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에서 “저와 아내의 처신이 올바르지 못해 국민께 염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이며 아내 처신은 무조건 잘못”이라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잘 알고 있고 초심으로 돌아가 쇄신에 쇄신을 거듭하겠다”고 했다. 또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입장도 밝혔습니다.
이날 회견에 대한 여론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하는지 밝히지 않은 채 두루뭉술 넘어갔고, 각종 의혹도 대부분 부인하면서, 김 여사의 국정 개입 논란은 “침소봉대하고 악마화한 것이 있다”고 했고, 특검은 “정치 선동”이라고 했습니다.
명태균씨 의혹엔 “여론조사를 조작하거나 공천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했고, 김 여사 문제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과 괴리가 적잖았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각종 잘못을 인정하고 수차례 사과했고, 2시간 20분 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끝까지 답하면서 소통하려는 노력도 보였습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약속한 대로 앞으로 실제 변화가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김 여사 문제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이 사과했지만 김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국정 개입 논란이 다시 벌어지면 모두 허사가 됩니다. 윤 대통령도 구설에 휘말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조선일보 사설)
<윤석열 대통령 임기 반환점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을 찍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윤석열을 찍은 사람조차 ‘이제 겨우’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있다. 야당은 거리낌없이 탄핵·하야·임기 단축 개헌을 입에 올린다. 여당 지지층조차 ‘윤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까’ 불안해한다. 10%대 지지율은 그런 심리가 확산되는 변곡점이다.
윤 대통령의 돌이킬 수 없는 전략적 패착은 어느 순간일까. 지난 2년 6개월을 시간 순으로 따라가 보자. 나는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18일 이 지면 칼럼 ‘尹,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 잘못해서 질 뻔했다’에서 이렇게 썼다.
“0.73%. 질 뻔했다. 윤석열 캠페인 전략은 시종일관 위험했다. 경선도 홍준표에게 질 뻔했다. 본선도 캠페인을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 잘못해서 정권 교체에 실패할 뻔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강한 보수 정체성에 기반한 전략, 대선 경선·본선 전략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바로 지지를 잃고 레임덕에 빠질 것이다.”
2022년 7월 22일 칼럼 ‘지지율 떨어뜨린 말...“이전 정부보단 낫지 않습니까?”’에서는 이렇게 썼다. “지지율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세 번이나 승리를 가져온 ‘선거 연합’을 깬 것이다. 모든 정권이 같은 이유로 위기를 자초했다. (...) 이준석 대표 리더십 평가는 별개로 하더라도 이준석 대표 체제를 ‘보수의 혁신’으로 받아들인 중도층과 2030 세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준석을 내치는 순간 이들도 등을 돌렸다.”
2022년 8월 19일 칼럼 ‘1회 초 5실점했어도...바로 2~3점 내면 역전할 수 있다’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윤석열 시절의 초심을 잊으면 안 된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수사권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는 말에 대중은 열광했다. 많은 사람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공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세상이 ‘상식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를 했다. 그 기대가 곳곳에서 깨졌다”라고 썼다.
2023년 3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마주한 두 전쟁’에서는 이렇게 썼다. “문재인 대통령은 ‘콘크리트 지지층’ 40%만 바라보다 ‘콘크리트 비토층’ 50%를 만드는 전략적 패착으로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 윤석열 대통령은 35% 콘크리트 지지층만 바라보다 ‘콘크리트 비토층’ 55%를 만들고 있다. 중도 비토층은 오래전부터 65%가 굳어졌다. 모든 지표가 위기를 알리는데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는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얼굴로 치른다’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 중간 평가다’라는 위험천만한 얘기를 스스럼없이 한다.”
2023년 11월 3일 ‘여권, 자기 의자 다리를 스스로 잘랐다’에서는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는 내년 총선 시험 문제를 슬쩍 보여준 격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이 써낸 문제 풀이가 틀렸다는 것이 드러났다. 전당대회 국면에서 장제원 의원이 말한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는 오답이다.
