鄕이거늘
幾人長在 客愁中 ~ 사람들은 시름속의 나그네로 오래도록 보내네.
一聲喝破 三千界 ~ 한소리 큰 喝로 三千大千世界를 깨뜨리니
雪裏桃花片片飛花 ~ 눈속에 복사꽃잎이 조각조각 날리네.
(84) 獄中感懷
一念但覺淨無塵 ~ 한 생각에 다만 티끌 없는 淸淨함 깨달으니
鐵窓明月自生新 ~ 쇠창살에도 밝은 달은 저절로 새롭구나.
憂樂本空唯心在 ~ 근심 즐거움 本來 空한것, 오직 마음만 있어
釋迦原來尋常人 ~ 釋迦牟尼도 原來가 普通 사람이었다.
(85) 玩月
空山多月色 ~ 빈 山에 달빛이 흘러 넘치고
孤往極淸遊 ~ 홀로 거닐며 마음껏 노니는 이밤.
情緖爲誰遠 ~ 누구에 멀리 달려가는 마음인가
夜深杳不收 ~ 밤은 깊어 가는데 情을 걷잡을수 없네.
(86) 又古人梅題下不作五古余有好奇心試唫
梅花何處在 ~ 梅花꽃 있는 곳이 어디 이던가
雪裡多江村 ~ 눈 덮인 江村일세.
今生寒氷骨 ~ 今生에 얼음 같은 風骨
前身白玉魂 ~ 前生엔 白玉의 넋 아니었을까.
形容晝亦奇 ~ 그 모습 낮에도 奇異하고
精神夜不昏 ~ 밤이라 그 精神 밝기만 하네.
長風散鐵笛 ~ 바람은 피리소리 멀리 흐트리고
暖日入禪園 ~ 따스한 해는 禪房에 드네.
三春詩句冷 ~ 봄 석 달 詩句는 차갑고
遙夜酒盃溫 ~ 밤새워 따사로운 술盞 비우네.
白何帶夜月 ~ 하얀 그 모습 달빛 더불고
紅堪對朝暾 ~ 붉은 姿態 아침 햇살 보는 듯.
幽人抱孤賞 ~ 숨어 살아 외로이 稱讚하노니
耐寒不掩門 ~ 차다고 너를 두고 門을 닫으랴.
江南事蒼黃 ~ 江南의 일 뒤숭숭하다고
莫向梅友言 ~ 梅花에겐 함부로 말하지 말라.
人間知己少 ~ 人間事에 知己는 흔치 않은 것
相對倒深尊 ~ 너를 바라 깊이 醉하리.
(87) 雨中獨唫
海國多風雨 ~ 섬나라(日本) 비바람 흔해서
高堂五月寒 ~ 높다란 이 집은 五月에도 춥다.
有心萬里客 ~ 木石도 아닌 萬 里의 나그네
無語對靑巒 ~ 말없이 푸른 山을 마주한다.
(88) 雲水
白雲斷似衲 ~ 흰 구름은 끊어져 法衣와 같고
綠水矮於弓 ~ 푸른 물은 활보다도 더욱 짧아라.
此外一何去 ~ 이곳 떠나 어디로 자꾸만 가나
悠然看不窮 ~ 아득히 그 無窮함 바라보리라.
(89) 遠思
南國黃花北地雁 ~ 菊花 핀 南녘과 北쪽 기러기
居然今日但空情 ~ 오늘은 앉아서 괜히 생각나네.
雪後江山多月色 ~ 눈 그치면 그 江山엔 달빛이 곱고
風前草木盡鍾聲 ~ 바람에 草木들은 쇠북인 양 울리.
塞外夢飛千里野 ~ 國境 밖 千 里 벌에 꿈은 달려도
天涯身臥一雲亭 ~ 하늘 끝 亭子 속에 누운 몸이여!
歷瘦經寒人似竹 ~ 야위고 추위 겪어 대와 같거니
此心元不到功名 ~ 내 마음 功名에야 元來 먼 것을.
(90) 月方中
萬國皆同觀 ~ 萬國이 다 함께 달을 쳐다보고
千人各自遊 ~ 모든 사람들 各其 즐기며 노네.
皇皇不可取 ~ 빛나고 빛나 가질 수 없고
迢迢那堪收 ~ 아득하고 아득해 거둘 수 없네.
(91) 月欲落
松下蒼煙歇 ~ 소나무 밑 푸른 안개 스러지고
鶴邊淸夢遊 ~ 鶴의 周邊엔 맑은 꿈이 노닌다.
山橫鼓角罷 ~ 비스듬이 山이 비껴 피리소리 끊기고
寒色盡情收 ~ 찬 달빛 걷히니 이토록 아쉬운걸.
(92) 月欲生
衆星方奪照 ~ 뭇 별이 막 빛을 빼앗기니
百鬼皆停遊 ~ 온갖 鬼神도 놀이를 멈추다.
夜色漸墜地 ~ 夜景이 漸漸 땅에 떨어지니
千林各自收 ~ 모든 숲은 제各其 거둬 들이네.
(93) 月初生
蒼岡白玉出 ~ 검푸른 山에 흰 玉돌이 솟고
碧澗黃金遊 ~ 파란 시내엔 黃金이 노닌다.
山家貧莫恨 ~ 山家여 가난을 恨歎 말라
天寶不勝收 ~ 하늘이 주는 보배 끝이 없거니.
(94) 留仙岩寺次梅泉韻
半歲蕭蕭不滿心 ~ 참으로 不滿에 찬 半年에
天涯零落獨相尋 ~ 天涯의 勢道가 沒落하여 山水를 찾았다.
病餘華髮秋將薄 ~ 앓고 난 흰머리는 가을따라 듬성하고
亂後黃花草復深 ~ 亂後에 菊花와 풀도 다시 茂盛해졌다.
講劫雲空聞逝水 ~ 劫을 講하고 구름 스러진 뒤 물소리 듣고
聽經人去下仙禽 ~ 經을 듣던 사람 돌아가자 仙鳥가 내린다.
乾坤正當風塵節 ~ 온통 天地가 風塵을 만난 이때
肯數西川杜甫唫 ~ 杜甫의 亂中詩를 읊조려 본다.
(95) 日光道中 (닛코 . にっこうし로 가는 길)
★ 日本 혼슈 (本州. ほんしゅう) 도치기 縣
(栃木縣 .とちぎけん )에 있는 都市.
試聞兒女爭相傳 ~ 兒女子들 다투어 이르는 말이
報道此中別有天 ~ 이 길 가면 別有天地 있느니라고.
逐水漸看兩岸去 ~ 물 따라 걸으며 살펴 볼 수록
杳然恰似舊山川 ~ 우리 故國 山川을 많이도 닮았네.
(96) 日光南湖 (닛코의 湖水)
神陀山中湖水開 ~ 神陀山 그 속에 湖水 있어서
山光水色共徘徊 ~ 山빛과 물빛이 겹쳐 맴돈다.
十數小船一兩笛 ~ 몇 個의 피리 소리 十如 隻의 배
夕陽唱倒漁歌來 ~ 一齊히 노래하며 夕陽을 이고 돌아오네.
(97) 自京歸五歲庵贈朴漢永
一天明月君何在 ~ 하늘 가득 달 밝은데 그대 어디 계신지
滿地丹楓我獨來 ~ 온 世上 丹楓에 묻혀 홀로 왔어요.
明月丹楓共相忘 ~ 밝은 달 丹楓은 함께 잊어도
唯有我心共徘徊 ~ 내 마음 오직 그대와 함께 헤매오.
(98) 自樂
佳辰傾白酒 ~ 철이 마침 좋은지라 막걸리 기울이고
良夜賦新詩 ~ 이 좋은 밤 詩 한 首 없을 수 있는가.
身世兩忘去 ~ 나와 世上 아울러 잊었어도
人間自四時 ~ 季節은 저절로 돌고 도느니.
(99) 自悶
枕上夢何苦 ~ 잠들면 잠든 대로 꿈은 괴롭고
月中思亦長 ~ 깨면 달빛 속에 끝없는 생각.
一身受二敵 ~ 한 몸으로 이 두 敵 어이 견디랴.
朝來鬢髮蒼 ~ 아침 되니 젊던 귀밑머리 白髮 되었네.
(100) 自笑詩癖 (詩 쓰는 버릇을 웃다)
詩瘦太酣反奪人 ~ 너무 즐긴 詩 때문에 야위고 탈진하여
紅顔減肉口無珍 ~ 얼굴에 살 빠지고 입맛도 잃었다.
自說吾輩出世俗 ~ 世俗을 떠난 양 自處도 하네만
可憐聲病失靑春 ~ 靑春을 삼켜버린 病에 可憐함만 恨歎하네.
(101) 征婦怨
妾本無愁郞有愁 ~ 妾은 本來 시름 없고, 郎君은 愁心 있기에
年年無日不三秋 ~ 해마다 하루가 三年 같지 않은 날 없었다.
紅顔憔悴亦何傷 ~ 血色좋은 얼굴 여위어도 무엇이 마음 傷하랴만
只恐阿郞又白頭 ~ 다만 郎君께서 흰머리 되어 감이 두렵기만 하오.
昨夜江南採蓮去 ~ 지난밤엔 江南으로 蓮꽃 캐러 갔다가
淚水一夜添江流 ~ 밤새 흘린 눈물을 흐르는 江물에 보태 놓았소.
雲乎無雁水無魚 ~ 구름에는 기러기 없고 물엔 고기도 없으니
雲水水雲共不看 ~ 구름과 물, 물과 구름을 다 바라보지도 않소.
心如落花謝春風 ~ 마음은 지는 꽃이 봄바람을 여의고 가듯 하고
夢隨飛月渡玉關 ~ 꿈은 달을 따라 날아 玉門關을 건너네.
雙手慇懃敬天祝 ~ 두 손 모아 慇懃히 하늘 받들어 祝願함은
郎與春色一馬還 ~ 郎君이 봄빛과 함께 말 타고 오기 바람이리.
阿郞不到春已暮 ~ 郎君은 오지 않고 봄은 이미 저물었으니
風雨無數打花林 ~ 비바람 셀 수 없이 꽃 숲을 휘저어 놓네.
妾愁不必問多少 ~ 妾의 시름 얼마나 되나 물을 必要 없으니
春江夜湖不言深 ~ 봄의 江물 밤 湖水도 깊단 말 못하오.
一層有心一層愁 ~ 마음 한 層 깊을수록 시름도 한 層 높으니
賣花賣月學無心 ~ 꽃도 팔고 달도 팔아 無心을 배우리라.
(102) 曺洞宗大學校別院 (어느 日本 절의 追憶)
一堂似太古 ~ 절은 고요하기 太古 같아서
與世不相干 ~ 世上과는 因緣이 닿지 않는 곳.
幽樹鍾聲後 ~ 鐘소리 끊인 뒤 나무들 그윽하고
閑花茶藹間 ~ 茶 香氣 높은 사이 閑暇한 햇빛.
禪心如白玉 ~ 禪心은 맑아서 白玉인양 한데
奇夢到靑山 ~ 꿈만 같이 이 靑山 이르른 것을.
更尋別處去 ~ 다시 別다른 곳 찾아 나섰다가
偶得新詩還 ~ 偶然히 새로운 詩 얻어서 돌아왔네.
院裡多佳木 ~ 절에는 아름다운 나무가 많아
晝陰滴翠濤 ~ 낮에도 陰散하고 푸른 물결 방울진다.
幽人初破睡 ~ 그윽이 잠들었다 깨어나 보니
花落磬聲高 ~ 꽃이 지는데 磬쇠 소리 높아라.
(103) 周甲日卽興 (回甲날의 卽興. 一九三九. 七. 十二日於淸凉寺)
怱怱六十一年光 ~ 바쁘게도 지나간 예순 한 해가
云是人間小劫桑 ~ 이 世上에선 小劫같이 긴 生涯라고.
歲月縱令白髮短 ~ 歲月이 흰 머리를 짧아지고
風霜無奈丹心長 ~ 風霜도 一片丹心 어쩌지 못하네.
聽貧已覺換凡骨 ~ 가난을 달게 여기니 凡骨도 바뀐 듯
任病誰知得妙方 ~ 病을 버려 두매 좋은 處方文 누가 알리.
流水餘生君莫問 ~ 물 같은 내 餘生을 그대여 묻지 말게
蟬聽萬樹趁斜陽 ~ 숲 가득 매미 소리에 斜陽 向해 가는 것을.
(104) 重陽. 1
九月九日百潭寺 ~ 九月 九日 重陽節의 百潭寺
萬樹歸根病離身 ~ 온갓 나뭇잎이 떨어지니 病도 내 몸 떠났네.
閒雲不定孰非客 ~ 閑暇한 구름 定處 없이 흐르듯 누군들 나그네 아니며
黃花已發我何人 ~ 노란 菊花는 이미 피었는데 난 어떤 사람인가.
(105) 重陽. 2
溪磵水落晴有玉 ~ 시내에는 물이 말라 玉돌이 드러나고
鴻雁秋高逈無塵 ~ 기러기는 淸淨한 하늘을 아득히 난다.
午來更起蒲團上 ~ 낮 되어 다시 부들 方席 위에서 일어나니
千峰入戶碧嶙峋 ~ 千峰萬壑이 房에 들어 푸른 빛으로 솟구치네.
(106) 卽事. 1
山下日杲杲 ~ 山 밑에는 햇빛 쨍쨍하고
山上雪紛紛 ~ 山 위에는 눈발이 날린다.
陰陽各自妙 ~ 陰陽의 奧妙 함은 제各其 인데
詩人空斷魂 ~ 詩人만 空然히 넋을 태운다.
(107) 卽事. 2
一庵何寂寞 ~ 庵子에 쌓인 寂幕 속에
塊坐依欄干 ~ 흙무더기처럼 欄干에 기대 앉으니
枯葉作聲惡 ~ 마른 나뭇잎 괴로운 소리를 내고
飢鳥爲影寒 ~ 배 주린 새 그림자는 차갑기만 하다.
歸雲斷古木 ~ 돌아가던 구름 古木에 걸리고
落日半空山 ~ 지는 해는 折半이 빈 山에 걸린다.
獨對千峯雪 ~ 홀로 數많은 눈 봉우리 마주하니
淑光天地還 ~ 봄빛은 天地에 돌아오는구나.
(108) 卽事. 3
北風雁影絶 ~ 북녘 바람이 기러기 자취를 끊어 버리니
白日客愁寒 ~ 한낮에도 나그네 시름은 차갑다.
冷眼觀天地 ~ 싸늘한 눈길 하늘 땅 바라보니
一雲萬古閒 ~ 한 點 구름만 萬古에 閒暇롭다.
(109) 卽事. 4
鳥雲散盡孤月樓 ~ 먹구름 흩어고 樓臺엔 외로운 달
遠樹寒光歷歷生 ~ 먼 나무엔 찬 빛이 歷歷하구나.
空山雁去今無夢 ~ 빈 山 위로 기러기 가고 잠은 오지 않는데
殘雪人歸夜有聲 ~ 殘雪 밟으며 밤길 가는 발자국 소리.
(110) 卽事. 5
殘雪日光動 ~ 눈은 자지러져 가고 햇빛 춤을 추어
遠林春意過 ~ 먼 숲에 봄의 氣運 스치네.
山屋病初起 ~ 山집에서 病이 떠나고
新情不奈何 ~ 새로운 情은 어쩔 수 없어라.
(111) 卽事. 6
朔風吹白日 ~ 朔風이 해를 몰아치는 날
獨立對江城 ~ 홀로 江城을 마주하고 섰다.
孤煙接樹直 ~ 외로운 煙氣 나무를 감싸 오르고
輕夕落庭橫 ~ 저녁은 사뿐이 뜰을 가로지른다.
千里山客滴 ~ 千 里에 山客에 빗방울 떨어져
一方雪意生 ~ 어디에 눈이라도 내릴 듯하네.
詩思動邊塞 ~ 邊方에서도 詩情은 일고
侶鴻過太淸 ~ 짝지은 기러기는 맑은 하늘을 지난다.
(112) 卽事. 7
紅梅開處禪初合 ~ 紅梅花 벌어지니 중은 三昧에 들고
白雨過時茶半淸 ~ 소낙비 지나가니 茶도 한결 맛이 맑다.
虛設虎溪亦自笑 ~ 虎溪까지 餞送하고 크게 웃으며
停思還憶陶淵明 ~ 暫時 陶淵明의 人品 그리어 보네.
(113) 贈古友禪話
看盡百花正可愛 ~ 어여쁜 온갖 꽃을 모두 보았고
縱橫芳草踏烟霞 ~ 안개 속 꽃다운 풀 두루 누볐네.
一樹寒梅將不得 ~ 그러나 梅花만은 못 만났는데
其如滿地風雪何 ~ 눈바람 이러하니 어쩜 좋으랴.
(114) 贈南亨祐
秋山落日望蒼蒼 ~ 가을빛 물든 山에 해가 지는데
獨立高歌響八荒 ~ 홀로 서서 노래하면 天地에 울려라.
白髮數莖東逝水 ~ 몇 오리 흰 머리칼 歲月은 물 같아도
黃花萬本夜迎霜 ~ 萬 포기 菊花꽃은 서리 맞아 피는구나.
遠書不至虫猶語 ~ 먼 그 곳 便紙도 안 오는 날엔 벌레들 시끄럽고
古木無心苔自香 ~ 古木은 無心해도 이끼 껴 香氣롭네.
四十年來出世事 ~ 出家한 지도 어느덧 마흔 핸데
慚愧依舊坐空床 ~ 如前히 빈 禪床 지킴이 부끄럽구나.
(115) 贈別
天下逢未易 ~ 같은 하늘 아래서 만나기도 어려운데
獄中別亦奇 ~ 獄中의 離別이라 또한 奇異하구나.
舊盟猶未冷 ~ 以前의 盟約은 오히려 식지 않았으니
莫負黃花期 ~ 菊花 꽃과의 約束 저버리지 말게나.
(116) 增上寺
淸磬一聲初下壇 ~ 磬쇠가 울려서야 壇에서 내려 와
更添新茗依欄干 ~ 다시 茶를 따루어 欄干에 기대인다.
舊雨纔晴輕凉動 ~ 비는 겨우 개고 서늘한 바람 일어
空簾晝氣水晶寒 ~ 발로 스미는 찬 氣運은 水晶 같구나.
(117) 贈宋淸巖
相逢輒驚喜 ~ 만나니 놀라웁고 반갑기도 하여
共作秋山行 ~ 함께 가을 山을 찾아들었네.
日出看雲白 ~ 해 뜨면 흰구름을 보고
夜來步月明 ~ 밤에는 달빛 속을 거닐기도 하네.
小石本無語 ~ 돌멩이야 本來 말이 없어도
古桐自有聲 ~ 오래 된 梧桐에선 맑은 소리 나지.
大塊一樂土 ~ 이 世上이 곧 樂土이거늘
不必求三淸 ~ 구태여 神仙 되길 바라지 말게.
(118) 次映湖和尙香積韻
萬木森凉孤月明 ~ 숲은 썰렁한데 외로운 달빛이
碧雲層雪夜生溟 ~ 구름과 눈을 비추니 宛然한 바다라.
十萬株玉收不得 ~ 無數한 그루에 달린 구슬이 하도 고와서
不知是鬼是丹靑 ~ 造化인 줄 모르고 그림인가 여겼네.
(119) 淸唫 (淸淨한 노래)
一水孤花逈 ~ 먼 물가에 외로운 꽃이 벌고
數鍾千竹寒 ~ 몇 個의 鐘 걸린 곳 대숲이 차구나.
不知禪已破 ~ 見性이 이미 된 줄 알지 못하여
猶向物初看 ~ 오히려 事物을 처음 보듯 보느니.
★ 見性 ~: 마음 닦는 工夫를 하여 깨달음을 얻게 되는 體驗의 境地.
(120) 淸寒
待月梅何鶴 ~ 달을 기다려 梅花는 鶴인 양 서 있고
依梧人亦鳳 ~ 梧桐에 기대니 사람 또한 鳳凰일세.
通宵寒不盡 ~ 밤새워 추위는 그치지 않고
遶屋雪爲峰 ~ 눈은 온통 집을 둘러싸 봉우리를 만들었네.