강서구민이 제시한 정답은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이다. (...) 어느 정권, 어느 정당, 어느 정치인도 지지자를 부끄럽게 만들면 안 된다. 지난 대선에서 ‘흔쾌히’ 찍은 사람은 여전히 지지하지만 ‘마지못해’ 찍은 사람은 대부분 지지를 철회했다. 이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총선 승리는 난망하다”고 전망했다.
총선 직전인 2024년 3월 29일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하는데 왜 역풍 안 부나’ 칼럼. “3년은 너무 길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해도 역풍이 불지 않을 정도로 ‘정권 심판’ 기류가 강하다. (...) 한동훈 비대위가 순항했다면 보수층은 윤석열 대통령을 보고 지지하고, 중도층은 한동훈을 보고 지지했을 테지만 지금은 보수층은 한동훈 때문에 지지 못 하겠다, 중도층은 윤석열 때문에 지지 못 하겠다는 상황이다.”
전당대회 직전인 2024년 7월 18일 칼럼 ‘한동훈, 무모한 도박인가 담대한 도전인가’에서는 이렇게 썼다. “총선 패배 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패배 책임을 겉으로는 자신 탓이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상대 탓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세간의 평은 윤 대통령 70%, 한 위원장 30% 정도로 윤 대통령의 책임이 조금이라도 더 크다고 봤지만 두 사람의 생각은 달랐다. 윤 대통령과 친윤은 100% 한동훈 책임, 한 위원장과 친한은 100% 윤석열 책임으로 본 듯하다. 이런 극단적 인식 차이로 인한 오판이 결국 ‘내전(內戰)’을 불렀다.”
2024년 9월 13일 ‘대통령과 여당은 2년 6개월째 충돌 중이다’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성공한 정부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역사적 업적’과 ‘정권 재창출’ 모두 해내야 한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둘 다 쉽지 않은 목표다. 극단적 여소야대라 야당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 후 풍족했던 자산을 허무하게 탕진했다. 그 결과 통치의 중요한 기반인 ‘지지율’과 ‘총선 승리’ 모두 잃었다. 이제 개혁은 이룰 수 없는 꿈이다”라고 썼다.
지난달인 2024년 10월 11일 ‘삼성전자보다 더 처절한 반성문 필요하다’는 칼럼에서는 이렇게 썼다. “삼성전자처럼 보수도 한때는 변화를 이끌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 보수는 변화를 이끌기는커녕 뒤쫓지도 못한다.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둔감하다. 그 결과 삼성전자가 기술 경쟁력을 잃은 것처럼 보수도 ‘능력은 있다’는 신화가 무너졌다.
이젠 도전자 포지션의 비주류로 전락했다. (...) 임기 반환점이 되는 다음 달이 반전의 마지막 기회다. 생각과 사람을 싹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은 ‘반성’이다. 적어도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찍은 사람들은 삼성전자의 반성문보다 더 진솔하고 더 처절한 윤석열 대통령의 반성문을 보고 싶다.”
2022년 지방선거 직후 53%(갤럽)까지 갔던 지지율은 이제 10%대로 떨어졌다. 오만·오기·오판으로 인한 전략적 실수가 반복된 결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에 몰린 윤 대통령이 변화를 향한 담대한 결단을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2년 6개월이나 남았다고 절망하는 국민에게 ‘반드시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할 순간이다. 그게 대통령의 책임감이다.>조선일보.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오만, 오기, 오판… 남은 절반은?
앞으로 또 대 국민사과는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작금의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으로 밝혔는데 이를 받아드리거나 못 받아드리는 것은 국민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야당은 계속 탄핵이나 하야를 요구하겠지만 과연 탄핵소추가 가능할지는 법이 판단할 겁니다. 그리고 현직 대통령이 하야하는 일은 이승만 대통령처럼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것이지, 밖에서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임기를 끝까지 하겠다고 하면 다른 방법은 없을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말씀한대로 앞으로 잘 해나가길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볼 뿐입니다.
時雨