(121) 淸曉
高樓獨坐絶群情 ~ 다락에 앉으니 뭇 생각 끊이는데
庭樹寒從曉月生 ~ 새벽달 따라 추위가 인다.
一堂如水收人氣 ~ 물을 끼얹은 듯 人氣척 없는 곳
詩思有無和笛聲 ~ 어렴풋한 詩想 피리에 和答하느니라.
(122) 秋夜雨
床頭禪味澹如水 ~ 禪定에 드니 澹澹하기 물 같은데
吹起香灰夜欲闌 ~ 香불 다시 피어나고 밤도 깊은 간다.
萬葉梧桐秋雨急 ~ 문득 梧桐잎 두들기는 가을비 소리
虛窓殘夢不勝寒 ~ 빈 窓에 寒氣 들어와 남은 잠을 기룰 수 없구나.
(123) 秋夜聽雨有感
不學英雄不學仙 ~ 英雄도 神仙도 아니 배운 채
寒盟虛負黃花緣 ~ 菊花와의 因緣만 空然히 어겼네.
靑燈華髮秋無數 ~ 靑燈 아래 흰머리 늘어만 가는 가을 밤
蕭雨雨聲三十年 ~ 나그네 길 三十 年에 빗소리만 쓸쓸하다.
(124) 秋雨
秋雨何蕭瑟 ~ 왜 이리도 쓸쓸한 가을비런가.
微寒空自驚 ~ 갑자기 으스스해 새삼 놀란다.
有思如飛鶴 ~ 생각은 하늘 나는 鶴인 양하여
隨雲入帝京 ~ 구름 따라 서울에 들어가느니.
(125) 秋懷
十年報國劒全空 ~ 나라 爲한 十 年도 虛事가 되고
只許一身在獄中 ~ 겨우 한 몸 獄 속에 갇혔었구나.
捷使不來蟲語急 ~ 戰勝 奇別 아니 오고 벌레만 저리 울어
數莖白髮又秋風 ~ 몇 오라기 흰 머리칼에 또 가을 바람 부네.
(126) 秋曉
虛室何生白 ~ 빈 房은 어느듯 훤해지고
星河傾入樓 ~ 銀河는 다락에 기울어 든다.
秋風吹舊夢 ~ 가을 바람은 옛 꿈을 불어오고
曉月照新愁 ~ 새벽달은 새 시름을 비춘다.
落木孤燈見 ~ 落葉 진 나무 사이로 燈불 하나 보이고
古塘寒水流 ~ 옛 못으로 찬 물결이 흐른다.
遙憶未歸客 ~ 돌아오지 않는 나그네 생각다가
明朝應白頭 ~ 來日 아침이면 머리칼 희어지리.
(127) 春閨怨
一幅鴛鴦繡未了 ~ 한 幅 鴛鴦새 繡놓다가 끝도 못내고
隔窓微語雜春愁 ~ 窓건너 속삭임에 雜多한 봄 시름에 잠긴다.
夜來刀尺成孤夢 ~ 밤되어 繡를 놓다가 홀로 잠든 꿈속에서
行到江南不復收 ~ 江南에 가 돌아 올 줄은 까맣게 잊네.
(128) 春夢
夢似落花花似夢 ~ 꿈은 落花 같고 꽃은 꿈 같은데
人何胡蝶蝶何人 ~ 사람은 왜 또 나비 되고 나비 어찌 사람 되나.
蝶花人夢同心事 ~ 나비 꽃 사람 꿈이 마음의 일이니
往訴東君留一春 ~ 봄의 神 찾아가 이 한 봄 못 가게 하자.
(129) 砧聲
何處砧聲至 ~ 어디서 나는 다듬이 소리인가
滿獄自生寒 ~ 監獄 속을 冷氣로 가득 채우네.
莫道天衣煖 ~ 天子의 옷 따뜻하다 하나 道가 아니다
孰如徹骨寒 ~ 뼛속까지 冷氣가 스며드는 것을.
(130) 巴陵漁父棹歌 (고기잡이의 뱃노래)
舟行天似水 ~ 배가 가니 하늘은 물과 같은데
此外接淸歌 ~ 이에 더욱 맑은 노래 들려 올 줄이야.
韻入月明寂 ~ 고요한 밝은 달빛 韻致를 더하고
響飛夜靜多 ~ 소리는 밤의 寂寞 헤쳐 흐르네.
知音問白鷺 ~ 知音이 그 누군지 白鷺에 묻고
歸夢滿晴蓑 ~ 도롱이에 가득 싸인 故鄕 달리는 꿈.
更聽滄浪曲 ~ 다시 滄浪의 노래 들려 오기에
撫纓憶舊波 ~ 갓끈 어루만지며 옛 山川 그리네.
(131) 避亂途中滯雨有感
崢嶸歲色矮於人 ~ 가파른 歲月 한 해도 얼마 아니 남았는데
海國兵聲接絶嶙 ~ 倭놈의 軍營 소리 山골에도 울리네.
顚倒湖山飛欲去 ~ 이 天地를 뒤집어 훔쳐 가려 하거니
天涯風雨亦相親 ~ 하늘가 비바람 亦是 情이 가누나.
(132) 漢 江
行到漢江江水長 ~ 漢江에 와서 보니 江물은 깊고
深深無語見秋光 ~ 깊은 물결 말 없는데 가을빛 어리네.
野菊不知何處在 ~ 모르겠네 들菊花는 어디 피었는지
西風時有暗傳香 ~ 때로 西風 타고 香氣 풍기네.
(133) 閑唫
中歲知空劫 ~ 中年에 人生의 헛됨을 알아
依山別置家 ~ 山을 依支해 따로 집을 마련했다.
經臘題殘雪 ~ 섣달이 지나 남은 눈으로 詩를 쓰고
迎春論百花 ~ 봄을 맞아 온갖 꽃을 즐긴다.
借來十石少 ~ 빌어오면 열 섬도 적고
除去一雲多 ~ 없애버리면 구름 조각도 많다.
將心半化鶴 ~ 내 마음 어지간히 鶴이 되나니
此外又婆娑 ~ 이 밖에는 또 坐禪하는 일이다.
(134) 寒寂
不善耐寒日閉戶 ~ 요즘은 날이 추위 門을 닫고
觀山聽水未能多 ~ 山水를 제대로 찾지도 못한다.
雪風埋屋人寂寂 ~ 눈바람 집을 메워 고요하고 고요한데
禪如春酒散梅花 ~ 봄 술 들며 落梅를 보는 禪味에 醉한다
(135) 香爐庵夜唫
南國黃花早未開 ~ 南國의 菊花꽃 채 피지 않고
江湖薄夢入樓臺 ~ 江湖에 노는 꿈이 樓臺에 머물렀네.
雁影山河人似楚 ~ 기러기 그림자가 山河에 人間의 形象처럼 비추고
無邊秋樹月初來 ~ 가이없는 가을나무 사이로 달이뜨네.
(136) 香爐庵卽事
僧去秋山逈 ~ 중이 떠나가니 가을 山 멀고
鷺飛野水明 ~ 白鷺 나는 곳 들의 물 맑아라.
樹凉一笛散 ~ 나무는 서늘한데 피리소리 흩어지고
不復夢三淸 ~ 神仙 사는 곳 꿈꾸어 무엇하리.
(137) 蝴蝶
東風事在百花頭 ~ 봄바람에 온갖 꽃 바삐 찾아 다니니
恐是人間蕩子流 ~ 마치 放蕩한 人間 같구나.
可憐添做浮生夢 ~ 可憐하다 뜬 구름같은 世上에 헛꿈 더하니
消了當年第幾愁 ~ 當年에 몇 番이나 근심을 풀었더냐?
(138) 華嚴寺散步
古寺逢春宜眺望 ~ 옛절에 봄이 되니 眺望이 좋아
潺江遠水始生波 ~ 潺潺한 江 먼 물에 잔 물결 인다.
回首雲山千里外 ~ 머리 돌려 千 里 밖 바라보노니
奈無人和白雪歌 ~ 白雪歌에 和答할 이 어찌 없으랴.
二人來坐溪上石 ~ 둘이 와 시내 위에 돌에 앉으니
磵水有聲不見波 ~ 소리내는 山골물결 없다.
兩岸靑山斜陽外 ~ 兩 기슭의 靑山에 저녁 해 비칠 때
歸語無心自成歌 ~ 돌아가며 흥얼대니 저절로 노래 되네.
(139) 和淺田敎授(淺田斧山遺以參禪詩故以此答)
天眞與我間無髮 ~ 本性은 그대와 나 差異 없건만
自笑吾生不耐探 ~ 參禪에 熱中도 못하는 몸은
反入許多葛藤裡 ~ 도리어 迷路에서 허덕이느니
春山何日到晴嵐 ~ 언제나 山 속으로 들어갈는지.
(140) 黃梅泉
就義從客永報國 ~ 의로운 그대 나라 爲해 永遠히 報國했고
一瞋萬古生花新 ~ 눈 부릅 떠 億劫 歲月 새 꽃으로 피어나리.
莫留不盡泉坮恨 ~ 끝나지 않은 地下의 恨 그대로 두지않으리
大慰苦忠自有人 ~ 마땅히 쓰디쓴 忠節을 慰勞하는 사람 있으리.
★ 梅泉 黃玹 (1855~1910)은 韓日合倂條約 締結 消息을 듣고
食飮을 全廢하다 絶命詩를 남기고 自決한 韓末의 文章家, 歷史家였다.
(140) 懷吟
此地群雁少 ~ 이 땅에는 기러기도 없으니
鄕音夜夜稀 ~ 故鄕 消息 밤마다 드물구나.
空林月影寂 ~ 빈 숲에는 달 그림자 고요하고
寒戍角聲飛 ~ 추운 邊方에 喇叭 소리 날리네.
衰柳思春酒 ~ 衰殘한 버들에도 봄 술 생각나고
殘砧悲舊衣 ~ 잦아지는 다듬이 해진 옷 서럽다.
歲色落萍水 ~ 한 해 色깔 마름풀처럼 지고 있어
浮生半翠微 ~ 뜬 人生살이 半은 山속이었네.
(141) 曉景
月逈雲生木 ~ 하늘 높이 달 걸리고 나무에선 구름이 이는데
高林殘夜懸 ~ 높은 山 저 숲에는 남은 밤 걸리었네.
撩落鍾聲盡 ~ 搖亂히 울리던 鐘소리 그치니
孤情斷復連 ~ 끊어졌던 외로움 다시 이어진다.
山窓夜已盡 ~ 山窓에 밤이 걷히고
猶臥朗唫詩 ~ 나는 누운 채 詩를 읊는다.
栩然更做夢 ~ 다시 잠들어 즐거움에
復上梅花枝 ~ 또 꿈 속에 梅花를 찾는다.
千山一雁影 ~ 온 山에 외기러기 날고
萬樹幾鍾聲 ~ 나무들은 몇 番이나 鐘소리 냈나.
古屋獨僧在 ~ 낡은 집에 僧侶 홀로 있어서
芳年白首情 ~ 젊었어도 늙은인 양 움츠리고 산다네.
(142) 曉日
遠林煙似柳 ~ 먼 숲의 안개 버들인 듯하고
古木雪爲花 ~ 古木 나무에는 눈이 꽃이 되었다.
無言句自得 ~ 말 없이 詩句 저절로 얻어지니
不奈天機多 ~ 어쩌면 하늘이 준 機會가 많아서인가.
🍎 涵月海源 (1691~1770. 本 完山 李氏.咸南 咸興出生. ]
字 天鏡. 法號 涵月. 法名 海源)
(1) 壁上掛瓢
晝日忘機坐 ~ 한 낮을 無心히 앉아 있는데
諸天花雨飄 ~ 하늘에서 꽃비가 나부끼고 있네.
生涯何所有 ~ 한 平生 어떤 것을 지니고 있나
壁上掛單瓢 ~ 壁 윗쪽에 걸린 瓢주박 하나 뿐.
(2) 山客
山梅落盡野花飛 ~ 山梅花도 지고 들꽃도 지니
谷口春殘客到稀 ~ 골짜기에 봄 氣運 사라지고 사람발길 뜸하네.
遙望千峰紅樹裏 ~ 멀리 山봉우리 숲속을 바라보니
杜鵑啼處一僧歸 ~ 소쩍새 우는 곳으로 한 스님이 돌아가네.
(3) 禪詩
佛田雖下少善種 ~ 부처님 밭에 조금이라도 씨를 뿌리면
如食金剛穿胸腹 ~ 金剛을 먹기에 그대로 몸 밖으로 나오는 것과 같다네.
欲知善業招善報 ~ 좋은 일 하면 좋은 果報 가져오는 줄 알려 하는가
西子鏡中西子目 ~ 美人 西施가 거울을 볼 땐 西施의 얼굴이 나타나지.
(4) 禪詩
自與白雲來幻界 ~ 나는 흰 구름과 더불어 여기 왔는데
心隨明月向何方 ~ 마음이여 明月 따라 어디로 가려느냐.
生來死去惟雲月~ 오 가는것 오직 구름하고 달뿐이라
雲自散兮月自明 ~ 구름이 사라지면 저 달은 온 누리에 밝으리.
(5) 禪詩
四大本來空 ~ 肉身의 뿌리는 虛空인데
痛者是甚麽 ~ 아픔을 느끼는 存在는 무엇일까.
病中不病者 ~ 病드는 가운데 病들지 않는 것
岩前綠水聲 ~ 바위 앞을 흐르는 푸른 물소리.
(6) 心燈花
歷劫傳傳無盡燈 ~ 歷劫따라 꺼지지 않고 傳해온 燈불
不會桃別鎭長明 ~ 더함도 꺼짐도 없이 恒常 長久히 밝다.
任他雨灑兼風亂 ~ 비바람 거세게 몰아치는 곳에 있어도
漏屋虛窓影自淸 ~ 낡은 집 구멍난 窓에 비친 불빛은 스스로 밝다.
(7) 再到龍湫寺
再到無人舊顏開 ~ 다시 오매 옛 알던 이 아무도 없고
沙彌半揖問何來 ~ 沙彌僧이 半절하며 어디서 왔나 묻는구나.
猶聞古樓寒鐘在 ~ 그래도 옛 다락의 찬 鐘소리 들려오니
不改淸音待我廻 ~ 맑은 소리 變함없이 나 오기만 기다렸네.
(8) 贈月松大師
月入松聲白 ~ 自性을 밝혀 眞理의 빛 發하니
(달빛 드리운 소나무는 밝고)
松含月色寒 ~ 眞人은 眞理의 化身이로세.
(소나무는 潛潛한 달빛을 머금고 있네)
贈君般若劍 ~ 그대에게 般若劍을 주노니
歸臥月松間 ~ 實像界와 現像界의 사이에서 지내소서.
(가시거든 달과 소나무 사이에서 지내소서)
★ 月入松聲白 ~: 漆桶打破하여 自性을 밝힘.
(9) 贈意慧
瘦竹和煙冷 ~ 앙상한 대는 안개에 잠겨 차갑고
香花引蝶多 ~ 香氣로운 꽃은 찾아오는 나비가 많다.
春風雖艶色 ~ 봄바람에 그 빛깔 비록 고와도
其奈雪霜何 ~ 눈 서리 몰아침을 어이 견디리.
(10) 知足
摠收諸不足 ~ 모든 不足함을 거두어 드리고 나면
不足還爲足 ~ 不足함이 도리어 滿足함이 되나니
求足世間人 ~ 滿足함을 求하는 世上 사람들은
不知不足足 ~ 不足함이 大 滿足인줄 알지를 못한다.
(11) 悟道頌 / 觀心
範圍天地大 ~ 돌아보니 天地는 三千大千世界
絶對有何蹤 ~ 견줄 수 없는 마음 어떻다 말하리.
可笑觀心者 ~ 이렇게 맑고 밝은 마음
量空又繫風 ~ 그 크기와 무게를 어떻게 論하리
(12) 涅槃頌
貪着夢中一粒米 ~ 꿈속에서 한 톨의 쌀을 貪着하다가
失却金臺萬劫糧 ~ 부처님 世界의 萬劫의 糧食을 놓쳐버리는구나.
無常刹那實難測 ~ 無常한 刹那는 實로 헤아리기 어렵나니
胡不猛省急回頭 ~ 어찌 盟烈히 省察해서 그 마음을 돌이키지 않느냐.
🍎 函虛得通 (1376~1433. 高麗~朝鮮. 幢號 得通. 俗姓 劉. 法名 己和.
忠州사람. 1411년 京畿 加平群 下面 雲岳山 顯燈寺 重創)
(1) 偈頌
生也一片浮雲起 ~ 태어남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남이요
死也一片浮雲滅 ~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사라짐 일세.
浮雲自體徹底空 ~ 뜬구름은 本디 자취가 없는 것
幻身生滅亦如然 ~ 덧없는 몸의 生滅도 本是 이와 같아라.
就中一箇長靈物 ~ 그러나 한가지 常存하는 靈物은
幾經劫火常湛然 ~ 많은 劫을 지나도 變함이 없네.
(2) 茶偈頌
一椀茶出一片心 ~ 한 盞의 茶는 한 조각 마음에서 나왔으니
一片心在一椀茶 ~ 이 한 조각의 마음은 한 盞의 찻속에 담겼구나.
當用一椀多一嘗 ~ 마땅히 한 盞의 茶를 한 모금 맛본다면
一嘗應生無量樂 ~ 한 모금 한 모금에 無量한 즐거움이 생겨나리라.
(3) 山居
山深木密合幽居 ~ 깊은 山 우거진 숲 숨어 살기 適合하고
境靜人稀興有餘 ~ 조용한 境地 사람 드믈어 興은 남아 돈다.
飽得箇中淸意味 ~ 여기에 배부른 淸淨한 意味있어
頓亡身世自容與 ~ 나와 남 다 잊어 저절로 閑暇롭다.
(4) 松堂
森森獨翠三冬雪 ~ 겨울 山 嚴冬雪寒 森林에는 소나무 홀로 푸르니
堂上主人心愈潔 ~ 松堂 主人 그 마음 더욱 高潔하여라.
圓寂淸閑香一爐 ~ 고요 속에 香불 피어오르고
耐寒枝上激明月 ~ 추위를 忍耐한 솔가지 끝에는 밝은 달빛이 차다.
(5) 松皮飯
拏雲踞石老靑山 ~ 구름 붙잡고 바위 기대어 靑山에서 늙으며
物盡飄零獨耐寒 ~ 萬物이 흩날릴 때 홀로 추위 견디는구나.
知爾碎形和世味 ~ 알고보니 제 몸 부수어 世上맛에 섞여서
使人緣味學淸寒 ~ 使人들에게 그 맛으로 淸寒의 가르침 주고있네.
(6) 雨中
英英玉葉過山堂 ~ 茂盛한 구름 뭉실뭉실 山堂을 지나가고
樹自鳴條鳥自忙 ~ 나뭇가지 수런거리니 새들은 奔走하네.
開眼濛濛橫雨脚 ~ 깨어나보니 컴컴함 속에 빗발이 지나가나니
焚香端坐望蒼蒼 ~ 香 사르고 端正히 앉아 蒼蒼한 光景 바라보네.
(7) 臨津船上吟 (臨津江에서)
錦山黃野碧江秋 ~ 錦山黃野 푸른 江 가을
萬頃波頭一葉舟 ~ 萬頃蒼波에 한 잎 배로다.
無限奇觀同鏡裏 ~ 물에 비친 風光은 거울 속이듯
孤帆影接水中樓 ~ 외로운 배그림자 물 속에 樓閣이 되네.
(8) 題雲嶽山
雲嶽山帶懸燈寺 ~ 雲嶽山 자락 懸燈寺
落石飛泉上下聲 ~ 위로는 돌 구르고 아래엔 물소리.
出自千尋與万丈 ~ 千 年 前부터 뭇 知識人의 발길 이어져
滄溟未到不曾停 ~ 밝고 환한 날에도 오고 감 멈추지 않네.
(9) 宗風歌
一拈花一笑來 ~ 한 番 꽃을 들고 한 番 微笑 지은 이래로
東西相付一靈臺 ~ 東쪽과 西쪽이 한 마음으로 서로 붙었네.
密傳傳至三三後 ~ 秘密히 傳해져 서른 세 祖師까지 이르렀나니
一朶花中五葉開 ~ 한 떨기 꽃 속에 다섯 잎이 열렸구나.
卽心佛非心佛 ~ 마음이 곧 부처요 마음이 곧 부처가 아니니
歷傳四家無別物 ~ 四家에까지 두루 傳해졌어도 別 物件이 없었네.
或全提或全用 ~ 때로 穩全히 들고 때로 穩全히 쓰면서
傳至侗侗無別用 ~ 操心스레 傳해져 왔어도 別 쓰임이 없었네.
或以機用能縱奪 ~ 때로 바탕과 쓰임으로 能히 풀었다 빼앗았다 하지만
棒喝交馳如雷怛 ~ 방망이와 高喊이 서로 오가니 우레처럼 놀래키는구나.
或以敲唱應隨機 ~ 때로 두드리고 노래하며 根機에 따라 應하지만
雙明單說辨賢哲 ~ 雙으로 밝히고 홑으로 說明하며 賢哲을 가렸네.
或以偏正巧施設 ~ 때로 치우치고 바르게 巧妙히 方便을 베푸니
展手通玄獨超絶 ~ 손을 펴자 그윽한 理致를 通해 홀로 뛰어나셨네.
或以提掇一字關 ~ 때로 한 마디 말씀으로 衆生을 끌어 헤아리시니
三句一句能擊發 ~ 三句와 一句의 뜻을 能히 쳐 드러내셨네.
或以唯心啓盲聾 ~ 때로 唯心으로써 장님과 귀머거리를 여셔서
致令得妙色聲中 ~ 빛깔과 소리 가운데 奧妙한 理致를 얻게 하셨지.
莫謂諸家不同轍 ~ 여러 스님의 方便들이 같지 않다 말하지 말라
百千無水不朝東 ~ 世上의 모든 江물들은 모두 東으로 흘러가노라.
(10) 秋日書懷 (가을날 품은 마음을 적다)
天高雲淡氣微凉 ~ 하늘 높고 구름 淡泊해 조금은 서늘한 氣運
月白風淸味自長 ~ 달 희고 바람 맑음은 스스로 오래된 맛이어라.
遙憶淵明三逕趣 ~ 아득한 陶潛의 세 갈래 길 風趣를 생각하다가
菊花叢裏臥聞香 ~ 菊花꽃 떨기 속에 香을 맡고 누웠어라.
(11) 獻 香
我此一爐香 ~ 여기의 한 香爐의 香은
生從一片心 ~ 한 조각 마음에서 나왔나니
願此香烟下 ~ 願컨데 이 香 煙氣 아래서
薰發本眞明 ~ 本來 마음의 밝은 빛이 香氣롭다.
(12) 花咲 (꽃 웃음) (咲. 笑의 古字)
花咲山前洩天機 ~ 山 앞에 꽃이 피고 꽃이 웃는 그 消息은 바로 天機를 漏洩한 것이요
鳥歌林外話無生 ~ 저 새가 숲 밖에서 노래하는 것은 無生을 말함이로다.
頭頭自有無窮意 ~ 머리 머리 낱낱이 다 스스로 無窮한 뜻을 지니고 있으니
得來無處不逢原 ~ 무엇을 잡아와도 바로 그 根源 아닌 것이 없더라.
(13) 恢頭土面忘天眞
(더벅머리 흙투성이 얼굴 天眞無垢로세)
心同水月迹同塵 ~ 마음은 물과 달 같지만 그 자취는 티끌 끝이니
讚佛忻忻毁不瞋 ~ 稱讚해도 기쁘지 않고 誹難해도 성도 나지 않네.
任性隨緣閑度日 ~ 因緣 따라 생긴 대로 살아가나니
恢頭土面忘天眞 ~ 더벅머리 흙투성이 얼굴 天眞無垢로세.
(14) 涅槃頌
湛然空寂本無一物~맑고도 空寂하니 本來 한 物件도 없으며
神靈光赫洞徹十方~神靈스런 빛 赫赫하여 온 世界에 뚜렷하여라.
更無身心受彼生死~다시 몸과 마음이 生死를 받지않아
去來往復也無罣碍~오고 감에 거리낌이 없도다.
臨行擧目十方碧落~나아가려 눈을뜨니 온 世上이 뚜렷하고
無中有路西方極樂~없는 가운데 길이 있으니 西方極樂이로다.
🍎 海曇致益 (1862~1942. 法號 海曇. 法名 致益. 俗姓 徐氏)
(1) 警心
色不陷人人自沒 ~ 女色이 사람이 빠뜨리지 않고 사람이 빠져드니
沒時豈識悔來心 ~ 빠졌을 땐 後悔할 맘 어이해 알겠는가?
心堅鐵石觀其色 ~ 鐵石같은 마음으로 女色을 본다면
色是浮虛不壞心 ~ 女色은 虛望하여 마음은 무너지지 않으리.
(2) 誡口
好言一二長爲病 ~ 좋은 말도 한 두 番 길면 病이 되거늘
況是多番不好言 ~ 하물며 나쁜 말을 여러 番씩 함이랴.
如或聽人言不好 ~ 萬若에 좋지 않은 남의 말을 들었다면
莫移吾口默無言 ~ 내 입에 옮기지 말고 다물고 말을 말라.
(3) 樂自業 (自身의 일을 즐겨라)
莫使人財空得好 ~ 남의 財物 空으로 얻음 좋다고 하지 말라
苟非吾福自爲消 ~ 내 福이 아닐진대 절로 사라지느니.
乾乾吾力成家業 ~ 부지런히 내 힘으로 家業을 이뤄야만
取用無窮永不消 ~ 取해 써도 다함없어 사라지지 않으리.
(4) 謾吟
不言分別小 ~ 입 다물면 分別도 적어질 테고
無記是非忘 ~ 記憶하지 않아서 是非도 잊네.
終日如愚聾 ~ 온 終日 귀머거리 바보인 듯이하면
個中道自長 ~ 그 가운데서 道가 절로 자라나리라.
(5) 守分
惡衣惡食無妨道 ~ 粗惡한 옷과 飮食 道에 妨害 안 되니
莫向人間釣利名 ~ 人間 向해 利益 名譽 낚으려 하지 말라.
求利利名還自遠 ~ 利益을 求하면 利益과 名譽는 내게서 외려 멀어지나
不求勤道自高名 ~ 利益을 求하지 않고 修道에 힘쓰면 이름은 절로 높아지리.
(6) 宿馬山浦
鷺眠秋浦月 ~ 해오라기 가을 浦口 달빛에 자고
鷄破曉山雲 ~ 닭은 새벽 山 구름을 깨뜨리누나.
爭利家家事 ~ 집집마다 利끗을 다투는 일들
魚鹽積海門 ~ 고기 소금 바다 어귀 잔뜩 쌓였네.
(7) 示了空禪子
無惡亦無善 ~ 惡함 없고 善함 또한 없는 것이니
了知法法空 ~ 法마다 텅 빈 줄을 깨달아 아네.
坦平還古路 ~ 平坦한 옛 길로 돌아오는데
到處綠楊風 ~ 到處에 垂楊버들에 바람이 분다.
(8) 示指月禪子 (指月 스님에게 보여주다)
月白千秋色 ~ 밝은 달빛은 千秋의 빛깔이요
水澄萬古心 ~ 해맑은 물은 萬古의 마음.
故知千聖路 ~ 千聖의 길을 前부터 아니
物物露天眞 ~ 事物마다 天眞함 드러내누나.
(9) 示衆
世間何物從空出 ~ 世間의 어떤 物件 虛空에서 솟아날까
野野都無不種芽 ~ 들판마다 播種치 않은 새싹이란 없는 것을.
勤力積功然後可 ~ 부지런히 功을 쌓은 뒤라야 可能하니
空田莫待自生芽 ~ 빈 밭서 절로 싹 돋기는 기다리지 말지니라.
(10) 念佛
呼呼呼入妙 ~ 부르고 불러서 入妙 부르고
念念念歸眞 ~ 외고 외워 歸眞을 念誦하누나.
呼念相交處 ~ 부르고 念佛함이 만나는 곳에
如來卽現身 ~ 如來께서 卽時로 現身하시리.
(11) 自吟
去來無非道 ~ 가고 옴 온통 道가 아님이 없고
執放都是禪 ~ 잡고 놓음 모두가 禪일 뿐일세.
春風芳草岸 ~ 봄바람에 芳草 깔린 山언덕에서
伸脚打閒眠 ~ 다리 뻗고 閑暇롭게 낮잠을 잔다.
(12) 叅句
久牧知牛性 ~ 牧童 일 오래 하여 소의 性品 알고
岸頭草正芳 ~ 언덕 위 풀은 한창 香氣롭구나.
夕陽長澗路 ~ 해질녘 길고 긴 시내 길 따라
倒騎過草堂 ~ 소를 거꾸로 타고서 草堂 지나네.
🍎 海峯有璣 (1707~1785. 法號 好隱 또는 海峰.
法名 有機. 忠北 淸州 出生. 俗姓은 文化柳氏)
(1) 庚申病中作
病臥一年頭亦白 ~ 병들어 일년되니 머리가 희 끝하고
自羞於學未專工 ~ 배운것 못다이루니 스스로 부끄럽네.
往時萬卷筌蹄業 ~ 지난날 만권 책은 고기 잡는 그물이라
入海籌砂不見終 ~ 해변의 모래알 세기 어느세월에 끝나랴.
(2) 碧巖覺性 影讚
虎而能及其虓乎 毛而已 ~ 범을 그림에 咆哮
하는 모습을 그리고자하나 범털에 미칠 뿐이며
人而能及其衷乎 面而已 ~ 사람을 그림에 마음을 表現하고자 하나 얼굴에 미칠 뿐이다.
今碧巖尊者之影 ~ 只金의 碧巖尊者의 眞影은
能其聲德乎衣帶而已 ~ 그의 聲德을 그리려 했으나 衣帶일 뿐이다.
愚之詞 ~ 어리석은 讚詞로
亦曷盡其尊者 ~ 어떻게 尊者를 다할 수 있으리.
在世遍灑甘露法雨 ~ 世上에 계실 적에는 甘露의 法雨를 두루 뿌리시어
於無限天人之化乎 ~ 限없는 天上 人間을 敎化하셨다.
難矣 筆路斯塞而已 ~ 어려워라! 글로써 말하는 것은 壅塞할 뿐이다.
★ 海峯有璣스님이 碧巖覺性 (1575~ 1660) 禪師에게 올린 影讚으로 海峯有璣의
好隱集에 收錄되어 있다.
🍎 虛白 明照 禪師 (1593 ~ 1661. 俗名 李希國. 洪州 出生.
號 虛白堂. 丙子胡亂 때 僧兵大將으로 活躍)
(1) 伽倻山吹笛蜂
春山花發色彌明 ~ 봄 山에 꽃 피니 色깔 더욱 환하고
瀑水飛流晝夜鳴 ~ 瀑布는 떨어지며 晝夜로 우네.
可惜孤雲何處去 ~ 아아, 崔孤雲 先生 어느 곳으로 갔는가
但聞臺上吹笛聲 ~ 臺에서는 다만 피리 소리 들리네.
(2) 共坐山影樓示巡使
(山影樓에 함께 앉아 巡使에게 보임)
(★ 巡使 ~: 朝鮮時代에, 兵亂이 있을 때 王命으로 地方의 軍務를 巡察하던 臨時 벼슬)
樓外䨥溪水 ~ 소낙비 내려 樓閣 너머 시냇물
聲聲洗客心 ~ 소리 소리 나그네 마음 씻어주네.
談玄開一笑 ~ 깊은 理致 論하며 한바탕 웃노라니
山月照楓林 ~ 山 위의 달이 丹楓 숲을 비추네.
(3) 東街愚吟 (垂楊버들 늘어선 길)
紫佰垂楊酒旗斜 ~ 垂楊버들 늘어선 길 酒幕 깃발 갸웃 기울고
沙窓如霧咽箏琶 ~ 緋緞 窓에 안개 낀듯 牙箏 琵琶 목메이네
東風不管花無力 ~ 봄바람은 軟弱한 꽃 아랑곳하지않아
吹滿長安百萬家 ~ 서울 저 百萬家에 가득히 흩뿌리네.
(4) 登佛頂臺
(★ 佛頂臺 ~: 金剛山에 있다)
雲水飄然衲 ~ 구름처럼 물처럼 自由로운 衲者가
扶笻上高臺 ~ 지팡이 짚고 높은 臺에 올랐네.
眼前無一物 ~ 눈 앞에 한 物件조차 없으니
滄海小於杯 ~ 푸른 바다가 찻盞보다 작구나.
(5) 復到東萊 (다시 東萊에 이르러)
昔時霖雨苦連旬 ~ 前에는 열흘 장마에 시달렸는데
今日歸來萬像新 ~ 오늘 다시 돌아오매 萬像이 새롭구나.
好是西風秋色裏 ~ 좋은 이 西쪽 바람 가을빛 속에
稻花香佛馬蹄塵 ~ 벼꽃 香氣가 말발굽의 티끌을 떤다.
(6) 山居
山河天地月 ~ 山과 江과 하늘과 땅, 그리고 달
彼此兩無心 ~ 이것과 저것 서로가 無心하구나.
又得春消息 ~ 또한 봄消息을 얻으니
楊花到處陰 ~ 버들꽃이 到處에 흐드러졌구나.
(7) 山居吟
石逕嵯峨行且危 ~ 아스라한 돌오솔길 危殆로운데
人寰逈絕徃來稀 ~ 사람 사는 世上과는 멀어서 往來도 드물다.
月中香桂庭前落 ~ 달빛 속에 香氣로운 桂樹나무 잎 뜰 앞에 떨어지고
雲外歸鴻天際飛 ~ 구름 바깥에 돌아오는 기러기는 하늘 끝으로 날아가네.
瑟瑟秋風侵踈屋 ~ 스산한 가을 바람은 엉성한 집으로 불어닥치고
蕭蕭楓葉撲班衣 ~ 쓸쓸한 丹楓잎은 누더기옷에 날아와 부딪치네.
而今永別紅塵世 ~ 이젠 紅塵의 世上 永遠히 離別하여
願作明心救庶期 ~ 밝은 마음 이루어 數많은 사람 救濟했으면.
(8) 賽行脚僧之求三
道本難言說 ~ 道는 本來 말로 表現할 수 없거니
何勞爲客宣 ~ 어찌 그리 受苦스럽게 지껄이고 다니는가.
箇中跳一擲 ~ 이 속에서 한 番 박차고 일어나면
聲色滿三千 ~ 聲色은 온 누리에 가득하리라.
(9) 受大興衆請作禪偈傳後代
焰裏寒霜凝結滯 ~ 불꽃 속에 차디찬 서리가 엉키고
花開鐵樹暎輝明 ~ 쇠 나무에 꽃이 피어 밝게 빛난다.
泥牛哮吼海中走 ~ 진흙 소가 울부짖으며 바다 속으로 달아나고
木馬嘶風滿道聲 ~ 나무 말 우는 소리 길을 메우네.
(10) 拾栗
不忍飢腸似電鳴 ~ 허기진 창자에서 우레 소리 들리어
徑行拾栗入雲扃 ~ 밤알을 주우려고 구름 속에 들었네.
夕陽山色如紅錦 ~ 夕陽의 山빛 붉어 緋緞 같은데
秋雨霏霏落葉聲 ~ 가을비에 젖고 있는 실낱같은 落葉 소리.
(11) 示凜師 (凜 禪師에게 보이다)
相見無言處 ~ 서로 만났으나 할 말이 없고야
山禽已了啼 ~ 山새는 이미 울어 버렸네.
若能重漏洩 ~ 萬若 거듭 漏洩했다간
他日恨서臍 ~ 뒷날 後悔해도 헛일일세.
(12) 贈金居士
人生如風燭 ~ 人生은 바람 앞의 촛불 같은데
時想紫金山 ~ 생각은 只今 黃金의 山을 오르네.
念到無心處 ~ 생각이 다하여 마음마저 없는 곳에
逍遙任自閑 ~ 閑暇롭게 노닐며 逍遙하리라.
(13) 次鄭同知韵 (鄭 同知 答詩 次韻)
(★ 同知 ~: 朝鮮時代 知事의 輔佐役을 맡은 從2品 官職)
坐斷凡聖情 ~ 凡夫니 聖人이니 하는 생각 다 끊고
迷雲且掃滅 ~ 迷惑의 구름 또한 쓸어 없앴네.
心光透徹明 ~ 마음의 빛이 밝아 透明하게 궤뚫으니
沙界摠無物 ~ 온 宇宙에 아무 것도 없구나.
(14) 紅菊
千林黃葉霜風落 ~ 온 숲에 누렇게 물든 잎이 서릿 바람에 떨어지는데
唯有菊紅獨耐寒 ~ 오직 붉은 菊花만이 홀로 추위를 견디어 내는구나.
家國興亡都不管 ~ 國家興亡에도 大充 關與하지 않고
破顏開笑向人閑 ~ 人間 向해 활짝 웃으며 閑暇롭구나.
(15) 幻智
幻去幻來俱是幻 ~ 이 모두는 幻影의 오고 감이니
誰知幻法本無根 ~ 幻影은 根據 없는 줄 그 누가 알리.
縱然識得皆爲幻 ~ 이 모든 것이 幻影인 줄 깨달아 알면
滅智方登涅槃門 ~ 마침내 저 涅槃의 門 열리리.
🍎 虛應堂普雨 (1515~1565. 法號 虛應堂 · 懶庵. 奉恩寺 住持)
(1) 開窓賞春
春風吹黜竹房寒 ~ 竹房의 추위를 봄바람이 쫓아내니
轄開禪窓賞物歡 ~ 禪窓을 활짝 열고 기뻐하는 事物을 感賞한다.
氷泮喜聞深澗響 ~ 얼음 녹으니 시냇물의 소리 듣기 좋고
雪銷驚見遠山顔 ~ 눈 녹은 먼 山들의 그 얼굴도 놀랍구나.
靑歸巷柳嚬眉染 ~ 푸른 빛은 버들을 찾아 찡그린 눈썹 물들이고
紅入園桃笑額班 ~ 붉은 빛은 복사꽃에 드니 웃는 이마의 斑點이다.
賞極飜然閑擧首 ~ 한껏 感賞하다가 다시 가만히 머리 들면
烟中蒼翠數峰巒 ~ 안개 속에 보이는 數많은 푸른 봉우리들.
(2) 見山茶花
齋餘仙洞訪雲中 ~ 齋를 마치고 구름 속 仙洞을 찾아가니
鶴老人歸菴自空 ~ 鶴은 늙고 사람은 돌아가 庵子는 절로 비었네.
唯有山茶花萬朶 ~ 오직 萬 송이 山茶花만 있어서
倚岩依舊笑春風 ~ 바위에 기대어 예前처럼 봄바람에 웃고 있구나.
(3) 遣興 (興겨움)
宇宙逍遙孰我當 ~ 누가 나처럼 宇宙를 逍遙할 것인가?
尋常隨意任彷徉 ~ 늘 氣分대로 自由롭게 徘徊하노라.
石床坐臥衣裳冷 ~ 돌 寢床에 앉고 누우니 옷이 차갑고
花塢歸來杖屨香 ~ 꽃 언덕에 돌아오니 신발이 香氣롭구나.
局上自知閑日月 ~ 바둑판 위에서야 歲月이 閑暇로움을 알겠거니와
人間那識擾興亡 ~ 人間 世上 興亡의 擾亂함을 어찌 알리오?
淸高更有常齋後 ~ 늘 하는 供養 뒤의 맑고 높은 氣運
一抹茶煙染夕陽 ~ 한 줄기 茶 煙氣가 夕陽을 물들이네.
(4) 高閑 (閑寂한 곳)
庵在雲重處 ~ 庵子는 겹겹 구름 속에 있고
從來不設扉 ~ 本디 사립門도 없다네.
坮森含晩翠 ~ 늦 푸른 杉나무와
庭菊帶斜暉 ~ 저녁 햇살 어린 菊華가 있나니.
木落經霜菓 ~ 서리 맞은 열매 떨어지고
僧縫過夏衣 ~ 스님은 여름 지난 옷을 꿰매다.
高閑吾本意 ~ 아 閑寂함이 내 옛 뜻이거늘
吟賞自忘歸 ~ 돌아갈 길 잊고 詩 한 首 읊는다.
(5) 空溪
百萬人蹤絶 ~ 百萬의 사람들 자취 끊어지고
三祗客路窮 ~ 無窮한 歲月에 나그네 길 다하다.
落花浮碧淥 ~ 떨어진 꽃잎 푸른 물에 뜨고
白日徹西東 ~ 한낮의 해는 東西로 通하는구나.
(6) 橋灘夜行 (橋灘을 밤에 가다)?
淸平杳無際 ~ 淸平은 아득하여 끝없고
日落且行舟 ~ 해지자 또 배를 타고 간다.
風高帆影疾 ~ 바람 세차니 돛대 그림자 빨라지고
月出水光幽 ~ 달뜨자 물빛 그윽하구나.
岸進邀烟棹 ~ 언덕으로 나가니 안개 속에 배를 맞이하고
灘鳴喚鷁頭 ~ 여울소리 뱃머리에 울려퍼진다.
篷窓孤客思 ~ 船窓가 외로운 나그네 思念에 잠겼다
夜裏轉驚秋 ~ 밤 되자 가을 깊어감에 새삼 놀란다.
(7) 寄醉仙 (醉仙에게 주다).
<1>
百里關山棧道難 ~ 百 里 關山 棧道는 險難해
不知行蓋若爲還 ~ 行次 가마 잘 되돌아갔는지 모르겠다.
澗邊丹桂香珠樹 ~ 개울가 붉은 桂樹나무는 香氣롭고
別後相思幾獨攀 ~ 헤어진 뒤 그리워 몇 番을 홀로 올랐던가.
<2>
初訪盟雲不下山 ~ 처음 찾아서 山을 내려가지 않는다고 구름에 盟誓하고는
如何未月返塵寰 ~ 어찌하여 한 달 못되어 塵世로 돌아가셨소.
莫懷澗愧林慚計 ~ 개울물과 숲에 부끄럽다 생각하지 마시고
須辦重來扣掩關 ~ 반드시 다시 와서 닫힌 門을 두드리도록 힘쓰시게나.
<3>
仙洞曾同上紫宮 ~ 仙洞에서 일찍이 함께 紫微宮에 오르니
夜深寒殿月䑃朧 ~ 밤 깊어 싸늘한 佛殿에 달빛 䑃朧하였네.
水晶簾外知誰共 ~ 水晶 珠簾 밖으로 함께 온 분은 누구인지 아는가.
桂子風零雪上紅 ~ 桂樹열매 바람에 떨어져 눈 위에 붉어라.
<4>
淸平岑寂絶來賓 ~ 淸平山 寂寞하여 찾는 손님 끊기고
丹竈生涯日月新 ~ 丹藥製造하던 生涯가 날로 달로 새롭구나.
料得醉仙曾見去 ~ 斟酌컨대 醉仙은 일찍 보고 갔기에
夢隨蝴蝶入雲頻 ~ 꿈속 나비 따라 자주 구름 속에 들어오시리라.
<5>
琴臺分石坐淸流 ~ 琴松臺 盤石 맑은 물가에 앉아서
笑執銀花當酒籌 ~ 웃으며 銀花를 잡고 술 마시려하니
定裏忽思君上洛 ~ 禪定 속에 忽然 그대 서울로 간 생각나서
計程今已弟兄遊 ~ 旅程 計算해보니 이미 兄弟들과 노닐고 있으리.
<6>
小資迷路墮官人 ~ 조잔한 바탕으로 길을 잃고 官人으로 墮落하여서
俯仰無依泣海濵 ~ 굽어보고 우러러보며 依支할 곳 없어 바닷가에서 울었는데
那料醉仙飛折扎 ~ 어찌 斟酌이나 하였으랴! 醉仙이 便紙 붙여와
得敎窮子免沈淪 ~ 窮한 사람 보잘것없는 꼴을 免하게 해 주셨구랴.
<7>
琴臺上與映池中 ~ 琴松臺와 映池 속에는
桂子依前滿落紅 ~ 桂樹열매 예前처럼 붉게 가득 떨어져있네.
當日鶴邊同賞客 ~ 當時 鶴 곁에서 함께 感賞하던 나그네
出雲空獨對香風 ~ 구름 벗어나자 부질없이 홀로 香氣로운 바람 맞네.
(8) 寄醉仙
<1>
仙洞三更月 ~ 仙洞 三更의 달
懷君意自新 ~ 그대 그리움 절로 새롭네.
帳空松鶴怨 ~ 揮帳 비어 소나무의 鶴 怨望하고
山寂雪猿嗔 ~ 山은 고요하니 눈 속에 원숭이 성을 내네.
望眼愁生眩 ~ 바라보던 눈은 시름에 아찔하고
來期恨隔春 ~ 온다는 期約 봄 지나야하니 恨스럽네.
移文今欲草 ~ 移文 只今 草案하려고 하니
莫作後周倫 ~ 뒤처져 求하는 무리는 되지 마시게.
<2>
自君離瀑下 ~ 그대 瀑布 아래를 떠나고 나서
盤石更無人 ~ 盤石에 다시 사람 없네.
仙洞關松月 ~ 仙洞은 소나무 달빛에 잠기고
天壇鎖玉塵 ~ 天壇은 눈 속에 갇혔구나.
詩書千卷客 ~ 詩書 千 卷을 지닌 客은
蔬笋一林身 ~ 菜蔬와 竹筍 먹고 숲속에 사는 身世다.
憶共琴臺話 ~ 琴松臺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던 때 생각하니
千峯杜宇春 ~ 一千 봉우리에 봄을 알리는 杜鵑새 소리들린다.
(9) 寄醉仙
以我山中計 ~ 내 山中의 計算으로
冥推世上情 ~ 世上 人情 조용히 따져보니
帝城忠孝重 ~ 임금 宮城에서 忠孝가 重要하고
仙洞石泉輕 ~ 仙洞 石泉은 가벼울 터라.
縱欲抽身臥 ~ 設令 몸을 빼내 눕고자 한다면
何如捧笏行 ~ 어찌하여 笏을 받들고자 하겠는가?
願君持此偈 ~ 바라건대, 그대 이 偈頌을 지녔다가
試問弟兼兄 ~ 試驗 삼아 兄弟에게 물어보시길.
(10) 寄醉仙
淸平在仙洞 ~ 淸平山에 仙洞이 있어
地地皆花田 ~ 땅마다 모두가 꽃밭이네.
本無官賦稅 ~ 本來 官廳 賦役과 稅金 없으니
那有差胥牽 ~ 어찌 衙前 보내 끌고 갈 일 있겠나.
澗底種白芷 ~ 溪谷 깊이 白芷심고
歸來松下眠 ~ 돌아와 소나무 아래서 잔다.
此樂世不有 ~ 이 즐거움 世間에는 있지 않기에
人間人少憐 ~ 世上사람 어여삐 여기는 이 적다네.
君獨慕眞隱 ~ 그대 唯獨 眞實한 隱士 思慕하여
舍笏來飄然 ~ 벼슬 버리고 바람에 나부끼듯 왔네.
月夕話幽趣 ~ 달밤에 그윽한 興趣 이야기하고
丹竈生茶煙 ~ 부엌에 茶 끓이는 煙氣 일어나네.
奇遇豈偶爾 ~ 奇異한 만남 어찌 偶然이겠는가.
宿誓喜相圓 ~ 묵은 盟誓에 기꺼이 合쳐진 因緣.
意擬堅靜節 ~ 고요한 絶操 굳건히 하여서
共老靑山邊 ~ 靑山에 함께 늙어가겠다 생각하였건만
俄而覲省出 ~ 갑자기 父母 뵙겠다고 나섰는데
眨眼驚新年 ~ 눈 깜빡할 사이 새해 되었기에 놀라네.
夢極猿哀夜 ~ 원숭이 슬피 우는 밤에 꿈은 다하고
思煩鶴怨天 ~ 鶴 怨望하는 하늘에 그리움으로 괴롭네.
早知使我苦 ~ 일찍 내가 괴로울 줄 알았다면
陳榻何下懸 ~ 陳蕃이 걸상을 어찌 걸고 내렸겠는가?
已過悔無益 ~ 이미 지난 일 後悔해도 無益하니
將來知待焉 ~ 앞으로 기다려야 함을 알아야하리.
後雖更入壑 ~ 뒷날 다시 골짜기로 들어오더라도
誰當肯展筵 ~ 누가 기꺼이 자리 펼쳐주겠는가?
林慚猶可忍 ~ 숲에 부끄러움 오히려 참을만 하지만
澗愧情難捐 ~ 개울에 부끄러운 마음 떨쳐내기 어렵구나.
山靈頻扣戶 ~ 山神靈 자주 門 두드리며
請作移文篇 ~ 移文篇 지어 달라 請하기에
今磨墨數斗 ~ 只今 먹물 몇 말 갈아놓고
俯仰吟蹁躚 ~ 굽어보고 우러르며 왔다갔다 읊조리네.
願君知此意 ~ 바라건대, 그대 이 뜻을 알아서
火急還雲泉 ~ 急히 雲泉으로 돌아오시게.
(11) 洛山雜咏
草坐同黃犢 ~ 송아지와 함께 풀밭에 앉고
沙行共白鷗 ~ 갈매기와 더불어 모래밭을 거닌다.
海天詩思遠 ~ 바다나 하늘에 詩思는 아득한데
日暮獨歸舟 ~ 해 저문 날에 외로운 배 돌아온다.
(12) 南池卽事
瀲艶方塘赭木疎 ~ 찰랑찰랑 고운 못에 붉은 나무 듬성하고
一筇無日不徐徐 ~ 지팡이 짚고 천천히 거닐지 않은 날이 없었네.
山容倒揷波心靜 ~ 山이 거꾸로 들어와도 물결은 고요하고
雲影平沈鏡面虛 ~ 구름 그림자 가라앉아도 거울 水面 비었구나.
岩畔桂香碁展後 ~ 바위가 桂樹 鄕氣 바둑판 펼친 뒤 퍼지고
鶴邊松籟睡醒初 ~ 鶴이 깃든 솔바람소리 낮잠을 깨우는구나.
樵童莫遣須臾翫 ~ 나무꾼 아이야 暫間도 翫賞하며 보내지 마라
歸去人間宅半墟 ~ 人間世界 돌아가면 집 折半은 비웠으리라.
(13) 登望高峰
獨上金剛最上峰 ~ 金剛山 最上峰을 나 혼자 올라
俯看天地意彌濃 ~ 天池를 굽어보면 뜻이 더욱 넓어진다.
秋深澗展琉璃碧 ~ 가을이 깊어 시내는 파란 琉璃 펼치고
霜重山披錦繡紅 ~ 서리가 짙어 山들은 붉은 緋緞 입었다.
石逕遙橫黃葉底 ~ 돌길은 落葉 밑으로 멀리 누워 있고
茅庵微露白雲中 ~ 庵子는 구름 속에 아스라이 보인다.
留連竟夕忘回步 ~ 저물도록 오래 놀다 돌아가기 잊었는데
髣髴穿林出暮鐘 ~ 저녁 鐘소리는 숲읖 뚫고 隱隱히 들려온다.
(14) 登悟道山
以道名山意欲看 ~ 산 이름이 道라 하여 살펴보려는 마음에
杖藜終日苦躋攀 ~ 하루 終日 지팡이 짚고 힘겹게 올랐다.
行行忽見山眞面 ~ 오르는 길에 문득 山의 眞面目을 보니
雲自高飛水自湲 ~ 구름은 제 스스로 높이 날고 물 또한 스스로 흐르는도다.
(15) 明雄 二友 (明,雄 두 벗에게)
緬惟太白諸禪友 ~ 아득히 생각나는 太白山 여러 禪房의 벗들
近歲參尋道幾多 ~ 요사이 얼마나 많이들 道에 參尋했는가?
流水光陰侵老崇 ~ 흐르는 물과 같은 歲月은 늙음이 찾아오는 災殃이며
浮雲名譽損禪魔 ~ 뜬구름 같은 名譽는 禪定을 妨害하는 魔物이라네.
茶爐茗熟懷同飮 ~ 茶爐에 茶 끓으면 함께 마시고 싶고
書幌詩成憶共 ~ 글씨 쓰는 揮帳에 詩 쓰면 함께 읊조리고
君旣與吾情不淺 ~ 그대들과 나의 情리 얕지 아니하니
秋風連袂訪如何 ~ 가을 바람 불거들랑 소매이어 함께 찾아옴이 어떤가?
(16) 夢破餘 不勝自幸 快詠一律 以示心知
(꿈을 깨고 나서 스스로 幸福함을 이기지 못해 詩 한 首를 읊어
마음에 攄得한 것을 보인다)
欲窮斯道掩禪扃 ~ 이 道理를 窮理하느라 禪房 門빗장을 걸었더니,
一貫千殊妙忽明 ~ 萬法을 하나로 꿰는 妙한 道理가 忽然히 밝아지네.
無相可名崔鄭朴 ~ 모습이 없어 崔氏, 鄭氏, 朴氏라고 이름 붙일 수 없고
有神能體馬牛鯨 ~ 神靈함이 있어 能히 말과 소와 고래의 몸통이 된다.
冬寒夏熱天呼吸 ~ 겨울엔 춥고 여름에 더우니 하늘의 들숨과 날숨이요
葉落花開地死生 ~ 落葉 지고 꽃이 피니 땅의 나고 죽음이로다.
萬像森羅都自己 ~ 森羅萬像이 모두 다 自己인데
何須出戶謾馳行 ~ 어찌 구태여 집을 나서 부질없이 바쁘게 다니리오.
(17) 聞世之人 以余病退仙洞退 更築臺壇 晦養餘生 稱知行藏 善隱現云 卽述二偈.
(世上 사람이 내가 病으로 仙洞에 물러나 다시 臺壇을 쌓고 숨어서
남은 生을 養生한다는 消息을 듣고, 行할 때와 감출 때를 알아서
훌륭히 숨고 드러낼 줄 안다고 稱讚한다고 하기에 곧 두 首의 偈頌을 지었다)
<1>
行藏非我孰知源 ~ 行하고 감춤은 내가 아니면 누가 根源을 알겠는가?
隱現唯天道又存 ~ 숨고 나타남은 오직 하늘에 있으니 道는 또한 保存하네.
選佛兩場曾奉詔 ~ 選佛 (禪科擧)하는 두 科場에서 일찍이 詔書를 받들었고
度僧千指亦承恩 ~ 度牒을 스님 千 名에게 주었으니 또한 임금님 恩慧로다.
還携甁錫來仙洞 ~ 물甁과 錫杖 지니고 仙洞에 와서
却築臺壇閉石門 ~ 臺壇을 쌓아 石門을 굳게 닫았더니
從此虛名喧衆耳 ~ 이로부터 헛된 이름 뭇 사람의 귀 시끄럽게 하였고
謾敎山野說風旛 ~ 부질없이 山과 들에서 風旛을 說明하게 하였네.
<2>
惟道本屢遷 ~ 道란 本來 자주 옮겨지니
吾何違自然 ~ 내 어찌 自然을 어기겠는가?
江行深則厲 ~ 江을 건넘에 깊으면 허리까지 옷을 치켜 올리고
溪渡淺還褰 ~ 여울 건넘에 얕으면 옷자락 걷어 올리네.
舜日橋山寺 ~ 舜임금 해가 뜨는 橋山의 절
堯風仙洞天 ~ 堯임금 바람 부는 仙洞의 하늘
孤筇無適莫 ~ 외로운 지팡이 더없이 알맞은 곳 없으니
來去任隨緣 ~ 오고 감을 因緣에 맡길 뿐이네.
(18) 泊三雷津 望淸平山
(三雷津에 碇泊하여 靑平山을 바라보다)
浮天翠黛是淸平 ~ 하늘에 뜬 검푸른 눈썹같은 것이 淸平山이고
指點遠知眞面目 ~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멀리서도 眞面目을 알겠구나.
爲報舟師添一篙 ~ 뱃沙工에게 삿대질 한 番 더하기를 알려주니
莫敎來夜寒江宿 ~ 오늘밤 차가운 江에서 자지 않으려함이라네.
(19) 別寶上人
波飜人事儘難知 ~ 물결 따라 흘러가는 사람의 일 알 수 없으니
莫謾重來豫作期 ~ 다시 온다고 부질없는 約束은 하지 맙시다.
物豈與天先有約 ~ 萬物과 하늘 間에 어찌 先約이 있겠소만
春風無樹不生枝 ~ 봄바람에 움 트지 않는 나무가 어디 있으리오.
(20) 別宗中禪友
別逢逢別意悠悠 ~ 헤어졌다 만나고 만났다 헤어지니 생각 끝없어
欲說幽懷恐結愁 ~ 속마음 말하려 해도 시름 될까 두렵네.
昨夜已開千佛眼 ~ 어젯밤 이미 千 佛의 눈 열렸으니
却廻烟棹上春州 ~ 배 되돌려 春州(春川)로 올라가네.
(21) 病裏懷故山 (病 中에 옛 山을 그리워함)
應世慙非分 ~ 世上에 맞춰 사는 것 나의 分數 아니니
悠悠思萬般 ~ 悠悠히 萬 가지로 생각해 보네.
每緣衰病睡 ~ 매양 病으로 衰弱하여 잠에 빠지어
常夢舊靑山 ~ 옛날 지내던 靑山을 꿈꾸기만 하네.
白髮催禪鬢 ~ 흰 머리는 參禪하는 귀밑머리 재촉하고
紅腰損道顔 ~ 붉은 허리는 道 닦는 얼굴을 衰弱하게 만드네.
何時肩破衲 ~ 어느 때에 어깨에 헤진 누더기 걸치고
歸去賦雲閑 ~ 돌아가 閑暇롭게 구름을 두고 읊어 볼까?
楓嶽懷歸客 ~ 楓嶽山에 돌아가고픈 나그네
煙霞一懶僧 ~ 안개와 놀 속의 한 게으른 중.
岩松身共瘦 ~ 몸은 바위와 소나무와 함께 여위어 가고
江霧病俱興 ~ 病은 江안개와 함께 일어나네.
愛日心方赤 ~ 사랑하는 날에는 마음이 붉어지지만
哀時哭未懲 ~ 슬퍼할 때에는 痛哭이 멈추지 않네.
故山菴下路 ~ 옛 山 菴子 아래로 난 길
奚定卜重登 ~ 다시 한 番 오르길 期約할 수 있을지.
(22) 奉和應中德軸韻
說幻寧爲幻 ~ 幻을 말한다고 어찌 幻이 되며
言空豈盡空 ~ 空을 말한다고 어찌 空이 다하겠는가.
非空非幻處 ~ 空도 아니요 幻도 안닌 곳에
花自笑春風 ~ 꽃은 스스로 봄바람에 웃고 있네.
(23) 師子庵
路邊舊蘭若 ~ 길가의 오랜 암자
惱客每長空 ~ 언제나 비어 나그네 괴롭힌다.
古砌生藤蔓 ~ 옛 섬돌에는 藤덩굴이 뻗었고
寒庭長茅叢 ~ 쓸쓸한 뜰에는 풀떨기가 자랐다.
塵侵金佛面 ~ 金부처 얼굴에는 티끌이 侵擄하고
葉滿水槽中 ~ 물桶 안에는 나뭇잎이 가득하다.
仰碧嗟噓立 ~ 하늘 우러러 歎息하며 섰나니
千峰夕照紅 ~ 봉우리마다 저녁놀이 붉었다.
(24) 山居雜咏. 15首 中. 7
飢向林間收橡栗 ~ 배고프면 숲속에 도톨이와 밤을 주워 오고
渴尋巖底汲淸湍 ~ 목마르면 바위 밑에 맑은 물을 길어 온다.
萬鐘九鼎公卿樂 ~ 富貴와 權勢가 즐겁기도 하겠지만
爭換山僧半日閑 ~ 어찌 山僧의 閑暇한 半나절과 바꿀 수 있겠는가.
(25) 山居雜咏. 15首 中. 14
秋山何事最淸奇 ~ 가을 山 어인 일로 이토록 맑고 奇異하뇨
上樹葡萄爛熟垂 ~ 나무 위의 머루는 잘 익어 드리웠다.
讀罷南華親手摘 ~ 南華經을 다 읽고서 머루를 직접 따서
出林還寺夕陽時 ~ 夕陽 무렵 숲을 나서 山寺로 돌아 온다.
(26) 山我兩忘
我山山我理無間 ~ 내가 山이고 山이 나, 理致는 빈틈이 없으니
孰是山客孰我顔 ~ 누가 이 山의 얼굴이며 누가 나의 얼굴인가?
執我異山還着我 ~ 나를 내세워 山과 다르다 함은 自己執着에 떨어지고
認山非我未忘山 ~ 山이 내가 아니라고 알면 山을 잊을 수 없음이리.
直抛能所情多許 ~ 똑바로 온갖 差別의 알음알이 버리면
便得根塵體一般 ~ 一心萬物의 神妙함을 깨달으리
滿目峩峩知底物 ~ 눈앞의 높고높은 山봉우리 이 무슨 物件인가
東林春醉浸禪關 ~ 東쪽 숲 봄나들이에 흠뻑 醉해 고요한 三昧에 빠져 드네.
(27) 山中卽事
僧房雖本靜 ~ 중의 房은 本來 고요한 것이지만
入夏轉淸虛 ~ 여름이 되니 더욱 맑고 비었네.
愛獨朋從散 ~ 孤獨을 좋아하니 벗들도 흩어지고
嫌喧客任疎 ~ 시끄러움 싫어하니 나그네도 드물다.
蟬聲山雨後 ~ 山에 비 오고 나니 매미 소리 들리고
松籟曉風餘 ~ 새벽 바람 불고 나니 솔바람 소리 들리네.
永日東窓下 ~ 東窓 아래 긴 하루 동안
無心讀古書 ~ 無心으로 옛 書籍을 읽노라.
(28) 上須彌庵
小庵高竝廣寒隣 ~ 작은 庵子 須彌庵이 높이 솟아 廣寒宮과 이웃하고
白髮禪僧獨坐眠 ~ 白髮의 僧侶가 혼자 앉아 잠이들었구나.
醉客酣雲迷甲乙 ~ 醉客은 구름에 醉해 甲論乙駁 시빗거리 잊고
開花脫葉紀時年 ~ 피는 꽃 지는 잎 때와 해를 엮어간다.
一雙鶴老茶煙外 ~ 茶 달이는 煙氣 속에 한 雙의 鶴 늙어가고
萬疊峯回藥杵邊 ~ 겹겹한 山봉우리 藥 절구 쪽으로 굽어든다.
聞說此中仙境在 ~ 이곳에 神仙이 산다 하니
吾師無乃永郞仙 ~ 내 스승 따로 없고 바로 永郞仙이로구나.
(29) 西川對月夜遊回文
(西川에서 달맞이하며 밤놀이하자고 돌리는 글)
松亭對月翫川淸 ~ 松亭에서 달을 마주하여 맑은 시냇물 翫賞하고
坐石忘歸鶴報更 ~ 바위에 앉아 돌아갈 생각 잊었는데 鶴이 時刻을 알려주네.
峯翠倒溪搖隱隱 ~ 푸른 봉우리 시내에 거꾸로 비쳐 隱隱히 흔들리니
夜中遊興倍常情 ~ 밤놀이의 興趣 普通 때 마음보다 갑절이라네.
(30) 西川望希夷子廟 有感
<1>
(西川에서 希夷子 廟를 바라보며 感懷가 있어)
希夷廟在慶雲陽 ~希夷子 廟 慶雲山 南쪽에 있어
遙望松楸感意長 ~ 멀리 廟를 바라보니 느낀 생각 오래가네.
大塊不能籠壯節 ~ 큰 땅덩이라도 씩씩한 節槪 덮을 수 없고
百靈無地祕幽光 ~ 뭇 神靈으로도 숨은 빛을 감출 땅 없었네.
采薇澗畔雲含濕 ~ 고사리 캐던 개울가엔 구름엔 비 머금었고
種藥林間草帶香 ~ 藥草 심던 숲속에는 풀 香氣 띠를 둘렀구나.
何日齋明擔奠藻 ~ 어느 날에 齋戒한 다음날 祭祀飮食 짊어지고
夜深山月獻椒漿 ~ 밤 깊어 山에 달뜨면 祭祀술 드리겠는가?
<2>
生世雖遐阻 ~ 태어난 世代가 비록 멀리 떨어졌다 해도
懷賢道可親 ~ 賢人이 품었던 道는 가까이 할 만하네.
溪聲無異舌 ~ 시냇물 소리 다름이 없고
山色有同身 ~ 山 빛도 같은 몸이어라.
遺跡荒墳古 ~ 남아 있는 자취 荒廢한 무덤 오래되었지만
流芳短碣新 ~ 傳해온 꽃다운 이름 짧은 碑石에 새롭구나.
神交何待語 ~ 精神이 交流하는데 어찌 말을 기다리겠는가!
雲影過嶙峋 ~ 구름 그림자 높은 山봉우리를 지나가네.
<3>
千鍾富貴抽身出 ~ 千鍾의 富貴에서 몸을 빼내어
萬壑煙霞臥一生 ~ 一萬 골짜기 안개와 놀 속에 一生을 뉘웠네.
敗冢縱隨陵谷變 ~ 무덤 무너짐은 언덕과 골짜기 變化에 따르지만
高標天地竝流名 ~ 높은 人品 天地와 나란히 이름을 傳해오네.
(31) 書興
曹溪佩印愧多譏 ~ 曹溪宗 벼슬하여 많은 非難받은 일 부끄러워
移住淸平已一期 ~ 淸平으로 옮겨 이미 一 年을 살았네.
萬朶靑松眞益友 ~ 萬 그루 푸른 솔 참으로 有益한 벗이고
數床黃卷正明師 ~ 몇 箱子 누런 冊 바로 밝은 스승이라.
臨深履薄當時我 ~ 깊은 못에 臨한 듯 얇은 얼음 밟듯 當時의 나 건만
說白言玄此日誰 ~ 淸淨함을 말하고 玄妙함을 말하는 이날은 누구인가.
八載是非皆幻夢 ~ 八 年間 是是非非 모두가 허깨비 꿈이라.
都忘禪室臥支頤 ~ 모두 잊고 禪室에서 턱 괴고 누웠다.
(32) 仙洞奇遇 有感
(仙洞에서 奇異한 만남에 느낌이 있어서)
石門岑寂五雲堆 ~ 石門과 山봉우리 寂寞한데 五色구름 쌓이고
瑞草珍花滿洞開 ~ 祥瑞로운 풀과 眞貴한 꽃 골짜기에 가득 피었네.
金殿玉臺閑日月 ~ 金堂과 玉臺에서 閑暇한 歲月 보내고
碧桃丹桂靜風雷 ~ 푸른 복숭아 붉은 桂樹나무엔 바람과 우레 고요하네.
靑牛藥圃眠黃犢 ~ 푸른 소로 기르던 藥草밭엔 누런 송아지 잠자고
白鶴瑤池立紫苔 ~ 白鶴 노닐던 아름다운 蓮못엔 紫朱빛 이끼 자랐네.
一局爛柯人不盡 ~ 도끼자루 썩은 한 판의 바둑 사람은 다할 수 없으니
響泉琴處羽衣廻 ~ 울림 샘에 거문고 타는 곳에 神仙이 돌아오셨네.
(33) 선시
佛袖從僧志學年 ~ 소메를 떨치고 스님의 길을 따르기는 十 五歲
禪心無復夢塵緣 ~ 參禪하는 마음에 헛된 俗緣 다시없다.
只難天賦忠肝盡 ~ 다만 天性의 忠心 다하기 어려워
祝聖淸香日夜燃 ~ 온 終日 맑은 香 피워 임금님 祝願하네.
(34) 禪心詩思 爭雄不已
(禪의 마음과 詩의 생각이 英雄을 다툼)
詩魔禪將兩爭雄 ~ 詩의 魔鬼와 禪의 將軍이 서로 英雄을 다투어
愁殺天君日夜攻 ~ 밤낮으로 攻擊하여 마음을 근심스럽게 하네.
將必遜魔興筆陣 ~ 將軍이 魔鬼에게 지면 붓의 氣勢가 일고
魔應輸將倒邪鋒 ~ 魔鬼가 將軍에게 지면 삿된 칼날 꺾이네.
難兄難弟魔情快 ~ 魔鬼의 氣運이 潑剌하니 難兄難弟요
無弱無强將氣濃 ~ 將軍의 氣像이 旺盛하니 强弱이 없네.
安得二讎俱打了 ~ 어떻게 하면 두 怨讎를 다 물리쳐
大平家國任從容 ~ 太平한 나라에서 조용하게 지내볼까.
(35) 睡餘聞鍾卽事
(잠을 자고 난 뒤 鐘소리를 듣고)
睡餘閑捲箔 ~ 잠을 자고 나서 閑暇로이 발을 걷으니
雨後轉靑山 ~ 비 온 뒤라 山은 더욱 푸르구나.
何處雲邊寺 ~ 구름 곁 어디가 절인지?
齋鍾杳靄間 ~ 아득한 안개 속에 들려오는 鐘소리.
(36) 宿上雲庵 (구름위 庵子에서 잠들다)
春山無伴獨尋幽 ~ 親舊 없이 홀로 봄 山 깊숙히 찾으니
挾路桃花츤杖頭 ~ 길가의 복사꽃 지팡이에 스치네.
一宿上雲疎雨夜 ~ 부슬비 내리는 밤 구름 위 잠을 請하니
禪心詩想兩悠悠 ~ 禪의 마음 詩 생각 아득하구나.
(37) 示光則兩中德 (光. 則 두 스님에게 보이다)
淸平聞說好 ~ 淸平이 좋다는 말을 듣고
每欲往春州 ~ 每 番 春州로 가고 싶었어라.
未解曹溪印 ~ 曹溪宗 圖章 끈을 아직 풀지 못하니
空懷映澤秋 ~ 空然히 蓮못에 비친 가을이 그리워라.
長江通寺下 ~ 긴 江은 절 아래로 흐르고
短棹向牛頭 ~ 짧은 노를 저어 牛頭로 向한다.
何日重相話 ~ 어느 날에나 다시 서로 이야기 나누랴?
東風蕨自柔 ~ 봄바람에 고사리 절로 여리게 자라리
淸平有山映池 ~ 淸平山엔 映池가 있다.
(38) 示膚上人
仍風起浪浪生漚 ~ 바람에 물결 일고 물결에 거품 일어
慙愧淸平海上浮 ~ 부끄럽게도 맑고 平平한 바다 위에 떠있다니
今日忽然風浪息 ~ 오늘 忽然히 風浪 그친
澄明元是一江秋 ~ 맑고 밝은 元來의 온 江물의 가을이여.
(39) 示小師法語 (어린 스님에게 주는 法語)
比如福德者 ~ 比喩컨대 福과 德이 있는 사람은
執礫礫變金 ~ 조약돌을 잡아도 조약돌이 金으로 變하고
貧窮無福兒 ~ 貧窮하여 福이 없는 아이는
遇金金變礫 ~ 金을 만나도 金이 조약돌로 變한다.
礫非金金生 ~ 조약돌은 金이 아닌데도 金이 생기고
金非礫礫現 ~ 金은 조약돌이 아니지만 조약돌로 나타난다.
金生是心生 ~ 金이 생기는 것도 이 마음에서 생기고
礫現是心現 ~ 조약돌로 나타나는 것도 이 마음에서 나타난다.
(40) 示義玉禪人, 玉以耳聾爲屈
(義玉스님에게 보이다. 義玉은 귀가 먹어 주눅이 들었다)
耳以觀來目以聞 ~ 귀로 事物 바라보고 눈으로는 들으니
心聞何用耳根聞 ~ 마음 들음 어이해 귓부리를 쓰겠는가?
不須恨却聾雙耳 ~ 모름지기 두 귀 먼 것 안타까워하지 말라
聲響元來醉自聞 ~ 소리란 元來부터 듣는데서 眩惑되니.
(41) 示正因寺住持 (正因寺 住持에게 보이다)
南池西澗與龍潭 ~ 南池와 西澗 그리고 龍潭
獨賞獨吟人不識 ~ 홀로 感賞하고 홀로 읊조리니 아는 이 없다네.
春風兩岸柳眉黃 ~ 봄바람 부는 兩쪽 언덕에 버들눈썹 노랗고
山鳥一聲梅額白 ~ 山새 한 番 울면 梅花 이마 하얗다네.
晴煙細細遠橫崖 ~ 갠 안개 가늘게 멀리 벼랑에 비끼면
松籟蕭蕭自滿壑 ~ 솔바람 솔솔 골짜기에 절로 가득하다.
正因休問病中禪 ~ 正因은 病든 禪僧에게 묻지 마시게
數朶靑山浮碧落 ~ 몇 송이 靑山이 파란 하늘에서 떨어졌구나.
(42) 息庵懷古 (息庵에서 옛날을 생각하다)
眞樂天遊跡未灰 ~ 하늘에서 노니는 眞樂公의 자취 재가 되지 않아
小庵依舊架岩隈 ~ 작은 庵子 바위 모퉁이에 예前처럼 걸쳐 있네.
仙壇雨壞生黃犢 ~ 仙壇은 비에 허물어져 누런 송아지 살고
松逕雲深濕緣苔 ~ 솔밭길 구름 깊어 푸른 이끼 축축하네.
石井雙流溪鳥浴 ~ 돌우물은 두 줄기로 흐르고 개울엔 새들 沐浴하며
藥畦三頃野棠開 ~ 藥밭은 세 고랑이고 들에는 海棠花가 피었네.
可憐何士懷前躅 ~ 可憐하구나, 어느 선비 옛 자취를 생각하여
丹桂陰中更築臺 ~ 붉은 桂樹나무 그늘 속에 다시 臺를 쌓았는가.
(43) 庵在雲重處
庵在雲重處 ~ 겹겹이 쌓인 구름 속의 庵子는
從來不設扉 ~ 本來 부터 사립 門을 두지 않았다.
坮森含晩翠 ~ 樓臺의 숲은 늦 푸름을 머금 었고
庭菊帶斜暉 ~ 뜰의 菊花는 저녁 볕 을 띠었다
木落經霜菓 ~ 나무의 서리 맞은 과일은 떨어지고
僧縫過夏衣 ~ 스님의 여름 지난 옷 을 깁는다.
高閑吾本意 ~ 高高하고 閑暇로움 本來의 내뜻이라
吟賞自忘歸 ~ 詩읆고 즐기느라 돌아가기를 잊었다.
(44) 煙霞病客 邂逅玉節 眞天幸也 欽次辱贈允禪詩三絶 仰露感懷 伏冀笑擲
(煙霞에 病든 나그네 使臣을 만난 것은 참으로 天幸이다.
恭敬히 보내주신 禪詩 세 篇의 韻字를 빌려서
우러러 感懷를 吐露하였으니 엎드려 웃어 버리시길 바랍니다)
<1>
五載淸平不見人 ~ 五 年을 淸平에서 사람을 보지 못하여
月明西澗自傷神 ~ 달 밝은 西澗에서 저절로 精神 傷했는데
何期御史乘幽興 ~ 어찌 期待했으랴! 御史께서 그윽한 興趣에 便乘해
松老岩邊訪此身 ~ 소나무 늙어가는 바위 가에 이 몸을 찾아주실 줄.
<2>
做道工成沒坐馳 ~ 設事 工夫 이루려하면서도 마음은 내달림에 빠져드니
吾猶喪我更知誰 ~ 나도 오히려 나를 잃어버리는데 다시 누가 알겠는가?
忽驚玉節來仙洞 ~ 忽然히 玉節이 仙洞에 오심에 놀라서
蘇倒還吟一小詩 ~ 거꾸러질 듯 기뻐하며 詩 한 首를 읊조리네.
<3>
漢水曾同許一心 ~ 漢江에 일찍이 함께하여 한마음 許諾하였고
慶雲今復共珠林 ~ 慶雲山에서 오늘 다시 詩를 함께 짓네.
琴臺又作東西別 ~ 琴松臺에서 또 東西로 離別하면
宦海波頭何處尋 ~ 官職의 激浪 꼭대기 어느 곳에서 찾을까.
(45) 龍潭卽事
淸平洞裏古澗深 ~ 淸平山 골짜기 속 옛 山골 물 깊어
中有懸流百餘尺 ~ 가운데 百如 尺 瀑布 있도다.
岩花兩岸捲霞衣 ~ 바위틈에 꽃 핀 兩쪽 언덕 노을 옷 걷히고
春鳥一聲飛虎錫 ~ 봄새 한 番 울고 虎頭杖 위로 날아가네.
香風細細暗隨身 ~ 살살 香氣로운 바람 몰래 몸을 따르고
松籟蕭蕭自滿壑 ~ 蕭瑟한 솔바람 저절로 골짜기 가득하네.
終朝石上坐臨潭 ~ 아침 다가도록 盤石 위에 앉아 龍潭을 내려다보며
笑看鯈魚遊極樂 ~ 피라미 極樂에 노님을 웃으며 보네.
(46) 牛頭槐木亭
槐亭高逈壓滄浪 ~ 槐木亭 높이 우뚝하여 물결을 壓倒하는데
獨上寒蟬報晩涼 ~ 홀로 올라서니 가을 매미 서늘한 저녁 알려주네.
山雨始晴雲黑白 ~ 山에 비 처음 개이자 구름은 黑白이고
秋禾半熟野靑黃 ~ 가을 벼 半만 익어 들판은 누렇고 푸르구나.
幾家鷄響通深樹 ~ 몇 집에 닭 울음소리 깊은 숲까지 들려오고
兩殿鍾聲隔短墻 ~ 두 佛殿 鐘소리 낮은 담에 부딪히네.
卽此見聞聲色地 ~ 이는 보고 듣고 소리 빛이 地域으로 나아감이니
有誰能發本眞光 ~ 누가 本然의 眞如의 빛을 發할 수 있겠는가.
(47) 牛頭寺
牛頭寺在野中坡 ~ 牛頭寺 들 가운데 언덕에 있어
擾擾車塵卽紫霞 ~ 어지러이 수레먼지 보랏빛 노을에 이르네.
門枕桑麻田萬頃 ~ 절門에 뽕나무 삼베 밭 萬 이랑 깔려 있고
窓聞鷄犬響千家 ~ 窓門에 마을 울리는 닭이며 개 짖는 소리 들리네.
茶烹楊口江流水 ~ 楊口에서 흘러온 江물로 茶 끓이고
飯熟麟蹄桴上楂 ~ 麟蹄 뗏목에 얹힌 나무 조각으로 밥 짓는다.
漁火五更僧罷夢 ~ 五 更의 고기잡이 불빛에 스님 꿈 깨어나면
擔囊乞粟向村賖 ~ 보따리 메고 求乞하러 멀리 마을로 向하네.
(48) 牛頭藥師殿
江水碧含明鏡下 ~ 江물은 맑은 거울 아래로 푸름 머금고
牛頭寒戴梵宮斜 ~ 牛頭山 차갑게 佛殿을 비스듬히 이고 있네.
游筇逈自淸平洞 ~ 지팡이 짚고 멀리 淸平 골짜기에서 와 노닐다가
飛閣回看木麥花 ~ 날 듯 한 樓閣에서 메밀꽃 돌아 본다.
雲歛遠山千佛髻 ~ 구름 걷힌 먼 山은 千 個 부처님 상투이고
煙橫深樹萬村家 ~ 안개 두른 깊은 숲은 萬 個 마을 집이라.
精籃幾處曾探賞 ~ 가람 몇 곳이나 일찍이 찾아 感賞하였던가.
此日平生意可誇 ~ 오늘에야 平生의 뜻 자랑할 만하여라.
(49) 又與諸小師 重尋廣石二偈
(또 여러 弟子와 다시 너럭바위를 찾아가다)
<1>
觀空雖未邁前師 ~ 空을 살핌에 비록 前代 스님보다 힘쓰지 못했지만
耽勝應無愧後隨 ~ 좋은 景致 耽溺함은 뒤로 따라올 사람에게 부끄럽지 아니하리.
倜儻襟懷元自性 ~ 크고 氣槪 있는 가슴속 생각 元來 지닌 性品이고
優游情思是天資 ~ 넉넉하고 閑暇로운 생각 이는 하늘이 賦與한 것이라.
況當豹脚蒼蠅日 ~ 하물며 모기며 쉬파리 우굴 되는 날을 當하여
忍負淸泉白石期 ~ 차마 맑은 샘과 흰 바위와의 期約 저버릴 수 있겠나.
爲報滿堂諸小子 ~ 法堂에 가득한 여러 弟子에게 알리노니
重尋廣石更搜奇 ~ 거듭 너럭바위 찾아가 다시 奇妙함 찾아보자꾸나.
<2>
數朶靑山夕照紅 ~ 몇 송이 靑山 夕陽 비쳐 붉은데
一場岩上滿溪風 ~ 한 마당 바위 위에 시내 바람 가득하네.
重來俯仰心誰識 ~ 다시 와서 우러르고 굽어보는 마음 누가 알랴?
回首炊烟篆碧空 ~ 머리 돌리니 저녁 煙氣 푸른 하늘에 피어오르네.
(50) 偶吟. 1
松鳴自寂風初定 ~ 바람 멋자 소나무 울림소리 고요하고
山氣蒸暝雨欲來 ~ 山 氣運 찌는 듯 무덥고 어두워져 비가 내릴 듯.
獨坐忽驚香僕鼻 ~ 홀로 앉으니 갑자기 놀라워라 香氣가 코를 찌르는데
岩花無數소軒開 ~ 바위의 꽃들이 無數히 欄干을 둘러싸고 피어나는구나.
(51) 偶吟. 2
花發山紅面 ~ 꽃이 피니 山의 얼굴 붉어졌고
風柔鳥亂心 ~ 바람이 부드러우니 새가 마음을 어지럽게 하네.
多年求捉漢 ~ 오래토록 바라고 執着하던 놈
今日忽生擒 ~ 오늘에야 忽然히 산채로 사로잡았네.
(52) 雲禪人求頌 (雲 禪人이 請한 偈頌)
魚躍鳶飛問汝何 ~ 고기 뛰고 솔개 낢이 무엇인가 물으니
渴泉飢粟亦非他 ~ 목마르고 배고픔과 다른 것이 아니고
尋常敬長尊賢外 ~ 平素의 어른 恭敬 어진 사람 尊敬 외에
更擬求禪却轉差 ~ 달리 禪을 찾는다면 도리어 어긋나리.
(53) 有客來問 山中之樂 以偈示之
(어떤 나그네가 와서 山中의 즐거움을 묻기에 偈頌으로 보여주다)
<1>
客問山中樂幾多 ~ 山中의 즐거움이 어떠한지 나그네가 묻기에
山僧無地口吧吧 ~ 시끄러운 말이 없는 곳이라 對答했지.
遊南池上行西磵 ~ 南쪽 蓮못으로 가보기도 하고 西쪽 골짜기로 다니기도 하는데
無禁無爭興可誇 ~ 아무도 말리거나 다투지 않으니 興겹기만 하다고.
<2>
靑山高且大 ~ 靑山은 높고 크며
澗水深且淸 ~ 溪谷물은 깊고 맑다네.
有客來問法 ~ 어떤 나그네가 와서 法을 묻고는
俯仰笑聾盲 ~ 굽어보고 우러러 보며 귀머거리 盲人이라 비웃네.
(54) 自慶吟 (스스로 기뻐하는 노래)
無私一句 ~ 私私로움이 없다는 한 마디는
聖凡皆具 ~ 聖人이든 凡人이든 다 가지고 있는 것.
體絶偏圓 ~ 그 本體는 圓滿함도 치우침도 아니요
相離規矩 ~ 그 모습은 規則을 떠났네.
遇物遇緣 ~ 物件을 만나건 因緣을 만나건
覿面呈露 ~ 直接 對面하면 드러나네.
髣髴依俙 ~ 엇비슷하고 흐릿한 모습이라
尋之罔指 ~ 찾아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네.
曾以色身 ~ 일찍이 物質의 몸이
爲我眞身 ~ 나의 眞짜 몸인줄 알았지만
今觀此身 ~ 只今 이 몸을 보면
是幻非眞 ~ 幻想이지 참이 아니라네.
眞身絶相 ~ 참된 몸은 모습을 떠나 있고
大無限量 ~ 그 量이 無限히 크나니
但云空寂 ~ 다만 空寂이라고 하기는 하나
寂亦非寂 ~ 空寂 또한 空寂이 아니로다.
曾以緣心 ~ 일찍이 攀緣하는 마음이
爲我眞心 ~ 나의 참마음인 줄 알았지만
心亦如身 ~ 마음 또한 몸과 같아서
是影非眞 ~ 그림자이지 참이 아니라네.
眞心絶慮 ~ 참마음은 생각을 떠나 있고
窮元無處 ~ 어떠한 곳에도 있지 않나니
但云靈知 ~ 다만 神靈스런 앎이라고 하기는 하나
知亦非知 ~ 이 또한 올바른 앎이 아니라네.
曾於目前 ~ 일찍이 눈 앞에
萬狀摐然 ~ 萬 가지 모습이 어지럽게 널려 있으나
今於目前 ~ 이제 눈 앞에는
一切寂然 ~ 一切가 고요할 뿐이라네.
不二而二 ~ 둘이 아니면서 둘이고
相相有異 ~ 모습과 모습이 서로 다르지만
異而還同 ~ 다르면서도 같아서
同歸一致 ~ 똑같이 하나로 돌아간다네.
曾謂我身 ~ 일찍이 나의 몸이
不同佛身 ~ 부처님의 몸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今觀我身 ~ 이제 내 몸을 보니
亦同佛身 ~ 또한 부처님의 몸과 똑같구나.
自身他身 ~ 나의 몸과 남의 몸이
同是一身 ~ 똑같이 하나의 몸이니
物物齊觀 ~ 事物과 事物을 平等하게 보고
中無異身 ~ 그 가운데 다른 몸은 없느니라.
曾謂佛知 ~ 일찍이 부처님의 知慧는
待滿三祗 ~ 無限한 歲月을 기다려야 이룬다고 생각했지만
刹那廻機 ~ 刹那의 한 瞬間으로 되돌아오면
與聖同歸 ~ 聖人과 똑같은 境地가 된다네.
處凡自屈 ~ 凡俗함에 處하여 스스로 卑屈한 것은
只因逐物 ~ 다만 事物을 좇기 때문이지.
但不生情 ~ 執着하는 마음을 내지만 않는다면
卽心是佛 ~ 마음이 곧 부처라네.
曾謂佛地 ~ 일찍이 부처님의 境地는
信己卽是 ~ 自己를 믿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八風吹倒 ~ 여덟 가지 바람이 불어 닥치면
茫然失路 ~ 아득히 길을 잃고 만다네.
路正風息 ~ 길이 바르고 바람이 멎으면
須憑觀力 ~ 보는 힘에 依支해야 하네.
我依正觀 ~ 내가 바르게 보는 힘에 依支하면
心得漸安 ~ 마음이 漸次 便安해진다네.
曾謂神用 ~ 일찍이 神靈한 쓰임은
悟則便用 ~ 깨달으면 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始知初心 ~ 비로소 알았네, 처음 마음은
難呈妙用 ~ 妙한 쓰임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것을.
負重致遠 ~ 무거운 것을 지고 멀리 가는 일은
非兒堪願 ~ 아이들이 바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네.
頗經歲月 ~ 相當한 歲月을 지나야만
任運自健 ~ 굳건하게 自由로울 수 있다네.
緬思已過 ~ 생각을 하면 이미 지나쳐버리니
幾被佛訶 ~ 부처님의 꾸중을 들을 것이라.
何不廻心 ~ 어찌 마음을 돌려
流浪至今 ~ 바로 只今 이 瞬間에 沒入하지 않는가?
幸逢了義 ~ 多幸히 뚜렷한 뜻을 만나게 되면
以慶以嘳 ~ 기뻐하고 感歎하게 될 것이라.
不因此遇 ~ 이러한 境遇를 만나지 않고는
焉知正路 ~ 어떻게 바른 길을 알리오?
卓爾末由 ~ 우뚝하나 그 까닭이 없으니
知不可謳 ~ 노래할 수 없음을 알리라.
爲引癡孩 ~ 어리석은 아이를 끌어안기 爲하여
强顔開懷 ~ 表情 지어 가슴을 여네.
日午幽齋 ~ 窮僻한 집에 한낮이 되어
自吟自諧 ~ 스스로 詩를 짓고 스스로 答을 하네.
吟罷廻看 ~ 詩를 읊고 나서 고개를 돌려 보니
月上蒼崖 ~ 푸른 언덕에 달이 솟았네.
(55) 自仙洞來天壇 卽事
(仙洞에서 天壇으로 와서 卽席에서 짓다)
仙洞殘碁罷 ~ 仙洞에서 南은 바둑 끝내고
天壇舊跡尋 ~ 天壇의 옛 자취를 찾아오니
岩花紅紫澗 ~ 바위에 핀 꽃 시냇물에 울긋불긋
石髮滑靑林 ~ 돌이끼 푸른 숲에 매끄럽다.
蘭氣熏山屩 ~ 蘭草 香氣 山 오른 짚신에 스몄고
松聲雜梵音 ~ 솔바람소리 鐘소리에 섞이는구나.
峯高日易夕 ~ 봉우리 높아 날 쉽게 저물어
斷碣自生陰 ~ 끊어진 碑石에 저절로 그늘 생기네.
(56) 雜詠
<1>
蘭若空仙洞 ~ 庵子 텅 빈 仙洞에
携筇每往還 ~ 지팡이 짚고 매양 다녀오네.
菖蒲靑石上 ~ 菖蒲는 바위 가에 푸르고
松桂翠岩間 ~ 소나무 桂樹나무 바위 사이에 푸르네.
龍去雲猶濕 ~ 龍 떠나도 구름 아직 젖어 있고
人歸鶴自閑 ~ 사람 돌아와도 鶴 저절로 閑暇롭다.
誰能憐此景 ~ 누가 이 景致를 어여삐 할까?
月下更追攀 ~ 달빛 아래 다시 따라 오르네.
<2>
禪罷生幽興 ~ 參禪 마치니 그윽한 興趣가 일어나
扶筇樂有餘 ~ 지팡이 짚는 즐거움 남음이 있네.
捫蘿入洞邃 ~ 松蘿 덩굴 끌어당기며 골짜기 깊이 들어가
舒嘯上菴虛 ~ 숨 몰아쉬며 빈 庵子에 오른다.
金竈茶烟冷 ~ 金빛 부엌에 茶 끓이는 煙氣 싸늘하고
仙壇桂影疎 ~ 仙壇에 桂樹나무 그림자 성기도다.
鸞笙方待聽 ~ 鳳皇 피리소리 바야흐로 듣기를 기다리니
鶴駕已催余 ~ 鶴을 타고 이미 나를 재촉하는구나.
(57) 題廣石 (너럭바위에서)
淸平山水固奇奢 ~ 淸平 山水 本來 奇妙함 자랑하는데
廣石山中更轉嘉 ~ 너럭바위는 山中에 더욱 嘉尙하구나.
飛瀑入潭開古鏡 ~ 떨어지는 瀑布水 못으로 들어와 옛 거울 펼치고
亂藤垂澗學驚虵 ~ 얽힌 넝쿨 시냇물에 드리워 뱀인 줄 놀라게 하네.
萬株松翠雲中蓋 ~ 萬 그루 소나무 푸르러 구름 속 덮개이고
一帶炊煙洞裏霞 ~ 한 줄기 저녁 煙氣 골짜기 속 노을이네.
此景此時眞可畫 ~ 이 景致 이 때에 참으로 그릴만한데
丹靑猶恐筆無華 ~ 丹靑도 이보다 華麗하게 그릴 수 없을까 걱정하네.
(58) 題雙池
<1>
鑿地新開玉鏡淸 ~ 땅 파서 새로 연 玉거울 맑아서
天光山影照分明 ~ 하늘빛 山 그림자 分明하게 비치네.
風來始見堯夫意 ~ 바람 불어오니 비로소 邵康節의 뜻 보게 되고
魚躍深知孔伋情 ~ 물고기 뛰어오르니 깊이 子思의 마음 알겠구나.
淥淨豈堪捐客唾 ~ 맑은 물 어찌 客이 뱉는 침을 甘耐하겠는가?
泓澄眞可濯吾纓 ~ 맑아서 眞實로 내 갓끈을 씻을 만하네.
何當決此雙池水 ~ 언제나 이 雙池의 물길을 터놓아
普灑乾坤潤物生 ~ 天地에 고르게 뿌려 萬物을 적시게 될까.
<2>
八字方塘鏡共淸 ~ 사다리꼴 蓮못 거울같이 맑은데
漢皇何獨有昆明 ~ 漢나라 皇帝만이 어찌 홀로 昆明池 있었겠는가?
觀魚縱得濠邊趣 ~ 물고기 보며 設令 垓字의 아취 얻는다 해도
臨水須知川上情 ~ 물에 臨하여 모름지기 시냇물가의 情을 알아야 하네.
淨極玲瓏堪照影 ~ 極度로 깨끗하고 玲瓏하여 그림자를 비출 수 있고
光全瀲灔合湔纓 ~ 불빛 穩全하며 넘실거려 갓 끈 씻기에 알맞네.
千峯倒揷非吾意 ~ 千個 봉우리 거꾸로 꽂혔으니 내 意度 아니고
意在靑靑春草生 ~ 생각이 푸르고 푸른 봄풀 돋아남에 있도다.
(59) 霽夜秋窓坐詠
(비 개인 가을 밤 窓門가에 앉아 읊다)
月窓細影簷前樹 ~ 달빛 비치는 窓門에 처마 앞의 나무는 가는 그림자 드리우고
靜夜寒聲霽後灘 ~ 고요한 밤에 비 그친 여울물은 차가운 소리 울리네.
欲喚小師同此樂 ~ 어린 스님 불러다가 이 즐거움 함께 하고 싶건만
恐將情見起邪觀 ~ 感情이 일렁이어 잘못된 생각 일어날까 두렵네.
(60) 題淸平 抝體 (淸平을 詩로 짓다)
一帶流水玻瓈淸 ~ 한 줄기 흐르는 물 水晶처럼 맑고
楓帀兩岸開錦屛 ~ 丹楓 두른 溪谷엔 緋緞屛風 열었구나.
孤筇行穿玉洞碧 ~ 지팡이 짚어 구슬같이 푸른 골짜기 뚫고 가서
古逕踏破秋苔靑 ~ 푸른 가을 이끼 낀 옛 길 밟아 지났네.
鶴邊松老月一壑 ~ 鶴은 老松에 깃들고 달은 골짜기 비추며
定裏僧閑雲半庭 ~ 禪定에 든 스님 閑暇로워 구름은 뜰에 半이네.
丹心遠近不自諼 ~ 變함없는 마음 遠近에 스스로 속임이 없어
天壇獨夜登瞻星 ~ 홀로 밤에 天壇에 올라 별을 바라보네.
(61) 舟中卽事
乘桴赴詔設齋筵 ~ 뗏목 타고 부름에 나아가 齋 자리 設置하고
還泛昭陽渡上船 ~ 다시 昭陽江 건너려고 배에 올랐네.
一棹冷涵龍岫雨 ~ 노는 龍門山 비를 차갑게 머금었고
片帆靑帶水鍾煙 ~ 조각배는 水鍾寺 노을 푸르게 둘렀구나.
紅翻江澹楓搖岸 ~ 붉게 일렁이는 江 맑고 丹楓나무 江 언덕에 흔들려
白點篷疎月滿天 ~ 흰 點 거룻배 드문드문하고 하늘엔 달빛 가득하네.
漁父不知來去意 ~ 漁父는 오고 가는 뜻 알지 못하고
蘆花秋渚枕竿眼 ~ 갈대꽃 핀 가을 江가에 장대 베고 잠자네.
(62) 贈別緝默兩禪人 (緝. 默 두 스님과 헤어지며 주다)
<1>
積雪封松逕 ~ 쌓인 눈 소나무길 封鎖했고
寒雲凍草堂 ~ 찬 구름 草堂에 얼어붙는데
豈知同策杖 ~ 어찌 알았으랴. 함께 지팡이 짚고
如約共尋狂 ~ 約束한 듯이 미치광이 찾아올 줄.
會遇情雖切 ~ 만난 情 비록 切實해도
分離意自傷 ~ 헤어지면 마음 저절로 傷하니
千峯萬壑裏 ~ 一千 봉우리 一萬 골짜기 속에서
冀好返輕裝 ~ 가볍게 行裝 꾸려 잘 돌아가길 바라네.
<2>
淸平嫌寺淺 ~ 淸平山은 절 넓지 않아 싫고
雪岳愛松深 ~ 雪岳山은 소나무 숲 깊어 사랑하네.
未解藏蹤妙 ~ 자취 감추는 妙法 풀지 못하여
勞師訪跡尋 ~ 受苦롭게 禪師를 찾아오게 하였구려.
(63) 智軒萬德 訪余於淸平之祖室 求存心養性之要 及臨衆處事之方 以偈示之
(智軒萬德 스님이 淸平寺 祖室로 나를 찾아와 마음을 保存하고
本性을 기르는 要諦와 大衆에 臨하여 일에 對處하는 方法을 求하기에 偈頌을 보여주다)
心爲身主萬機源 ~ 마음은 몸의 主人으로 모든 幾微의 根源이며
括地包天妙絶言 ~ 天地를 包括하면서도 妙하게 말로는 斷絶되어
不覩不聞常戒懼 ~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기에 恒常 警戒하고 두려워하여서
無忘無舍是操存 ~ 잊거나 버림도 없어야 이에 잡아서 保存할 수 있다.
放行月落千江照 ~ 놓아주어 가게하면 달그림자 一千 個의 江에 비치고
把定雲歸萬壑屯 ~ 잡아두어 安定하면 구름이 돌아가 一萬 골짜기에 머문다.
在室尙無慚屋漏 ~ 房室에 있을 때라도 집에서 새어나가는 부끄러움이 없어야하며
非行賞怒物威恩 ~ 稱讚과 성냄으로 威嚴과 恩惠를 衆生에게 行해서는 안 되네.
(64) 眞佛庵
庵在雲重處 ~ 庵子가 구름 깊은 곳에 있는데
從來不設扉 ~ 처음부터 사립門은 달지 않았네.
臺杉含晩翠 ~ 築臺의 杉나무 늦푸르름 머금고
庭菊帶斜暉 ~ 뜨락의 菊花는 저녁 노을 띠었네.
木落經霜菓 ~ 나무는 서리 맞은 열매를 떨어뜨리고
僧縫過夏衣 ~ 스님은 여름 지낸 옷을 꿰매네.
高閑吾本意 ~ 高尙하고 閑暇로움 나의 本 뜻이기에
吟賞自忘歸 ~ 글 읊고 景致 구경하느라 돌아가기도 잊었네.
(65) 次無爲子韻 (無爲子의 韻를 따서)
承恩謝病還仙洞 ~ 恩惠 입어 病으로 辭職하고 仙洞으로 돌아오니
澤雉生涯未足貧 ~ 못에 사는 꿩 같은 生涯 가난하다하기엔 充分치 않네.
開合印家誠世幻 ~ 官衙에 從事함은 참으로 世上 허깨비
起居泉石是吾眞 ~ 自然에 起居함이 나의 참이라네.
雲門不見賓來往 ~ 구름 덮인 山門에 손님 往來 보이지 않고
腰帶那知禮屈伸 ~ 허리띠를 어찌 禮에 따라 펴고 굽힘을 알리오.
睡到午時無喚覺 ~ 졸다가 낮이 되어도 불러 깨우는 이 없건만
臥看宗事正泥塵 ~ 누워서 宗事를 돌봄은 바로 진흙탕 먼지로다.
(66) 次嵩師韻
山雨絲絲濕翠嵐 ~ 실 같은 山비 푸른 嵐氣 젖고
未詢禪味戀難堪 ~ 禪의 맛 물어보지 못하니 그리움 堪當하기 어렵네.
何當出定携去 ~ 언제쯤 禪定에서 벗어나 지팡이 잡고 떠나서
煮茗相傾月下談 ~ 茶 끓여 서로 盞 기울이며 달빛 아래서 이야기 할까.
(67) 虛樓待月 (텅 빈 樓閣에서 달을 기다리며)
獨坐虛樓待月生 ~ 텅 빈 樓에 홀로 앉아 달뜨기 기다리니
泉聲松籟正三更 ~ 샘물 소리 솔바람은 바야흐르 三更이네.
待到待窮無待處 ~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 기다림마저 없는 곳
寒光如晝滿山明 ~ 차가운 빛 대낮같이 山 가득 밝아오네.
(68) 天壇祝釐 (天壇에서 祝壽하다)
天賦忠誠不自忘 ~ 하늘이 賦與하신 忠誠 스스로 잊지 못해
爲君禮象天壇月 ~ 임금 爲해 禮를 올리는 天壇의 달밤.
潛心默禱俯臨昭 ~ 마음 내리고 말없이 祈禱하니 밝게 굽어보시기에
踧踖不知寒立雪 ~ 恭遜한 마음으로 눈 위에 서서도 추운 줄도 모르네.
(69) 淸平洞 盤石上 見寺僧 欣迎 拗體
(淸平洞 盤石에서 스님들이 반갑게 맞이함을 보고)
玉露凄凄艶菊叢 ~ 玉 이슬 쓸쓸한데 菊花떨기 어여쁘고
一筇袞袞歸來容 ~ 지팡이 하나로 돌고 돌아 돌아온 모습.
琉璃澗道十五里 ~ 透明한 시냇물 길 十五 里
錦繡秋風千萬峯 ~ 緋緞인 千萬峯에 가을바람.
飛瀑龍潭下雲衲 ~ 瀑布水 나는 龍潭으로 구름 속 스님들 내려와
掃塵盤石邀萍蹤 ~ 먼지 쓴 너럭바위에서 定處 없는 나를 맞아주네.
多情猿鶴喜我至 ~ 多情한 원숭이와 鶴도 내가 到着함을 기뻐하며
欲左欲右隨重重 ~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겹겹이 따르네.
(70) 淸平述懷. 1
退棲幽興孰齊肩 ~ 물러나 사는 그윽한 興趣 어디에도 比肩할 바 못되는데
獨自逍遙道自然 ~ 홀로 逍遙하니 道는 自然스러워라.
十笏房中消白日 ~ 세 칸 房中에서 하루를 보내고
數株松下賦淸篇 ~ 몇 그루 소나무 아래에서 맑은 詩를 짓는다.
旣爲萬壑風雲主 ~ 이미 萬 個 골짜기 風雲의 主人이 되었으니
剩得千峯雪月權 ~ 千 個 봉우리 눈과 달을 누리는 權利를 얻었네.
若使士林知此事 ~ 萬若 士林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幾多爭疏九重天 ~ 얼마나 많이 大闕로 上疎를 다투어 올릴까?
(71) 淸平述懷. 2
移住淸平古梵宮 ~ 淸平山 옛 절에 옮기어 머무니
八年宗事夢俱空 ~ 八 年間 宗門일이 꿈처럼 모두 空虛하네.
已無自作三祗業 ~ 이미 스스로 지은 三阿僧祇劫業은 없고
只有天生一片忠 ~ 다만 한 조각 하늘이 준 忠만이 있네.
每爇芙蓉香馥郁 ~ 매양 芙蓉香 사르면 香氣 물씬하여
常呼聖上壽高崇 ~ 恒常 임금님 壽命 높고 높으시라 불렀네.
此非苦被吾形役 ~ 이는 내 몸을 괴롭히는 勞役이 아니라
焚點禪林是古風 ~ 香 사르고 燈불 밝히는 禪林의 옛 風習이라.
(78) 淸平入院後 書示大衆
(淸平山 절집에 들어가 大衆에게 써서 보이다)
非才那敢賦行藏 ~ 才주 없으며 어찌 나고 듦을 詩로 짓겠는가?
對衆聊書此日容 ~ 大衆을 對해 오늘 모습을 써서 보일뿐이라.
奉旨忝隨天上使 ~ 임금님 뜻 받들고 使臣을 따라와
到山欣見鶴邊松 ~ 山에 이르러 소나무가 鶴을 기쁘게 보았네.
亭攀檀樹吟新句 ~ 박달나무에 依支한 亭子에서 詩를 읊조리고
碑掃苔文讀舊蹤 ~ 碑石에 이끼 씻어내고 옛 자취를 읽었노라.
試問山僧知我否 ~ 試驗삼아 山僧에게 ‘나를 아는가 모르는가’를 묻노니
白雲飛處數靑峯 ~ 흰 구름 나는 곳에 몇 個의 푸른 봉우리.
(79) 秋樓述懷
(가을의 樓閣에서 懷抱를 적다)
每向虛樓坐省躬 ~ 매양 빈 樓閣에 앉아 스스로를 省察하노니
日來秋興起無窮 ~ 나날이 가을 興趣가 일어 無限하구나.
露凝黃菊花含玉 ~ 이슬 맺힌 黃菊은 玉을 머금었고
楓雜靑松碧鬪紅 ~ 丹楓과 소나무는 푸름과 붉음을 서로 다투네.
風勁自隤新罅栗 ~ 드센 바람 잦아드니 밤송이 벌기 始作하고
霜寒多寂舊鳴蟲 ~ 서리 차가와지니 울어대던 벌레 소리 조용하구나.
只堪獨許伊消息 ~ 나만이 이 消息을 받아들이나니
難與師資暗洩通 ~ 스승 弟子 사이에서도 通하기가 어렵도다.
(80) 淸平雜詠 (淸平寺에서 읊다)
<1>
淸平山上淸平寺 ~ 淸平山 위의 淸平寺
殿古僧殘情可哀 ~ 집도 낡고 스님도 줄어 애처롭구나.
雲中孤塔沒靑草 ~ 구름 속의 외로운 塔은 푸른 풀에 묻히었고
松下兩碑生綠苔 ~ 소나무 아래 두 碑石엔 푸른 이끼 생겨났네.
當時眞樂問何在 ~ 當時의 참 즐거움 어디에 있는지?
此日淸風吹面來 ~ 오늘은 맑은 바람 얼굴에 불어오네.
獨立天壇望復望 ~ 天壇에 홀로 서서 보고 또 보니
一輪明月上崔嵬 ~ 둥그렇게 밝은 달이 우뚝한 봉우리에 솟네.
<2>
獨坐金文誦兩篇 ~ 홀로 앉아 두 篇의 經典 외우고 있으니
夜深山月照床邊 ~ 밤 깊은 山 달이 寢床 곁을 비추네.
蝶夢自消雙眼碧 ~ 잠은 절로 달아나고 두 눈이 푸르니
客情非動一心圓 ~ 들뜬 感情은 움직이지 않고 한 마음이 圓滿하네.
王喬駕鶴神猶淺 ~ 王喬가 鶴을 탔다지만 精神이 오히려 얕고
禦寇乘風道亦顚 ~ 바람을 타고 賊을 막았다는 것 또한 道가 顚倒된 것이라.
爭似懶菴無伎量 ~ 어찌 아무런 能力도 없는 나만 같으랴.
渴泉飢粟臥雲眠 ~ 목마르면 물 마시고 배고프면 밥을 먹고 구름 아래 누워 자네.
<3>
獨坐高堂萬首詩 ~ 높은 집에 홀로 앉아 萬 首의 詩를 즐기나니
閑吟不覺到朝㬢 ~ 閑暇로이 읊다 보면 어느 사이 아침 햇살 비치네.
燈生煖蕚鍾鳴曉 ~ 燈불에는 따뜻한 꽃받침이 생기고 鍾은 새벽을 알리는데
雪作寒梅日上時 ~ 해가 솟으면 梅花는 눈에 덮여 차갑네.
淡粥沸鐺香滿竈 ~ 맑은 粥이 솥에 끓으니 香氣가 부엌에 가득하고
凍烏移樹影翻枝 ~ 추위에 언 까마귀 나무 사이로 그림자 번득인다.
致知格物功成客 ~ 事物의 理致를 攄得하여 功을 이룬 사람.
雲裏如吾更有誰 ~ 구름 속에 나와 같은 이 또 누가 있을지?
<4>
辭宗來舊隱 ~ 글 잘 쓰던 사람이 옛날 隱居地로 와서
無事可驚神 ~ 일 없이 지내니 可히 精神이 驚異롭구나.
金殿參西佛 ~ 佛殿에선 阿彌陀佛 參拜하고
天壇禮北辰 ~ 天壇에선 北極星에 禮拜하네.
眼將溪共碧 ~ 눈은 시냇물과 함께 푸르고
道與日俱新 ~ 道는 해와 함께 새로워지네.
岩畔和烟臥 ~ 바위 곁 안개 속에 누우니
都緣聖德春 ~ 모두가 거룩한 봄 德分이로다.
<5>
林間了無客 ~ 숲 속에 손님이 없어서
幽興獨恢恢 ~ 그윽한 興趣 홀로 아주 크구나.
每浴龍潭水 ~ 매양 龍潭 물에 沐浴하고
常風盤石臺 ~ 恒常 너럭바위 언덕에서 바람 쐬네.
吟松山雨至 ~ 山에 비 내리면 소나무 읊조리고
香谷木蓮開 ~ 木蓮 피어나면 골짜기 香氣롭네.
石逕歸來慣 ~ 돌아오는 돌길 익숙하고
芒鞋半綠苔 ~ 짚신엔 이끼가 折半이네.
<6>
古寺無隣竝 ~ 옛 절엔 함께 할 이웃이 없고
林間獨賞春 ~ 숲 속에서 홀로 봄을 感賞하네.
花開仙洞霧 ~ 仙洞 안개 속에 꽃은 피고
草軟佛峯烟 ~ 佛峯 안개 속에 풀은 부드럽다.
西澗聞琴盡 ~ 西澗에서 거문고소리 다하도록 듣다가
南池照影頻 ~ 南池에서 자주 그림자 비추어보네.
年光眞可樂 ~ 四季의 景致 참으로 즐겁고
幽興自通神 ~ 그윽한 興趣 神과 절로 通하네.
<7>
飛瀑輕雷動 ~ 날아 떨어지는 瀑布소리는 가벼운 천둥소리
寒松午日陰 ~ 겨울 소나무 한낮에도 그늘지네.
臺中無限味 ~ 언덕 가운데 無限한 맛
都付一高吟 ~ 모두다 한 番 높게 읊조려본다.
<8>
恐踏藥苗嫌鹿下 ~ 藥草 싹 밟을까 걱정이라 사슴 내려올까 念慮되고
忌渾淸澗掃蝦蟆 ~ 맑은 시내 흐려질까 싫어 두꺼비 쫓아내네.
蒼苔小逕無人到 ~ 파란 이끼 낀 작은 길에 찾아오는 이 없어
轉覺淸平與世賖 ~ 淸平山 世上과 멀리 있음을 漸次 깨닫네.
<9>
五更雲淨月色冷 ~ 五 更에 구름 맑고 달빛 차가우면
一杖雙屨登天壇 ~ 지팡이 짚고 짚신으로 天壇에 오르네.
禮象三三祝復祝 ~ 三拜 禮를 거듭하여 祈願하고 또 祝願하니
不知空翠沾衣冠 ~ 山中 푸른빛이 衣冠을 적시는 줄 몰랐네.
<10>
自住淸平樂自多 ~ 淸平에 머무른 뒤 즐거움 절로 많아
終年無譽亦無呵 ~ 해 다가도록 稱讚도 없고 꾸지람도 없네.
有時閑向西川畔 ~ 때로 閑暇로이 西川가로 向하여
快脫雲衫掛碧蘿 ~ 五 色 赤衫 훌훌 벗어 푸른 松蘿에 거네.
<11>
自憐盤石白玲瓏 ~ 하얗고 玲瓏한 너럭바위 절로 可憐한데
下有淸潭如鑑空 ~ 아래에 맑은 못 거울같이 비어 있어
齋餘曳杖獨遊賞 ~ 供養 後에 지팡이 끌고 홀로 노닐며 感賞하니
古逕落花深自紅 - 옛 길에 지는 꽃 스스로 몹시도 붉어라.
<12>
淸平何事好 ~ 淸平에서 무슨 일이 좋은가?
最好遠京城 ~ 서울에서 먼 것이 가장 좋다네.
嶺有雲舒卷 ~ 고개에 구름은 퍼졌다 걷혔다 해도
門無客送迎 ~ 門에는 보내고 맞아주는 길손은 없네.
神凝消蟻夢 ~ 精神 모으니 개미의 꿈도 사라지고
心靜聽鸞笙 ~ 마음 고요히 鳳凰피리 소리 듣는다.
此是忘機處 ~ 이곳이 바로 世上일 잊는 곳
虛堂月自盈 ~ 빈 집엔 달빛만 절로 가득하구나.
<13>
仙洞深深瑞日長 ~ 仙洞은 깊고 깊어 좋은 날씨 길고
梨花數樹濕雲香 ~ 배꽃 몇 그루 구름에 젖어 香氣롭네.
子規似識幽人意 ~ 杜鵑새 숨어사는 사람 마음을 아는 듯
叫過繁枝雪滿場 ~ 울며 繁華한 가지 지나자 배꽃 마당 가득하네.
<14>
幸住希夷古道場 ~ 多行히 希夷子 옛 도량에 머무니
風泉崖谷稱吾望 ~ 바람과 샘이 벼랑과 골짜기 나의 바램대로라네.
藥畦忌客開深壑 ~ 藥草밭 손님을 꺼려 깊은 골짜기에 열어놓고
花卉憐蜂種夕陽 ~ 벌을 가여워하여 꽃을 夕陽에 심었네.
蘿月照心資慧力 ~ 松蘿 사이 달빛 마음을 비추어 智慧의 힘 바탕이 되고
松風吹面動詩腸 ~ 솔바람 얼굴에 불어와 詩를 짓고 싶은 마음 흔드네.
何知造物虛靈境 ~ 어찌 알았겠는가, 造物主의 虛靈한 境界로
巧引疎慵直洞房 ~ 게으른 이 사람 곧장 洞房으로 巧妙히 끌어들일 줄.
<15>
天能敎我入杉蘿 ~ 하늘이 나를 杉나무 松蘿 덩굴로 끌어들여서
泉石榮華與世賖 ~ 泉石의 榮華로 世上과 멀어지게 하였네.
深碧坐臨西澗水 ~ 깊고 푸른 西澗 물가에 앉고
淺紅行見後山花 ~ 옅은 粉紅빛 뒷山의 꽃 걸으며 보네.
茶爐備火收松子 ~ 茶 火爐불 準備하러 솔방울 모으고
丹竈添羞采蕨芽 ~ 부엌에 飯饌 보태려 고사리 싹 따네.
更有十分堪畫處 ~ 다시 그림 그리기에 딱 좋은 곳 있으니
南峯舒卷紫烟霞 ~ 南쪽 山봉우리 紫朱빛 노을이 펴고 걷히네.
<16>
性癖耽泉石 ~ 性品이 泉石을 지나치게 耽溺하여
築臺西澗涯 ~ 西澗 벼랑에 臺를 쌓아놓고
高閑常獨臥 ~ 아주 閑暇롭게 恒常 홀로 누워서
幽興每自怡 ~ 그윽한 興趣 每 番 스스로 기뻐하네.
檀樹風搖處 ~ 박달나무 바람에 흔들리는 곳
松梢月掛時 ~ 소나무 끝에 달이 걸릴 때
洞深誰識此 ~ 골짜기 깊으니 누가 이곳을 알까나?
林下翠禽知 ~ 숲 아래 草綠빛 새가 알리라.
<17>
眞樂文殊古院西 ~ 眞樂公 文殊院 옛 절 西쪽에
有臺蕭爽景難題 ~ 시원한 臺가 있어 景致를 그려내기 어렵네.
琴彈香桂風搖葉 ~ 香氣로운 桂樹나무 잎을 바람이 흔들어 거문고소리 내고
玉振淸湍雨打溪 ~ 맑은 여울 비가 후둘기어 玉소리 震動하네.
磵石白銀誰甲乙 ~ 개울물 흰색 돌은 어느 것이 낫고 못한가.
岩花紅錦鬪高低 ~ 바위틈 고운 붉은 꽃 높고 낮음을 다투네.
鶴邊松月收棋局 ~ 鶴 날아 소나무에 달 비추면 바둑판 거두고
隔巚子規枝上啼 ~ 봉우리 사이에 두고 杜鵑새 가지에서 우는구나.
(81) 淸平八詠. 盤石送客. 1
(盤石에서 손님을 보냄)
龍潭雙瀑下 ~ 龍潭의 雙瀑 아래에
有石平如砥 ~ 숫돌같이 平平한 바위가 있어
爲送東南客 ~ 四方으로 떠나는 손님 보내기 爲해
因遊十二時 ~ 열두 時間 하루를 노니네.
春歸花自老 ~ 봄 가면 꽃은 저절로 시들고
雲出岫無私 ~ 구름 나와도 봉우리 私心이 없어
寂寂誰同己 ~ 寂寂하여 누가 나와 함께 하는가?
山禽是子期 ~ 山새가 바로 鍾子期라네.
(82) 淸平八詠. 龍潭看瀑. 2
石上長松下 ~ 바위 위 잘 자란 소나무 아래에
披襟坐看川 ~ 옷깃 헤쳐 놓고 앉아서 시냇물 보니
天紳垂斷壁 ~ 하늘 띠가 깎아지른 絶壁에 드리웠고
玉浪沸深淵 ~ 구슬 물결이 깊은 못에 들끓네.
細雨迷春洞 ~ 가는 비가 봄 골짜기에 흩날리는 듯
輕雷雜管絃 ~ 가벼운 천둥소리가 樂器소리 뒤섞은 듯
賞闌還擧目 ~ 한창 感賞하다가 문득 눈을 드니
落照掛西巓 ~ 落照가 西쪽 산마루에 걸렸구나.
(83) 淸平八詠 南池照影. 3
扶疎檀樹下 ~ 茂盛한 박달나무 아래에
古鏡十分明 ~ 옛 거울 참으로 밝구나.
影蹙庬眉皺 ~ 그림자 오그라들면 두터운 눈썹 주름지고
波寒道骨淸 ~ 물결 차가우니 道骨 맑구나.
池從人旣淨 ~ 못은 사람 따라서 이미 淸淨해졌고
心得水還平 ~ 마음은 물을 만나 문득 平安해졌네.
誰別根塵界 ~ 누가 六根六塵의 世界 分別하는가?
都忘物我情 ~ 事物과 나의 情을 모두 잊었네.
(84) 淸平八詠 西川洗衲. 4 (西川에서 衲衣를 씻다)
齋餘聊散策 ~ 供養 後 暫時 散策하면서
袞袞到溪湄 ~ 그럭저럭 溪谷 물가에 이르니
川霽朝煙歛 ~ 비 개인 시냇물 아침 안개 걷히고
山明午景移 ~ 山은 밝아 낮 그늘 옮겨지네.
七斤塵破衲 ~ 먼지에 헤진 일곱 斤 僧服
三踏洗無緇 ~ 세 番 밟아 씻으니 검음이 없어지네.
掛曝松梢臥 ~ 소나무 가지에 걸어 말리며 누우니
岩風徹骨吹 ~ 바위에서 부는 바람 뼛속에 스며든다.
(85) 淸平八詠 天壇禮象. 5 (天壇에서 禮를 올리다)
瓊臺金殿後 ~ 구슬대 金堂 뒤로
齋陟五更初 ~ 五 更 初에 齋 올리려 오르니
皎皎昭靈象 ~ 皎晈히 神靈스런 聖象 밝고
蒼蒼靜玉虛 ~ 蒼蒼한 하늘은 고요하구나.
三三禮不盡 ~ 끝없이 절해도 다하지 못하고
一一頌無餘 ~ 하나하나 讚頌하여 남음이 없네.
應速同桴鼓 ~ 應報 迅速함은 북채로 북을 침과 같으니
連芳降國儲 ~ 꽃다운 國脈 이을 世子 誕生하게 하소서.
(86) 淸平八詠 逍遙遣寂. 6 (逍遙臺에서 寂寂함을 달래다)
春深花織地 ~ 봄 깊어지자 꽃이 땅을 繡놓고
臺訪佛峯腰 ~ 佛峯 허리에 臺를 찾으니
空碧浮雲卷 ~ 하늘은 파랗게 뜬구름 걷히고
山晴宿霧消 ~ 山이 개어 자던 안개 사라지네.
九天遙底處 ~ 九天 저 먼 곳
三島杳難招 ~ 三島 아득해 찾아가기 어려워라.
一遺枯禪寂 ~ 한 番 오래된 禪寂處에 남으니
悠悠興自饒 ~ 悠悠한 興趣 저절로 넘쳐나네.
(87) 淸平八詠 仙洞尋幽. 7 (仙洞 그윽한 곳을 찾다)
仙境知何處 ~ 神仙의 境界 어느 곳인지 아는가.
林間曳杖尋 ~ 숲 사이로 지팡이 끌고 찾아가네.
苔封松逕滑 ~ 이낀 덮인 솔밭 길 부드럽고
花積洞門深 ~ 꽃 쌓인 골짜기 門이 깊구나.
雲暝山常潤 ~ 구름 어두워 山은 恒常 젖어 있고
峯回谷自陰 ~ 봉우리 감도는 골짜기 절로 그늘지네.
感看鐫四字 ~ 새겨진 네 字를 感激하여 보며
忘却去來今 ~ 只今 오고 가고를 잊어버렸네.
(88) 淸平八詠 息菴觀靜. 8 (息菴에서 고요함을 보다)
庵在仙區奧 ~庵子가 神仙 區域의 깊은 곳에 있어
軒臨古澗圍 ~ 처마는 오래된 시냇물이 에워쌌구나.
山花紅錦障 ~ 山에 핀 꽃은 붉은 緋緞 屛風
岩桂碧羅幃 ~ 바위틈 桂樹나무는 푸른 緋緞 揮帳
隣遠僧來少 ~ 이웃 멀어 찾아오는 스님 적고
雲深俗到稀 ~ 구름 깊어 사람 오는 일도 드므네.
寥寥無事坐 ~ 寂寞하게 일없이 앉아서
觀靜露天機 ~ 고요히 보니 天機가 드러나는구나.
(89) 秋樓述懷 (가을 樓閣에서 述懷하다)
每向虛樓坐省躬 ~ 每日 빈 亭子 向하고 앉아 내 몸을 살피나니
日來秋興起無窮 ~ 해가 뜨니 가을 興趣 끝없이 일어나네.
露凝黃菊花含玉 ~ 맺힌 이슬 菊花꽃 玉을 머금고
楓雜靑松碧鬪紅 ~ 丹楓나무는 푸른 솔에 섞여 푸른빛이 붉은 빛과 다투네.
風勁自隤新罅栗 ~ 바람이 굳세어지니 저절로 새 밤이 벌어지고
霜寒多寂舊鳴蟲 ~ 서리 차가워지니 더욱 쓸쓸하고 지난 벌레 우는구나.
只堪獨許伊消息 ~ 다만 혼자만이 저 소리를 堪當하나니
雜與師資暗洩通 ~ 雜與이 스님에게 몰래 말해주려네.
(90) 行上人 雪中 來見病僧 以偈贈別
(行上人이 눈 속에 病든 나를 찾아왔기에 偈頌을 지어 離別하며 주다)
<1>
淸平誰訪病衰顔 ~ 淸平山까지 누가 病들고 老衰한 얼굴 보러 訪問하겠나?
萬疊靑山獨閉關 ~ 疊疊 靑山에 門 닫아걸고 홀로 지냈네.
多謝上人多古意 ~ 스님에게 더욱 感謝하니 옛 생각 자꾸 떠오르는데
脚耕深雪苦來還 ~ 깊게 쌓인 눈길 발을 끌며 苦生스레 돌아가시네.
<2>
歸來泉石是吾家 ~ 泉石으로 돌아오니 이곳이 내 집이며
佛殿天壇興自加 ~ 佛殿과 天壇에 感興이 절로 보태지네.
一拍一歌人不識 ~ 한 番 拍手치며 한 番 노래함을 사람은 알길 없기에
澗邊空獨望峯叉 ~ 여울가에 우두커니 交叉한 봉우리를 바라보네.
(91) 慧宗兩禪客 聞余有採薪之憂 來訪淸平之三聖殿
眞毘耶當日事也 聊吟一偈 以示病懷
(慧. 宗 두 스님이 내가 病들었다는 消息을 듣고
淸平의 三聖殿으로 찾아왔다. 참으로 옛날 毘耶城으로
維摩居士를 찾아간 舍利佛의 일에 該當한다.
이에 暫時 한 首 偈頌을 읊어 病든 懷抱를 보이다)
十載山中友 ~ 十 年 山中 벗이니
其忘懶拙翁 ~ 게으르고 壅拙한 늙은이라 잊겠는가.
千峯來問病 ~ 千 個 봉우리로 와서 問病하고
萬壑出還宗 ~ 一萬 골짜기 나와서 宗門으로 돌아가니
師利當年事 ~ 舍利佛 當年의 일이며
維摩昔日風 ~ 維摩居士 옛날의 風貌로다.
淸平古鏡裏 ~ 淸平山 옛 거울 속에서
今見未曾空 ~ 일찍이 비어있지 않았음을 只今 보았네.
(92) 還仙洞 到琴松臺 見菊花滿開 桂子半落
(仙洞으로 돌아와 琴松臺에 이르러 菊花는 활짝 피고
桂樹나무 열매가 半 쯤 떨어졌음을 보고서)
補陀山在嶺東隈 ~ 嶺東 補陀山 모퉁이에 있다가
禮罷徐吟半月廻 ~ 禮佛 마치고 천천히 노래하며 달포 만에 돌아왔네.
澗道掃稀堆赤葉 ~ 개울 길 쓰는 일 드물어 붉은 잎 쌓였고
琴臺坐久滿靑苔 ~ 琴松臺에 오래 앉아 있으니 푸른 이끼 가득하네.
雲中桂子落無落 ~ 구름 속 桂樹나무 열매 떨어졌는가, 떨어지지 않았는가.
岩畔菊花開未開 ~ 바위 가 菊花는 피었는가, 피지 않았는가.
壼裏乾坤猶若此 ~ 壺中天도 아마도 이와 같으리니
人間甲子轉生哀 ~ 人間 世上 歲月에 슬픔이 생겨나네.
(93) 喜晴
積雨朝來霽 ~ 장마 비 아침 무렵 개었기에
開窓興有餘 ~ 窓門 열었더니 興趣 가득하네.
蟬聲高咽咽 ~ 매미소린 매엠맴 높아만 가고
雲影淡疎疎 ~ 구름 그림자 연하게 성글었구나.
見日忻開籠 ~ 해를 보곤 欣快히 藏籠門 열고
隨陽喜曬書 ~ 햇볕 따라 기쁘게 冊을 말리는데
隣僧來亦問 ~ 이웃 스님이 찾아와서 물으시길
晴後樂何如 ~ 날 개이니 즐거움 어떠시냐네.
(94) 臨終偈
幻人來入幻人鄕 ~ 허깨비 사람이 나와서 허깨비 고을에 들어
五十餘年作戱狂 ~ 五十如 年을 미치광이 노릇을 했다네.
弄盡人間榮辱事 ~ 人間의 榮辱을 다 겪고 나서는
脫僧傀儡上蒼蒼 ~ 중의 탈을 벗고 푸른 하늘에 오른다.
🍎 慧庵玄門 (1884-1985. 江陵崔氏. 俗名은 順天. 法號는 慧庵. 黃海道 白川 出身)
(1) 偈頌
雨後淸山瀑布勢 ~ 비가 온 뒤 푸른 山 瀑布 形勢는
聲氣泡花彈白雲 ~ 소리 氣運에 거품 꽃은 흰 구름을 탄다.
傍人若聞當何事 ~ 곁 사람이 灣一 무슨 일 하느냐 물으면
溪聲潭潭枕上穿 ~ 시내 소리 맑고 맑아서 베개 위를 뚫는다 하리라.
(2) 偈頌
海底泥牛含月走 ~ 바다밑 진흙소는 달을 물고 달아나고
岩前石虎抱兒眠 ~ 바위앞의 돌호랑이 새끼 안고 잠들었네.
鐵蛇鑽入金剛眼 ~ 쇠로 만든 뱀은 金剛의 눈을 뚫고 들어가고
崑崙騎象鷺絲牽 ~ 崑崙山은 코끼리 타고 해오라기 이를 끌어가네.
(3) 悟道頌
語默動靜句 ~ 語默動靜의 글귀여,
箇中誰敢着 ~ 이 가운데 누가 敢히 머물다하겠는고.
問我動靜離 ~ 動靜 여읜 곳을 내게 묻는다면
卽破器相從 ~ 곧 깨진 그릇은 맞추지 못한다 하리라.
★ 語默動靜 ~: 말하고 沈默하고 行動하고 고요히 있다는 뜻으로,
日常的인 言動의 一切를 가리키는 말.
(4) 涅槃頌
行狀衲衣一枝爺 ~ 누더기 한 벌과 지팡이 하나로
東走西走走無窮 ~ 東西를 끝없이 달리나니.
傍人若問何處走 ~ 어디로 달렸느냐 묻는다면
天下橫行無不通 ~ 天下를 가로질러 通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리
🍎 慧超 (704~787. 新羅 僧侶. ‘佛敎의 本고장’ 印度를 두루 돌아보며 記錄한
往 五天竺國 傳 지음. 唐에서 活躍)
(1) 求法詩
不慮菩提遠 ~ 깨달음도 멀다고 생각지 않았는데
焉將鹿苑遙 ~ 어찌 鹿野苑을 멀다고 생각 하겠는가.
只愁懸路險 ~ 다만 벼랑 같은 險한 길이 걱정스러울 뿐
非意業風飄 ~ 本來 뜻한바 일은 바람처럼 흔들리지 않네.
八塔誠難見 ~ 여덟 塔은 참으로 보기 어렵고
參差經劫燒 ~ 參究할 經典들 오래전 불타 버렸구나.
何其人願滿 ~ 어느 사람의 所願이 다 滿足할까?
目賭在今朝 ~ 보았도다. 오늘 아침에.
(2) 望鄕詩
月夜瞻鄕路 ~ 달밤에 故鄕 길 바라보노라니
浮雲飄飄歸 ~ 뜬구름 飄飄히 돌아가는데
緘書參去便 ~ 便紙 써서 가는 便에 부치려해도
風急不聽廻 ~ 바람이 빨라 請을 들어주지 않누나.
我國天岸北 ~ 내 나라는 하늘 끝 北쪽에 있고
他邦地角西 ~ 떠도는 他邦은 땅 끝 西쪽에 있어라.
日南無有雁 ~ 해가 南쪽으로 온 때라 기러기가 없으니
誰爲向林飛 ~ 그 누가 나를 爲해 鷄林으로 날아가 주리오.
(3) 思鄕詩
月夜瞻鄕路 ~ 달밤에 故鄕길의 하늘을 바라보니
浮雲颯颯歸 ~ 뜬 구름은 시원스레 흘러만 가는구나.
喊書參去便 ~ 消息 적어 가는 便에 부치려 해도
風急不聽廻 ~ 빠른 바람결은 듣지도 않구나.
我國天涯北 ~ 내 나라 하늘은 北쪽 끝
他邦地角西 ~ 이곳은 他國땅 西쪽 모퉁이라네.
日南無有雁 ~ 무더운 南方엔 기러기도 없으니
誰爲向林飛 ~ 뉘라서 鷄林을 向해 날아갈까.
(4) 禪詩
君恨西蕃遠 ~ 그대는 西蕃길 먼 것을 恨嘆하나
余嗟東路長 ~ 나는 東쪽길 먼 것을 슬퍼하노라.
道荒宏雪嶺 ~ 길은 거칠고 山마루엔 눈도 많이 쌓였는데
險澗賊途倡 ~ 險한 골짜기엔 盜賊 떼도 猖獗하네.
鳥飛驚峭嶷 ~ 새도 날아오르다 깍아지른 山에 놀라고
人去難偏樑 ~ 사람은 좁은 다리 건너기가 어렵구나.
平生不愒淚 ~ 平生에 눈물 흘리는 일 없었는데
今日灑千行 ~ 오늘은 千 줄기 눈물 흘러내리네.
(5) 五言詩 (印度 那揭羅駄娜절에서 工夫마치고 歸國하려던
中國僧侶 病死 消息에 哀悼하며)
故里燈無主 ~ 故國(漢나라)의 佛燈은 主人도 없는데
他方寶樹摧 ~ 寶樹(漢僧의 肉身)가 他國에서 꺾이였구나.
神靈去何處 ~ 魂靈은 그래 어디로 가시었소
玉貌已成灰 ~ 玉같은 모습은 재가되고 말았구나.
憶想哀情切 ~ 생각컨대 슬픈 情이 얼마나 懇切했을까
悲君願不隨 ~ 願을 못푼 그대가 마음에 哀凄롭구나.
孰知鄕國路 ~ 누가 알랴 故國가는 길을
空見白雲歸 ~ 빈 하늘에 돌아가는 구름만 쳐다본다.
(6) 播密吟 (播密高原을 넘으며)
冷雪牽氷合 ~ 눈은 차가워 얼음과 겹쳐 있는데
寒風擘地烈 ~ 바람은 때려 땅을 쪼개네.
巨海凍壇 ~ 바다는 얼어붙어 平平한 壇이요
江河凌崖 ~ 江물은 낭떠러지를 凌蔑하며 깎아먹네.
龍門絶瀑布 ~ 龍門엔 瀑布조차 끊어지고
井口盤蛇結 ~ 井口엔 서린 뱀같이 얼음이 엉키어 있네.
伴火上歌 ~ 횃불을 들고 땅끝에서 읊조리나니
焉能度播密 ~ 저 播密高原 어떻게 넘어갈까나.
🍎 喚惺志安 (1664~1729. 法號 喚惺. 法名 志安. 字 三諾. 俗姓 鄭氏, 江原道 春川 出生)
(1) 偈頌
西來密旨孰能和 ~ 西쪽으로부터 온 隱密한 뜻 뉘라서 能히 和答하랴
處處分明物物齊 ~ 곳곳마다 分明하고 萬物은 들어났네.
小院春深人醉臥 ~ 뜰에는 봄이 짙어서 사람은 醉하여 누웠는데
滿山挑李子規啼 ~ 온山에는 복숭아 자두 꽃이요 杜鵑이 울부짖네.
(2) 登伽倻山
孤雲陳迹碧苔籠 ~ 孤雲의 묵은 자취 이끼 속에 묻히었고
獨把衰毛倚老松 ~ 나홀로 흰머리로 老松에 기대 섰다.
欲盡未看奇特處 ~ 보지 못한 奇特한 곳 모두 보고자.
又携甁錫上高峰 ~ 물甁과 지팡이로 높은 峰에 또 오른다
★ 孤雲 ~: 崔致遠의 號
★ 甁錫 ~: 물甁과 지팡이
(3) 示道英師 (道英스님에게)
水逢深處淨 ~ 깊은 곳에 이르면 물은 맑아지듯
心到靜時奇 ~ 고요한 때 마음은 참으로 奇異하다
何事長途走 ~ 무슨 까닭에 먼 길을 달려
區區轉背馳 ~ 허겁지겁 더더욱 멀어지려는가.
(4) 示學徒
坐石學堅水學淸 ~ 돌에 앉아 단단함을 배우고 물에서 맑음을 배워
對松思直月思明 ~ 소나무를 보면 곧음을 생각하고 달을 보면 밝음을 생각하지.
無言萬像皆師友 ~ 말없는 모든 것이 모두가 스승이고 벗인데
唯獨山林主伴成 ~ 오직 山과 숲이 主人이 되고 손님이 되네.
(5) 心燈
歷劫傳之無盡燈 ~ 歷劫토록 傳해오는 다함이 없는 燈불
不曾挑剔鎭長明 ~ 일찍이 심지를 돋우지 않아도 永遠토록 밝다네.
任他雨灑兼風亂 ~ 비 뿌리고 바람 몰아쳐도
漏屋虛窓影自淸 ~ 허물어진 빈 窓에 그림자마저 스스로 맑구나.
(6) 悟道頌 ~ 鶴羽心 (鶴의 깃털에서 깨달은 마음)
靑鸞毿尾落雲中 ~ 푸른 鸞새의 긴 꼬리가 구름 속에서 떨어져
五月炎天做雪風 ~ 五月의 불꽃 하늘에 눈바람을 지어낸다.
一揮何啻欺煩署 ~ 한 番 휘두르면 어찌 煩惱와 執着을 속일 뿐이겠는가
拂盡山僧名利功 ~ 山僧의 이름과 功을 모두 떨어 버리네.
(7) 偶吟
盡日惺惺坐 ~ 온終日 또렷이 앉아 있으니
乾坤一眼中 ~ 하늘 땅 모두가 한 눈 속이라
有朋來草室 ~ 벗들이 草室을 찾아드니
明月與淸風 ~ 밝은 달 그리고 깨끗한 바람인다.
(8) 幽居 (그윽한 곳에 살면서)
底事無心臥水西 ~ 어찌하여 무심히 누워 있는데 물은 서쪽으로 흐르는가?
只緣忘世愛幽棲 ~ 다만 세상 인연을 잊고 그윽한 곳에 사는 것을 사랑할 뿐
茶爐爲客開深竈 ~ 차 화로는 손님을 위해 깊은 아궁이를 열었는데
藥圃諱人隔小溪 ~ 약초밭이 사람을 꺼려 작은 계곡 건너에 있네.
(9) 幽吟
盡日忘機坐 ~ 온終日 無心히 앉아만 있으니
春來不識春 ~ 봄이 와도 봄 온 줄 알지 못하네.
鳥嫌僧入定 ~ 山僧의 入定을 새는 싫어해
窓外喚山人 ~ 窓밖에서 山僧을 부르고 있네.
(10) 草堂 / 題草堂
斗屋宜吾拙 ~ 못난 나에게는 오두막이 適格인데
支頤到夕陰 ~ 턱을 고이고 있자니 해가 저무네.
杜鵑啼白晝 ~ 대낮에 杜鵑새 소리를 듣고 보니
方覺卜居深 ~ 사는 이곳이 참으로 깊은 곳일세.
(11) 春吟
緤杖尋幽逕 ~ 마음의 고삐 잡아 마음자리 卽刻 깨달아
(지팡이 고삐 잡고 그윽한 길 따라)
徘徊獨賞春 ~ 깨달음의 世界를 홀로 즐기며 기리네. (홀로 배회하며 봄을 맞아 기린다)
歸來香滿袖 ~ 돌아 올 때 가득한 깨달음의 香氣여 (돌아 올 때 소매 가득 찬 꽃의 향기에)
胡蝶遠隨人 ~ 物我一體의 境地에 到達함이여.
(나비가 멀리서 따라오고 있네)
(12) 呼韻
壁破南通北 ~ 壁은 무너져내려 휑하니 뚫려 있고
叔躪眼近天 ~ 처마도 성글어 하늘이 잘 보이네.
莫謂荒凉苦 ~ 싸늘하고 춥다고 말하지 말라
仰風得月先 ~ 바람과 달이 먼저 알고 찾아오네.
🍎 晦庵定慧 1685∼1741. 朝鮮 後期 僧侶.
俗姓 金氏. 法號 晦庵. 慶南 昌原 出身)
(1) 訪普聞庵主不遇 (普聞庵 住持를 만나지 못하고)
踏花香滿履 ~ 꽃 밟는 香氣 신에 가득 하고
們石冷侵衣 ~ 돌의 찬 氣運 옷자락에 젖네.
招悵尋朋客 ~ 마음 鬱寂하여 벗 찾아온 나그네
披雲獨自歸 ~ 구름밭 헤치며 외로 가노니.
(1) 禪詩
聞道孤雲入此巒 ~ 孤雲이 이 山에 들어왔다는 말은 들었는데
不知靈跡依何間 ~ 神靈스런 발자취 어디런지 알 수 없어라.
謾將開眼看尋處 ~ 느긋이 눈을 뜨고 그의 居處 찾아보지만
動者流川靜者山 ~ 움직이는 건 냇물이요, 고요한 건 山일 뿐.
• 晦庵定慧詩塗丁書 (晦庵定慧가 詩를 짓고 塗丁이 풀어쓰다)
★紅流洞 溪谷 籠山亭 付近에 新羅 崔致遠 先生을 欽慕하며 지은
次韻時中 晦庵定慧 스님의 詩가 道路邊 巖盤에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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